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단편 [단편]<흑사병의 잔해>-2

2005.09.27 15:44

고쿠 더 히트 조회 수:238

때로는 생각해보았다.

살기위해서 나는 먹는다. 입는다. 말한다. 싸운다. 빼앗는다. 죽인다.

이 모든것은 내가 살아가기 위한 본능.

짐승을 죽이듯 전쟁에선 인간을 죽일 수 밖에 없는것이다.

그렇다. 이것은 본능이다.

그런데....

그렇다고해서..나는 아무 죄가 없는것인가...

살아가기 위해서..나는 죽여야하는가..

인간을 죽이지 않으면..나는 살아갈 수 없는것인가..?












<흑사병의 잔해>-2














끼리리리리링 끼리링 끼리리링

꽤나 오래된 로봇같은지 흔들림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시라노라고 자신을 부른 청년은 강한 떨림에 조종관을 더 세게 잡았다. 몸이 심하게 요동을 쳤고 이빨이 덜컥덜컥거리는게 점점 더 심해졌다. 두려움이 점점 더 커져만 갔다. 그 때문인지 모니터를 보는것을 소홀히 하고 말았다.

'큭!'

적의 전차형 로봇하나가 이쪽을 향해 포문을 겨눴다. 피하기엔 너무나도 늦은 상황, 시라노는 오른손으로 버튼하나를 눌렀다.

덜컥 츄아아앙

오른쪽 어깨뒤쪽에서 웬 작은 기계가 하나 나오더니 이상한 파장을 둥그렇게 페이즈의 온몸에 씌운다. 그리고 그와동시에 전차형로봇의 포탄이 그의 로봇을 덮쳤다.

콰아아앙!

"끄아아아아악!!"

길게 연기와 불꽃을 내뿜으며 멋있는척 날아가던 페이즈는 포탄한방을 정통으로 맞아버리고 그대로 추락해 버린다.

드드드드드득

숲의 나무들과 바위들을 부수면서, 그렇게 길게 자취를 남기며 떨어지면서 그의 기체는 바위에 박고 정지했다.

"끄으으윽..."

조종석에서 시라노는 머리를 이리저리 돌리면서 터진 입술로부터 흘러나오는 피를 탁 뱉는다.

"젠장...너무 오랜만에 조종해서 그런가..큭. 사..상황은.."

타각타각타각타각 능숙하게 한쪽눈을 감은 상태로도 오른손은 빠르게 버튼들을 눌러댔다. 작은 화면이 오른쪽 아래에 번쩍뜨더니 현재 페이즈의 상황을 보여준다. 빨갛게 표시가 되어있는 오른팔..그것은 폭발로인해 없어진 것을 의미했다.

"큭큭큭. 쇼크웨이브를 써서 이정도인가. 그냥 맞았으면 죽었겠군."

패달을 밟고 착지를..아니 추락을 위해 내렸던 파워레버를 다시 올린다. 삐걱삐걱 거리면서 페이즈는 한쪽팔이 없는채로 일어서기 시작했다. 하지만 적들은 그를 내버려둘 생각이 없는듯 다섯대는 멀리서 원을 형성해 포위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남은 팔로 균형을 잡으려는듯 뒤척뒤척거리는 페이즈를 향해 적들은 맹렬하게 공격을 퍼붓는다. 숲속을 향해 날아드는 포탄은 꽤나 먼거리였지만 페이즈의 근처에 떨어지면서 불길을 만들며 그에게 조금씩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쾅 콰앙 쾅 쾅

"크으으윽! 제길..쉴 시간도 주지 않는가야? 너무하는군."

양손이 빠르게 조종기판을 향해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이런저런 영상을 여기저기에 띄운다.

"쳇, 역시 이건 2인용 로봇이니..뭐 하지만 이편이 훨씬 더 재밌군. 남자는 어려운 상황에서 그 본성을 보여줄테니까. 큭큭큭. 자, 그럼.."

쉬이이잉

가속용 파워레버를 올리면서 모드를 바꿔 패달을 밟자 다시 등뒤의 부스터에서 불길이 터져나온다. 한쪽팔을 잃은채로 페이즈는 다시 왼쪽어깨에 쇼크웨이브기기를 꺼내든다. 조종석에서 시라노가 버튼을 눌러 모드를 바꾸자 기기의 커다란 발사구쪽이 한가운데로 모여들어 조그맣게 압축이 되었다. 그리고 그대로 발사!

슈샤아앙! 슈샤아앙! 슈샤아앙!

압축을 해서 발사시키는지 전기 파장이 이번에는 멀리서 겨누고있는 적을 향해 발사되었다. 여러발 계속계속 한대만을 향해 집중발사를 하자 이윽고 정확히 한발이 명중되었다.

촤장! 지지지지지지직

쇼크웨이브는 안타깝게도 적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줄 수 있는 능력은 가지고 있지않다. 하지만 이 기기의 장점이 있다면 발사구를 퍼지게해서 둥그렇게 파장을 형성시키면 물리데미지를 어느정도 약화시킬 수 있고, 적을 향해 퍼부으면 약간의 기기이상을 일으킨다는 점이다. 적의 전차형로봇은 포문을 이리저리 삐걱대면서 허공에다가 포탄을 발사한다. 제대로 먹혀들었다는 증거다. 시라노는 이틈을 이용해서 전차형로봇 바로 앞으로 날아들었다.

지이잉 챠캉

왼쪽다리부분에서 숨겨져있던 초진동나이프를 꺼내들고, 페이즈는 왼팔에 강한 진동을 형성시켰다. 진동하는 나이프와 그리고 주먹. 이것은 두배이상의 데미지 효과를 낼 수 있다. 단지 나이프는 그 자체의 능력이지만 로봇의 파츠경우, 억지로 파워를 올린것이기에 장시간의 진동은 불가능하다. 시간은 고작해야 3,4초정도. 이것을 하겠다는 것은 그만큼 그 실력이 뒷바침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까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강!!!

금속과 금속이 맞부디치는 고막을 울리는 소리가 들리면서 초진동나이프는 적의 조종석을 박살을 내버렸다. 그리고 근처에 있던 다른 전차형 로봇이 그를 향해 공격하기전에 재빨리 도망친다.
몸을 멋지게 공중에서 좌우로 회전시키고 이번엔 오른쪽 다리에 숨겨져있던 초진동나이프를 꺼내들곤 곧바로 그를 향해 공격했던 전차형 로봇을 향해 던졌다.
그렇게나 어정쩡한 포즈로 거꾸로 날아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페이즈의 초진동나이프는 정확히 전차형 로봇을 향해 날아들어 그 윗부분에 꽃혔다. 바로 이때 초진동나이프의 장점이 나타난다. 문자그대로 '초진동'이기때문에 박혔어도 계속계속 칼날은 매우 빠르게 움직여서 적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는 것이다.
전차형 로봇은 조종하기 쉽고, 현재까지 그 어떤 로봇보다는 일반적 평균으로는 굉장히 높은 실적을 보여주지만 이처럼 바로 위에 무기가 꽃혔을 경우 속수무책으로 파괴되고 마는 것이다.

까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강!!!!!

계속계속 초진동나이프는 중력에 힘으로 떨어지면서 그 진동을 이용해 적의 전차형 로봇을 끊임없이 꿰뚫는다. 나름대로 초진동나이프도 무게가 있기에 그 자체의 진동으로 떨어지는 일은 그다지 많지않다. 물론 날 자체도 그런 형식으로 제조되어 있기에 가능한 것이지만..
아무튼 그렇게 결국 이 전차형 로봇또한 엔진로가 침입을 당해 스스로 자멸해버리는 결과를 내버렸다. 역부스터를 이용해 정면자세를 취하면서도 페이즈는 이리저리 움직이며 일부러 숲속을 향해 파고들었다. 형세는 조금씩 뒤바껴가고 있었다.

"마..말도 안돼..저런 구식 페이즈따위에게 전차형 로봇이 벌써 두대나 당했다는건가.."

"초..초진동 나이프만으로 이런 실력을.."

"저...저게 난민들의 실력이란 말이야?!"

"에에잇! 모두들 조용히 하지 못해!!"

이토록 부하들이 혼란을 일으키면 결국 지휘관이 한소리하기 마련이다.

"겁먹지 마라. 적은 혼자다. 아마도 적은 난민이기이전에 높은 실력을 가졌던 파일럿이었음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상황을 보라. 우리는 아직 세대나 남어있고 적은 한쪽팔도 없는채 모든 무기를 잃었다. 페이즈에게 기본무장은 오직 초진동나이프 한쌍! 이제 녀석은 한쪽팔도 없는채 맨손으로 싸워여하는 것이다! 승기는 우리에게 있다! 모두들 겁먹지 말...우..우아아악!!"

콰지지직!

지휘관이 타고있던 전차형 로봇 바로 위쪽에서 페이즈는 엄청난 속력으로 떨어지더니 오른무릎을 조종석 위쪽부분을 향해 꽃았다. 그리고 그 반작용의 효과로인해 나약한 다리 관절부분은 부러지고 페이즈는 그대로 역부스터에 의존한채 땅에 처박는다. 아니 일부러 처박힌 것일까? 꽤나 높은 고도에서 부스터의 힘을 더해 떨어져 무릎으로 공격한다면 이또한 확실히 때로는 효과적인 무기가 될수도 있다. 물론 자신또한 자멸할 가능성도 가지고 있지만, 오른쪽다리부분이 부서지자마자 가슴부분의 역분사부스터가 마치 준비해놓은듯 불을 내뿜는 것을 보았을때 이것은 우연이라고 보기는 힘들었다. 또한 이런 기술은 파일럿자신에게 매우 큰 충격을 준다는건 뻔히 알텐데도 한다는것은 과연 어떤것을 의미하는 것일까.
부하들의 마음에 투기를 다시 불태우려고 연설하던 지휘관이 이처럼 아무도 시도못할 공격으로 당한이상, 부하들에게는 역효과가 일어나기 마련이다. 특히, 이처럼 애초에 자만한 마음을 가진채로 온 병사들에게는 더더욱 잘 일어난다.

"도..도망치자!"

"히이이익!"

"퇴..퇴각이다!!"

적들은 통신을 통해 자신들에게만 들리는 비명을 지른채 급히 방향을 돌려 후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이 남겨놓고간 페이즈...그것은 땅에다 박은 엄청난 충격으로 움직이지 못한채 몸을 꿈틀거리고만 있을뿐이었다. 조종석에선 이마에 피를 흘린채 게기판을 향해 안전벨트로 머리만 축 내리고 있는 시라노가 앉아있었다. 한쪽눈만을 치켜뜬채 그는 모니터를 바라본다.

"큭큭큭...가..갔는가...크크크큭. 크하하하하하. 확실히...난 운이 좋다니깐...쿨럭..쿨럭.."

입에서 구토를 토해내며 시라노는 안전벨트를 풀었다. 숨을 헐떡거리면서 아래쪽 서랍의 구급품을 꺼내 대강 약을 몸 이곳저곳에 바르곤 계기판위에 털썩 앉았다. 왼쪽팔부분은 붕대로 감았지만 상처가 꽤나 큰지 잘 움직여지지가 않았다. 그렇게 얼마간 휴식을 취한뒤 그는 오른손으로 왼팔부분을 꽉 잡은채 뒤쪽 비상탈출구를 열어재꼈다.

치이이잉

"후우~"

철컥철컥철컥철컥

"?"

그가 비틀거리며 나오자마자 주변에 있는 수십 사람이 그를 향해 총을 겨눈채 소리쳤다.

"죽고싶지 않으면 당장 머리에 손올리고 천천히 내려와!"

수십 사람이 그에게 총을 겨누면서 무서운 눈빛과 함께 두려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다른 몇몇에게 시선을 마주치자 그들은 히익거리는 소리를내며 한발짝씩 뒤로 주춤거린다. 그런 그들을 보고 그는 웃으며 대답했다.

"큭큭큭. 죽고 싶지 않기에 내려와주지."

꿈틀거리는 다리로 자조적인 웃음을 얼굴에 띈채 그는 페이즈에서 천천히 천천히 그들을 향해 걸어왔다.

그날 하늘은 맑았다. 구름이 몇몇끼인게 더욱 맑음을 보여주었었다. 그리고 그날...피비린내 나는 전쟁은 또다시 그들에게 발걸음을 돌려주었다.

Powered by Xpress Engine / Designed by Sketchbook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