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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단편]Trigger

2005.12.21 11:13

쥐슬 조회 수:174

그것은, 길고 긴 한줄기의 길이었다.


어딘가까지는 곧다가도 어딘가부터는 휘어지는,
구부정하게 올라가서 곧바로 내려오는,
호수나 절벽으로 이어져 그 반대쪽으로부터 다시 생겨나는,

그런, 제멋대로이면서 끝이 보이지 않는 긴 길.
그 길 위에, 한 남자가 서 있다.

남자는, 그 길을 걷고 있었다.
의미없이 휘어져 있는 걸으면서, 호수 반대편에 난 길을 찾아 그것을 크게 돌아가면서, 절벽의
반대쪽에 갈 방법을 찾아 고생하면서.

중얼거리며 불평하면서도 잠시도 쉬지 않고, 그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의 다음 장소를 바라보며,
서둘러 나아가고 있었다.

남자는 불평은 하지만, 불만은 가질 수 없었다.
남자 스스로도, 지각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 길은, 자신이 만든 것이라는 것을.


그렇기 때문에 불편하고 힘든 길을 걸으면서도, 고된 여정을 불평하편서도 결코 돌이키지 않은채,
자신이 만든 힘든 길로 나아간다.
애초에 도달하기 힘든 그 끝에 도달하기 위해, 남자는 험한 길을 걷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기로
하였다.
물론, 남자는 지각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것이, 그의 꿈이라는 것을.


모든 것을 빼앗겼던 적이 있었다.
모든 것에게 버림받은 적이 있었다.
그 모든 것을, 버리리라 결심했던 적이 있었다.

소중한 것을 알지 못하는, 사랑받는 것만이 주어진 역할이었던 나이에 파멸을 경험한 그는,
그때 처음 이곳에 왔었다.

모든 것을 잃어서.
모든 것에게 증오받아서.
그 모든 것을 증오하기로, 했던 그 때.

자해를 결심한 그때. 그는 이곳에서 누군가를 만나, 구원받았다.
남자였는지 여자였는지, 어른이었는지 아이였는지, 생긴것은 어땠는지도 기억하지 못한다.
단지, 아버지와 닮은 목소리로, 내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있었다는 것만이, 희미하게 남아있게
되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먼 목표를 향해, 불편하고 힙들고 이리저리 꼬인 길을 만든 것이, 그때였다.
그때부터 이 남자는, 하늘(Heaven)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곳은, 그 출발점이었던 것이다.


"하아, 다시 처음부터인가...뭐, 할 수 없지."

길은 시작점으로 돌아왔지만, 그것은 길의 꼬리를 물고 있지는 않아, 처음과는
다른 방향으로 뻗어 있었다.
먼 길을 돌아 되돌아온 시작점에서, 그는 한마디의 불평 후에 행보를 계속했다.
아니, 계속할 생각이었지만, 있을 수 없는 무언가를 보고, 발을 뗄 수 없었다.

그것은, 어린아이였다.
부모 품에서 한창 귀여움을 받아야 할 나이의 아이가, 그 시작점에 쪼그려 울고
있었다.
남자는, 그 아이의 모습에 데자부를 느끼며, 발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한동안 어깨를 떠는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을때, 소년이 입을 열었다.

"싫어.
전부 다 싫어.
나는 어린아이인데.
더이상 괴롭히기도 힘들 터인데.
그런데도 빼앗아갔어.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아.
그런데도 괴롭혀.
내게는, 이제 아무것도 없는데.

여긴, 끝이구나.
돌아가는것은, 이제 싫어.
여기서, 끝나는 거구나.
그쪽이, 편해서 좋아.
어차피, 돌아갈 곳도 남아있지 않아.

여기가 꿈이라면.


나의, 마지막 꿈이... "

"아냐."

소리를 낸 남자를 돌아본 소년이 놀란다.
그리고 남자는, 자신이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말했다.

"이건, 시작이다."

그것은, 소년에겐 잔혹한 말이었을 것이다.
파괴된 일상으로부터, 인간의 잔혹함을 몸소 체험해온 소년에게, 이것이 시작이라는
것은, 죽음을 바랄 정도로 참기 힘든 것.
아니, 이미 소년은 그것을 바래왔겠지만.
그래도, 남자는, 소년에게 반드시, 자신이 들은 것을 들려주기로. 결심했다.
이미 기억도 나지 않지만, 자신이 같은 상황에서 그것을 시작점으로 삼게 된 계기를,
이 아이에게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렇게 한마디를 던지고, 소년의 대답을 기다렸다.

"...세상은, 평등한가요?"

대답이 곤란한 질문에 당황한 남자를 무시한 채, 소년은 말을 이었다.

"등가 교환은, 정말 있나요?
나쁜일이 있었다면, 그만큼의 좋은일이 정말 일어나나요?
가족이 죽으면, 그만큼 사랑할수 잇는 사람이 과연 나타날까요?

여태까지의 불행이, 앞으로는 계속되지 않으리라고, 정말로 그런거라고 생각하세요?"

남자는 자신이 착각을 했다고 생각했다.
이 소년은, 어린애가 아니다.
고통받았다. 아마도 한동안 계속해서 고통받으며, 또레 아이들이 받지 못한 고통을
받으며, 어린 아이는 할 수 없는 말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 모습이, 누군가의 과거와 겹쳐지는 것이 참을 수 없었다.

"저는 괴로워요, 지금도 아파요.
언제나 바래왔어요, '이 고통이 오늘까지만을'이라고.
제발 내일부터는, 좀더 나은 하루가 있기를. 하고.
하지만 바뀌는 건 없었어요.
더 나빠지지도, 더 좋아지지도 않아요.
하루하루 눈치보면서 때리는대로 맞으면서, 그래도 그사람들 앞에서는 울어선 안되요.
그런데도, '시작'이라고요?
이게 시작이라면, 앞으로는 더 나은 나날이 있는건가요. 아니면. 앞으로도 이런 고통을
계속 맛봐야 한다는 건가요.
확실한 건, 절대로 먼저의 건 아닐거에요.
이젠 확실히 알 수 있어요. 불운이 있으면 행운도 있다. 라는건 거짓말이에요.
그동안 불운했기때문에, 앞으로는 잘될거다 라는 건 없으니까, 그러니까 나는 더이상은,

그런 불안속에 살고싶지 않아요."

"그래, 그 말은 분명 맞다. 하지만."
-그때 포기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다. 라는 말은, 너무 작아 들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것이, 너 자신을 버리는 이유가 될수는 없다.
너는 모든것에게 버려졌다고, 모든것에게 미움받게 되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너는,
너 스스로를 버릴 참인가? 너 자신을 미워할 참인가?

스스로, 스스로를 지울 참인가?"

소년은 아무말도 하지 못한다.
남자는, 이야기를 계속 했다.
자신이 들었던 이야기를, 자신을 닮은 이 아이에개.

"그것이 네가 네 스스로에게 원하지 않던 대우일것이다. 그런것을, 너 스스로 하겠다는
거냐.
하지만 분명 너의 그 말은 맞다. 어제 불행했기에, 내일은 행복하리라는 말은 할 수 없다.
행운은 불운의 대가로 주어지지 않는다, 행운과 불운이 5대 5 가 되리라고는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을 비관해 여기서 기권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그건 어째서죠?"

남자는 웃었다. 익숙하지 않은 미소를, 최대한의 감사를 담아 지어보인다.
이미, 이때에 남자는 짐작하고 있었으니까.

"가능성을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운 이라는 것을 행운과 불운으로 나눈다면, 5대 5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운 이라는것은 갯수로 샐 수도 없고, 네 말대로 서로 조화를 이루려 하지도 않는다.

허나, 단 한가지, 무한히 오래 살게 되면, 그 운은 5대 5에 지극히 가깝게 되겠지.
무한한 세월간 수많은 일을 겪게 되면, 누군가의 고의가 개입하지 않는 한, 비슷한 정도의
운과 불운을 겪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지금의 네 고통은 무한한 삶에서의 수많은 고통 중의 아주 작은 일부가
되겠지. 그러니까.


누구도 빼앗아가지 못한, 너 자신을 버리려고는 하지 마라."

소년은 고개를 들어 남자를 보았다.
남자는, 계속해서, 소년을 향해 웃어보였다. 그것이, 소년에게 새로운 힘이 되길 바라며.

"아저씨는 누구죠?"
"너는 누구냐."

그렇게 그들은, 서로 이름을 교환했다.

"저는, 시엘(하늘)."
"그래... 나는, 트리거(방아쇠) 라고 하지."

그렇게, 짧은 만남은 아쉬움 없이 끝나고, 그들은 인사없이 멀어져갔다.
소년은, 자신의 길을 따라, 남자는, 출발점을 지나친 자신의 길을 계속해서 걸어갔다.

아마도, 두번 다시 이 꿈을 꿀 일은 없겠지.
이곳에서의 역할은, 이것으로 끝난 셈일 것이다.
앞으로는, 꿈 밖에서 제대로 된 길을 따라 걷게 되겠지.

남자는, 트리거는 잠깐 뒤를 돌았다.
그리고, 열심히 걷는 그 뒷모습에 인사를 남긴다.
최대한의 성의와, 마음을 담아서.
정성스레, 감사의 인사를 남긴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습니다. 라고.

그렇게 한동안 고게 숙인채로, 돌아보지 않는 뒷모습을 향한 채로 서 있었다.



시엘(하늘), 그것은, 그가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자기 자신의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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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이라 쓰고 외전이라 읽는다.

외전? 그럼 본편은 어디 있느냐?


























내마음소옥에~♡


[퍼억!투카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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