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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단편] What takes her own life?

2004.06.11 22:39

유키사마 조회 수:266

나는 죽음이 무언지 몰랐습니다.

그래서, 신문 기사나 뉴스를 통해서 누군가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이유를 알기도 전에 '바보 같아' 라는 의문부터 가지게 되었습니다.

며칠 전, 나의 친구가 학교의 옥상에서 떨어져 죽었습니다. 사고사가 아닙니다. 자살이에요. 저는 그녀의 제일 마지막에 그녀와 함께 있었습니다.

나는 글을 쓰는 것이 서툴기 때문에, 당신이 보기에 불편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꼭 끝까지, 읽어주었으면 좋겠어요.

이것은 나 뿐만 아니라, 당신들 모두의 이야기.



"-어"

그녀는 문이 열리는 소리에 몸을 움찔 떨며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허리춤까지 오는 벽에 팔꿈치로 몸을 받치고 있었습니다.

"-응, 여기서 뭐 하니?"

내가 물었습니다. 여름입니다. 나는 그녀가 바람을 맞으러 옥상에 올라왔다고 생각했습니다.

"글쎄,"

그녀는 다시 해가 저물어가는 하늘을 쳐다봅니다. 붉은 빛깔의 노을이 보기 좋습니다.

"인사를 하고 있었어."

목소리에 힘이 없습니다.

"누구에게?"
"응, 지금까지 나를 보살펴 준 모든 것에게…."

분명, 그녀는 미소짓고 있었습니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게 보였습니다.

"고맙고, 그리고 미안하다고."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녀는 울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야,"

그녀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난 이제 갈래…."
"---야,"

그녀는 이쪽을 돌아봅니다. 몸을 완전히 돌려서. 내게 고맙다는 듯이 머리를 숙이며-

"그래도 마지막으로 너를 볼 수 있어서, 기뻐."

낮은 벽을 짚고있던 양손을 축으로 해서, 곡예를 하듯 땅을 박차고 빙글 돌았습니다.

"-"

그녀가 뛰어내린 자리로 달려갔습니다. 옥상에서 내려다보니, 그녀가 분홍색 교복을 붉게 물들이며 꽃잎처럼 흩어져 있었습니다.

그녀는 그렇게 죽었습니다.

그녀가 죽은 후에 무엇보다도 내가 이상하게 생각했던 것은, 그녀가 우리 학교 제일의 인기인이었다는 점입니다. 집안이 부자는 아니었지만 먹고 살 만큼의 돈은 있었고, 성격이 좋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습니다. 나는 그녀와 그다지 친하지 않았었기 때문에 확실히 말할 수는 없습니다만.

-나는, 모든 것을 가진 그 애가 어째서 세상을 버려야만 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니, 어쩌면 버린 것이 아니라 버림받았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모든 것을 가진 그녀를, 이 세계가 시기해서 버린 것일지도 모릅니다.

언젠가 그녀는 카나리아의 새장 앞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노래하고 있는 것 같지만, 실은 울고 있을 거야….' 우리들은 그녀가 감성적인 여자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그 말은 그저 자기 자신의 모습을 이야기하고 있었던 것일 뿐이었던게 아니었을까요.



나는 그녀의 장례식 뒤, 많은 생각을 했으며, 많은 책을 찾아보았습니다. '심리적 공포', '케로더스', '그들이 죽은 142가지 이유'. 모두 다 헛수고였습니다.

결국 나에게 답을 가르쳐 주었던 것은, 어느날 역 근처에 있는 공원 벤치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던 여자아이입니다.



"안녕하세요."
"안녕"

그날 나는 기다란 벤치ㅡ4인용 정도로 보이는ㅡ에 앉아서 도시락을 먹고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5, 6학년 정도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내 옆에 앉았습니다.

"먹어도 좋아."

나는 그녀가 다가온 목적을 몰랐기 때문에, 일단 도시락을 나누어 주자고 생각했습니다. 혼자 먹기에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나누어 먹는 쪽이 더 맛있는 법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아이는 나의 제의를 정중히 거절했습니다.

매미가 울고 있습니다.

"언니는 매미가 왜 우는지 알고 있나요?"

뜬금없는 질문에 나는 잠깐 손을 멈추었습니다. 그리고 생각에 잠겼습니다. 나는 생각한 것을 바로바로 말하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잘 모르겠네…."

머릿속에는 몇가지 답이 떠올랐지만, 어느것도 확실하지는 않았습니다.

"매미는 땅 속에서 5년 정도를 살아요."
"굉장히 길구나."

언제인가 과학책에서 본 적이 있었던 내용입니다.

"그리고 한 여름을 울고는 죽는답니다. 그것도 7~10일, 길어야 한달."

단 1개월을 위해, 5년을.

"그래서 사람들은 낭만적인 이야기를 하곤 해요. 매미는 유충이던 시절의 울분을 토하기 위해 운다거나, 자신의 목숨이 다해가는 것을 직감하고 운다거나, 물론 모르겠다는 사람도 많지만요."

매미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매년 여름마다 우는 소리를 듣고서도, 아는 것은 조금도 없었던 것에 대한 죄책감.

"하지만 매미는 단지 암컷을 부르고 있는 거예요."

여자아이는 짐짓 심각한 표정이 되어 말했습니다.

"우리들은 느끼지 못하지만, 매미들은 저마다의 장단과 가락을 가지고 울어요. 암컷이 나타나면 기뻐서 소리치고, 무서운 것이 나타나면 공포에 눌려 비명을 지르기도 하고. 과학자 아저씨들은 참 많은 것을 밝혀냈어요."
"그렇구나."
"하지만 매미들이 죽기 전에 과연 어떤 기분일까 하는 것은, 매미가 되어 보지 않으면 몰라요."
"응…."
"어쩌면 기분같은 것은 정말로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매미들은 어째서 태어나고, 왜 그 짧은 기간동안에 햇빛조차 제대로 받아보지 못하고 죽어야만 하는 건지, 사람들은 상상조차도 하기 힘들겠죠."

"그래도 어쩌면-

"기뻐하고 있을지도 몰라요. 암컷을 만나서, 꿈을 이루어서 기쁠지도 몰라요. 대부분 5년, 어떤 아이는 17년을 어두운 땅 밑에서 살며, 흙을 뚫고 지상으로 나올 수 있다는 확신조차 가지지 못하고, 잠자리채에 잡혀 곤충채집 통 안에서 생을 마감하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짝을 만날 수 있어서 기쁜 걸지도 몰라요. 그래서 태어나서, 그 꿈을 이루고 행복하게 죽어가는 것일지도 몰라요."

기뻐할 수… 있을까….

"어쩌면 사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여자아이의 시선은 먼 곳을 향했습니다.

"길지 않은 삶을 살면서 '나는 너를 위해서 태어났다' 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 '죽어도 좋아' 라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가슴 한 구석이 시려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자살을 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이해할 수 없지만…. 그 상황이 되어보지 않았으니까…. 얼마나 절박한지, 얼마나 무서울지 우리는 반의 반의 반조차도 느낄 수 없지만…."

그녀는 그날 학교의 옥상에서, 얼마나 춥고 힘들었을까요.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어영부영하던 그녀를 내가 죽음으로 내몰아 버린 것은 아니었을지요.

"그래도 왠지, 조금은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여자아이가 미묘한 웃음을 지었습니다.

"왜냐면, 당신을 만났으니까."

나를-,

"너무 아파하지 마세요."

그치만-,

"나의 언니는, 분명 당신을 만나서 행복했을 거예요."

언니라니-,

"정말로 잠깐이었지만, 자신을 이해해주는 당신을 만나서, 너무나도 기뻤을 거예요. 그래서 언니는 편안해질 수 있었던 거라고 생각해요."

여자아이는 일어서서, 이 쪽을 향한다.

"떠나기 전에 당신을 볼 수 있어서,"

그리고, 고맙다는 듯이 머리를 숙이며-

"정말로 기뻤습니다."

그렇게 소녀는 내 앞에서 사라졌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옆에 놓아 둔 도시락의 뚜껑 위에 손바닥만한 스프링 노트가 놓여져 있었습니다.

언젠가 학교의 옥상에서 투신한, 그녀의 일기장이었습니다.

나는 별 의미를 두지 않고 한 행동 하나하나가, 자세하게, 꼼꼼하게, 아름답게- 쓰여져 있었습니다. 나는 결국 기억해내지 못했던 그녀에 대한 추억들 모두가 빼곡빼곡 적혀있었습니다.

-눈물이 흘렀습니다.



"나를 정말로,"

손바닥으로 눈을 감쌌습니다.

"정말로 소중하게 생각해 준다면"

눈물이 흐르는 것을 주체할 수가 없었습니다.

"떠나지 말아 주세요."


『내 곁에 있어 주세요…. 내가, 나를 너무나도 사랑해 주었던 당신들을 잊지 않도록-.』

『죽어서도, 잊지 않도록….』

『내 가슴속에 당신의 그림자만이 남지 않도록…』



'What takes her own life?' 끝.









자살에 대한 이야기.

The Dreams 에는 처음으로 올려봄. ㅇ_ㅇ)a 잘부탁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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