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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배전쟁 2일째  밤 - 탐색

결국은 일주일간의 점심을 대접하게 되어버린 뒤에야 학교로 돌아올 수 있었다. ‘많이 하면 여자인 날개가 먼저 지치겠지.’ 라는 마지막 기대조차 깨끗하게 짓밟힌 채 눈물을 머금고 돌아온 것이다. 연속으로 7게임을 치고도 그리 지쳤다는 느낌을 받기 힘들 정도로 팔팔한 모습에 나보다 더 근력이 강한 것은 아닌가....... 라는 의심마저 하게 되었다. 물론 본인은 기술이라고 우기고 있지만.

시간은 이미 많이 흘러서 10시가 넘어버린 시각. 이제 곧 전쟁을 행할 시간이지만 11시 이후에는 기숙사의 관례 ‘점호’ 라는 녀석이 있기에 일단은 기숙사로 돌아온 상태였다. 물론 나는 기숙사생이 아니니까 단지 바래다 줄 뿐이었지만....... 벌점이 쌓여 퇴사 되면 골치 아파진다며 비싼 돈 들여 택시까지 타고 왔지만 시간은 아직 30분 이상 남아있는 상태였다. 하아. 걸어와도 상관없었잖아.

“그럼 좀 있다가 봐. 11시 30분에 만나자고.”

“응. 그렇게 할게.”

그렇게 날개와 오늘 밤 만날 약속을 한 뒤 집으로 가기 위해 몸을 돌렸다. 약속 시간까지는 약 1시간 정도 남아있으니 그 전에 뭐라도 좀 먹거나 해서 체력을 회복 시켜 놓는 것이 좋겠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발걸음을 옮기려는데 날개의 목소리가 날 붙잡았다.

“아. 오늘 즐거웠어. 그럼.”

“아. 나도.......”

순간 할 말이 사라져 버렸다. 잠깐만 이 전형적인 대화는?! 그러고 보니까 나....... 날개와 데이트 한 것이 되나? 아니야. 특별히 약속을 한 것도 아니고....... 게다가 그 이전에 나와 날개는 그런 사이가 아니지 않나? 그래도 분명히 우리 둘은 단 둘이서....... 무언가 혼란스러워졌다. 에. 그러니까 나는 오늘.......

“아. 그렇다고 무슨 데이트를 한 것처럼 착각해서 패닉 상태에 빠지지는 마.”

“안 그랫!”





11시 30분. 정확한 시간에 나타난 날개는 아무런 말도 없이 단지 ‘가자’ 라고만 할 뿐이었다. 간단하면서도 활동적인 복장. 그와 함께 차갑게 보일 정도로 굳어진 그녀의 얼굴에 지금 다시 한 번 자각할 수 있었다. 그래. 그녀는 지금 1시간 전의 그녀와는 다르다. 마술사로서의 한 사람일 뿐. 그렇기에 나도 특별한 말을 붙이려 하지 않았고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뒤를 쫓았다.

성배 전쟁이 일어나는 곳은 이 근방의 토지. 시내와는 상당히 떨어져 있는 외진 곳이지만 날개의 말에 따르면 이 도시 내에서 이 근처가 영적인 기운이 가장 강하기에 성배 전쟁의 터나 발현지 모두 이 학교 근처라는 것이었다. 정확히 어디쯤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직까지 이 근처에서 특별한 마력의 잔향 같은 것이 남아있는 것은 느끼지 못했어. 우리 둘을 제외하고 다른 마스터가 이 쪽에 온 것이 아닐 수도 있지만 아마 그런 일은 거의 없을거야. 성배 전쟁의 참가자가 전쟁터에 오지 않으면 스스로의 권리를 포기한다는 것이니까.”

“그렇겠지. 꽤나 조심스러운 마스터들인가 보네.”

“맞아. 우리들처럼 서로에 대해 탐색하고 다니면서도 특별한 마력을 사용하거나 하지는 않아. 평소에도 마력을 감추고 있을 정도로 철저한 것 같은데. 이렇게 가면 누가 마스터인지 알아볼 길이 없어. 결국 의지할 것은 서번트 들인 것 같은데.”

그렇게 말하며 날개는 내 쪽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시선이 뜻하는 바는 나도 알고 있다. ‘마술사’로서의 재능이 가장 뛰어난 것은 ‘캐스터’. 즉 일반적으로 서번트의 마력이나 존재를 찾아내는 것은 캐스터가 가장 뛰어나다는 의미가 된다.

“캐스터. 특별히 느껴지는 것은 있어?”

[아직까지는 없습니다. 주변에서 느껴지는 것이라면 둘의 마력과 세이버의 존재감 정도 뿐이군요. 근처에 남아있는 잔향도 거의.......]

하지만 순간 캐스터의 말이 멈추었다. 의아해하기도 전 캐스터는 실체화 한 뒤 나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입이 열리기도 전에 그녀가 할 말이 무엇인지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근처에서 마력의 잔향이 느껴집니다. 안내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캐스터는 앞으로 달려 나갔다. 그녀의 뒤를 따라 도착한 곳은 인적이 드문 도로변 아래에 있는 작은 터널. 아마도 논 같은 곳에 물을 대기 위한 통로를 만들기 위해 만든 것 같은 그 곳에서 우리는 원하는 것을 찾아낼 수 있었다.

“벌써 끝난건가. 확실히 이 정도 거리라면 캐스터라도 찾아내기 힘들었겠지.”

뒤따라온 날개는 조금 멀리 떨어져있는 학교를 보며 중얼거렸다. 학교와는 조금 떨어진 거리. 이 정도 거리라면 전투가 벌어졌더라도 웬만큼 큰 싸움이 아닐 경우 그 마력의 파장을 느끼기 힘들었을 것이다. 아무 망설임 없이 시체에 다가가 남자의 시신을 살펴보며 날개는 말을 이었다.

“오늘 싸운 것은 아니야. 성배 전쟁이 시작된 것은 어제. 그렇다면 전쟁이 시작하자마자 죽었다는 이야기인데.”

“....... 일단은 처리해야겠지. 시신을 이 곳에 두는 것도 말이 안 되잖아.”

난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돌렸다. 아무리 참으려고 해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았다. 마술사의 꿈을 이루어 줄 이 땅의 마력을 모아 주는 성배. 하지만 그 것을 독점하기 위해서 하는 일이 ‘경쟁’이 아니고 ‘살인’ 이라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날개 역시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았던 듯 몸을 일으켜 내 옆으로 다가왔다.

흘낏 본 그녀의 얼굴은 애써 태연한척 하려는 표정이 너무나 확실히 드러나고 있었다. 애써 흘러나오는 그녀의 목소리는 힘겨워 보이기까지 했다.

“캐스터. 시체의 소각을 할 수 있을까요? 가능한 단시간 내로.”

“....... 알겠습니다. 마스터 역시 같은 의견인 것으로 보이니 소각처리 하겠습니다.”

순간 밝은 빛과 함께 무언가 매캐한 냄새가 풍겨왔다. 찻길 위의 가로등이 닿지 않는 이 곳이 순간 밝아진다 싶었더니 곧 빛이 사그러들었다.

싫다. 이게 성배 전쟁인가.......

“더 이상 이 곳에 있을 이유는 없겠지. 가자.”

그녀도 참기 힘든지 재빨리 이 곳을 벗어나 다시 위쪽으로 올라갔다. 현재 시간은 12시가 채 되지 않은 그리 늦지 않은 때였지만 워낙 인적이 드문 이 곳은 을씨년스럽기 그지없었다. 어두움 속에서 황색 가로등만이 주욱 늘어서 있는 길가에 서 있는 날개. 왠지 모르게 잠시 가만히 두어야 할 것 같아 약간 거리를 둔 채 가만히 서 있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난 뒤에야 날개는 내 쪽으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언제나의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좋아. 뭐 특별한 점은 없었어?”

“강하군요. 당신은.”

캐스터는 그렇게 말하며 힘없이 웃었다. 그녀의 얼굴에 잠시 스치고 지나갔던 짧은 슬픔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녀의 과거와 관계가 있었으리라.

“후우. 좋아요. 일단 그 사람의 배에 있던 상처는 검에 의한 것이지만 평범한 단검에 의한 것 같았습니다.”

“그렇다면 저 사람을 살해한 것은 서번트가 아니고 마스터일 가능성도 있다는 거네.”

“네. 추측해 보건데 그의 서번트는 상대의 서번트에 의해서 소멸. 그리고 그 역시 상대 마스터에 의해서 살해. 마스터의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인간이기에 상대의 반격에 상처를 입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그를 죽인 것으로 보면 아마 저 사람을 살해한 마스터의 서번트는 저항할 능력이 없는 상대를 공격하는 것을 싫어하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자신의 검에 긍지를 가지고 있는 영령이겠지요.”

물이 흐르듯한 캐스터의 설명에 나와 날개는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단 한 가지 사실로 한 추측이기에 신빙성에 조금 문제가 있기는 하겠지만 얼추 맞는 내용 같았다. 실제로 모순될 것은 전혀 없었으니까.

“흐음. 그렇다면 상대는 아마도 라이더가 아닐까?”

얼마간 생각에 잠겨있던 날개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걸음을 멈춘 채 고개를 들어 나와 캐스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자신의 검에 긍지를 지니고 있다. 그렇다면 세이버나 라이더 정도겠지. 하지만 세이버는 내 서번트니 남은 것은 라이더.......”

“하지만 반드시 그 둘만이 자신의 검에 긍지를 가지고 있다는 법은 없지. 게다가 그 검을 문자 그대로 ‘검’으로 해석하는 것도 조금은 문제가 있다고 보는데.”

그 순간 날개의 말을 끊으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느다란 여성의 목소리. 조금은 어색하게 들리는 한국어 발음. 순간 그 것이 다른 마스터의 목소리임을 직감한 날개와 나는 재빨리 목소리의 반대쪽으로 움직이며 주변을 살폈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는데는 단 몇 초도 걸리지 않았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가로등 아래 서 있는 한 사람. 마력의 은폐를 하고 있는지 마력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 상태였지만 마음에서 외치고 있었다. 오감이 아닌 다른 또 하나의 감각이 외치고 있었다.

‘저 여성은 강하다.’

라고.......

“분명 잘못된 점이 있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그 정도이지 않나?”

“그렇기도 하겠지만 아닌 것은 아닌 거니까.”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검은 긴 머리카락을 2갈래로 묶은 트윈 테일의 소녀. 그녀는 그 자리에서 우리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쪽도 동맹 관계인가보네. 뭐. 이해해. 그게 좋은 방법이지. 그렇지만 거기 여자에 비해 남자 쪽이 너무 무른 것.......”

여전히 서툰 발음이다. 나름대로 여유 있으면서도 우리를 깔보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고 있지만 어눌한 발음은 그 느낌을 많이 희석시키고 있었다.

혀가 짧은 듯한 어색한 발음. 그 발음은 그녀가 외국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 주었다. 외모로 보면 동양쪽의 외국인. 한국인과 비슷한 외형인 것을 보면 아마도 중국인이나 일본인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 본다. 어둠 속에서 가로등 불빛에 의존해 조금 떨어진 상대를 보는 것이지만 그 정도는.

....... 잠깐만?

난 순간 이상한 위화감을 느끼고 마술 회로의 스위치를 올렸다. 어둠 속에 감추어진 한 소녀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 모든 마술 회로에 마나를 순환시킨다. 그 순간 나의 몸은 ‘마술’의 발현을 위한 단순한 도구로 변한다. 그와 함께 느껴지는 통증. 그 것은 마술사가 아닌 인간이기를 바라는 육신의 저항. 하지만 그 고통도 잠시였을 뿐이었다. 얼마 안가 통증이 사그라 들면서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 감응의 사용. 인간이 지닌 모든 감각을 극대화 시키는 나의 마술이 구현되면서 어둠이 사라져가는 느낌이 들 정도 밝아진 시야에 가로등 아래에서 이야기하는 그녀의 모습이 잡혔다.

그래. 확실히.

“닮았어.”

그래. 닮았다. 외모에서 비슷한 느낌을 준다기 보다는 풍기는 분위기랄까? 그 것이 비슷했다. 뭐. 그렇게 생각하니 또 외모도 비슷해 보이지만.......

아마도 그녀는.......

“유키 씨는 건강해?”

날개를 찾아온 토오사카 가문의 마술사. 마술을 훔친 자를 벌하기 위해 찾아온 처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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