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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 더 월드 오버 더 월드 2장-3

azelight 2008.06.14 02:51 조회 수 : 361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많은데 정리가 안될때가 제일 열 받는 듯 합니다.
 지금 쓰고 있는 오버 더 월드도 그렇지만
 그 외에 머릿 속에서 떠오르는 많은 구상.
 모두 쓰고 싶지만 무리라고 할까요.
 정말 이럴때는 천재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문제는 능력이 범재이하라는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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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누군가의 목소리에 슈는 눈을 떴다. 소녀의 목소리가 들렸던 것 같았다. 기억력하나는 좋은 편인데 이 꿈은 인지하면서도 기억할 수 없다. 꿈의 특징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인지 가능한 것들은 결코 잊어버리지 않는 슈의 성질을 생각하면 이상한 일이기도 했다.

그나마 감각적인 정보를 축적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이 꿈은 그녀에게 위협적인 것은 아니라는 결론을 얻었다. 꿈을 꾸고 나면 항상 이질적이면서도 자신에 가까운 그런 감각을 느꼈다.

그렇다면 대체 왜 그런 꿈을 꾸는 거지?

곤란함을 느끼며 슈는 생각했다. 적어도 자신의 인지를 벗어난 일인지라 대처할 방안이 없었다. 불안요소를 최소한으로 해두고 싶었기에 정확한 원인을 알고 싶었다. 이런 불안요소를 방치해 두었다간 슈 자신이 속여 넘긴 매커드와 같이 최후에 뒤통수를 맞을지도 모른다. 고작 꿈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마법적인 존재이며 예지력을 가진 슈에겐 그것은 그저 단순한 꿈이란 결론은 통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방법이... 암시라도 걸 수 있으면 좋겠지만 스스로에겐 무리겠지.’

 

슈는 침대에서 일어나 신발부터 신었다. 아쉽게도 당장 무슨 수가 없다는 것이 곤란하다. 예감능력을 발휘해볼까 하지만 불완전한 영성이 몸에 끼칠 피해가 걱정스럽다. 육체의 상처는 쉽게 나았지만 영성의 상처는 쉽게 낫지 않았다. 역시 봉인 해제 후 능력을 한도 초과로 사용한 대가가 너무 컸다. 그것에 비하면 디어코일에게 당한 상처는 별거 아니었다.

 

“후우~”

 

슈는 한 번 숨을 들이쉰 창가 쪽을 보았다. 태양이 높은 것이 점심때가 된 듯하다. 평소에 비하면 한참 늦잠을 잤다고 할 수 있었다. 역시 어제 능력을 과다 사용한 탓에 피로가 쌓인 듯했다.

하지만 모든 육체적, 정신적, 영적 능력들을 회복으로 돌린 탓일까? 그나마 몸에 활기가 돌아와 있었다. 이 속도면 오늘 하루 정도로 충분히 완전하게 회복될 것 같았다. 물론 오늘도 능력을 회복으로 돌릴 때의 이야기였다.

슈는 오늘 하루동안은 별수 없이 걸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전에 간단히 요기를 하는 것도 빼둘 수는 없다. 떠올려 보면 그때 기절한 이 후 아무것도 입에 대지 않았다. 여러 감각을 차단하고 있어서 절실히 느껴지진 않지만 분명 엄청난 공복감이 배 속을 지배하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이 여관, 식당도 겸해서 하던가?’

 

제대로 확인해보지 않고 들어왔기 때문에 확신할 수가 없었던 슈는 1층으로 이동했다. 일반 상식이 부족한 그녀였지만 여관이란 곳이 꼭 식당을 겸하진 않는 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다행히 이 여관은 식당을 겸업하는 듯 했다. 넓은 식당에는 이미 점심 식사를 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슈는 적당히 자리를 골라 앉았다. 그녀를 보는 시선이 느껴졌지만 그녀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의 특이한 외모가 사람들의 이목을 끌 거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음식이 눌러 붙은 자국이 군데군데 있어 지저분해 보이는 차림표를 목록들을 주의 깊게 읽는 사이 누군가가 슈의 곁으로 다가왔다. 슈는 그 사실을 눈치 챘지만 딱히 적의는 없어 보였기에 시선도 돌리지 않고 차림표에서 먹을 것을 고르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그 누군가는 슈에게 매우 흥미가 있는지 슈의 바로 반대편 자리에 ‘털썩’하고 앉았다.

 

“실례만 아니라며 좀 같이 앉았으면 싶은데...”

 

슈는 고개를 들었다. 눈앞에는 가느다란 눈매를 가진 소녀가 그녀의 앞에 앉아 있었다. 짧은 회색 머리카락이 인상적이었을 소녀는 가죽외투를 입고 있었는데 추위를 막기 위해서보다는 경갑의 역할을 하는 듯 단단하고 질겨 보이는 외투였다. 소녀는 양손으로 턱을 괴고 슈를 싱긋이 웃으며 바라보고 있었다.

 

“자리라면 많이 있는 것 같은데.”

 

주변을 둘러보지도 않고 슈는 말했다. 그러자 소녀는 뻔뻔한 건지 히죽 웃으며 말했다.

 

“사실 당신과 이야기를 하고 싶거든. 아, 그리고 나랑 비슷한 또래 같으니까 반말로 할게. 나는 미르카야. 비검의 미르카라고 하면 이 근처에서 제법 알아주지. 그쪽 이름은 뭐야?”

 

미르카는 그렇게 말하고는 빤히 슈를 바라보았다. 슈는 이 소녀를 어떻게 대해야할지 고민했다. 버릇없음에 화내야 하는 걸까? 아니면 그녀 역시 호의로 맞아 줄 것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이 귀찮음을 회피하기 위해 무시해야 하는가?

인간관계가 짧은 정도가 아니라 없다시피 한 슈는 낯선 이인 미르카를 어떻게 대해야할지 판단할 수 없었다. 슈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미르카를 보았다. 미르카는 싱긋이 웃는 얼굴로 여전히 슈의 대답을 기다리며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슈는 어색한 표정으로 답했다.

 

“슈.”

 

미르카는 따라서 한번 “슈?”하고 발음해 보니 까르르 웃었다.

 

“맛있을 것 같아 보이는 이름이네.”

 

미르카는 슈의 이름에 대한 감상을 음식에 빗대며 말하고는 재밌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하면 남의 이름을 가지고 맛있을 것 같다는 감평이 나오는지는 모르겠지만 미르카는 끄덕이며 말했다. “좋은 이름 같아.”

대단히 마음에 든 듯 했다. 까르르 웃던 미르카는 문득 생각났다는 듯 슈에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밥 먹으러 나온 거지?”

 

슈는 대답하기 보다는 그냥 고개만 끄덕였다.

 

“그러면 내가 추천해줄게. 헤프너 아저씨네 식단은 내가 다 꿰뚫고 있거든. 그 대신이라고 하긴 그런데 내 거도 해결해줬으면 하는데...”

 

무슨 생각인지 잘도 뻔뻔한 요구를 하는 미르카였다. 단지 버릇이 없는 건지 아니면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건지 알려면 알 수 있는 슈였지만 그냥 장단에 맞춰주는 것도 좋겠다 싶었다. 이런 것도 경험이라는 마음가짐이었다.

 

“정말 맛있다면 생각해보지.”

 

행동방침을 결정하자 평소대로 돌아온 슈는 그렇게 말했다. 미르카는 걱정 말라는 듯 다시 싱긋 웃었다. 그리곤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여관주인의 곁으로 다가가 미르카가 말을 하고 있었다. 슈는 대화내용을 알아볼까하고 청각에 집중했다.

 

“특제 미트파이 2인분요. 저쪽 자리에요.”

 

차림표에는 없던 것이었기에 슈의 귀가 쫑긋했다.

 

“흠. 저 검은 머리 아가씨가 있는 자리 말이냐? 예야. 주의하는 게 좋을 거다. 저 아가씨는 뭔가 있어.”

 

“알아요.”

 

역시 어제 자신의 행동에 위화감을 가지고 있는 여관주인은 슈를 경계하는 듯했다. 그리고 눈치를 보아 미르카도 그걸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미르카는 말을 이었다.

 

“하지만 결심했어요.”

 

“그러냐.”

 

무엇을 결심했다는 건진 모르겠지만 그걸로 여관주인이 납득한 걸로 보아 두 사람만 아는 뭔가가 있는 듯 했다.

 

“그런데 2인분이면 네 것까지 시키는 거냐?”

 

“네.”

 

“우리집, 외상 안 된다.”

 

“알아요. 슈가 대신 내준다고 했다구요.”

 

“슈? 아 저 아가씨 이름인가?”

 

“네. 슈가 내준다고 했어요. 반지 받았으니까 이 정도 서비스는 괜찮잖아요. 그 반지 엄청나게 비싼 걸건데.”

 

“으음. 알았다.”

 

“그럼 기대할게요.”

 

그걸로 미르카는 슈가 있는 자리로 돌아왔다. 그녀의 얼굴은 자신만만한 표정이 가득했다.

 

“기대해도 좋아. 이거 좀 오래된 단골들한테나 권하는 거거든. 비전의 특제 소스와 형신료로 맛을 내는 건데 상당히 맛있어. 솔직히 여관으로서는 별 볼일 없는 곳이지만 고기파이만큼은 이 엔딜에서 최고야.”

 

슈는 대답은 않고 신나서 말하는 미르카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언제쯤 본론에 들어갈지 기다리며 슈는 턱에 손을 괴었다. 미르카는 여급으로부터 물잔을 받아서 슈와 자신의 잔에 따르고는 자신의 물잔을 한 모금 들이 켰다.

 

“저기, 당신 마법사지?”

 

“응.” 엄밀히 말하면 마전사(?)쯤 되었지만 일단 마법도 사용할 수 있기에 슈는 긍정했다. “그런데 내가 마법사라는 건 어떻게 알았지?”

 

“어제 밤에 나도 있었거든. 물론 숨어있었지만. 그때 봤어. 너와 아저씨가 눈이 마주치자 아저씨가 꼼짝도 못하고 네가 요구하는 데로 하는 걸.”

 

아무리 몸 상태가 안 좋았다지만 누군가 한명 더 있다는 사실도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니. 겉으로 드러내진 않지만 내심 충격인 슈였다. 그리고 대체 왜 숨어있었는지도 궁금했다.

 

“음. 몰랐네.”

 

“잠행은 특기니까. 그걸 보고 슈가 마법사라는 것을 알았어. 그래서 부탁인데 나에게 마법을 가르쳐 주지 않겠어? 실례하는 것을 알지만 난 정말 배우고 싶어.”

 

“마법을?”

 

조금 의외의 말에 슈는 미르카와 눈을 맞췄다. 눈은 많은 것을 말한다. 그녀 자신이 가진 가장 강대한 능력인 예감은 잠재되어있고 늦잠을 자는 바람에 평소에 걸어두는 마법들은 준비 못했지만 잔잔한 예지마법들은 그녀의 몸에 영구적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능력들 중에 상대의 눈을 통해 현재의 대략적인 감정, 생각들을 읽어내는 마법도 있었다.

그 마법의 힘을 빌리기 위해 마주친 미르카의 눈은 진실하다. 예지계 마법으로 확인한 것이지 틀림없다. 마법을 가르쳐달라는 것과 그녀의 결심은 어떤 연관이 있는 듯 했다.

 

“그래. 마법을 가르쳐줘. 돈이라면 있어. 그리고 당신의 여행에 방해가 되지 않을 자신도 있어. 아니, 쓸모없기보단 오히려 제법 쓸만할 걸.”

 

자신감있게 말하는 미르카에게서 슈는 그녀가 제법 강한 의지를 지녔음을 느꼈다. 슈 자신에 비하면 형편없겠지만 평범한 인간친고는 제법 괜찮다고 느낄 정도였다. 위브에서는 에쿠드나 케레일이 아니고서야 그녀의 상대가 되지 못할지도 못하겠다. 천재는 못되나 범재쯤은 될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될까?

 

“뭐, 좋아.”

 

슈는 미르카의 요구를 승낙했다. 거절해도 좋은 문제였고 미르카는 오히려 그녀의 싸움에 방해만 될 것이다. ‘어둠의 교단’은 결코 미르카가 감당할 수 있는 어중이떠중이들을 보내진 않겠지. 적어도 디어코일과 알렉시엘과 동급이거나 그 이상인 인물들이 그녀의 적일 될 것이지만 슈는 미르카를 지키고 그들을 처리할 자신이 있었다.

도리어 그들의 자객이 오기 전에 그녀 자신이 자객으로서 ‘어둠의 교단’전부를 궤멸 시킬 것이다.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아직 ‘밤의 군주’를 상대하기에는 조금 모자람이 있지만 ‘어둠의 교단’을 궤멸시키는 것은 그녀의 모든 능력을 총동원한다면 불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또 ‘어둠의 교단’은 그녀뿐만이 아니라 신성왕국과 상아탑, ‘아룬스나웰의 검은 숲’의 수호자들과도 대적해야하니 오히려 이쪽이 더 유리했다.

거기다가 미르카가 있으면 제법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이 존재했다. 아무래도 자기성장에만 신경써오며 살아온 슈인 만큼 사회가 돌아가는 일에는 무지하다. 그러니 금전적인 일에 대해서 맡겨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아무래도 슈 보다는 나을 것이다.

다만... 슈는 자신에게 그만큼 시간이 남았는가 만이 불안할 뿐이었다. 최대한 미루고 미룬다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수호신은 보다 깊은 위협에 대해 언급했다. 또 슈는 그 위협과 싸우게 될 아리키에게 힘을 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남겨주고 싶었다.

 

“좋아.”

 

슈는 승낙했다.

 

“정말?”

 

슈의 승낙에 미르카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로서도 이렇게 손쉽게 승낙 받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녀는 장기전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대신 나를 이제부터 스승님 이라고 부를 것. 그리고 존대할 것. 그리고 내 가르침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 이 세 가지만 지켜.”

 

“알겠습니다. 스승님.”

 

미르카는 슈가 조건을 말하자마자 곧바로 호칭을 바꿨다. 태도도 지금까지 가벼운 것에서 좀 더 진지하고 결연하게 바뀌어서 오히려 슈가 적응이 안될 정도였다. 저리 쉽게 태도를 바꾸는 것도 재주다. 재미있는 아이라는 평을 슈는 주고 싶어졌다.

 

“좋아. 그러면 일단 너 무기는 다를 줄 알아?”

 

“비검의 미르카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던져서 맞추는 것은 다 자신 있어요.”

 

“그래. 좋아. 그럼 이 근처에 대장간은 있어?”

 

“대장간이라면 있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그런 곳을?”

 

미르카가 좀 의아한 듯 물었다.

 

“음. 일단 식사하고 안내해줘. 원래라면 오늘 떠나려고 했는데 하루 더 머물러야 할 것 같아. 너도 준비하면서 인사정도는 하고 와.”

 

슈는 그러곤 물을 한 모금 들이켰다.

 

“나도 준비해야할 게 생겼으니까.”

아무래도 오늘 중에 회복하는 것은 무리인 것 같다고 슈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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