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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W DG SRW DG Chapter 06. ⅩⅥ. The Tower - 05

카루나 2003.10.26 22:00 조회 수 : 470

[머신 셀 기동. 완전 변형까지 앞으로 30초.]

차가운 여성의 목소리가 콕핏 내부를 가득 채운다. 사내는 그 목소리를 들으며 가만히 앉아 있
었다. 조금은 이른 것 같지만 별 수 없었다. 드림 하트의 공격은 예상외로 강했다. 그룬거스트
역시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그렇기에 이 것을 사용한 것이다.

딱딱한 껍질 같은 것이 자라나며 그룬거스트를 감싼다. 고치를 튼 것 같은 모양. 새로이 태어
나기 위해 스스로 자신을 가둔다. 그 딱딱한 껍질은 그룬거스트의 몸을 드림 하트의 집중 포화
에서도 지켜주고 있었다. 얼마 뒤면 변형이 끝난다. 그는 곧 다시 시작 될 파괴의 음악을 연
주하기 위해 잠시 눈을 감고 쉬고 있었다. 하지만 그를 방해한 것은 갑자기 들려온 누군가의
목소리였다. 머릿속에 직접 들려오는 목소리. 머릿속을 울리지만 마치 귀로 직접 듣는 듯한
느낌이다.

[뭐 하는 짓이지?]

“... 왜 그러십니까?”

기계적으로 갈라진 목소리. 이 목소리는 타일런트의 목소리가 아니다. 자신을 이 곳으로 불러
온 사내. 화를 내는 목소리로 그가 사내를 질책한다.

[벌써부터 밑천을 다 드러낼 셈이냐? 타일런트에게 말 해 놓을테니 적당히 하고 빠져나가라.]

“... 알겠습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머신셀의 기동을 중지시킨다. 드림 하트의 포격은 멎어있었다. 잠재되
어 있던 또 다른 모습으로 변형되던 그룬거스트는 그 변형을 중지하고 원래대로 돌아가 버린
다. 바깥이 조용한 것을 보니 흙먼지가 가라앉는 것을 기다리는 것 같다. 그렇다면 나가 줘야
겠지.

“참함도.”

그룬거스트가 허리에 달려있던 검의 손잡이를 잡는다. 그리고 날이 없는 검을 뽑아든다. 하지
만 날이 없던 것도 잠시, 넓고 긴 검의 날이 생성된다. 왠만한 기체의 크기는 능가해 보이는
거대한 검. 본래 참함도의 날을 이루고 있는 것은 액체 금속. 즉 자신이 원하는 순간에만 날
을 만들어 내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

조금씩 시야가 확보되고 있다. 가볍게 뛰어올라 크레이터에서 빠져나온 그룬거스트의 몸은
아직도 부연 흙먼지에 뒤덮혀 있었다. 이 쪽 역시 시야 확보가 잘 안되지만 분명히 흐릿한 실
루엣이 보이기는 한다. 어떤 녀석인지는 모르겠지만 저 녀석이 다음 목표다. 그렇게 생각하며
사내는 입술을 핥았다. 마치 다 잡은 사냥감 앞에서 입술을 핥는 맹수처럼.




갑자기 튀어나오며 그룬거스트가 검을 휘두른다. 머리 위를 짓눌러 오는 거대한 검을 보고
네이안은 별다른 선택을 할 수 없었다.

리에네가 사라진다. 마치 가루가 되어 흩날리는 것처럼. 물론 그룬거스트의 참함도는 땅을
가르는데 그쳤을 뿐이다. 마치 몽둥이로 후려치는 것처럼 지면이 박살난다. 시야에서 갑자기
사라진 리에네 때문에 잠시 당황하는 사이, 리에네는 그룬거스트의 등 뒤에서 나타났다. 허리
에서 발칸을 꺼내들어 연사모드로 조정한 뒤에 그대로 들이대고 난사한다. 보손 점프의 영향으
로 몸이 완전히 찢겨나가는 느낌이 들었지만 조금만 방심했다가는 정말 몸이 찢겨나갈 수 있으
므로 쉴 틈이 없었다.

첫 번째 탄창을 다 비운 리에네는 몸을 돌리며 참함도를 휘두르는 그룬거스트를 피해 뒤로 물
러났다. 그리고 재빨리 다 쓴 탄창을 비우고 새로운 탄창을 장착한다. 그룬거스트는 리에네를
따라서 앞으로 전진하며 참함도를 크게 휘둘렀다. 안에서 밖으로, 즉 리에네의 오른쪽에서 왼
쪽으로 갈라버리는 공격. 하지만 리에네와 그룬거스트 사이에 이플리트가 난입하며 그의 공격
은 막히고 말았다.

셰도우와 비슷한 크기를 지니고 있는 제바스티안의 이플리트. 양 손과 어깨 위에 있는 두개
의 용의 머리를 이용해 참함도를 받아낸다. 그에 실려 있는 엄청난 힘에 이플리트의 몸이 바
닥에 긴 자국을 남기며 밀려났지만 버텨냈다. 그렇지만 거기까지. 이플리트가 손을 놓기도 전
에 그룬거스트는 참함도를 들어올려 이플리트 채로 휘둘렀다.

“읏!”

제바스티안이 뭐라 하기도 전이 이미 참함도는 이플리트와 함께 자신에게 날아드는 슬래셔 리
퍼를 쳐내고 슬래셔 리퍼가 달려있는 이플리트를 떨구어 내듯이 검을 휘두른다. 검을 세게 휘
두르다가 중간 부분에서 갑자기 멈추자 그 관성을 이기지 못하고 이플리트가 퉁겨져 날아간
다. 슬래셔리퍼를 받아냈던 실린은 자신에게 날아오는 이플리트를 받아냈다가 함께 뒤로 날아
가 버린다. 애시당초 2배가 넘는 크기의 이플리트를 받는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너무 약하군. 겨우 그 정도인가?”

처음으로 사내가 꺼낸 말이었다. 자신의 주위에 널부러져 있는 드림 하트의 기체들을 바라보
며 참함도를 한 번 휘두른다. 사극에서 나오는 무사들이 검에 묻은 피를 털어내는 것 같은 행
동. 일행들이 섣불리 공격하고 있지 못하고 있자 사내는 마치 도발하듯이 참함도를 빙빙 돌리
며 주변을 둘러본다. 조용했다. 얼마간의 정적. 사내는 실망했다는 투로 말을 이었다.

“거참... 이런 녀석들 때문에 나를 부르다니.”

그리고 다시 그룬거스트는 자세를 낮춘다. 자세를 낮춘다고 해도 왠만한 기체의 2배는 됨직해
보였지만 어쨌든 그룬거스트는 참함도를 뒤로 당기고 다음 목표를 찾는다.

“조금 늦었군.”

흰 색의 게슈펜스트를 바라보고 그 쪽으로 이동하려는 순간 들려온 목소리. 그룬거스트는 몸
을 편 뒤에 고개를 돌렸다. 마치 인간 같은 모습. 그런 그의 시야에 잡힌 것은 드림 하트에
서 뛰어내리는 몇 대의 기체였다. 가장 앞에 있는 것은 검은색의 서전트. 땅에 발을 딛는 순
간 하체의 관절부에서 흰 색의 충격흡수제가 뿜어져 나오며 흩날리는 먼지와 뒤섞인다. 츠바사
는 자신의 앞에 서 있는 붉은 색의 그룬거스트를 바라보며 빔 랜스를 꺼내들었다.

“뭐 하다가 이렇게 늦은거지?”

츠바사에게 쏟아지는 질책의 목소리. 죽돌의 목소리다. 하지만 츠바사는 되려 당당한 목소리
로 대꾸했다.

“무언가 중요한게 기억나려고 했는데 네 녀석하고 부딪치는 바람에 잊어버린 것을 다시 생각
하느라 늦었다.”

“좌측통행은 기본이다. 게다가 함 내에서 뛰는 것도 잘못한 것이지. 그나저나 생각은 났
냐?”

“닝기미. 당연히 안 난다. 그나저나 좆까고 있지 말고 전투에 집중하지 그래?”

갑자기 튀어 나오는 츠바사의 육두문자. 순간 죽돌은 그에게 무언가 반박하려 했으나 하지 못
했다. 갑자기 날아온 무언가가 자신이 탑승해 있는 건담의 오른팔을 비롯한 어깨 부분과 역
시 같은 쪽의 다리 부분을 찢어냈기에. 거세게 회전하는 드릴이 Ex-S 의 몸을 완전히 짓이기
며 팔과 다리를 찢어내고 다시 그룬거스트에게로 돌아갔다.

“이 녀석들. 미친거 아냐?”

“적어도 저 녀석은.”

츠바사는 이미 예상하던 일이라는 듯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대꾸하며 허리의 프론트에 빔 랜
스를 고정시켰다. 아마 단언하건데 저 그룬거스트에 데미지를 입힐 정도의 출력을 지닌 기체
는 서전트 뿐일 것이다. 그렇기에 그의 어깨에 실린 무게는 상당한 것이겠지만.

“내가 그런거 신경 쓰는 녀석이었나?”

그는 그렇게 중얼대며 웃었다. 그리고 그대로 서전트를 전진시켰다. 그 모습은 말 그대로 랜
스 차징을 하는 한 명의 기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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