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레쿠마와 함께 간 교무실. 그 곳에서는 익숙한 얼굴들이 히로를 기다리고 있었다. 자신을 반기는 사람
들에게 일일이 인사하던 히로는 자신을 조심스레 바라보고 있는 두 명의 소년을 보고 천천히 몸을 돌렸
다. 오늘 알게 된 두 소년. 앞으로는 자신과 함께 생활할 두 명. 그 들을 바라보던 히로는 천천히 다가갔
다.

“붉은... 눈?”

히로는 그 중에 한 소년의 눈동자를 보고 엉겁결에 중얼거렸다. 하지만 곧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는 둘의
모습을 조심스레 살펴보았다. 조금 건방지다는 느낌도 드는, 검은색 가죽 재킷을 입고 서 있는 한 명과 평
범해 보이는 또 한사람. 사진으로 봤던 얼굴들이다. 기억이 맞다면 가죽 재킷을 입은 짧은 검은색 머리카
락이 죽돌. 붉은 눈동자에 상당한 동안이라 겉으로는 나이 추정을 하기 힘든 날카로운 눈매가 슈안. 가볍
게 그 둘에게 인사를 한 히로는 웃으며 다시 타레쿠마를 향해 몸을 돌렸다.

“이 둘은 오늘부터 드림 하트 소속입니다.”

“조금 이른 것 아닌가? 졸업까지는 조금 남았네만...”

“센세 권한으로 졸업을 앞당기는 것은 일도 아니지요. 부탁드립니다.”

“거참... 성격도 급하긴...”

타레쿠마는 가볍게 웃으며 알았다고 대답했다. 히로는 그런 타레쿠마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인 뒤에 창 밖
을 바라보았다. 조금 덥다는 느낌에 바라본 창은 굳게 닫혀 있었다. 홀로 돌아가고 있는 환풍기를 바라보
며 히로는 모두에게 양해를 구하고 천천히 창문으로 다가가 창문을 열었다. 일순 시원한 바람이 몰려 들
어오며 탁 막힌 것 같은 가슴을 쓸어내려준다. 이 바람을 즐기고 싶어서 아무리 더워도 얼마간 창문을 꼭
닫아놓고 있는 드림 하트의 그 누군가를 떠올리며 히로는 가볍게 미소지었다. 그리고 그대로 귀를 막아야
만 했다.

“와아아아아!”

갑자기 들려온 소리에 히로는 바로 고개를 내려 운동장을 바라보았다. 운동장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큰 크기지만... 그 곳에는 전교생이 모조리 몰려나온 것도 모자라 다른 학교에서도 온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많은 학생들이 나와 있었다. 자신이 가볍게 미소 짓는 순간 여학생들의 비명소리를 시작으로 들려
온 함성. 순간 놀란 히로는 재빨리 고개를 교무실 안으로 돌리며 외쳤다.

“센세! 분명 제가 저 온다는 말은 하지 말아달라고 했잖습니까!”

“그... 그랬지! 때문에 자네도 그냥 버스 타고 온 것이 아닌가!”

교무실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얼이 빠진 모습으로 바깥을 바라보았다. 일찍이 아카데미아에서 볼 수 없
던 학생들의 단합된 모습. 이미 몇몇 여학생들은 히로의 미소를 보았으니 더 이상 살 일이 없다는 듯이 실
신하다가 양호실로 실려가고 있었고, 남학생들은 마치 신에게 경배하는 듯한 경건한 분위기와 함께 붉은
악마 뺨치는 함성을 지르는, 조금은 언밸런스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보며 걱정하던 일이 있어났다는 듯이 타레쿠마는 한숨을 쉬었다. 미리 선생들을 모조리 불러
놓고 몇 번이나 주의를 주어 히로가 온다는 사실을 절대 발설하지 말라고 했다. 그 것도 모자라 히로는 평
범한 대중교통을 이용해 왔으며, 일부러 학생들이 흩어지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온 것이다. 즉 저기 있는
학생들은 자신들의 소중한 식사 시간마저 팽개치고 히로를 보러 왔다는 것. 타레쿠마는 짜증이 난다는 목
소리로 물었다.

“대체 누군가! 누가 말을 꺼낸거지?”

대답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타레쿠마는 머리를 긁적이다가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이 손을 탁 쳤
다. 그리고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케이치 선생. 오늘 점심시간 바로 전 수업을 10분 일찍 끝내고 돌아왔던 것 같은데... 무슨 문제가 있던
것인가?”

“아... 그... 그건...”

“변명은 죄악이라는 것을 알고 있겠지!”

“센세. 그만하세요. 케이치 형도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겠죠. 오랜만에 동생이 오는데 보고 싶었을 뿐일
겁니다.”

히로는 그렇게 대신 변명해 주며 머리를 긁적였다. 형의 오랜 친구이자 자신을 아카데미아에 입학시킨 장
본인인 케이치. 히로가 온다는 말을 듣고는 반가운 마음에 조금 일찍 와서 기다렸던 모양이다. 당황해하
는 케이치를 보고 웃으며 히로는 중얼거렸다.

“자아... 그럼 이 일을 어떻게 한다...”






“이게 뭔가요?”

아젠은 토렌디가 건네준 물건을 보며 물었다. 그 물건은 총 5개. 금속의 차가운 느낌이 그 물건들의 안에
서 느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무게 역시 조금 나가는 것 같기도...

“응. 오늘부터 이거 차고 다녀.”

“네?”

“양 팔과 다리에. 그리고 하나는 허리띠. 합해서 한 10kg 정도니까.”

“그... 그런!”

아젠은 황당해 하며 토렌디가 준 물건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팔목과 발목에 차는 것임을 알 수 있는 너무
나 익숙한 모양. 다만 그 곳에 들어있는 것이 자신이 아는 것과는 다른 모래가 아닌 납덩이라는 것일까?
게다가 허리띠까지...

“다... 다른 것은 몰라도 이 허리띠는 대체? 전 전국구는 아니라고요!”

“말이 많네. 다 조종 훈련을 위해서야. 게다가 그 것은 복대가 아니고 허리띠라고!”

“어쨌건 상관 없잖아요!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다고요!”

아젠은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하지만 토렌디는 아무것도 안 들린다는 태도로 일관하며 무언가 적힌 종이
를 전해 주었다. 아젠이 받은 종이에 적힌 내용은 ‘팔굽혀 펴기 30회’, ‘윗몸 일으키기 30회’ 등... 즉 쉽게
말해 운동이다.

“그 것들 차고 다니고, 거기 적힌 운동을 매일 할 것. 하루도 빼지 말고. 일단 기초가 중요하니까.”

“이런 것이 왜 필요해요? 조종만 잘 하면 되지.”

자신에게 강하게 따지는 아젠을 보며 그는 정말 모르는 것이냐고 물었고, 그렇다는 아젠의 말에 한숨을
쉬며 천천히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너 말이지. 전투기 조종법 익힌다고 다 조종사 되는 줄 알고 있니? 아니지. 하물며 메카닉 조종사라면 이
정도는 기본이지. 일단 기초 체력부터 다지고. G를 버티는 훈련. 실질적인 조종술 같은 것은 나중에 하
자. 순서대로. 이론은 당연히 매일 하는 것이고.”

“하... 하지만...”

“군말 필요 없음. 드림 하트에서 살아남으려면 내 말을 잘 들어. 이 것은 정말로 필요한 것 들 이니까. 오
늘부터 바로 시작할 것.”

토렌디는 그렇게 말하며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듯이 몸을 돌렸다. 그리고 천천히 걸어가 포트에 물을 올
리고 끓이기 시작했다. 커피를 마시려는 것이겠지. 그 모습을 바라보며 아젠은 한숨을 쉬었다.

“이러면 근육 생길지도 모른다고요... 전 보디빌더 되기 싫어요.”

“그럴 일 없으니까 하라면 해. 기라면 기고, 까라면 까는 곳이 군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