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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박제. 새.

2006.06.14 01:20

울프맨 조회 수:180

더럽고, 쾌쾌하고, 어둡고 좁으며 인적조차 없느... 그런 내키지 않는 장소에서 나는 잠시 망설였다.
잠시 고민하는 동안, 문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가게의 주인인 듯한 노인이 방안에 앉아있다.
기분나쁜, 쉬고 가래섞인 목소리가 귀로 들려온다.
"살꺼요?"
나는 두어번,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무얼?"
노인의 목소리에 잠시 생각해본다.
진열대에 전시된 많은 종류의 동물들, 그 중에서 유독 눈에 띄는 것.
손가락을 뻗어 단 하나 남은 것을 가리킨다.
"새? 저거말야?"
말 없이 다시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기왕이면 새가 좋으리라.... 나는 가까이 다가가 그놈을 곰곰이 뜯어보기로 했다.
노인은 관심없는 듯, 방문을 닫아버린다.
내가 고른 그놈은.. 새에 관한 특별한 조예가 없는 나로써는 어떤 새인지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하나, 알 수 있는 것이 있다.
그렇다. 이놈은 새가 아니다.
어떤 시인이 말했었다.
포수가 노린 것은 결국 납덩이에 맞아 피에 젖은 상한 것에 불과하다.
이놈은 새가 아니다!
목구멍은 쇳덩이를 삼켜 벙어리가 되었고, 배에는 솜을 가득 채워 숨조차 쉬기 버거워 보인다.
모르는 사이에, 나는 그놈에게 말을 걸어보았다.
"너는 새인가?"
대답은 들리지 않는 듯.
한번 도 물어본다.
"너는 정말 새인가?"
놈은 내가 그랬던 것 - 고개를 끄덕이는 것 - 조차도 하지 않는다.
놈의 대답을 기다리는 동안, 나는 예전 기억할 수 없는 곳에서 결코 잊을수 없는 녀석을 만난 기억을 떠올렸다.
그녀석은............. '새'였다.
두날개를 퍼덕이며 창공을 날던 새는 나에게로 날아와 '말'했다.
"나는 새다. 모든것에서 자유로우며, 벌레 대신 꿈을 먹고, 희망을 노래해. 하늘에서 살며 누구에게도 갈 수 있는, 나는 새다."
이놈은 새가 아니다.
꿈 대신 납과 솜을 삼켜버리고, 목이 막혀 노래하지 못하는 눈이 썩어버린 이놈은 '새'가 아니다.
그런 나의 생각은 다시 들려온 노인의 음성에 멈추어졌다.
"살꺼요?"
나는 아까와 같이 쉽게 정하지 못한다.
잠시 고민을 시작한 끝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격을 지불하고 가게를 나와 밤거리를 걷는다.
가는 길에 철물점에 들러 칼과 삽을 얻었다.
그리고 밤의 산에 올라 놈의 배를 갈라 솜을 빼내고, 목에 박힌 납덩이를 빼버리고, 그전에 파둔 구덩이에 놈을 묻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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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때 썼던 글이었습니다--;;
오랜만에 고등학교 교지를 뒤져보던중 발견해 글로 옮겨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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