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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천로역정~★ - 당고마기 (2)

2008.08.15 12:31

비렌 조회 수:582

천로역정~★ - 당고마기 (2)



피크닉은 갑자기 오기 시작한 비로 급하게 끝나버렸다.

태려는 노골적으로 불평했지만, 우리 모두가 태려의 기분에 공감하고 있었다.
이런 행복한 시간의 끝이 이런 식으로 다가올 줄이야, 최악이 아닌가.
마고가 영력으로 만들어낸 거대한 원반을 머리 위에 띄워 우산으로 만들었고, '우왓, 이건 미사일도 막아낸다는 마고의 두루마기잖아.' 라며 호들갑을 떠는 풍월을 앞세워 학원으로 돌아왔다.

"안녕하세요, 영웅 후배님."

학원의 앞에는, 그 존재만으로 안온을 구가하는 반가족, 능손희 선배가 우산을 받쳐들고 있었다.
웃으면서 인사해 주시는 모습에 순간적으로 인사할 타이밍을 놓쳤다. 어물쩡 인사를 받아들이면서도, 능손희 선배가 마고를 향할 때 그 얼굴과 걸음걸이에 살짝 깃든 불안을 느꼈다.

"마고 후배님? 잠시만..."

능손희 선배는 태려에게 '마고 좀 빌려갈게요.'라며 방긋 웃었다. 마고도 능손희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받아.'라며 나에게 영압 원반의 제어권을 넘겨주더니, 능손희 선배의 우산 안으로 들어갔다.

"우, 우왓!"

엄청난 무게, 도대체 저 작은 체구로 이걸 어떻게 들고 있었다는 걸까.
내가 조금 비틀거리자, 옆에서 풍월이 다가와 거들었다.

"웃차, 역시 마고의 영기는 좀 버겁지?"
"우으... 진짜 엄청난데?"

두루마기를 겨우 지탱하고 있는 와중에도, 난 마고 쪽을 곁눈질 했다.
심각하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마고의 얼굴에서 자신만만한 웃음을 지워버린 논제다.

"태려, 먼저 돌아가. 저 두 바보 녀석들 부탁할게."

태려가 조금 실망한 표정을 지었지만, 심각한 마고의 표정에 태려는 아무런 불만을 달지 않고 돌아섰다. 평소라면 누가 바보라는 거냐며 따지고들 풍월조차도 영압 원반을 지탱하는 나를 도우며 돌아섰다.

그 와중에, 나는 아무 것도 마고에게 물어 볼 수 없었다.





아지랑이 나래에 도착하고서, 풍월은 태려를 기숙사방에 데려다주겠다며 자원했고, 나는 혼자서 기숙사 방으로 돌아왔다.

도대체 무슨 일인거야.
아까 전 까지만 해도 좋은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뭐라 설명할 수 없게 복잡하게 변해버렸다. 나는 머리를 헤집으며, 기숙사 방문을 열었다. 평소 습관대로 열었던 것이지만, 속에서 섬뜩한 것이 올라왔다.

내가 문을 안 잠궜던가?

다급하게 주변을 둘러봤을 때, 갑작스레 온몸을 옥죄어오는 강한 압력을 느꼈다.

"... 뭐야, 넌. 춤추는 바람이 아니구나?"

꼼짝도 할 수 없다. 고딕 드레스와 한복을 섞어서 만든 듯한 기묘하면서도 아름다운 복식을 휘감은 파란 머리카락의 소녀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뿐이었다.
그 이지적인 황금색 눈동자에게서 눈길을 뗄 수 없었고, 온몸이 못박힌 듯 움직이지 않았다.

춤추는 바람이라면, 설마 풍월을 말하는 걸까?

"내 억제력 때문에 아무 말도 못하는 거니? 가엾어라. 난 너희같은 약한 존재에게 다가가서는 안 된단다. 미안하구나."

소녀는 또각 또각 구두의 굽을 울리며 내게 다가왔다.
마고보다도 머리 하나쯤 작은 소녀는, 내 바지 춤을 부드럽게 움켜쥐더니, 작게 속삭였다.

"용기를 내렴."

그 순간, 몸이 움직였다.
갑작스레 제어권이 돌아오는 바람에 그 자리에 엉덩방아를 찧어 버렸고, 손목에 묶인 무구의 쇠사슬이 요란한 소리를 냈다.
소녀는 물끄러미 무구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건 설마...?"

소녀의 표정의 의혹에서 납득의 미소로 바뀌었다.

"그렇구나, 내 자연적인 억제력도 견디지 못하는 미물이 이곳에 있는 이유가 있었구나."

소녀는 무방비하게 방긋 웃더니 내 볼에 손을 갖다 댔다.
그 웃음은 매력적이다. 아니, 신성할 정도다. 마치 계절이 겨울에서 봄으로 바뀐 것 처럼, 주변의 기운마저 바꿀 정도의 약동하는 힘이 느껴진다.

"용의 입맞춤... 맛 보겠느냐?"

짐짓 안타까움이 섞인 목소리, 소녀의 입술이 다가온다.
움직이기 시작한 팔을 들어 소녀를 멈춰보려고 하지만, 소녀는 오히려 그 손을 붙잡아 자신의 허리에 둘렀다. 코앞까지 온 입술이 부드럽게 열리더니, 분홍색의 부드러운 혀가 코 끝을 햝아왔다.

녹아버릴 것 같다. 숨결은 불길처럼 뜨겁고, 그 억제된 호흡에서 욕망과 갈증이 섞여온다.
소녀가 꿈꾸듯 중얼거린 용의 입맞춤, 그 말이 들어맞는 열정이 가슴을 죄어온다.

"거기까지."

그 순간, 천둥이 몰아치는 소리가 들리며 아지랑이 나래의 창문이 모두 박살난다.
유리 조각이 마구 휘날리지만, 소녀는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빙그레 웃었다.

"네 마나님이 오셨구나."

소녀가 고개를 돌린 곳에는, 밤하늘처럼 거대한 어둠이 입을 벌리고 있었다.
그것은 머리카락처럼 너울거린다. 조그마한 소녀의 몸에서 뻗어 나온 흉측한 위력의 위광은 존재하는 것 만으로 주변의 것들을 움츠러들게 만든다.

"헛소리는 하지 말아줄래? 미르."
"거짓말은 하지 말아라, 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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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페이스, 미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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