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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am Clavolt  - 고전적인 반란  -     Project. 잊혀진 자들
        외전    천로역정~☆ - Ave, Spirit of the Departed! -
                                              
                                           - 이름이 없는 소녀  Kahui -
                                           데이트하는 날 오전 : 찻집





"누구..."

볼을 할퀴고 지나가는 바람에 눈을 제대로 뜨기도 힘들다. 사람이 이렇게 달릴 수 있다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을 감을 수는 없었다.
자신을 안고 달리는 남자. 하얗게 세어버린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나타났던 사람.

"
영웅이다."

그 남자가 답한다. 간단한 답변.

".... 영.... 웅...."

그 말을 가만히 되뇌어본다.

"그래. 이 세상을 구할 영웅."

미소. 자신의 품에 안겨있는 소녀를 바라보며 웃는다.
장난스러워 보이기도, 진지해 보이기도 한 소리없는 웃음.

- 어울린다.

그 미소가, 그 호칭이, 그 모습이 너무나 그에게 어울렸다.
지금까지 만났던 사람들과는 달리 자신에게 접근이라는 행동이 가능한 남자.

"너는?"

그 남자가 물었다.

"....."

그리고 소녀는 입을 다문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기억나는 것은 오직 하나.
자신의 주변에 있던 모든 것이 부서져 버리는
지독히도 괴롭고, 고통스럽고, 잔혹한,

아니, 너무나 슬펐던 광경들 뿐.







"어서오세요~ 어라? 오늘은 혼자가 아니네요?"

딸랑이는 종소리와 함께 문을 열자 종업원이 반기며 맞아준다. 마치 가희씨를 잘 알고 있다는 태도다. 바깥에 떠 있는 해를 무색하게 할 만큼 함박 웃음을 지으며 우리를 안내해준다.

"혹시, 남자친구?"

내 쪽을 스윽 하고 바라보더니 가희씨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묻는다. 제딴에는 속삭이는 것 같았지만 다 들린다.

뭐랄까, 확실히 조금은 부끄럽다. 그런 소리를 남에게 들으면.

"글쎄요..."

그리고 그 말에 가희씨는 적당히 얼버무리며 자리에 앉았다. 그런 가희씨의 태도에 화가 날 법도 하지만 종업원씨는 웃음을 지우지 않는다.

아니, 종업원이라고 보기에는 대하는 태도가 좀 지나칠 정도로 친근하다? 달라붙는다? 그런 느낌인 것도 있긴 한데... 하지만 가희씨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인지 별다른 말을 하지 않는다.

"주문은 언제나처럼 이신가요?"

"네."

"블렌드 하나 주문 받았습니다. 남자분은?"

"으음... 카푸치노로 할께요."

"네! 감사합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기운차게 답하며 카운터 쪽으로 걸어간다. 으음, 왠지 저 사람만 있어도 장사가 잘 될 것 같은 느낌이다. 약간 오버하는 느낌도 없잖아 있긴 하지만.

"연희와 닮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뒤로 가희씨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 말을 듣고서야 깨달았다. 어디선가 본 느낌이다 했더니, 확실히 비슷한 느낌이다. 외모나 그런 점이야 딱 잘라서 닮은 구석이라고는 없지만 사람을 대할 때의 느낌은 확실히 비슷한 것 같다. 저런 활기찬 분위기라든지 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그래서 자주 오시는 건가요?"

"...조금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보다는 이 곳의 커피가 입에 맞는 것이 더 큰 이유이긴 합니다만."

가희씨가 주문했던 블렌드 커피인가 하는 것 말이지? 가게마다 제각각의 방식으로 2종류 이상의 커피를 섞어놓은...

"저도 그 것을 마셔볼 것을 그랬나봐요?"

살짝 쓴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생각해보면 카푸치노 같은 경우는 상당히 마셔볼 기회도 많고 좀 평범한 느낌이 드니까. 이왕 이런 곳에서 비싼 커피를 마시는데 좀 다른 것을 마셔보는 것도 좋지 않았을까?

하지만,

"입에 안 맞으실지도 모릅니다."

가희씨는 그렇게 딱 잘라서 말할 뿐이었다.

"하긴, 취향이니까요."

그리고 더 이상 할말이 없어져 적당히 답한 뒤 입을 다문다.

.....

...........

....................

그리고 이어지는 침묵.

"....."

"....."

"....."

우, 우와. 이거 큰일이네. 막상 이런 곳에 같이 온 것까지는 좋은데 할 말이 없어!

"저, 저기... 가희씨?"

"무슨 일이십니까?"

"아, 그, 그러니까... 으음, 그... 가희씨는 그럼 무구가 바뀐건가요?"

....

고민하였으나, 막상 말을 꺼내 놓고는 후회가 된다. 제길, 할 이야기가 없어서 그런 것을 꺼내는거냐?

자신의 대화 레퍼토리가 상당히 빈약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며 절망했다. 죄송합니다. 어머니. 이 아들, 잘못 큰 것 같습니다. 이 나라 교육이 이래서 잘못된 겁니다. 여자 앞에서는 쑥맥이 되는 교육 현실. 오직 자습만으로 배워야 하는 이 잘못된 세태를 바로 잡아야...

... 제길, 이게 아니잖아.

조심스레 고개를 든다. 다행히 가희씨는 딱히 그 내용에 태클을 걸거나 할 사람은 아니었는지, 그저 이해가 안된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뭐, 내 행동이 이상해 보이거나 하지는 않은 눈치니까 다행이긴 하지만.

"... 무슨 말씀이신지?"

"음, 그러니까... 가희씨도 총기류를 무구로 쓰지 않던가요?"

"그 것 말씀이십니까?"

가희씨는 잠시 말을 멈춘다. 아니, 그러니까 이제 그만 하라고! 아무리 그래도 할 이야기가 있고, 없는 이야기가 있지. 이런 곳에 와서도 꼭! 이런 기회에 꼭!

"조금 잘못 알고 계신 것 같습니다만."

"... 그래요?"

하지만 가희씨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내 말을 받아주었다.

"헌팅 호크는 무구가 아닙니다. 일단 그런 기계적인 장치는 무구가 될 수 없습니다. 심지어 석궁 정도의 기계 장치만 되어도 불가능합니다. 아마 최대로 허용되는 수준이라고 해 봤자... 활 정도의 느낌일 겁니다."

"... 으음."

가희씨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고보니, 내 무기는 단순한 팔찌에 작은 사슬 같은 것이 달린 것이고, 풍월은 단순한 머리띠였지. 확실히 단순하기 그지없는 형태다.

그리고 가희씨의 무구는...

"영웅씨는..."

"네?"

"주문하신 블렌드 커피와 카푸치노 나왔습니다~"

가희씨가 말을 거는 순간 옆에서 기운차게 외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고개를 돌리자 쟁반 위의 잔들을 테이블 위로 올려 놓으며 웃는 종업원씨의 모습이 보인다. 뭐랄까... 타이밍 한 번 기가 막히는구나. 제대로 말이 끊겨버렸으니.

"쿠키는 서비스에요~"

"언제나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즐거운 시간 되세요~"

기운차게 웃으며 몸을 돌린다. 그 전에 내 쪽으로 살짝 윙크를 날리는 것이 보인다.

... 뭐랄까, 저거 나한테 관심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지? 틀림없이 좀 엄한 의미일 것 같은데?

대충 날아온 윙크를 구겨서 던져놓은 뒤 시선을 테이블로 돌린다. 잔 안에 담긴 커피의 갈색 거품 위로 부드러운 향기가 새어오르고 있었다. 음, 괜찮아 보인다. 약간 마시자 조금은 단 느낌이 강한 커피의 맛이 느껴지고 있었다.

슬쩍 가희씨의 잔을 바라본다. 가희씨의 잔은 내 것에 비해 훨씬 작았고, 그 안에 담긴 커피는 조금 검은 느낌이었다. 에스프레소 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래서 아까 입에 맞고 안맞고 운운한 것이었을까? 뭐, 가희씨 이미지랑 비슷하다는 느낌이기는 하다.

"음. 그래서 어떤거요?"

커피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며 끊겨버린 대화를 이어볼 양으로 묻는다. 역시 좀 달구나... 하는 생각을 하는 동안 가희씨는 잠시 동안 가만히 있다가 내가 잔을 내려 놓는 것과 동시에 입을 열었다.

"아닙니다. 그저 지금쯤 적성검사를 받으셨을테니 무구를 지급 받으셨겠거니 해서."

"... 뭐, 받기야 했죠."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잔을 들어 마신다. 흠 잡을 곳 없는 깔끔한 동작. 한 폭의 그림 같다는 생각을 하며 바라보고 있는 사이 가희씨는 다시 입을 열었다.

"갑자기 무구 운운하시기에 그렇겠거니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 말에 슬쩍 코를 긁는다. 뭐랄까, 역시 조금은 부끄럽다. 가희씨에게는 확실히 새 장난감을 받은 어린 아이가 자랑하는 것 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 들자 나도 모르게 멋쩍어진다.

"그래서, 어느 계열입니까?"

멋쩍음을 감추기 위해 잔을 들고 있는 내게 가희씨가 물었다. 음, 그러니까 아마 저 것은 그 형태를 이야기 하는 거지?

"그..."

.... 뭐라고 해야하는거지?

"에, 그러니까아... 네, 그 총... 같은 건데... 열쇠 말고.... 으음.."

도대체 뭐라고 해야하는거냐!

하지만 가희씨는 내 엉터리 같은 설명도 해독이 가능한 모양이었다.

"방출계 입니까?"

"네? 아, 네, 아마도."

제, 제길! 풍월 녀석! 정식 명칭이 있다고는 이야기 안 해줬잖아! 이해하기 쉬워도 정작 설명을 못하게 되면 뭐 어쩌라는거냐!

"그렇다면 제가 좀 도와드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 그래요?"

풍월에게 퍼붓는 저주의 말을 속으로 끝없이 되뇌이는 순간 가희씨가 그렇게 말을 했다.

그리고,

"네, 저도 그 쪽 계통이니까 기초라면 가능합니다. 원하신다면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라고 말했다.

그 순간 풍월의 모습 따위는 한여름에 눈이 녹는 것 처럼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

에, 그러니까... 그런 말이지? 가희씨가 나한테 개인 교습 같은 것을 해 준다는 건가?

"... 그, 괜찮으신가요? 괜히 저 때문에..."

"아닙니다."

조심스레 되물어 보았지만 가희씨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싫을리가 없다. 가희씨의 개인 교습이라면 오히려 두 손 들고 환영할 일이긴 하다. 이건 망설일 필요도 없이 당장...

그리고 문득, 그 순간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기억해냈다. 안된다. 이 것은... 비록 확신할 수는 없지만 이 것은..



확실히 문제가 된다. 특히 가희씨에게는...



지금은 아무 것도 모르고 있는 듯 하지만, 내 생각이 맞다면 분명 약간의 문제가..

하지만 가희씨는 그런 내 속도 모른 채 입을 열었다.

"괜찮으시다면 한 번 볼 수 있을까요?"

이 것이다. 이 것이 가장 큰 문제가 된다.

가볍게 한숨을 내쉰 뒤에 주머니에서 팔찌를 꺼낸다. 그리고 가희씨가 보는 앞에서 팔찌 형태의 무구를 양 손목에 찬다. 쇠사슬이 흔들리며 맑은 소리를 낸다.

그리고, 예상한 대로 가희씨의 얼굴이 굳어진다. 흔들리는 사슬 너머로 흔들리는 가희씨의 눈동자가 보인다.

단순한 의문. 그 것은 순식간에 확신으로 변한다.

"... 이 건...."

사슬이 달린 팔찌. 그 것은...

"가희씨."

"네? 아, 죄송합니다. 잠시..."

조금 전과 같이 별 다른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 얼굴이지만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가희씨가 지금 동요하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 이런 말도 안되는 질문을 꺼낼 수가 있었다.

"여쭤 볼 것이 있는데요."

"네? 아, 네, 말씀해 보세요."

분명히 평소의 무표정한 얼굴은 변함이 없었지만, 이상하게도 동요하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그 모습에 잠시 숨을 들이킨다.

"이 무구와 같은 무구를 지녔던 사람..."

입을 여는 순간 가희씨의 손이 떨리는 것이 보인다. 그 것이 분명할 정도로 내게 전해져온다.

그 가희씨가 떨고 있다.

그 모습에 용기를 내어 한 발 내딛는다.

"좋아했나요?"

이 무구는 분명히....



\\\\\\\\\\\\\\\\\\

어째서인지 급전개다! 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을겁니다.

사실 급하게 쓴 것은 맞습니다. 아무래도... 전역 전에 완결을 내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일단 챕터 2까지는 마무리를 지어 놨습니다만...

뭐, 일단 챕터 2까지는 확실히 급한 느낌이 들겁니다....

역시, 군대에서는 챕터 3까지만 쓴다는 생각으로 천천히 하는 것이 나을 듯 싶기도 하네요.



음, 더불어 영웅의 이야기가 잘 이해가 안 가시는 분도 계실겁니다.

그건 챕터 2가 끝날 때 다시 설명을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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