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천하일색 천하일색/승부의 장 [18금]

느와르 2004.06.06 23:11 조회 수 : 563

글의 질이 모자라니 이런걸로 승부를 걸 수 밖에!!
꿈과 희망과 사랑과 혼!
대망의!!!
18금 타아아아이이이이임!!!(자포자기)



  [두 자루가 모인다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
  [두 자루가 한 사람에게 모인 적은 단 한번도 없다.]



천하일색/승부의 장 - 몸을 섞는 남 과 여




  
  
  여인의 옷고름을 푸는 손은 조심스럽다. 참은 그나마 손을 떨지 않는 것이 다행이라고 느
꼈다. 일주일동안 계속 여자를 품었던 적도 있으면서 뭘 긴장하느냐고 누군가 말한다면, 머
리칼이 세어버릴 정도의 고통을 죽이기 위해서 여자를 안는데 그걸 즐기고 자시고 할 거리
가 어딨냐고 말해줄 것이다.
  하여튼 참에게는 이제 여자를 안는 건 두 번째고, 직접 옷고름을 푸는 것은 첫 번째였다.
그의 사부님은 옷고름 묶는 것도 귀찮아하던 위인 이었기에.

  “느리네. 설마 그 나이 먹도록 여자 옷고름도 한번 안 풀어 본거야?”

  “내가 장담 할 수 있는데. 너 지금 내 나이 착각하고 있다.”

  겨우 매듭을 풀어내고 앞섶을 벌린 참은 그곳에 하나 더 풀 것이 남아있다는 것을 발견하
고 신음을 내뱉었다. 키리는 미간에 주름 까지 잡으며 끙끙거리는 참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
우뚱했다.

  “착각하고 있다니, 그럼 20대 중반 정도?”

  “더 적어. 난 아직 열일곱이다.”

  두 번째의 옷고름도 풀고 기세 좋게 벌린 참은 그 안에 난생 처음 보는 구조의 속옷이 자
리 잡은 것을 보고 절망했다. 빌어먹을! 사부님은 자기가 여자답지 않다고 늘 그러시더니!
여자답다는 게 이렇게 속옷으로 남자를 기죽이는 걸 말하는 거였나! 속으로 쓸데없는 것에
화를 내던 참은 키리가 자신을 이상하게 바라보는 것을 눈치 챘다.
  
  “왜?”

  “나보다 어리다니, 그런데 왜 얼굴은……아! 용살검?”

  “아아, 그래, 저 빌어먹을 놈 때문에 좀 삭았……. 젠장! 이거 어떻게 벗기는 거야?”

  좀 삭은 얼굴이 아니지만, 하고 멍하니 생각하던 키리는 역정을 내는 참의 목소리에 비로
소 정신을 차렸다. 그러고 보니 난 지금 남자랑, 그, 그걸 하려는 거였지. 키리는 붉어진 얼
굴을 감추려고 재빨리 돌아앉으며 외쳤다.

  “내, 내가 벗을 테니까 넌 네 거나 벗어!”

  “제발 좀 그래줘. 젠장. 뭘 그렇게 바리바리 껴입고…….”

  단추도 안채운채 그냥 걸치고만 있는 저고리를 벗어던지며 투덜거리는 참. 그는 부츠까지
벗어던지고 저고리와 속저고리를 벗는 키리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탄탄하고 곡선이 살아
있는 부드러운 어깨는 확실히 남성의 것과는 틀렸다. 사부님의 알몸을 보지 않았던 것은 아
니지만, 눈앞에서 옷을 벗는 여인이라는 것은 확실히 자극적이었다. 그런 그의 홀린듯한 시
선을 느낀 건지 키리는 어깨너머로 그를 바라보았다.

  “뭐, 뭘 보는 거야.”

  “응? 아, 아니. 그게 그러니까……그거 끈으로 묶는 거였군!”

  참은 황급히 그녀의 속옷을 가리키며 말했고, 키리는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묘한 침묵이 둘 사이에 맴돈다. 참은 쯧, 하고 혀를 차고는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움찔하
며 그의 손과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던 그녀는 조심스럽게 그 손을 잡았다.

  “손바닥 대봐.”

  “이, 이렇게?”

  참이 시키는 대로 손을 맞잡고 손바닥을 겹치는 키리. 따듯한 감각이 손바닥을 타고 전해
져왔다. 그 따스함이 조금이나마 키리와 참을 진정시켰다. 한손으로는 가슴을 가린 채 조용
히 돌아앉는 키리. 흘러내린 머리칼과 한손으로 가리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는 키리의 가슴.
절대로 그러지 않기로 다짐했지만 결국 참은 꿀꺽하고, 침을 삼키고 말았다.

  “사람을……이, 이상하게 바라보고, 뭐하는 거야.”

  부끄러움이 강해서인지 화를 낸다기보다는 토라진 투로 중얼거리는 키리의 목소리에 참은
무의식적으로 대답했다.

  “아니, 너무 예뻐서.”

  “헛소리…….”

  “아니. 진짜라니까.”

  참은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그녀의 뺨을 감쌌다. 움찔하며 어깨
를 움츠리는 키리. 그는 그제야 자신의 오른손이 의수란 것을 알아채고 떨떠름한 웃음을 지
으며 손을 뒤로 뺐다.

  “미안. 기분 나쁘게 했군.”

  “아, 그런 게 아니라…….”

  자신도 모르게 사과를 하려다가 서둘러 말을 삼킨 키리는 속으로 자신을 다잡았다. 이건
결투야. 평범한 남녀 간의 그게 아니니까. 키리는 조용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가슴을 가리고
있던 손을 내렸다. 예상보다 더 커지는 참의 눈동자. 그는 상당히 당황하고, 곤란한 표정으
로 키리를 바라보았고, 키리는 승기를 잡았다는 마음을 굳히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럼 규칙은 내가 정할게. 이의 있어?”

  “규칙? 아……아니. 저, 정하라구.”

  그러고 보니 이건 천하일색을 건 결투였군. 키리의 아름다운 가슴에 정신을 뺏기고 있던
참은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 시선이 그녀의 벗은 상반신에 못 박힌 참에게는 키리의 낭랑한
목소리조차 필요 이상으로 감미로웠다.

  “그럼 말할게. 규칙은 간단해. 상대방을 먼저 절정에 가게 하는 쪽이 이기는 거야.”

  “아, 그, 그래 간단하군.”

  뭐가 간단한지도 잘 모른 채 무작정 고개만 끄덕이는 참. 키리는 속으로 코웃음을 치고는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 놀라서 뒤로 물러나려다가 주춤하며 멈춘다. 상당히 현실감이 느
껴질 정도로 다가온 키리의 몸. 참은 그녀와 맞잡고 있던 왼손을 조심스럽게 풀어서 그녀의
가슴에 가져갔다.

“앗……!”

놀라서 입을 가리는 키리. 그녀와 비슷하게 놀란 참은 곧 헤에, 하고 웃음을 띄우며 오른
손을 뻗었다. 차가운 의수의 감각이 허리에 닿는 느낌에 놀랄 새도 없이 키리는 난폭하게
참의 품에 안겼다. 항의를 위해 든 그녀의 입술을 막아버리는 참의 입술. 벌어진 입술 사이
로 파고들어온 혀가 얽혀들었다. 기묘한 느낌에 눈을 감아버리는 키리. 참은 잠시 입술을
뗐다가 더욱 깊게 입술을 겹쳤다.
  부드러운 혀가 달콤한 타액을 탐하며 여인의 혀를 감싼다. 처음엔 불쾌하게 느낄 뿐이었
던 키리도 그런 깊은 입맞춤이 계속 되어가자 점차 미묘한 기분에 휩싸였다. 호흡이 뜨겁
다. 마주치는 살결의 느낌이 야릇하다. 5번째의 깊은 키스를 마치고 참은 가슴이 맞닿을 정
도로 키리를 끌어당겼다. 조금은 흐릿한 키리의 눈동자가 참의 얼굴선을 눈으로 쫓는다.
  아무리 무의식중이라고는 했지만 참은 여자의 몸을 안았던 전적이 상당한 남자. 몸에 각
인된 동작들이 스스로가 놀랄 정도로 눈앞의 요염한 신체를 덮어가고 있었다. 생각으로는
완전히 패닉인 주제에 입술은 능숙하게 그녀의 어깨선을 따라 움직인다. 풍만한 키리의 가
슴을 덮는 참의 손바닥.

  “……으응…….”

  자신도 모르게 뜨거운 숨을 내뱉는 키리. 참은 귓가에 닿는 숨결에 진저리를 치면서도 손
을 멈추지는 않았다. 아니, 굳이 말하자면 될 대로 식으로 본능에 몸을 내맡기고 있어서, 멈
출 생각을 접어버린 뒤였다. 옷고름 푸는 건 덜덜거리던 놈이 일단 벗겨놓으니까 신나서 주
물럭거리는군. 참은 속으로 그렇게 자조하며 가슴을 덮은 손을 조금 위쪽으로 끌어올렸다.

  “오, 옷고름 푸는 건……그렇게 서투르더니…….”

  처음엔 단순히 간지러운 정도였던 참의 입술과 손이 스쳐간 곳마다 뜨거운 감각이 터져
나온다. 그 면적이 넓어질 때마다 몸 안 여기저기에 퍼져있던 이상한 감각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말을 꺼낸 건 자신이지만 그 말을 잊은 것도 자신. 키리는 지금 결투라는 것을 완
전히 잊은 채 참의 손에 몸을 맡기고만 있었다. 난생 처음 닿은 남성의 손길은 그렇게 거칠
지는 않았다. 배를 거쳐 허리로 움직인 손이 바지 속으로 파고 들 때 까지는.

  “꺄앗!”

  “우, 우왓!”

  갑자기 터져 나온 비명 같은 목소리에 깜짝 놀란 참은 정신을 차리고 키리를 바라보았다.
본능은 둘째 치고, 키리의 부드러운 살결에 넋을 놓고 있다가 그녀의 몸의 상처라도 입힌
걸까하여 손을 때어낸 참은 키리의 가느다란 손이 자신의 손을 잡아채자 휘둥그레진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놀란 것은 키리도 마찬가지 그녀는 놀란 표정으로 자신이 왜 그의 손을
잡아버렸는지 생각했다.

  “어, 에, 아…….”

  “어, 그, 계속해도 괜찮을까?”

  머뭇거리며 묻는 참 때문에 키리는 이유를 생각해냈다. 그래. 이 손이 떨어지는 게 싫었
던 걸까.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허리띠를 풀었다. 다리를 따라 미끄러지는 거친
질감의 청바지. 그녀는 곧이어 속옷도 끌어내렸다. 서둘러 자시의 저고리를 펼쳐 바닥에 깐
참은 발끝으로 속옷을 벗어 내린 키리에게 말했다.

  “여, 여기 누, 누워…….”

  다시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고 참이 급조한 이부자리 위에 몸을 눕히는 키리. 부끄러운 듯
이 허벅지를 모으고 가슴을 가린 채 참을 올려다보는 흑발의 미녀. 참은 아찔해지는 정신을
겨우 다잡고 그녀의 몸에 손가락을 가져다댔다. 오른손은 사용할 수 없기에 왼손만으로 잘
록한 발목과 복사뼈를 매만진다. 종아리를 타고 오른 손가락은 무릎에서 잠시 멈추었다가  
반 바퀴를 회전해 허벅지 아래로 미끄러진다. 긴장한 허벅지가 부드럽게 그의 손을 미끄러
트린다.

  “휴우…….”

  뜻을 알 수 없는 한숨을 내쉬는 참의 모습에 살짝 고개를 든 키리는 민감한 곳에 닿는 다
른 생물의 감각에 움찔하며 허리를 세웠다. 다리사이로 파고든 참의 손이 민감한 부분을 더
듬는다. 기분 나빠. 간지러워. 아픈 것 같아. 하지만 그렇다고 손이 사라지면 이상해질 것
같아. 아니, 벌써 이상해진 걸까. 전세역전. 이제 패닉에 빠진 것도 키리요, 승기를 잃은 것
도 그녀였다. 이미 처음에 다잡았던 마음은 사라지고, 행위자체에 조금씩 정신을 녹여넣고
있는 키리. 자신의 몸 안으로 서서히 들어오는 두꺼운 손가락의 감각에 키리는 숨을 삼켰
다.

  “…하윽…….”

  조금씩 손가락 끝을 적셔가는 키리의 몸. 처음엔 참의 손에 수동적으로 반응하던 그녀의
신체는 이제 천천히 그의 손가락을 받아들여가며 참을 빨아들여가고 있었다. 아름다운 여체
가 내뿜는 숨 막힐 정도의 색기에 물들어버린 참에게도 이미 이것이 결투라는 생각 따위는
사라진지 오래였다. 숨을 내 쉴 때마다 조그맣게 출렁이는 몸. 뜨거울 정도로 달아오른 그
녀의 안. 새하얗고 매끄러운 부드러운 살결의 감촉. 참은 키리의 것으로 젖어든 손가락을
빼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육욕의 안개가 덮여 흐릿해진 눈동자가 애타게 참의 얼굴을 바라
본다. 직감적으로 그가 하려는 행동을 알아 챈 것일까. 키리는 불안한 목소리로 참에게 중
얼거렸다.

  “나, 처음, 인데…….”

  “어, 그, 그럼. 그러니까. 거, 걱정 마.”

  대체 뭘 걱정하지 말라는 건지는 말을 한 참도, 듣는 키리도 잘 알 수 없었지만 둘은 거
의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주춤거리며 바지춤을 풀고 조심스레 그녀의 위에서 몸을 버티
는 참. 키리는 뭔가를 요구하는 눈으로 고개를 들어 올렸고, 참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그녀
에게 키스했다. 참은 자신의 목을 끌어안은 키리의 팔을 쓰다듬다가 갑작스러울 정도로 단
번에 그녀의 안으로 자신의 몸을 밀어 넣었다.

  “아아윽!”

  끔찍한 격통에 비명을 지르는 키리. 참은 오른손만으로 몸을 버티고 왼손으로 그녀를 강
하게 끌어안았다.
  
  “진정해. 괜찮아. 괜찮아.”

  경련하는 키리의 몸을 가슴에 묻으며 등을 쓰다듬는 참. 그녀의 반응이 생각보다 심각했
기에 잔뜩 긴장해버린 참은 뭔가 다른 생각은 하지도 못한 채 당분간 그 행동만을 반복했
다. 이를 악물고 눈을 꽈악 감은 채 고통을 삭히는 키리. 그녀는 조금 시간이 지난 다음에
야 길게 숨을 내쉬며 참에게 말했다.

  “걱정……하지 말라더니.”

  “아, 그. 미안. 정말. 미안.”

  “벼, 후윽, 변명은 됐……으니까. 계속…해.”

  눈을 흘기는 키리. 참은 겨우 고개를 끄덕이고는 허리를 천천히 뒤로 뺐다. 솔직히 말하
면 고통을 참아내는 키리에게만 신경을 기울일 수 없을 정도로 참의 몸도 흥분상태였다. 오
랜만에 안은 여성의 몸은 확실히 잊혀져있던 감각을 일깨워 냈다. 천천히 뒤로 뺐던 몸을
다시 앞으로 밀며 숨을 내뱉는다. 키리는 격통에 다시 한 번 신음을 발했다.

  “……아흐으……아읏…….”

  익숙하지 않은 무언가의 신체가 몸을 파고들 때마다 끔찍한 격통이 뒤따른다. 찢어지는
고통과 함께 파고 들어온 참의 몸이 전신의 마법회로를 다 흩어놓아 버리는 것 같았다. 고
통이 아니라 고난. 참의 허리가 밀어붙여질 때마다 땀이 배어나오고 격통이 밀려왔다. 방금
전 까지 전신에 감겨있던 쾌감의 여파가 없었다면 까무러쳐 버렸을 지경. 눈앞에서 몸을 움
직이는 사내가 견딜 수 없이 미울 지경이었다. 그런 키리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일까. 참
은 동작을 멈추고 그녀에게 물었다.

  “키리. 아프지, 않아? 그만둘까?”

  “무, 무슨…….”

  참은 고통에 물든 키리의 얼굴을 바라보며 사과하는 것처럼 중얼거렸다.

  “사부님은……나를 안아 주시면서도 늘 고통스러워 하셨어. 어쩔 수 없지. 내 독기를 다
빨아들이시는 거였으니. 그때야 고통 때문에 제 정신이 아니었으니 어쩔 수 없었지만. 지금
은 그런 것도 아니니까.”

  참은 슬프게 웃었다. 자각조차 하지 못하던 것에 죄책감을 느끼는 그 표정에서 그녀는 자
신이 아는 어떤 남자를 떠올렸다. 자신의 목숨조차 돌보지 않고 남을 위하던 어떤 바보. 내
가 아는 남자들은 왜 이렇게 제멋대로 생각하고 멋대로 상냥한 척 하는 거지.

  “잠깐. 기다려.”

  화난 투로 뱉듯이 말하고는 몸을 진정시킨다. 쾌락의 여운과 남아있는 고통. 덕분에 옅어
진 이성은 마력을 다루는 것을 오히려 쉽게 만들어 주었다. 마력을 막는 안전장치를 풀어내
고 구석구석으로 마력의 파편을 흩날려 보낸다. 혈관에 자연스럽게 섞여들어가며 고통이 줄
어들고, 근육을 막고 있던 마력의 고리가 풀어져 이질감을 줄여낸다. 두어 차례의 복식호흡
을 마칠 때쯤에는 완전히 사그라진 고통. 그녀는 마지막으로 숨을 길게 들이쉬며 마력의 안
전장치를 걸고는 참을 노려보였다.

  “다시 해. 하지만 이번에도 아프게 하면 죽여 버릴 거야.”

  “괜찮아?”

  “괜찮으니까 하라는 거야! 바보 같은 소리하지 말고!”
  
  팔을 들어 참의 등을 감싸 안으며 소리치는 키리. 참은 황급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긴장이 사라진 몸은 확실히 몸의 고통을 죽여 낸다. 그녀는 숨
을 들이마시며 참의 몸에 몸을 붙였고, 참은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몸을 붙여오는 그녀 때
문에 곤란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최대한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우웃, 큭. 하아아. 흡!”
  
  “으, 아읏. 응……하아아, 아앗. 앙!”

  비명뿐이던 키리의 목소리에 비음과 교성이 찾아들기 시작한다, 참은 그것에 마음을 놓았
고, 덕분에 지금껏 억누르고 있던 욕정이 치솟아 오르는 것을 느꼈다. 땀에 젖은 육체. 타오
르는 숨결. 잊고 지내던 여자의 냄새. 참은 그녀의 가슴을 거칠게 쥐며 입술을 겹쳤다.

  “읍, 으음, 우우웅……하아아!”

  이빨이 부딪칠 정도의 격렬한 키스에 막혔던 호흡을 내쉬며 입술을 떼는 키리. 참은 행여
그녀의 몸이 도망칠까 걱정이라도 하듯, 그녀의 허리를 끌어당기며 다시 입을 맞추었다. 타
액과 타액이 섞이는 관능적인 소리가 입안에서 울려퍼지고, 둘의 몸이 합쳐진 부분에서는
넘쳐흐른 교접의 액체가 질퍽한 소리를 냈다.

  “하, 하응! 아, 으으으……읏, 앗! 핫! 흐읏!”

  “하악, 후우욱! 크……읏!”

  높아지는 교성에 쾌락이 물들어간다. 이미 목적도 잊고, 대화도 잊고, 이성조차 잊은 채
행위자체에 순수해진 남녀의 몸은 그대로 절정으로 치달아 올라갔다. 서로의 몸에 흐르는
땀이 스치는 몸에 관능의 윤활유가 되고, 메아리처럼 쉬지 않고 귓가에 맴도는 교성이 쾌감
의 음악이 된다. 격렬해진 움직임 때문에 구겨진 저고리가 찢어질듯 당겨진다.

  “크윽!”

  “앗, 아아아아아아아아읏!”

  낙엽에 미끄러지는 키리의 다리. 곤두선 신경을 따라 흐르는 전류가 근육을 끌어당겨, 날
씬한 여체가 마치 활처럼 휘었다. 그 움직임에 반하듯 엉덩이를 뒤로 빼는 참. 그녀의 몸에
서 빠져나온 참의 남근이 단말마처럼 경련하며 유백색의 액체를 토해냈다. 절정에 달아 꿈
틀거리는 키리의 배와 허벅지를 더럽히는 끈적하고 뜨거운 액체. 급하게 숨을 들이쉰 키리
의 목이 마치 피리 소리 같은 신음을 흘렸고, 길게 숨을 토해내는 참의 모습은 그가 뒤집어
쓴 피의 주인 같아 보였다.
  절정의 여운에 잠긴 채 한동안 호흡만 고르던 둘 중, 먼저 입을 연 것은 키리였다. 그녀
는 천장을 바라보고 길게 숨을 내뱉으며 사뭇 진지하게 중얼거렸다.

  “그런데 우리, 결국 목적을 잊어버렸네.”

  단호한 그 목소리에도 참은 그저 피식 웃을 뿐이었다.

Powered by Xpress Engine / Designed by Sketchbook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