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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W DG SRW DG Chapter 06. ⅩⅥ. The Tower - 02

카루나 2003.10.19 11:19 조회 수 : 488

“완성이군.”

“네 녀석 덕분이지.”

“큭큭... 대단해. 아무리 내가 힘을 빌려주었다고 해도... 이런 괴물을 만들어 내다니. 정
말 대단하군. 서전트와는 비교가 안 되잖아?”

사내는 연신 웃어대며 자신의 눈앞에 있는 커다란 기체를 바라보았다. 전체적으로 날렵하
다기 보다는 퉁퉁하다는 느낌을 받게 하는 기체. 밝은 푸른색 계통의 외관. 그리고 마치 살
아있는 것 같은, 노려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아이 카메라.

“이 녀석의 진정한 모습은 이 것이 아냐. 이건 단지 봉인되어 있는 모습이지.”

“아아. 알고 있어.”

타일런트의 말을 들으며 웃던 사내는 어느 순간 웃음을 멈췄다. 굳어있는 표정. 그는 평소
의 차가운 모습으로 돌아와 타일런트의 눈을 바라보았다. 핏빛 같은 붉은 눈동자. 그가 타
일런트의 붉은 눈동자를 바라봄과 동시에 타일런트의 눈에 초점이 풀린다. 혼탁한 검붉은
빛으로 물들어가는 눈동자. 그는 얼마간 타일런트를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유리를 긁는
듯한 기분 나쁜 목소리가 둘 만이 서 있는 공간을 채운다.

“그러므로 최악의 상황이 아닌 한 이 녀석은 꺼내지 말 것. 적어도 이 함이 부서지기 전 까
지는 꺼내지 않도록 해.”

“....알겠습니다."

“좋았어.”

그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돌렸다. 순간 타일런트의 눈빛이 되살아난다. 눈동자에 스며들
던 검은 기운도 사라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분명 조금 전과 같은 붉은 빛은 아니었다. 본
래대로 돌아온 것 같지만 조금은 더 흐릿한 눈동자. 예전의 루비 같은 맑은 붉은 빛이 아
닌 진득한 핏빛의 눈동자.

“이 녀석의 봉인을 푼다면 어느 정도의 위력이 날 것이라고 생각해?”

방금 전과는 달리 타일런트는 그에게 존칭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런 타일런트를 곁눈질로
보며 사내는 기분 나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의 비웃음음 타일런트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그는 기분 좋게 말을 이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굳이 비교하자면... 최강의 하임즈. 절대자 오르젠더를 상회하겠지.”

“역시... 그 정도인가?”

타일런트의 말에 그는 더 이상 답하지 않았다. 단지 다시 한 번 그 푸른 기체를 바라보며
속으로 되뇌일 뿐이었다.

‘그렇기에... 그렇기에 이 녀석은 이 함이 부서지기 전까지는 이 곳에서 나오면 안돼. 이 녀
석을 상대할 수 있는 것은 이 방주뿐이니까.’





“저기...”

아젠은 조심스레 다가가 말을 걸었다. 오늘도 역시 창 밖을 보며 생각에 잠겨있는 청년에
게. 순간 그의 회색빛 머리칼이 흔들렸지만 그는 여전히 미동도 하지 않은 채 대답도 하지
않고 서 있을 뿐이었다.

“저... 츠바사씨?”

목소리가 작았던 것이라 생각했는지 이번에는 조금 크게 그를 불러본다. 그제서야 그가 반
응을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시선은 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단지 주의를 하지 않으면 들
리지 않을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답했을 뿐이다.

“응?”

“아... 저 그러니까...”

아젠은 손끝 하나 움직이지도 않는 그를 보고 잠시 당황한 듯 머뭇거렸다. 하지만 그녀의
그런 방황은 그리 길지 않았다. 그녀는 상체를 90도 가까이 숙이며 입을 열었다.

“저... 저번에는 구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인사는 예전에 받았다.”

“하... 하지만.”

“용건은 그게 다냐?”

아무런 감정도 실려 있지 않은 그의 목소리. 아젠은 대체 어떻게 해야 이 사람이 대화에 관
심을 가지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겨우 그 해답이 될 만한 단어를 머릿속에서 꺼내는
데 성공했다. 얼마 전부터 자신의 머릿속 한 곳을 차지하고 있던 단어.

“일루갈 제넥스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실 수 있어요?”

“....”

츠바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아젠이 자신이 무언가 잘못한 것일까... 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을 무렵.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일루갈... 제넥스...”

“...네?”

“키로이치. 사이네. 하임즈. 서펜트...”

의미 없어 보이는 단어. 아젠에게는 너무나 생소한 단어들. 그리고 그 특이한 억양과 발음
이 그 혼란을 더욱 가중시키는 단어들. 하지만 그는 그런 그녀는 신경 쓰지 않은 채 계속
중얼거릴 뿐이었다. 텅 비어버린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단어들을 계속 나열해 갈 뿐이었다.

“...!!”

그러던 순간 그가 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듯이 몸을 돌린다. 그리고 전력을 다해 달려 나간
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본 아젠은 당황하면서도 그를 따라 뛰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
는 그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더 이상 볼 수 없는 그를 찾아 고개를 돌리면서 그녀는 커다
란 한 숨을 쉬었다.


* 카루나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3-10-22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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