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롱한 달빛아레 소년은 자신의 손에 모은 물방울을 바라 보고
있다.
투명한 물은 허공의 두개의 달을 비추며 사라져 간다.
수만의 피로 물든 붉은색 창은 일렬로 정리되어 있으며 수만의
피에 녹슨 검은 그들의 허리에서 잠을 잔다.
물속의 달이 붉게 물들며 소년의 머리도 붉게 물든다.
소년의 눈동자가 물처럼 붉어지며 머리카락이 이윽고 고귀하며
품격있는 황금빛으로 물들어 가며 주위가 밝아진다.
어느세 소년이 쥐고 있는 것은 은빛의 로드.
그리고 붉은색 피로 만들어진 굶주린 병사들.
황금빛 숄더에 내려가는 빛으로 짠듯한 망토가 카펫을 스치며
지나간다.
넓은 홀 안에 가득 들어있는 피의 병사들은 무릎을 꿁고 고개를
숙여 자신을 찬양한다.

단 한명만 빼고.

"당신은 다가졌어."

무표정한 얼굴로 그 '한명'이 말한다.

"그것으로 모자라서 다 뺏어 갔지. 제르나도… 제라드도…."
  
싸늘한 푸른색의 눈동자.
자신과 같은 분열된 완전 인격의 주인이 자신의 본명을 불러주
면 꿈은 깨진다.

"오르젠더 아인 하이스트."

황금빛 머리카락이 밤 하늘의 달빛에 푸른 회색으로 변해가며
살며시 미소 짖는 얼굴은 사라져 간다.
그렇게 사라져 버린 그는 영원히 나타나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은 그가 죽었을 것이라고 하며 자신의 삶에 안도하
며 살아가겠지….

거대한 웨이브의 흐름속에 터지고 찢기고 눌리는 미래가 기다
린다 해도.
그리고 167년 3개월 24일이 지난 후…
백금색 머리카락이 다시 허공에 나부끼며 천천히 은회색으로 변
해갈때.  
모든걸 다가진 웨이브를 일으키는 자를 시기한 소년은 어른이
되어 그의 눈앞에 나타났다.


"내가 보기엔 가운대 부터 잘라 버리는게 좋을거 같은데?"
"응?!"
"뭐야 넌?"

그는 자연스럽게 자신을 소개하고.

"보시다 시피. 지나가는 아저씨."

은회색의 소년을 구한다.

"나도 외톨이 였단 말이다!"

니가 다 가져갔지. 제라드도… 제르나도… 모두 죽고 나 혼자
살아 남게 만들었어.

"믿어줄수는 없냐? 이렇게 말하는 데도 믿어 줄수 없는 것이냐."

더이상 날 화나게 만들지마. 나는 언제든 너를 죽여버릴수 있어.
니가 잃어버린 그것들은 지금 내 손에 다있어. 오르젠더 까지 내
손에 이미 다있어.  


결국 은회색 소년은 뱀의 집에서 뱀이 불러주는 자장가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