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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No. 1 - 악마

2005.11.10 00:05

Crimson Night 조회 수:292

내가 비록 악마라 할지라도, 인간으로 살았으며, 인간으로 죽었다.
그렇기에 나는 행복했었다.


나는 태어나고, 버려졌다. 아무것도 모른 채 인간들 사이에서 살아갔다.

그리고 인간에 의해 양자가 되어 어느 가정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리고 따뜻함을 느꼈고, 정을 배웠다.

인간들을 만나고 대화했으며 인간으로서 살아갔다. 그러면서 기쁨, 슬픔 등의 감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다 여자를 만났다. 맑게 웃고 있던 그녀에게서 나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함께 할 수 없었다.

사랑을 느끼고 결혼이라는 것을 하여 행복하게 살아간지 5년.

부모와 그녀와 딸을 데리고 여행을 갔다. 행복했다. 하지만 그 행복은 깨졌다.

빠아앙-

시끄럽게 울린 자동차 경적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밝은 빛이 나를 향해 다가왔다. 그리고 어둠에 빠졌다. 그 후, 고통은 어둠을 깨웠고, 나는 이곳이 숲인 것을 알게 되었고, 나만 살아남은 것도 알게 되었다.

불타고 남은 자동차만 멍하니 바라보았다. 혼돈만이 내 머릿속에 가득 남아있을 뿐.

인간과 악마사이에서 갈등하던 나는 절망에 빠진 채 악마로서의 삶을 택하였다. 인간은 마음 저 한 구석에 밀려나 아무런 힘도 못 쓴 채 봉인되었다.

악마가 되었지만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리고 그저 어두운 거리만을 돌아다녔다. 사람들을 만났으나 인사할 수 없었다. 아는 사람이 인사해도 그저 모른 척 걸어갈 뿐. 나는 아무 생각도 없이 그저 어디론가 걸어갔다.

목적도 없이 그저 걷다가 눈을 뜨니 무언가가 보였다.

은발에 은색 자켓. 그리고... 잿빛 눈. 저 자는 바로 천사로서 살아가는 나였다.

비록 모든 것이 다를 지라도 우린 알 수 있었다. 서로 영혼의 끈이 이어져 있기에.

영혼의 끈이 이어져 있으나 우리는 서로를 죽여야 했다. 그리고 지금 내 마음 속의 한을 풀 방법을 무언가를 죽이는 수 밖에 없었다.

파란불이 켜지고, 우리는 싸웠다. 서로를 죽이기 위해 열심히 싸웠다.

그러다 느꼈다. 마음 깊숙한 곳에서 올라오는 동질감을. 나도 한을 위해 싸우며, 그도 한을 위해 싸우고 있었다. 그 동질감은 나로서 최대한 빨리 싸움을 끝내고 싶은 마음을 만들었고, 그에 따랐다.

"끝을 내자. 이 미친 세상의 싸움을."

나는 힘을 끌어 모았고, 그도 힘을 끌어 모았다. 고여있는 피는 나에게 힘이 되었고, 나는 우위에 설 수 있었다. 하지만 서로 힘을 부딪히는 순간.

두근-

마음 속 저 깊이에 봉인되어 있던 인간의 마음이 싹트기 시작했다. 한으로만 따지면 나보다 그가 더 많았다. 그는 행복한 번 겪어보지 못한 채 불행만을 안고서 살아간 듯 하였다. 그것은 그에게 기회를 주고 싶어했다.

그리고 내가졌다.

뒤돌아 가는 그의 뒤로, 내가 쓰러졌다. 눈을 감았다. 상처가 따가웠지만 웃음만 나올 뿐이었다. 나는... 나는 죽을 때까지 인간으로 살아갔다. 한 번의 실수가 있었지만... 나는 인간으로 살아갔고, 인간으로 죽어갔다.

또옥-

"미안해요..."

내 위에서 떨어지는 비 한 방울과 허공에 울리는 한 마디... 그녀의 목소리가 내 귓가에 들렸다.

"미안해요..."

다시 들려오는 그 목소리. 그저 죽어 가는 나에게 들려주는 신의 마지막 선물이라 생각한 채, 나에게 들려오는 목소리에 답해 주었다.

"행복... 했어요."

내 입가에는 미소만이 가득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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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그렇게 끄적거리는 잡담이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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