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Team Clavolt  - 고전적인 반란  -     Project. 잊혀진 자들
        외전    천로역정~☆ - Ave, Spirit of the Departed! -
                                              
                                                   - 도깨비 반장님 Jinsan -
                                                             오전 : 교실(2)




"무, 무, 무, 무슨 짓이야!"

얼마의 시간이 지난 뒤에야 겨우 마고의 손길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재빨리 입술을 훔치며 뒤에 서 있던 범인을 노려보았지만 이런 끔찍한 만행을 저지른 사람은 아무 것도 아닌 양 웃고 있을 뿐이었다.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는 귀여워 보일지도 모르는 모습, 하지만 내게는 악마의 미소로 밖에 안보인다. 그, 그러니까...

"어때? 풍월의 입술은? 꽤나 느낌이 괜찮지 않아?"

나, 분명히 풍월하고....

"으으으..."

잊지 않고 확인 사살까지 시켜주는 마고의 서비스. 하지만 그에 딸려온 웃음은 말 그대로 사악한 웃음이었다.

힐끔 풍월을 보니 저 쪽은 상태가 더 안 좋아 보인다. 아예 완전히 맛이 간 상태. 영혼이 빠져나간 것처럼 축 늘어진 상태로 하얗게 타오르고 있었다.

"어째서... 왜..."

"거참 시끄러운 녀석이로군. 설마 처음이었냐?"

내 말에 콧방귀를 뀌듯 대꾸한다. 아니, 그야 물론 처음은 아니었... 다는 말을 할 수 있을리는 없었다. 그저 말 없이 고개를 푹 숙일 뿐.

"... 좋은 구경이라고 하기는 힘들지만, 무슨 일인지 물어봐도 될까?"

마고의 행패에 주먹을 움켜쥔 채로 부르르 떨고 있는 사이 선생님이 다가와서 물었다. 어쩐지 즐거워 보이는 듯한 저 미소는 날 두 번 좌절하게 만들기 참 좋았지만 마고는 신경쓰지 않는 것 같았다. 그저 힐끔하고 선생님을 바라보더니 어깨를 으쓱하며 답한다.

"문제가 생겼다고 했잖아. 해결해 준거다. 내일 아침이면 모두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을껄?"

"납득할 수 없군. 확실한건가?"

선생님이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에 마고는 '아마도'라는 불성실한 답변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라니, 만약 제대로 안된다면?"

"귀찮긴. 그럼 그 때 가서 다시 보면 되는거지."

당연하다는 듯이 대꾸하며 홱 몸을 돌린다. 선생님은 그런 마고의 태도에 인상을 찌푸렸지만 딱히 말릴 생각은 없는 것 같았다.

"그럼 내일 확인해서 문제가 있다면 말해주길. 이 이상 늦었다가는 천중이 날 잡아 잡수려 들테니 난 여기서 이만."

마고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듯이 대답도 듣지 않은 채 교실을 나섰다. 드르륵 하고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교실 안의 소음이 조금씩 커져가는 것이 느껴지고 있었다.

"후으... 괜찮니?"

닫힌 교실문 쪽을 잠시 지켜보던 선생님은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가 내 쪽을 바라보며 물었다.

괜찮냐고? 괜찮냐고 물은거였지? 아, 그래, 그거야 당연히..

"괜찮을리가요..."

그 말과 함께 책상 앞으로 엎어져 버렸다. 상당히 버릇없이 보일만한 태도였지만 지금은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이미 그런 것을 판단할 만한 능력은 사라져버렸으니까. 아니, 키스 한 번이 뭐 대수냐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 것도 남자와 해 버렸다는 것은...

선생님은 내 말을 듣더니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교실 앞으로 걸어갔다. 교단 위에 올라간 선생님은 잠시 시끄러워진 교실을 진정시키려 했지만 여의치 않는지 곧 말을 바꾸었다.

"좋아. 오늘 더 이상 수업할 분위기가 아닌 것 같으니 여기까지 하도록 하겠다. 대신 오늘은 과제를 내 줄테니 다음주까지 해 올 것. 반장은 끝나고 교무실로 와서 과제를 받아갈 수 있도록."

그렇게 말하고 선생님은 자신의 책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의외의 결과에 교실은 한층 더 시끄럽게 변해가기 시작했지만 선생님은 개의치 않으며 말을 이었다.

"이상. 반장이 과제를 가져올 때 까지는 앉아 있어라."

간단한 수업 종료의 말. 말을 끝낸 선생님은 곧 문을 나섰고 진산 역시 그런 선생님의 뒤를 따라 교실 밖으로 나섰다.

"... 최악이야..."

한숨을 쉬며 가만히 고개를 떨군다. 교실이 들뜬 분위기가 되었건 초상집 분위기가 되었건 그 것은 내 알바가 아니었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은..

"표정 한 번 볼만한데?"

"놀리는거야?"

고개를 돌리자 어느샌가 내 옆으로 다가온 백검이 날 보면서 서 있었다. 가볍게 쏘아주자 백검은 피식 하고 웃더니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며 제자리에 쪼그려 앉아 책상을 턱을 괸 채로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아주 좋아서 입이 벌어지는구나. 네 녀석이건 저 녀석이건."

"놀리는 것 맞구나."

백검의 말에 대꾸하며 풍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풍월 역시 정신이 들기는 한 것 같았지만 여전히 말할 기운은 없는 것인지 그대로 푹 고개를 숙여버렸다. ... 어쩐지 얼굴에 붉게 변해 있는 것 같은 것은, 음... 풍월도 역시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런 모습을 보인게 상당히 부끄러웠던 모양이다. 아무리 그런식으로 날뛰는 녀석이라고 하지만.

아니, 풍월이라면 딱히 그런 것에 부끄러워 할 만한 성격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저게 좋아하는 것으로 보여?"

옆을 가리키며 묻는다. 백검은 고개를 잠시 갸웃 하더니 피식 웃으며 답했다.

"부끄러워 하는 거잖아."

"안과에 가 보는 것은 어때?"

당연한 듯 답하는 백검에게 쏘다붙여 보지만 백검은 신경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그렇게 내가 애써 지워버린 선택지를 스스럼없이 골라버린 백검은, 오히려 작정하고 놀리기로 한 것인지 실실 웃으며 좀 더 얼굴을 들이밀었다.

"왜? 나쁘지는 않을 것 같은데. 풍월은 바람 일족인만큼 생긴 것도 왜소한 것이 여자같잖아. 이 기회에 꿰어 차는 것은 어때?"

"아주 악담을 해라 악담을."

보통때라면 쿠악! 하고 소리를 질렀을 테지만 입에서는 기운빠진 목소리만 새어나올 뿐이었다.

"아니아니, 솔직히 말해봐. 나쁘지는 않았을거 아냐. 그래서 느낌은 어땠..."

"변종 늑대, 패버린다."

쿡쿡 웃으며 백검이 말을 이어가려 했지만 곧이어 튀어나온 풍월의 말이 그 입을 막아버렸다.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풍월이 여전히 팔 안에 얼굴을 묻은 채 책상 위에 엎어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마고가 쓸데없는 짓을 잘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솔직히 당황했다고."

여전히 고개를 팔 안에 묻은 채로 투덜거리는 풍월. 그 말을 들으며 백검은 가볍게 웃고는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뭐, 너나 나나 어찌 되었건 마고의 손바닥 안이라는 거겠지."

"마고가 부처님이라도 되는거야?"

"유사품 딱지가 붙어있을지도 모르겠군."

킥킥거리며 백검은 몸을 돌렸다. 어제 칼부림 하는 모습을 볼 때만해도 무진장 살벌하기만 했던 사람인데 이렇게 농담까지 꺼내며 웃는 모습을 보니 완전히 딴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이 것이 평소 보던 백검의 모습이기는 했지만.

아니, 어쩌면 단순히 그 때문이 아닐지도 모른다.

생각해보니 풍월이 백검과 지흑은 자신에게 매우 소중한 상대라고 했었다. 그 만큼 친하고, 가깝다는 이야기겠지. 어쩌면 백검이 이런 모습을 보일 수 있는 것도 풍월 때문인지도 모른다. 실제로 풍월은 조금 전까지 움켜쥐고 있던 주먹을 다시 풀어버렸으니... 엥?

"저기, 풍월?"

"... 후으."

조심스레 풍월의 이름을 불러보았지만 답이 돌아오지는 않았다. 그저 가만히 자리에 앉더니 양손으로 자신의 볼을 짝짝! 하고 치며 정신을 차리려는 것처럼 고개를 휘휘 저을 뿐이었다.

"... 화났어?"

"아니, 전혀."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오른 것처럼 보이는 것은 내 착각이냐?

하지만 곧 풍월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자리에 앉았다. 이내 풍월의 얼굴은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다.

"아아, 어쩌자고 그 마녀의 말을 곧이 곧대로 들은건지..."

투덜대며 다시 얼굴을 팔 안에 묻어버린다. 그 말을 듣고는 절로 새어나오는 한숨을 뒤로 한 채 나 역시 고개를 저었다.

사실 이 정도까지 문제가 될 만한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 기습 키스야 이미 한 번 당해봤었고. 아니, 굳이 남자건 여자건 따질 것 없이 그냥 적당히 잊어버릴 수도 있는 문제니까.

하지만 역시 문제는 그 것이었다. 반에 있는 전원이 이 쪽을 보고 있었다는 사실. 표정은 볼 수 없었지만 아주 볼만했을 것이고, 지금은 조용한 상태지만 어떤 이야기가 나돌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솔직히, 부끄러움을 넘어 쪽팔려 죽을 지경이었다.

"대체.. 무슨 일 때문에?"

하지만, 답은 나오지 않는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8 천로역정~☆ 36-2화 - 종장 & ... - [5] 카와이 루나링 2008.07.12 434
37 천로역정~☆ 36-1화 - 종장 & ... - [4] 카와이 루나링 2008.07.12 423
36 천로역정~☆ 35화 - 천년 여우 - [6] 카와이 루나링 2008.07.11 453
35 천로역정~☆ 34화 - 천년여우 - [3] 카와이 루나링 2008.06.27 568
34 천로역정~☆ 33화 - 천년여우 - [3] 카와이 루나링 2008.06.24 576
33 천로역정~☆ 32화 - 천년여우 - [2] 카와이 루나링 2008.06.21 600
32 천로역정~☆ 31화 - 천년여우 - [2] 카와이 루나링 2008.06.13 466
31 천로역정~☆ 30화 - 천년여우 - [2] 카와이 루나링 2008.05.30 449
30 천로역정~☆ 29화 - 도깨비 반장님 - [2] 카와이 루나링 2008.05.29 509
29 천로역정~☆ 28화 - 도깨비 반장님 - [3] 카와이 루나링 2008.05.12 555
28 천로역정~☆ 27화 - 도깨비 반장님 - [2] 카와이 루나링 2008.04.14 381
27 천로역정~☆ 26화 - 도깨비 반장님 - [1] 카와이 루나링 2008.04.01 444
26 천로역정~☆ 25화 - 도깨비 반장님 - [3] 카와이 루나링 2008.03.31 451
» 천로역정~☆ 24화 - 도깨비 반장님 - [4] 카와이 루나링 2008.01.20 383
24 천로역정~☆ 23화 - 도깨비 반장님 - [4] 카와이 루나링 2007.12.19 384
23 천로역정~☆ 22화 - 도깨비 반장님 - [2] 카와이 루나링 2007.09.25 399
22 천로역정~☆ 21화 - 푸른 늑대 - [2] 카와이 루나링 2007.09.15 515
21 천로역정~☆ 20화 - 푸른 늑대 - [2] 카와이 루나링 2007.09.12 500
20 천로역정~☆ 19화 - 푸른 늑대 - [2] 카와이 루나링 2007.09.11 420
19 천로역정~☆ 18화 - 푸른 늑대 - [2] 카와이 루나링 2007.09.09 391

Powered by Xpress Engine / Designed by Sketchbook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