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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천로역정~★ - 당고마기 (1)

2008.08.14 13:39

비렌 조회 수:677

천로역정~★ - 당고마기 (1)



비가 내리고 있었다.

마고는 잔뜩 표정을 찡그린 체, 실내에 퍼진 향연을 양손에 든 부채로 몰아냈다.
비구름을 몰아내는 비나리의 의식, 마고 정도의 영력이라면 즉시 효과를 낼 수 있을 정도로 직관적으로 뉘누리에 닿는 주술이었지만, 흐려진 하늘은 전혀 미동도 없이 차디찬 빗방울을 떨어트리고 있었다.

"마고오... 흐잉..."

들려오는 훌쩍거림에 마고는 후우 하고 한숨을 쉬었다.

"비를 거둬내는 건 자연의 순리에 안 맞으니까. 뉘누리가 반응하지 않는게 당연해. 게다가 애초에 내일은 비 안 온댔잖아?"
"그래도오... 흐흑."

마고는 당장 덮치기라도 할 것 처럼 달라붙는 태려 때문에 얼굴을 붉히면서도, 그녀의 머리를 멈칫멈칫 쓰다듬었다.

"괜찮아, 괜찮아. 아마 네가 바라면 내일 눈이 내릴 수도 있을거야."
"... 우으, 거짓말 하지 마."
"거짓말 아냐."

내가  그렇게 만들 거야.

마고는 입 안에서 맴도는 말을 완고하게 웅크리고, 태려를 꼬옥 안았다.
머리 하나는 작은 조그마한 몸 안에는 황홀한 황금빛 머리카락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렸다. 마고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포근한 느낌을 즐기며, 천천히 그녀의 등을 쓰다듬었다.

그나저나, 주술이 통하지 않는 하늘이라니.

마고는 이 순간을 방해하는 불길한 느낌을 몰아내려는 듯 하늘을 쏘아보았다.





"웃기는 일이네 그거."

풍월이 건네는 묵직한 가방에 쓴 웃음을 지으면서도, 그 입에서 쏟아져 나오는 이야기를 정신 없이 들어 넘긴다.
교내에서 주술 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대부분 학생들의 주술이 제대로 발현되지 않아서, 주술 수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풍월은 어떤데?"
"응? 나는 괜찮아. 이래뵈도 주술 점수는 높으니까."

풍월이 씨익 웃으며 턱 끝으로 정면을 가리킨다, 그 방향을 따라 시선을 옮기자, 멀리서 활기차게 손을 흔드는 황금빛이 보였다.

여전히,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부드러운 백금빛 머리카락이 마치 봄바람처럼 흩날리고, 마치 아름다움이 생명을 갖고 살아 움직이는 듯한 미모와 후광처럼 휘감은 부드러운 미소. 모든 학교의 남성들에게 신앙으로 떠받들어지고 있는 학교의 여신.

자타공인 학교 최고의 미녀, 여우족 디퍼런티언 태려.

그리고 그 옆에는 검은 단발을 차갑게 휘날리는 어린 소녀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태려를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쪽도 취향에 따라서는 태려 못지 않은 미소녀이지만, 마녀라 불리울 정도의 드센 성격 탓에 접근하는 자가 드물다. 항상 입던 검은 옷을 입지 않았지만, 그녀에게서는 언제나 빛을 빨아들이는 후광이 폭사하고 있다.

"아,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영웅씨. 후후후."

눈길은 아예 태려에게 고정한 체, 어색하게 인사한다.
두명의 미녀와 소풍을 나가게 된 이 행복한 시츄에이션의 발안자는 풍월이었다. '주말을 맞이해 어딘가에 놀러가자.'로 시작된 풍월의 투덜거림은, 마침내 여자 기숙사의 태려에게 달려가서 놀러가지 않을래? 라고 물어보다가 침입자 경고를 발동시킨 마고에게 격침당하는 수준에서 멈추고, 태려의 상큼달콤한 미소가 곁들여진 승락에 의해, 오늘의 결과가 나오게 되었다.

Viva, 자비로운 여신님

학원이 주술 문제로 북적대든 말든, 이미 그것은 먼 나라의 이야기로 만들어버린 여신의 윤허에, 내 오늘은 역사에 길이 남을 행복으로 기록 될 것이다.
마고가 날카로운 표정으로 주변을 힐끔 힐끔 바라보는 모습이 좀 눈에 밟혔지만, 저런 마고를 건드리는 건 유래에 없을 정도로 완벽한 자살 행위다. 우리는 여기서 인간의 본질 속에 숨겨진 자기 보호 본능에 호소할 수 밖에 없다.

풍월이 미리 로케이션해둔 공원을 찾아서 느긋한 걸음걸이를 옮긴다.

함께 사이좋게 이야기를 나누는 태려와 풍월의 모습에 반해, 나와 마고는 서로 눈길조차 마주치지 않는다. 아니, 애초에 마고는 아까부터 묘하게 주위를 신경쓰고 있어서 눈길을 마주칠 수도 없다.
뭘까, 뭘 저렇게 신경쓰고 있는 걸까?

"... 뭐야?"

그 순간 깜빡거리는 눈과 마주친다.

"아, 아니요. 계속 두리번 거려서."
"신경 꺼, 너랑은 아무 상관 없어."

묘하게 평소보다 날카롭다.
원래도 마고는 건드리면 베이는 칼날같은 느낌이었지만, 이번에는 베겠다는 의사를 표명하고 있는 무사와 같다.
나는 얼른 간섭하려는 의지를 버렸고, 마침 우리 사이로 끼어든 두 사람 덕분에 더 이상 마고에게 신경 쓸 수 없게 되어버렸다.

"마고오. 영웅씨가 신경써 주시잖니? 응?"
"흥, 콧소리 내서 부르지 마."

익숙한 황금색과 검은색의 아웅다웅.
풍월이 어깨동무를 해오며 그 광경을 감상했다.

"후후, 역시 미녀와 미녀의 조합은 무슨 시츄에이션이든 저렇게 좋은 그림이 나온다니까."
"응..."

좀 애매한 기분을 떨칠 수 없었지만, 말 그대로 둘은 어우러져 있는 것 만으로 보는 사람의 마음을 온화하게 만들었다.
곧 도착한 공원의 잔디밭에서 런치 타임, 태려 덕분에 마음이 풀린 것인지 곧 마고도 왁자함에 끼어 들어왔기 때문에 더 이상 신경쓸 일도 없었다.

그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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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로역정의 또 다른 SS
뉴 페이스 등장 예정, 전투씬 등장 예정.

특별히 능손희양이나 기타 인물도 등장 예정.

전력전개 마고&태려 러브 러브 분홍빛 브레이크 스트라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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