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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패스파인더43

2009.01.06 23:30

azelight 조회 수:554

음. 파스타헛이 된 기념으로 피자 시켜 먹어봤는데 똑같은 듯하네요.
딱히 파스타 메뉴가 생겼는지도 잘 모르겠고;;;
******************************************************************************
 알케스트를 떠나며 일행이 한 명 늘어난 덕에 변한 것은 별로 없었다. 따라오는 마차 한 대가 생겼고 키엘리니와 낸시가 모두 그 마차 쪽으로 옮겨 갔을 뿐이었다. 그리고 여가를 보낼만한 놀이도구들이 꽤나 늘어났다는 점이었다.
 뮬리아는 혼자서 여행하는 동안의 심심함을 달래기 위해서인지 할 만한 도구들을 잔뜩 가지고 있었다. 재미있게도 대부분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최소한 2명 이상의 사람이 필요한 것들이 대부분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래서인지 뮬리아는 상대가 생겨 좋다는 식으로 일행들에게 이런 저런 게임들을 하는 방법을 열성적으로 가르쳤다. 물론 그 룰들을 가장 재미있게 배운 것은 스승님과 닮았다니 뭐니 하며 투덜거렸던 낸시였다. 흥미위주로 머리가 돌아가는 낸시의 머리는 놀이도구들 자체에 푹 빠져버리고 말았다. 그 덕인지 일행은 노르윈까지 이틀에 걸린 여정동안 심심하진 않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알케스트에서도 지평선 너머로 희미하게 볼 수 있었던 세계의 지붕은 점차 가까워짐에 따라 끔찍할 정도로 높고 거대한 그 모습을 드러냈다. 세계의 산의 정상은 올려다보고 올려다봐도 그 정상이 보이지 않아 보는 이를 질리게 할 정도였다.
 
 “높네요.”

 낸시가 말했다.

 “크다는 거야 알았지만 가까이서 보니 더 크군.”

 탬퍼가 말했다.

 “장엄하군요. 감히 인간의 손이 닿을 수 없는 자연의 위대함의 상징과도 같이요.”

 키엘리니가 말했다. 그리고 동시에 탬퍼와 낸시가 키엘리니를 바라보았다. 키엘리니는 두 사람이 그렇게 쳐다보자 자신이 뭔가 잘못 말했나하는 생각을 했지만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두 사람이 키엘리니에게서 심각한 감성의 차이를 느끼고 있을 뿐이었다.
 로딘은 지금까지 골골되었던 기간을 만회하려는 듯 야예이와 대련에 열중해 있었다.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심하게 앓아누웠던 상황이 자신이 평소에 갈아둔 날카로운 감각을 무디게 했을 것이라고 그는 여기고 있었다. 결국 그런 생각은 야예이와의 대련을 함으로서 감을 회복시키자는 결론에 도달했고 점심식사를 기다리는 잠시 동안 둘은 맹렬하게 서로의 무기를 부딪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뮬리아는 모두의 점심식사를 준비 중이었다. 세계의 지붕이 가깝게 느껴지는 위치에 있지만 드워프 자치령인 노르윈까지는 아직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 산을 타고 굽이굽이 돌아올라 가야 하는 만큼 직선거리의 배로 이동해야하는 것이었다.

 “자, 자들 식사하러 오세요.”

 뮬리아의 외침에 로딘과 야예이는 무기를 내려놓았고 낸시, 키엘리니, 탬퍼는 나무로 만든 방호책이 서있는 길 가장자리에서 난로가 있는 반대편 가장자리로 돌아왔다. 일행은 뮬리아가 만든 음식을 시식하며 세계의 지붕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등산도구니 뭐니 하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야예이는 끼어들기 힘들었다. 야예이는 그런 도구에는 거의 의지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는 바가 별로 없었다. 눈신발이니 뭐니 하고 준비할 것들의 목록들을 정하는 것을 야예이는 경험자임에도 불구하고 멀뚱멀뚱 보고 있을 뿐이었다. 처음에 야예이에게 조언을 구해볼까 하던 일행들은 그 이야기를 듣고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야예이를 바라보았다.  그들은 속으로 설마 정말 맨 몸으로 올랐을까 하기도 했지만 그에 대해서는 키엘리니가 보장해 줬기에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에 대해 낸시는 “오크가 아니라 오거였어.”라는 둥의 농담을 해서 야예이를 난처하게 만들었다. 물론 낸시는 키엘리니에게 또 다시 설교를 듣는 처지가 되긴 했지만.
 드래곤이 도사리고 있다는 험지로 가는 것치곤 일행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유지했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다시금 움직이려고 하던 차에 뜻밖의 손님이 찾아왔다. 푸른 피부를 가진 헐벗은 남자는 느릿한 걸음으로 모퉁이에서 나타났다.
 가장 먼저 남자의 등장을 눈치 챈 것은 야예이였다. 야예이는 남자가 모퉁이를 돌아오기 전에 그의 존재를 느끼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남은 일행이 그의 행동에 의아함을 느낄 때쯤에 토른이 남자의 존재를 느끼고 날카롭게 짖었다. 그리고 일행들은 모퉁이를 돌아 천천히 다가오는 헐벗은 남자의 모습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그는 한기를 두르듯 푸른 안개 속에 서 있었고 발이 닿는 곳의 눈들을 얼어붙게 만들고 있었다. 굳게 다문 입과 날카로운 눈빛에서는 냉엄함과 의지가 머물러 있다. 뭔가 어중간해 보였던 타크라탄과는 달리 훨씬 사람에 가깝고 또 정돈된 느낌이었다.

 “하아아아...”

 남자가 내뱉은 숨결로부터 무시무시한 한기가 풍겨져 나왔다. 일행들은 긴장했으나 꼭 한 사람만이 달랐다. 오로지 낸시만이 냉랭한 표정으로 남자를 바라볼 뿐이었다.

 “나이샤아르... 타크라탄의 죽음에 대해 빚을 갚으러 왔다.”

 경고인지 협박인지 알 수 없었다. 남자의 말에는 감정이 담겨있지 않는 듯 했다. 그저 그 대사가 상황에 알맞기 때문에 한다는 그런 의무감만이 느껴지는 말이었다.

 “카자크.”

 낸시는 남자의 말을 무시하듯 그의 이름을 입에 남았다. 자신의 이름을 들은 남자는 굳은 표정으로 내시를 노려보더니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나에 대해서 아는 것 같군.”

 낸시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흑암자라 할지라도 우리 다섯을 간과할 수는 없었겠지. 협회에 도움을 청한 것이로군. 목숨만큼 중요시하던 자존심도 버리고.”

 또 다시 낸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협회가 너희들을 찾고 있지. 하지만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은 일이야. 카자크. 타크라탄을 쓰러뜨린 우리에게 달랑 혼자서 오다니. 죽고 싶었나 보지.”

 남자... 아니 카자크는 고개를 저었다.

 “전혀. 지금의 나를 타크라탄과 비교하지 말아줬으면 하군. 그는 우리의 동문으로 비등한 실력이었지만 결국 마지막 영역을 돌파하지 못했었다. 그가 충분한 시간이 있었고 *돌파*했었다면 너희들에게 패하지 않았을 것이다.”

 카자크는 처음으로 감정을 드러내며 말했다. 희미한 음울함이 그의 표정을 스치고 지나갔다.

 “돌파? 그건 뭐지?”

 “너무 많이 지껄였군. 소설 같은 것에 그런 거 있지 않나? 싸구려 악당은 말이 많다는 이야기 말이야. 나도 말을 아끼는 연습 좀 해야겠군.”

 카자크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렇게 말하고는 양손을 들어 올렸다. 마치 십자가를 표현하려는 듯한 동작이었다. 동시에 그의 등 뒤에서 세찬 눈보라가 불기 시작했다.

 “크.”

 그 엄청난 풍력에 낸시와 뮬리아는 떠오르더니 뒤로 날려가서 바닥을 굴렀다. 토른은 낸시와 뮬리아와 함께 밀려났지만 낸시와 뮬리아처럼 금방 멈추지 못하고 한참 비끄러져 떨어졌다. 탬퍼와 로딘은 재빨리 얼굴을 가리고 몸을 낮췄지만 그 이상의 행동을 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키엘리니는 검을 땅에 박고 버텼다. 일행들 모두가 발이 묶인 와중에서도 야예이는 그 상태에서도 차근차근 카자크에게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 발걸음이 점차 달려지더니 점차 빨라지기 시작했다.
 이어 노호 같은 함성이 눈보라를 뚫고 울려 퍼졌다.

 “호오.”

 카자크는 이색을 띤 눈으로 야예이를 바라 보았다.

 “나의 세계에서 버텨낼 수 있단 말인가? 그런 강인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는가? 그대의 심장은 뜨겁구나. 최대의 적은 나이샤르라 여겼거늘... 실망스러운 그녀와는 달리 자네가 뭔가를 해보이겠는가?”

 카자크의 주변에서 얼음의 창이 만들어져 내쏘아 졌다. 야예이는 그 얼음 창들을 뛰고, 구르고 비껴냄으로서 모두 피해냈다.

 “그럼 이건 어떨까.”

 다시 카자크가 손을 흔들고 주문을 외우자 눈보라 속에서 우박이 섞여 쏟아지기 시작했다. 야예이는 폭풍처럼 검을 휘둘러 그를 막았다. 그것으로 치명적인 부위에 부딪칠 수 있는 것들은 전부 막아냈지만 그 이상 앞으로 다가갈 수 없었다. 그리고 결국 우박들이 내는 타격에 무릎을 꿇었다.
 야예이는 신음을 흘렸지만 그 신음 소리조차 눈보라에 휩쓰려 들리지 않았다. 뭔가 차원이 달랐다. 타크라탄은 이 렇게 압도적이지 않았다는 것을 야예이는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이것이 카자크가 말한 *돌파*한 자와 *돌파*하지 못한 자의 차이인 것인가? 야예이는 더 이상 생각하기를 그만뒀다. 마법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그의 몫이 아니었다.
 그런 야예이에게 카자크는 여유 있게 다가가 거대한 얼음 검을 만들어 내어 손에 쥐었다.

 “그대의 강인함을 칭송하지. 평범한 사람이라면 견뎌내기조차 힘들거늘 마법의 가호도 없이 버텨내다니. 어리석은 행동이지만 그대의 강인함을 위해 역습을 허용해주지. 어떤가?”

 여전히 우박이 쏟아지고 있지만 카자크는 우박 속에서도 바람 속에서도 자유롭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야예이에게 충분히 가까이 다가와 검을 치켜 올려 들었다. 마치 그의 말대로 역습을 허용해주기라도 하려는 듯.

 “흡.”

 카자크가 예상한대로 야예이는 벌떡 일어나 검을 휘둘렀다. 카자크의 얼음검이 야예이의 검에 의해서 산산조각 났다. 야예이는 파편을 온 몸으로 맞으면서도 두 눈 하나 깜짝 않고 검을 휘둘렀다. 마치 파편에 눈을 다치더라도 상관없다는 태도였다.
 그런 각오로 휘두른 야예이의 검을 카자크는 뒤로 뛰어 피했다. “휘익~.”하고 어울리지 않게 휘파람까지 불면서...

 “아아. 아깝군. 일부러 다가가 줬는데 말이지.”

 카자크가 그렇게 말했지만 야예이는 별말 없이 앞으로 뛰어 들었다. 카자크가 우박을 집중시키려고 할때에 야예이의 몸 주위로 열기가 화악 솟구쳤다. 카자크는 그 광경을 보면서도 우박을 야예이에게 집중시켰다.
 열기의 영역에 들어가자 단숨에 우박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기화해 올랐다. 강력한 열기의 수호가 야예이의 곁에 함께 했다.
 카자크는 고개를 들었다. 이런 일을 할수 있는 사람은 한 사람 뿐이었다. 여섯 개의 탑의 유일한 검. 만능 살인자. 꽃을 꺾는 손. 나이샤르.
 뭔가 소문과는 다르긴 했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맹렬한 눈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의식을 보조하기 위해 눈 위에 그린 마법진은 그의 눈에도 정교하다. 눈 위에 저렇게 그리기도 쉽지 않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얼음 술사이니까.
 
 “오, 나이샤르. 그대가 너무 쉽게 꺾이지 않을까 걱정했지. 내 기대를 져 버리지 않을 정도는 되어서 다행이야. 타크라탄이 이 정도도 버티지 못할 쓰레기들에게 졌다면 내 얼어붙은 심장이 산산이 쪼개졌을 테니 말이야.”

 바람 때문에 일어나지 못하고 여전히 엎드려 있던 낸시는 욕을 지껄였지만 바람 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았다. 그는 야예이를 향해 눈사람들을 만들어 상대하게 하고는 낸시에게 소리쳤다.

 “들리지 않아. 나이샤르. 한 마디도. 좀 더 소리 지르지 않으면 안 되겠는데.”

 낸시의 목소리와는 달리 카자크의 목소리는 바람 속에서도 잘만 울려 퍼졌다. 그 때 그의 목소리에 이어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것도 바로 머리 위에서.

 “그렇다면 가까이에 있으면 되겠군요.”

 키엘리니는 카자크가 올려다보자 말자 경고는 끝이라는 듯한 속도로 홀리어벤져를 내려쳤다. 카자크는 순식간에 두터운 얼음벽을 만들어 키엘리니의 공격을 막아냈다. 얼음벽은 금이 가서 산산조각 부서졌지만 키엘리니의 공격을 죽이고 그녀에게 틈을 만들기는 충분했다. 카자크는 얼음창을 만들어 키엘리니의 배에다 쏴 맞췄다.
 “펑!”하는 소리와 함께 키엘리니가 나가떨어졌다. 다행히 갑옷이 버텨줬기에 키엘리니는 충격만 받았을 뿐 치명상을 입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충격도 보통이 아닌지라 키엘리니는 절벽 아래로 추락했다. 야예이는 키엘리니가 추락하는 것을 봤지만 눈사람과 얼음 괴물들에게 둘러싸여 있었기에 구출하러 가지도 못하고 그녀가 떨어지는 광경을 봐야 했다. 그것은 겨우 눈보라에 익숙해진 탬퍼와 로딘, 여전히 엎드린 상태로 주문을 외우고 있던 낸시, 겨우 마차를 잡고 일어서고 있던 뮬리아도 마찬 가지였다. 하지만 일행 중 누구도 그녀의 이름을 외치거나 그녀의 위기를 걱정할 수가 없었다. 카자크는 틈을 주지 않았다.

 “크크크. 타크라탄이 이런 약해빠진 놈들에게 당했다니 믿을 수가 없어! 저 덜 떨어진 성기사년이 수를 쓴 건가? 아니면 저 사제가?”

 소리치며 바람을 한껏 키운 카자크는 이번에는 탬퍼를 노리고 공격하기 시작했다. 음적 원기를 기반으로 타락한 타크라탄에게 약점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신의 의지를 사역하는 사제들이었다. 다행히 빙결의 힘을 다루는 자신은 그런 힘에 대해서 특별히 약점 같은 것을 지니고 있지 않았다.
 거대한 얼금 덩어리가 탬퍼에게로 던져졌다. 너무나도 커서 지금 막 낸시가 걸어준 열기의 영역으로도 다 막아낼 수 없어 보이는 것이었다. 아마도 피하기 힘들다는 것으로 순간적으로 간파한 탬퍼는판단을 내려 얼음을 피하기보다는 마울로 얼음을 있는 힘껏 후려쳤다.

 “우윽!”

 얼음덩이를 파괴하기는 했지만 탬퍼 역시 막대한 질량의 얼음덩이에 떠밀려 뒤로 넘어졌다. 그 사이에 로딘이 카자크에게로 다가가 단검을 던져보지만 세찬 바람 때문에 닿지도 못하고 헛되이 빗나가고 말았다. 뮬리아는 여전히 거센 바람에 일어나지 못하고 마차만을 붙잡고 있었고 낸시 역시 계속 엎드린 상태였다. 이 상황에서는 일어서면 더욱 마법을 쓰기 힘들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아직 토른이 남아 있었다.
 거대하게 변신한 토른이 야예이의 곁으로 뛰어 들어왔다. 토른은 얼음 괴물을 앞발로 후려쳐 부수고 눈사람을 짓뭉갰다. 동시에 그들로부터 해방된 야예이가 움직였다. 카자크는 갑작스러운 늑대의 등장에 놀라면 그 모습에 시선을 집중했다.
 결정적인 빈틈.
 낸시는 준비하고 있던 마법을 해방했고 탬퍼는 신에게 응징의 기도를 울렸다.
 하늘에서 밝은 빛이 내려와 카자크를 덮쳤다. “쿵!”하고 뇌가 흔들릴 정도의 충격이 그의 몸을 덮치자 카자크는 토른에게서 시선을 때고 고개를 들었다. 그 순간 거대한 화염이 자신을 덮치는 것을 보았다.

 “우와아아아악!”

 비명을 끊으며 화염이 폭발했다. 동시에 격렬한 소음이 일고 수증기가 들끓어 올랐다. 후끈하게 퍼지는 공기. 뒤를 이어 결정타를 날리려는 듯 야예이가 몸을 날렸다.
 그 순간.

 “흐아아아압!”

 기합과 함께 냉기가 카즈크로부터 폭사했다.
 야예이는 그 압력에 바닥에 내동냉이 쳐졌다. 그리고 동시에 야예이는 자신의 몸에 감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온몸이 마비된 것인지 동상이 걸린 것인지 모르지만 상당한 피해를 입은 것이 틀림없었다. 아마 낸시의 열기의 영역에 의해 보호받지 못했다면 야예이는 얼음덩어리가 되어 산산조각 났을 것이 틀림없었다.
 야예이가 나가떨어지는 것을 확인한 탬퍼와 로딘은 카자크에게로 달려갔다. 낸시의 마법과 탬퍼의 응징의 기도에 카자크가 충격을 받은 것은 분명했다. 그 증거로 눈보라가 상당히 약해져 있는 것이었다.

 “신이시여! 이 개새끼를 용서하지 말아 주시옵소서!”

 탬퍼가 욕인지 기도인지 알 수 없는 말을 외치며 수증기 속의 카자크를 어림짐작으로 후려쳤다. 감촉이 있었지만 동시에 탬퍼는 뭔가 잘못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동시에 “휭.”하고 몸이 내던져 진다. 탬퍼는 땅 바닥을 몇 번 구르고 나서야 자신의 손이 얼어붙어 마울 자루에 붙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행히 장갑을 끼고 있어 손은 무사했지만 그조차도 간질간질하고 이상한 감각이 드는 것이 멀쩡하지 않은 듯 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고개를 들 때 시간차 공격으로 뒤이어 공격했던 로딘이 카자크의 몸을 치고 지나가는 것을 탬퍼는 보았다. 정확한 공격. 하지만 로딘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그리고 오히려 반격을 받아내려는 듯 황급히 몸을 돌린다.
 곧이어 카자크의 목과 함께 팔이 서서히 돌아가 로딘을 향했다. 그리고 탬퍼는 그의 허리에 얼음이 들어붙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금이 가 있는 그 얼음이 붙은 부위는 로딘이 방금 전 치고 지나간 자리였다.
 카자크의 손에서 냉풍이 뿜어져 나왔지만 로딘은 간발의 차로 몸을 굴려 옆으로 피했다. 팔이 로딘을 향하는 순간 이미 몸을 내던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빠른 발을 이용하여 야예이를 상대할 때처럼 발을 놀려 그의 주변을 원을 그리며 돌았다. 하지만 그 속도에 완급을 줘 궤적을 예측해 공격하는 짓은 할 수 없도록 수를 쓰고 있었다.
 탬퍼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반대편에서는 야예이가 일어나는 것이 보였다. 그리 좋아 보이진 않지만 싸우지 못할 것도 없어 보였다.
 카자크는 일행들이 자신을 둘러싸는 것을 느끼고 몸 주위에 얼음 방벽을 둘렸다. 얇은 얼음판들이 카자크의 움직임을 방해하지 않을만한 거리에서 빙글빙글 돌며 그의 주위를 원을 그리며 돌았다. 카자크는 손에서 얼음칼을 다시 만들어내 쥔 다음 다리를 굴리고 가장 가까운 로딘에게로 뛰어 들었다.
 검술 자체는 별거 아니지만 그의 주위를 도는 얼음판과 뿜어져 나오는 냉기는 충분히 위협적이었기에 로딘은 일단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끝이 아니었다. 카자크의 시선이 향한 곳을 노리듯 얼음창이 로딘을 향해 날아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얼음창들은 낸시가 내 쏜 불꽃들에 의해 저지당했다. 눈보라가 멎자 간신히 일어난 낸시가 큰 마법들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리고 뮬리아도 마찬 가지였다. 뮬리아는 쇄검을 뽑더니 재빨리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검에서 불길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카자크는 완전히 포위되기 전에 입으로 숨결을 뿜고 빈손에 얼음 덩어리를 생성시켜 던졌다. 이미 냉기에 오래 노출 당했던 야예이는 그 숨결에 발이 묶였고 민첩하지 못한 탬퍼는 얼어붙은 불안정한 발판 덕에 회피행동은 하지 못하고  다시 얼음 덩어리를 받아내야 했다. 그나마 가장 피해를 덜 입은 로딘은 카자크의 공격을 피할 순 있었지만 공격해 들어가기는 힘들었다. 저 얼음의 방벽들의 성능이 아직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었기에 섣불리 다가갈 수 없었던 것이었다.
 로딘은 이를 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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