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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20070605, 夢.

2007.06.06 05:04

Lunate_S 조회 수:202

나는 무엇을 보고 있을까──.
세상은 온통 어둡고… 슬프고…,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고통스럽게 흔들려.
나는 무엇을 보고 있을까───.



손에 뭔가가 다가오곤 했어. 그건 다정하게 나를 감싸 안았어.
작은 몸으로, 작디작은 손으로….
가슴에 뭔가가 와 닿곤 했어. 따스함을 느끼며, 미소를 짓곤 했어.
마음속으로, 하지만 진심으로….



나는 무엇을 보고 있을까─.
세상은 빠르게 변해가고… 잠기고…, 쳐다보고 있으면 사랑이 녹아버릴 것만 같아.

그래서 나는 무엇을 보고 있었을까────.



 정신을 차렸다. 아니, 정신이 들었다. 이상한 꿈을 꾸다온 것 같아서, 너무도 차가운 꿈을 꾸다온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팠다. 그곳은 어디였을까─. 말도 없는데 움직이는 이상한 마차가 돌아다니고, 새가 아닌데도 날아다니는 '무언가'가 있는 세상. 집들은 하늘을 뚫을 것처럼 높게 솟아있고, 사람들은 서로를 쳐다보지 않고 걸어 다니고 있었어. 그곳은 어디였을까─?

 누워있던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주위를 스쳐도 향긋한 냄새가 온몸을 잠식할 것 같은 장미가 보였다. 아─ 그래, 여기는 화원이야. 학원 안에 존재하는 나의 공간. 작은 손으로 잔디를 짚으며 일어났다. 그리고 머리카락과 스커트에 묻은 잔디를 털어냈다. 아아, 몇 시쯤 됐을까? 목에 걸려있는 회중시계를 들어본다. 나의 보물, 이랄까. 누구한테 받은 것인지, 기억은 잘 나지 않아… 그런 생각에 금방 마음이 움츠려든다. 하지만, 분명히─ 나를 소중히 여겨준 누군가가 준 거야… 갑자기 기분이 좋아져서 작게 소리 내어 웃었다고 생각하는……

 에─? 어느새 복도를 뛰어가고 있는 내 자신을 인식하고 말았다. 생각났어, 나는 때때로 시간을 잃어버린다. 지금 나를 돌봐주고 있는 신관님은 말했다. 그것은 어렸을 적, 마음의 한 귀퉁이가 잘려나갔기 때문이라고. 되찾을 수 없는 어떤 것이기 때문에, 고칠 수 없는 나쁜 병이라고. 소중히 여겨준 누군가를 잊게 된 이유도, 이러한 것 때문인 것 같다. 그런데 어째서 복도를 뛰어가고 있을까? 주위를 둘러보니 복도엔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아아──? 설마? 급하게 시계를 열었다. 표면에 붉은 다이스가 세 개, 모든 숫자는 4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렇다는 것은─ 수업시간이다. 늦어버렸어, 빨리 가야하는……

 그물 사이로 붉은 달이 보였다, 작은… 요정들의 중얼거림도. 그렇다는 것은 화원. 나는 또 다시, 화원에 누워있었다. 시간이 빠르게 흐른 걸까. 아니면─ 내가 시간을 뛰어넘은 걸까.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빛을 내뿜는 달은 안개벽 너머로 가라안고 있었다. 호느, 아니 호스마였던가. 달의 이름조차 기억에서 지워지려고 한다. 시간을 뛰어넘는다는 것은─ 과거가 없어지고, 추억이 없는 그런, 그런…. 푸른 달이 어둠을 물고 세상에 뿌리는 것이 보였다. 시계를 열었다. 표면에 떠오른 것은 푸른 다이스 한 개, 숫자는 2를 가리키고 있었다. 아, 이제 밤이 찾아왔구나─. 기숙사는 넨마 두개, 숫자합 7에 문을 닫으니깐─ 아직은 좀 멀었어. 조금 더 누워있을까……


 어두운 천장이 보였다. 이곳은… 내 방이로구나. 어찌 된 영문인지는 몰라도, 학원복을 입은 채로 침대에 누워있었다. 또 다시 시간은 지나가버렸다. 제일 먼저 확인할 것은 시간일까─. 무심코 손을 가슴께로 옮겼다. 에, 엣…? 손에 잡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작은 불안감이 문을 두드린다. 쿵, 쿠쿵, 쿵쿵. 시계는─? 시계는─? 시계는 어디로 간 거지─? 어두워서 잡히지 않는 주위를 막무가내로 더듬는다. 이불 말고는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다. 쿵, 쿠쿵. 그만해, 두드리지 말란 말야! 소리 없이 깊은 비명을 지른다. 진정해, 진정하자. 일단은 침착하게, 다시 생각해봐. …아아. 생각났다. 나는 자기 전에 책상에다가 시계를 올려두곤 했지……. 어둠에 익숙해지기 위해서 눈을 감았다. 1, 2, 3… 10. 다시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하얀 색채를 가진 파란색으로 물들어있는 그물망─. 세상의 그물이 보였다. 그물의 틈새로 붉은 달이, 보였다. 그리고 나는 다시 누워있었다. 상쾌한 풀내음. 매일 그렇듯이, 화원이겠지──. 그런데 호스마가 보일 정도면, 넨마에서 얼마나 시간이 흐른 거지? 목에는… 시계가 걸려있었다. 다행이야, 안도하는 마음에서 한숨이 고개를 내민다. 시계를 열어보았다. 붉은 다이스가 둘, 숫자는 7. 차가운 이슬이 맺혀있는 호스마의 시간. 날씨가 정말로 좋아서, 이렇게 누워있는 채로, 꿈을 꾸고 싶다. 아아─ 잠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아──. 갑자기 졸음이 쏟아졌다………….


 여긴─, 어디지. 아, 나는 안방에서 자고 있었지. 침실다운 커튼이 침대 발치에 걸려있다. 창밖에선 어두운 빛이 들어오고, 자동차들이 지나다는 소리와 함께 확성기로 크게 광고하는 어떤 목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거실 쪽에서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가 방안까지 울려 퍼진다. 엄마─ 그리고 누나…. 어? 누나? 누나는 분명 중국에 갔을 텐데? 잘 들어본다. 아이 소리, 어른의 소리가 혼재해있다. 정신을 조금 집중한다─. 이건… 친척누나의 목소리였나? 조카와 함께 온 것 같아서─ 왠지 나가기가 귀찮아. 불현듯 시간이 궁금해져서 핸드폰을 열었다. 액정이 까맣다. 배터리가 나갔군, 바꾸기 귀찮은데, 시발. 속으로 중얼거린다. 귀찮아, 그냥 다시 자자.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꿈으로 빠져든다.


 눈을 뜨자 보이는 것은, 기숙사방 책상에서 웅크려서 자고 있는 자신. 아─ 정신이 들었다. 화원에서 낮잠을 자다가, 다시 시간을 지나쳐서 수업에 들어왔는데, 또 다시 자고 있었나보다. 그리고─ 그러는 동안, 이상한 꿈을 꾸었다. 그곳은 어디였을까─. 창밖으로 커다란 굉음이 울리고, 마법과도 같은 커다란 목소리가 울려 퍼지던 곳. 그리고 나는─ 잠깐이었지만 남자가 되어있었던 것 같아. 그곳은 어디였을까─?

 시계를 열어보았다. 붉은 다이스가 네 개, 숫자는 가지각색으로 11을 가리키고 있었다. 수업을 두 개 지나쳤다. 아마도 들어갔을 거야, 그런 마음으로 다음 수업을 위해 준비를 한다. 다음 수업은 베짜기니깐─ 사실상 준비물은 필요가 없었다. 필요한 물품은 교실에 전부 있을 테니깐. 흔들리지 않는, 뚜렷함을 가진 발걸음처럼 차분하게 교실로 몸을 옮기려다가… '쿵'하고 머릿속에 무언가가 부딪히는 것 같아─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누군가가 나를 부른 것 같은데, 누구였을까─? '쿵'. '쿵'. 머리가… 조금씩 아프다. 뭔가가, 머릿속으로 들어와, 맘껏 두들기고… 있는 것, 같아. '쿵'. 왠지 시야가… 흐릿해져, 보이는 것, 은, 내 착각일까. '쿵'. '쿵'. 몸이… 자세를, 잘 잡, 지 못하… 고… 있다. 쓰러지… 는 것 같아───.


 "오, 일어났네. 나와, 밥 먹자."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눈앞에서 나를 흔들어 깨우던 사람은 침대를 벗어나 방을 나갔다. 아아, 그 목소리─ 아빠였구나. 밖은 환한데, 어쩐지 느낌이 이상하다. 중간에 깨어났을 때가, 저녁이었는데 낮일리가 없잖은가─? 침대를 벗어나기 위해 커튼을 열자, 역시나, 그것은 방에 전등이었다. 밖은 어두운 세계. 내 방으로 들어가서 핸드폰의 배터리를 바꾸고, 기다리니 멋진 문자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띠리링~ 띠리링~ 띠리링~ 띠리링~ 띠리링~ 띠리링~ 띠리링~ 띠리링~ 띠리링~ 띠리링~ 띠리링~ 띠리링~ 띠리링~ 띠리링~ 띠리링~ 띠리링~ 띠리링~, 하고 17번이나. 아아, 뭐 이런──. 문자가 다 도착한 것을 확인하고 액정을 열자, 12시 2분이란 단어가 박혀있었다.


──────────────────────────────────────
 12시 2분에, 깨어나기 전까지 꾼 꿈이니깐 5일로 칩시다. [...]
 사실 실제로 쓰게 된 시간은 4시쯤이라서 내용이 많이 변질되었죠.

 원래 이야기는 뭐랄까─ 어떤 아이와의 추억, 같은 이야기였는데 말입니다.
 굉장히 단편적으로밖에 생각이 안 나서 그만, 빼버리고 말았습니다.
 내 마음속으로만 간직하고 살죠.


 P.S : 글자색 설명. 굵은 문자가 일단은 현실의 이야기. 원래 블로그에 올릴 때는 기본색이 회색이라, 굵은 문자로 안하고 검은색으로만 바꾸면 됐는데, 여긴 그런 게 아니니까요. 회색으로 하면 바탕이 하얀색인데 잘 보일 것 같지 않아서, 그만.
 P.S2 : 아니, 요즘 미쳤나봅니다. 2006년이라고 쓰고 앉았네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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