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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am Clavolt  - 고전적인 반란  -     Project. 잊혀진 자들
        외전    천로역정~☆ - Ave, Spirit of the Departed! -
                                              
                                                     - 푸른 늑대 Chanrang-
                                                  수업 끝난 뒤 : 기숙사 가는 길




놀란 가슴이 진정된 것은 거의 수업이 끝나갈 무렵이었다. 그 만큼 백검이 보인 적의는 에누리 없이 '그 것 만으로 사람을 죽일 정도'라고 표현할 정도로 강했다.

"네 녀석이 실수한 것은 맞지만."

수업이 끝난 뒤에야 겨우 풍월에게 어찌된 영문인지를 묻자 그런 대답이 돌아왔다. 이해를 못하고 있는 내게 풍월은 피식 하고 웃으며 말을 이었다.

"희랭이랑 까망이 둘 다 여자 취급 받는 것을 무지하게 싫어하거든. 그나마 희랭이는 좀 나은 편이지. 까망이한테 그렇게 말했으면 지금쯤 병원에 실려가 있을걸?"

여전히 평범한 호칭으로 불러줄 생각은 전혀 없는 눈치다. 그나마 이번에는 이해하기 쉬운 편이었기에 별 문제 없이 둘을 구분할 수 있었지만.

"지흑이... 사람을 때린다고?"

풍월의 말에 의아함을 감추지 않고 되묻는다. 겨우 며칠밖에 되지 않았지만 지흑은 그럴만한 성격이 아니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반장인 진산보다도 더 말이 없는 성격. 심할때는 교실에서 단 한 마디의 말도 꺼내지 않은 채 가만히 앉아서 책만 보는, 말을 걸어도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석상 같은 모습이 지흑의 이미지였다.

그런 지흑이 사람을 팬다고? 그 것도 여자에게 여자 취급을 했다는 이유로? 오히려 백검이 그랬다면 약간은 이해가 갈 법도 하지만 지흑이 그랬다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사실인걸. 예전에 에로샤드인가 하는 녀석이 희랭이한테 대쉬했다가 완전히 무시당한 일이 있거든? 그런데 동시에 고백 받은 까망이는 고백한 사람을 두들겨 패서 지금까지 병원 신세 지고 있잖아. 전치 20주라고 했던가?"

'그 친구 이름이 아마 비렌이었지?' 하고 중얼거린다. 어쩐이 처음 이 곳에 올 때부터 빈자리가 몇 개 눈에 띄더니 그런 속사정이 있던거냐? 하는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풍월이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어쨌든 그 뒤에서 한두번 비슷한 일이 있었지. 그제서야 알려진거야. 그 녀석들, 여자 취급 받는 것을 무지하게 싫어한다는 것을."

하아~ 하고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는다.

확실히, 그러고보니 그렇게 밝게 웃던 백검이 내게 화를 내며 멱살을 잡은 것이 내가 '여자' 라는 이야기를 꺼낸 직후였지.

"여자 취급 받는 것이 그렇게 싫은 이유가 뭘까?"

자신의 성에 대한 무슨 트라우마라도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며 묻는다. 풍월은 내 물음에 어깨를 으쓱거리며 답했다.

"글쎄. 잘 모르겠어. 나라면 별로 기분 나쁠 것 같지 않은데?"

....

이봐요. 아저씨. 지금 무슨 소리를 한 겁니까?

풍월이 한 말에서 풍기는 뉘앙스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고는 노려본다. 풍월은 내가 자신을 노려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피식 하고 웃으면서 내 어깨에 손을 올려놓았다.

"왜? 내가 이상한 소리를 한 것 같아?"

당연하지.

"상관 없어. 난 말이지 내가 여자 취급을 받던 말던 신경 안써. 아니, 어쩌면 꽤나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사실은 나 여자였다. 같은 소리를 하면 밟아버린다."

풍월의 말에 싸늘한 목소리로 대꾸한다. 풍월은 매 말에 '아하하' 하고 소리내어 웃더니 곧 웃음을 멈추고 눈을 가늘게 뜨며 날 바라보았다.

"진실을 알고 싶어?"

"... 설마... 너?"

갑자기 진지해진 풍월의 모습에 숨을 멈춘다. 풍월은 그런 내 얼굴을 바라보다가

살짝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여버렸다.

"사실은... 나 말이지..."

... 어이, 이봐. 지금...

갑작스러운 풍월의 변화에 당황해 말을 잇지 못하는 사이 풍월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매우 진지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수守 거든."

"... 바보겠지."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웃는 풍월의 얼굴에 한 방 먹여주고 싶은 욕망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낄낄 거리며 웃는 모습을 보며 역시 방을 바꾸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해 보는 것이 어떨까 하고 한숨을 쉬고 있는데 순간 어디선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오는 느낌이 들었다.

"응?"

"왜? 무슨 일 있어?"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귀를 기울리고 있으려니 풍월이 이상하다는 듯이 묻는다. 그 말에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내고 다시 주의를 기울이자 이번에는 확실히 들렸다.

어쩐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왠지 모르게 화염방사기를 든 빨간색 트윈테일의 하녀복 소녀가 생각나는 목소리다.

"형부우~"

맞는거냐!

저 멀리서 손을 흔들며 다가오는 연희씨의 모습이 보인다. 내 모습을 확인한 것인지 속도를 높여가며 가볍게 뛰어오고 있었다.

"형부?"

무언가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는 듯이 풍월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주변을 휙휙 둘러보았지만 다른 사람들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연희씨는 틀림없이 이 쪽으로 오고 있는 중이었다.

"... 어이, 형부라는 호칭이 내가 아는 그 형부가 맞는거냐?"

풍월의 목소리가 낮아진다.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이 쪽을 노려보는 모습이 어째 심상치 않은 느낌이었다. 아니, 그러니까! 그 형부가 맞긴 하겠지만!

"아니야! 절대로! 가희씨와는 아무런 일도 없었어! 단지 연희씨가 장난치는 거라고!"

풍월의 말에 필사적으로 손을 내저으며 항변한다. 하지만 풍월은 여전히 의심스러운 듯이 '흐음~' 하며 이 쪽을 노려보고 있을 뿐이었다.

"후아~ 역시 형부 맞구나."

"연희씨. 제발 그 형부 소리 좀 그만해줘요. 네?"

어느샌가 다가와 숨을 고르는 연희씨의 모습을 보며 애원하듯이 부탁해본다. 연희씨는 그런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양 손을 허리에 얹고 볼을 부풀리며 따지듯이 말했다.

"형부. 내가 존대 쓰지 말라고 했지? 편하게 대하라니까!"

"아, 아니. 그건 다 좋은데요... 아니, 알았으니까! 편하게 대할테니까 그 형부 소리 좀 그만하라고!"

조금 더 눈초리가 날카로워지는 풍월의 모습을 힐끔 바라보며 말한다. 하지만 연희... 는 그런 내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고개를 푹 숙인 채 답할 뿐이었다.

"그, 그건.. 가희 언니와의 관계를 모두 부정한다는거야? 가희 언니는 그저 그날 하룻밤을 같이 보내는 것으로 그만일뿐인 존재였던거야?"

무슨 엄한 소리를 하는거냐! 대체 왜 눈물을 글썽이는 거냐고! 아니! 그 전에 그 손에 들려있던 안약 같은 것은 대체 뭐야? 그러니까! 풍월이 오해하기 딱 좋은 소리만 골라하지 말...

"... 저기. 영웅아?"

"아, 네. 풍월님? 무슨 일로..."

나도 모르게 존대가 튀어나온다. 착 가라앉은 풍월의 목소리. 풍월은 내 어깨에 손을 올린 채 고개를 푹 숙이고는 한숨을 크게 쉰다. 아니, 그러니까...

"첫경험 보고서. 200자 원고지 500장 분량으로 부탁해."

"닥쳐."

어깨에 올라와 있는 풍월의 손목을 잡아 비틀어벌니다. 풍월은 '아야야야~♡' 하며 상당히 거북하게 과장된 비명을 질러댔고 연희는 그런 나와 풍월의 모습이 재미있다는 듯이 소리내며 웃었다.

"후으... 대체 무슨일이야?"

풍월의 손을 놓아주며 연희에게 묻는다. 그제서야 연희는 웃음을 멈추고 손에 들고 있던 것을 들어올렸다. 작은 가방. 그 것을 내 쪽으로 내민다.

"... 뭔데?"

작은 분홍색 종이가방. 그 것을 내민 채 아무 말 없이 미소지으며 서 있는 연희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가방을 받아들고 그 안에 내용물을 살핀다. 그 안에 있는 것은...

"도시락?"

안에 들어있는 것은 분명히 작은 도시락통 이었다. 아니, 그러니까 이건 대체...

"응, 도시락."

"... 왜? 안 그래도 지금 밥먹으러 가는 중이었는데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한다. 연희는 내 모습을 보더니 한숨을 푸욱 하고 내쉬며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왜긴 왜야. 같이 밥 먹자는거지. 작전 회의라고 작전 회의."

그런 것도 모르냐는 듯이 핀잔하는 투다. 아니, 사실 전혀 이해할 수가 없어. 그러니까 굳이 왜 이렇게 도시락까지 싸오면서...

"에이~ 하여튼 눈치 진짜 없다니까. 따라와. 밥 먹으러 가자."

투덜거리며 내 손을 잡은채 이끈다. 그에 끌려 어쩔 수 없이 따라가는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정확히는 풍월을 바라보며 연희는 한 마디 말을 더 날렸다.

"거기 아저씨는 식당가서 혼자 드세요~"

"네?"

연희의 말에 풍월은 제대로 된 반응조차 보이지 못한 채 서 있을 뿐이었다. 대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없다는 눈치. 아니, 솔직히 나도 뭐가 뭔지 모르겠다. 대체 왜...

"그러니까! 작전 회의라니까!"

"대체 그게 무슨 소리냐고?"

투덜거리며 연희의 말에 대꾸한다. 연희는 그 말에 잠시 눈을 굴리다가 적당한 말을 찾았는지 씨익 하고 웃었다. 그리고는,

"영웅 오라버니 형부 만들기 프로젝트."

라고 말하며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 여보세요.

한숨을 쉬어보지만 연희는 막무가내였다. 결국은 포기한 채 그 손에 이끌려 발걸음을 옮긴다. 뒤를 돌아보며 풍월에게 미안하다는 의미로 가볍게 고개를 숙이자 풍월은 잠시 그렇게 서 있다가 손을 들어 목을 긋는 시늉을 해 보였다.

...

... 아무래도 방을 바꾸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여러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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