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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Realize 외전, 속도의 차이[하]

2006.06.16 22:14

연향 조회 수:138

“그래서, 넌 만족는거냐?”

가슴속에서 터져나오는 격정을, 더 이상 참치 못하겠는지 샤이는 이윽고 활화산처럼 불타오르는 응어리를 토해내었다.

“난 지금 네녀석이 만족하냐고 물었다. 무슨일인지는 모르지만, 아니 알 필요도 없다. 그렇지만, 너희들의 친분이란 고작 그런정도였나?”
“그...무슨?”
갑작스레 터져 나오는 샤이의 질책스러운 말에 태현은 적지 않게 놀란듯이, 감정의 기복을 감추지 못한채 그대로 들어내고 말았다. 그런 눈에 띄는 태현의 태도에 태현이 적지 않게 동요하고 있다는것을 알고 있는 샤이였지만, 그는 한번 말을 꺼낸 이상, 끝을 볼 속셈인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토달지말고 들어, 내가 비록 네녀석과 안지도 그다지 오래돼지 않았고, 친분이 그렇게 높다고 할수도 없는 편이지만, 할말은 해야겠어, 네녀석 그렇게 머리가 안돌아가나?”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요.”

분명, 방금전까지만 하더라도 태현의 의견에 반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음에 분명했던 샤이였기에, 태현으로서는 아무래도 샤이의 갑작스런 태도 변화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았다.

“...좋아 차근차근 설명해주지, 일단 제호라는 녀석과 너는 시간이 다르다고 했지, 넌 느림, 그리고 제호는 빠름...느림과 빠름...뭔가 떠오르는게 없나?”“없습니다만...?”

아직까지는, 샤이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겠는지, 태현은 그리 깊게 생각하지 않은채 단언했다. 그런 태현의 모습에 샤이는 미묘하게 인상을 찌푸리더니 말을 이었다.

“아직도 이해하지 못했나, 느림을 -로 두고, 빠름을 +로 뒀을때 -+면 뭐가 돼지? 제로, 즉 0이다. 너희둘은 서로 같이 생활함으로 인해서 같은 직선상에 있다는걸 모르겠나?”
“...”

무언가, 좋지 않은듯한 느낌이 태현의 머릿속을 휘저어 갔다.

“네녀석은 생각하기에, 너와 같이 있음으로 인해서 제호의 가장 중요한 ‘시간’을 빼앗아 간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전혀 그렇지 않다고 본다만...오히려 네녀석과 있음으로 인해서 그녀석의 쓸데 없이 남아도는 시간을 적절히 활용할수 있게 됬으면 됬지, 결코 낭비하게 됬으리라곤 생각돼지 않는다. 적어도, 내가본 네녀석은 그정도로 나쁜녀석이 아니였으니까”
“그건...”

무언가, 부정의 뜻이 담긴 말을 하려고 했던 태현이였지만, 그것은 샤이가 제지한 손에 의해 너무나 쉽게 제지당했다.

“후, 자신을 속이지마라 태현, 모든걸 자신의 책임으로 돌리고 그걸 짊어진다고, 사람들이 행복해질거라 생각하나? 전혀, 그건 오히려 위선에 가깝다. 네녀석을 모르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거북할만한 일을, 네녀석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너의 희생을 바탕으로 행복을 얻으리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정말이지 멍청한 생각이라고 말해주마”
“...”

자신이 품어오던 생각, 잘못됐을지도...아니, 잘못됐으리란건 이미 예측하고 있었다.
하지만...하지만, 어쩌면 옳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그것이 비록 부질없는 희망이더라도, 가능성없는 희망일지라도...
결코, 버려서는 안돼는 희망이라고 믿고 있었다.

“저는...”
“후, 더 이상 할말은 없다. 난 네녀석이 제호에게 가보던가, 혹은 가지 않고 이 방구석에서 혼자 질질짜던가는 네녀석의 선택에 달려있다.”

그말을 끝으로, 샤이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나...나는...”

언제나와 같이, 홀로...결국 혼자서, 외로이 서있는 공간.
언제나 언제나, 누군가가 먼저 말을 걸어주기를 기다리던...칠흑의 시간
하지만...아무도 말을 걸어주지 않았던 외로운 시간들.
그리고 만난...한줄기 빛.
그 빛은, 제호라는 이름의, 단지 한줄기 빛.

“...그래, 결과가 어찌됐건...제호는 내친구지”

아아, 그래 친구...언제나, 어디서나 같이 웃을수 있는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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