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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lude
영령이 되어서야 검을 제어할 수 있었다.
폭풍을 부르는 마검. 스톰브링거.
그 검을 자신의 의지대로 휘두를 수 있게 되었을 때
얼마나 기뻐했으며
또한 너무 늦었음에 얼마나 슬퍼했던가.

그렇기에 성배의 유혹을 떨치지 못했다.
비록 과거의 성배에 비해 그 힘이 약해졌다고는 하지만
마스터에게는 그 어떤 누구보다도 강한 마력을.
서번트에게는 일생에 주어지는 단 한 가지의 소원을 이루게 해 주는 성배.
때문에 부름을 받았을 때 아무런 망설임 없이 그 유혹을 받아들였다.

설령, 영령이 되어서도 제어하지 못하고 있는 쌍둥이 마검 몽브레드에 의해
자신의 모든 것이 부서질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래도 약간의 가능성에 걸고 싶었다.

단지 원하는 것은 하나.
동생 이일쿤,
아내 사이모릴,
연인 자로지니아,
친구 문그람,
그리고 그 외에 자신이 죽인 모든 사람들에게
단지 ‘미안하다.’라고 단 한 마디를 해 주고 싶었다.

그렇기에 이 세계에 불려져 왔다.
성배의 기적에 모든 것을 맡겨
그들이 용서하지 않아도, 사죄를 하고 싶었을 뿐.
그런데.......

“그런데 이런 곳에서 죽을 것 같아!”

아슬아슬하게 심장을 비껴나가 가슴에 꽂혀있는 창. 그 고통 속에서 세이버는 자유로운 한손으로 랜서의 몸을 붙잡았다. 폐에 찔렸는지 호흡이 힘들고, 움직이는 것 자체가 고통스러웠다. 말을 하고 싶어도 바람 빠지는 소리에 묻힐 정도. 하지만 개의치 않았다.

세이버로 소환된 것은 잘못일지도 모른다. 자신의 본질은 광전사. 그렇다면 이런 고통 따위는 무시해 버리자. 이성 따위도 필요 없다. 단지 내 앞의 적을 부술 힘만 필요할 뿐이다!

콰앙!

마치 커다란 폭탄이 터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랜서의 고개가 뒤로 젖혀졌다. 랜서의 몸을 잡은 채 그대로 그의 머리를 받아버린 세이버는 물러나려고 하는 랜서의 몸을 잡은 채 연신 머리를 받아버렸다. 이마가 깨지고 입에서는 피를 토해냈다. 랜서건 세이버건 이미 전신이 피로 범벅이 되어 있는 상황.

하지만 세이버는 랜서를 놓지 않는다. 검 까지 옆에 던져 놓은 채 랜서의 몸을 잡고 맨손으로 두들겨댄다. 전신이 피투성이인 채로, 가슴에는 한 자루의 창이 꽂혀 있는 채로 랜서의 몸을 쓰러뜨리고 그 위에 올라타 주먹을 날려대는 세이버의 싸움은 시정잡배들과 별 다를 것이 없어 보였지만 그들의 것과는 차원이 다른 공포가 실려 있었다.

이미 세이버의 귀에는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검을 쓰는 자의 긍지 따위도 모조리 던져 버린 채 상대가 완전히 침묵할 때 까지 있는 힘을 다해 팔을 휘두를 뿐이었다.



미쳐버린 사자의 울음이 텅 빈 공간을 메운다. 세이버는 높이 들어올린 양 손을 모으고 그대로 내리 찍었다. 주인의 부름에 그 손으로 돌아와 있는 스톰브링거의 폼멜이 랜서의 머리를 부숴 버릴 기세로 내리 찍어진다!


Interlude out





할 말을 잊은 채 세이버의 싸움을 바라본다. 그 것은 날개나 캐스터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지금 보이는 세이버의 모습은 절대 검의 영령 세이버가 아니었다. 버서커라고 보아도 무방할 듯 한 광전사의 모습. 그 모습은 적이건 아군이건 전율스럽기 그지없을 것이다.

그나마 토오사카는 어느 정도 정신이 남아 있던 듯 령주에 의한 강제 송환으로 랜서를 끌어내기는 했지만.......

“하아아.......”

세이버의 긴 한숨소리에 전신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상처 입은 맹수는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은 채 어느 순간 자신의 곁에서 멀어진 먹이를 찾아 눈을 돌리고 있었다.

“무슨 세이버가.......”

토오사카는 상당히 당황한 것 같았다. 손에 들려 있는 것은 예의 그 황금빛 검이었지만 그 검을 잡은 그녀의 손이 떨리고 있을 것이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토오사카를 세이버는 봐 주지 않았다. 영체가 되어 있는지 더 이상 보이지 않는 랜서를 찾는 것을 포기 한 듯 세이버는 다시 한 번 광소를 내 지른 뒤.......

“!!”

“세이버!”

캐스터를 향해 달려들었다!



날개의 외침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캐스터를 향해 달려드는 세이버. 이미 이성 자체가 전혀 남지 않은 것 같았다. 오로지 지금은 ‘서번트’를 쓰러뜨린다. 라는 것에 사로잡혀 있는 듯. 그렇게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세이버를 향해 캐스터는.

“캐스.......”

위에서 아래로 휘둘러지는 검을 몸을 비틀어 피하면서.

“소용없습니다!”

커다란 외침과 함께,

“터?”

그대로 등으로 받아버렸다.

정확히 말하면 캐스터가 받아 버린 것은 랜서의 창. 캐스터의 공격에 랜서의 창이 세이버의 가슴을 비집으며 그 상처를 더 크게 벌렸고, 그 공격에 세이버가 멈칫한 약간의 틈을 타서 캐스터는 손바닥으로 세이버의 턱을 가볍게 밀어 주었다.

“....... 이건?”

날개의 작은 중얼거림과 함께 세이버의 몸이 공중에 뜬 채 크게 날아가 버린다. 굳이 말 하지 않아도 알고 있다. 저 것은 장저라고 불리는 기술. 잘은 모르겠지만 내가 기공을 이용한 무술의 일종이라고 알고 있는 공격.

“크르르.”

자신이 쓰러진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 듯 세이버는 포기하지 않고 몸을 일으킨다. 검을 땅에 꽂아 자신이 몸을 지탱하며 가슴에 꽂혀있는 거추장스러운 물건을 뽑아 던져버린다. 이미 다리가 풀린 것 같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은 채 다시 한 번 세이버에게 달려들었다.



지치지 않는 광전사의 공격.

“세이.......!”

“령주는 쓰지 마십시오!”

그리고 그런 광전사를 말리려는 주인을 만류 한 채 세이버의 정면으로 달려나가는 나의 서번트.

캐스터는 횡으로 베어지는 검을 몸을 낮춰 피해내며 검의 손잡이 부분으로 세이버의 아랫배를 가격해 버렸다. 움찔거리는 세이버의 몸. 그 순간 그녀는 가볍게 발을 놀려 세이버의 옆으로 움직이면서 세이버의 후두부를 가격한다.

“........”

아마도 저 곳은 숨골, 즉 연수가 있는 부분이겠지. 적어도 실체화 되어있는 서번트에게도 보통의 상식은 통하는 것 같았다. 연수는 호흡이나 심장 박동 등, 생명과 관계되는 일을 담당하고 있는 부분. 그 곳에 가해진 캐스터의 공격에 전신의 움직임이 정지한 채 서 있던 세이버는 서서히 그 자리에 쓰러진다.

쿠웅!

아무리 서번트라고 해도 연수를 가격당한 상태로는 버티지 못하는 것이었을까? 물론 그 동안 누적되어 있던 데미지가 큰 것도 있고, 서번트에 의해 가해진 공격이라는 점도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치명적인 급소를 가격당했기 때문일 것이다.

“일단은 진정 시켜 놓았습니다. 제 공격은 생명에는 별 다른 지장을 주지는 않을 겁니다..”

그녀는 날개에게 그렇게 말하며 검을 거두고 내 곁으로 돌아왔다. 난 더 이상 할 말을 찾지 못한 채 얼이 빠진 목소리로 입을 열 뿐이었다.

“....... 아아. 수고했어.”

단지 그 한마디면 충분했던 것일까? 캐스터는 평소의 미소와 함께 영체화 해서 내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후우."

길게 내뿜어지는 한숨. 그리고 허공에 뿌려지는 하얀 입김. 아직도 초봄의 쌀쌀한 날씨라는 것을 그제야 깨달은 나는 팔짱을 낀채 세이버의 옆에 있는 날개의 곁으로 다가갔다.

"하아. 어때? 세이버는?"

"뭐. 다행히 소멸만은 피한 것 같아. 얼마간 전투는 불가능하겠지만 일단 이 정도로 끝난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겠지?"

세이버의 상처에 대고 있던 손을 떼고 그 손에 묻은 피를 세이버의 옷에 닦아내는 날개. 몸을 일으킨 그녀는 몸을 돌려 나를 바라보며 가볍게 미소지었다.

그 미소의 의미. 안 봐도 훤하다.

"아. 거절."

"너무하네. 난 벽 타고 올라가야 한다고. 게다가 여자방에 이런 시체 다 된 남자를 데려가라고?"

....... 거참. 어쩔 수 없는 건가? 하지만 아무리 보아도 저 갑주 몬스터에 내 키보다 큰 대검을 들고 가는 것은.......

"하아. 이거. 죽겠는데? 대신 내일 점심 사는거다?"

"라져~"

기운차게 대답하는 날개. 그 미소면 충분한 대가라고 자위하면서 나는 이 피투성이의 시체남을 어떻게 집까지 끌고갈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길기만 했던 하룻밤이 끝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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