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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A Tale of a Tub, Plot.1 - Fatal Sign

2007.06.15 13:49

Lunate_S 조회 수:231

 시간은 때로 거북이처럼 느리게도 가고, 늑대처럼 빠르게 달리기도 한다. 깃털처럼 부드럽고 유순한 반면, 칼날처럼 매섭도록 날카롭게 흐르기도 한다. 절대적인 현상이지만, 상대적일 때도 있다. 한쪽 면으로 동시에 흐르다가도,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흩어지곤 한다.
 시간이 이렇게 많은 종류로 흐른다고 표현하는 이유는… 설명하자면, 현재 내가 처한 상황 때문일 거라고 확신한다.

 정확히 언제인지 모르지만 뇌세포가 활동을 재개한 직후, 온몸이 무겁고 또한 팔 하나도 들려지지 않는다. 가위라도 눌린 것인가, 하고 생각해봤지만 아무래도 아닌 것 같다. 눈을 떠봐야 보이는 건 어둠뿐이니 말이다. 말은 나오지 않지만, 등골이 오싹한 기분이 조금도 들지 않는다. 어두움 가운데 있으니 생각이 많아진다. 누군가가 언젠가 그런 말을 한거 같은데…

 그야말로 지금의 상황이 있기까지의 생각이 도무지 나지 않는다. 순간적인 공포가 뇌리를 스친다. 나는 지금 홀로 고립되어 누워있는 것이 아닌가…! 왠지 이 밤이 지나버리면 모든 것은 사라질 듯한… 그런 생각이 문뜩 떠올랐다. 느낌이 안 좋다. 정말 내가 여기 존재하고 있는 것인가…?


 똑…….


 무언가 이마에 떨어지더니 미끄러지듯 옆으로 흐른다.
 액체… 물방울인가…?


 똑…….


 다시 한 방울 떨어진다. 물방울…?


 똑…….


 아니다. 그것의 색은 불그스름한 검은색이다. 피다. 그것은 아무래도… 피처럼 보인다.
 이렇게 어두운 가운데서도 선명히 보이는 색이다. 어째서 조금 전 물방울이라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무언가… 어렴풋이 기억이 떠오르려 한다.




 똑…….


 피가 떨어지는 시간이 조금 늘어났다. 그리고… 갑자기 고통이 찾아왔다.

 그래서 “앗, 따가워!”라 말했다. 아니 정확히는 말하려 했다.
 안 움직이는 게 원인이었는지 말이 나오지 않는다.




 똑…….


 따갑다. 아니, 지금까지도 쭉 따가웠지만 못 느꼈을 뿐이다. 계속해서 그것이 떨어진다. 한 방울, 한 방울 몸에 떨어질 때마다 고통이 가속된다.
 따갑다. 아프다. 아프다. 누군가가 제발 이 고통에서 나를 해방시켜 주었으면….


 “…아!”
 ………음? 어디선가 비명소리가 들린 듯 하다. 아니 들렸을 것이다.
 눈앞에 어둠 때문에 누가 어디서 소리를 질렀는지 느낄 수 없다. 분간이 안 된다.
 오로지 보이는 건 그것이 떨어지는 것뿐이다.


 “……!!”
 다시 비명이 들린 것 같다. 이번엔 더 멀어진듯하다. 무언가 아무런 소리라도 듣고 싶다.

 그런데… 저게 뭐지……?




 아……! 문뜩 기억이 났다. 내가 왜 여기 가만히 누워서 못 움직이는지… 비명소리가 왜 들렸는지…… 그것이 떨어져 나에게 고통을 주는지……… 전부 다 말이다.









  난 죽은 것이다. 이미 죽어있는 것이다.
  몇 분전―고작 몇 분 이었다고는 생각이 안 될 정도로 짧은 시간 전에, 자고 있던 나에게 꽂힌 강도의 얼음송곳에……





























  지금 나를 정면에서 쳐다보고 있는… 그것을 흘리는 내가 증명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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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프씨가 자게에 흑역사라고 한 거 보고 문득 떠올렸지요.

 이런 녀석이 나의 첫 소설이랄까요──. 역시 호러 소설을 좋아했나봅니다. [...]
 원래 터무니없는 이야기A Tale of a Tub라고 해서, 11편으로 기획된 녀석이었는데(제목하고 대강의 플롯만 짜뒀죠), 역시나가 혹시나. 계획 짜기만 좋아하고 쓰질 않는 나로서는 1편하고, 7편 두개만 쓰고 익사시켰죠. [먼산]
 한참 포우랑 베르나르에 빠져있던 때라서, ─라든가 「」라든가 하는 일본식 대화체는 안 썼군요. [...]

 이건 아마도 수정 2차쯤 될 겁니다.
 글을 쓰기 시작한 게 고1 중반이었으니, 2003년도 여름─.
 (수정이라고 해봤자 맞춤법만 좀 고친 느낌)

 수정 2차인 시점에서 추가한 후기가,

 "죽은 건 괜찮아. 죽은 줄 모르는 거야말로 문제라고."
       -전민희, 룬의 아이들 2부 Demonic 4권 中-

 인 것을 보니, 2004년 끝에 수정한 느낌이군요.

 정말 거침없이 달려온 느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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