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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W DG SRW DG Chapter 02. Adol Army - 05

darkmakes 2003.08.03 10:20 조회 수 : 518

무언가가 보였다. 어둠 속에 무언가 거대한 것이 있다. 하나가 아니다.
저 멀리 보이는 실루엣은 마치 사람 같았다. 문제는 그 것이 지나치게 크
다는 것이지만...

어떤 소리가 들려왔다. 거대한 메카닉 두 대가 격투를 벌이는 소리 같
다. 그러고 보니 처음에 보았던 어떤 빛은 마치 빔 같았다.

그리고... 메카로 추정되는 그 녀석들은 뛰어 올랐다가... 무언가 하나가
떨어져...

그녀의 집을 박살내 버렸다.

떨어져 내린 것은 예상한 것처럼 거대한 메카닉이었다. 전체적으로 흰
색이 주를 이루는 그 기체는 흔히 말하는 건담이라는 기체의 외형적 특
징을 지니고 있었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V자 안테나. 흉부 배기구. 흰색
과 파란색, 그리고 빨간색의 트리코롤 컬러는 아무리 보아도 건담이었
다.

"날개...를 가진 건담?"

에바는 그 건담의 모습을 보고 중얼거렸다. 자신의 집을 박살낸 그 건담
은 날개를 가지고 있었다. 보통의 건담과는 달리... 직선적인 느낌의 날
개. 금속으로 되어있는 그 날개는 거의 완전히 부서져 있는 것 같았다.
날개뿐만이 아니다. 왼 팔을 감싸는 듯한, 조금은 폭이 좁아보이는 실드
도, 파란색과 흰색이 주가 되는 어깨 부분의 장갑도... 한 눈에 보아도 그
건담은 심하게 부서져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콕핏 부분에
있는 녹색의 구슬 같은 것은 왠지 불길한 느낌까지 풍겨가며 여전히 빛
을 발하고 있었다.

적어도 자진해서 떨어진 것은 아닌 듯 싶다. 이렇게 완벽히 부서져 있
는 모습을 보건데 아마 싸우다가 맞아서 떨어진 듯 싶다. 에바가 보기에
는 전혀 움직이지 못할 상황인 듯 싶지만 그 기체는 바닥을 짚고 일어
서 떨어뜨린 거대한 라이플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그대로 저 쪽에서 자
신에게 도약해 오는 검은 기체에게 라이플을 쏘았다.

눈이 멀 것 같은 빛과 함께 쏟아진 빔. 하지만 이미 불행의 까마귀, 휴케
바인은 공중에서 방향을 바꾸어 빔의 진로에서 벗어난 뒤였다. 그리고
착지한 뒤에 그대로 윙건담을 걷어차 버렸다. 순식간에 날아가 버리는
윙건담 제로. 날아가는 도중 자세를 고치고 착지한 뒤에 뛰어 올랐지만
이미 휴케바인은 자신의 머리 위로 뛰어 올라 있었다. 휴케바인은 공중
에서 그대로 윙제로의 머리를 밟아버리고는 다시 한 번 뛰어 올랐다. 그
리고는 공중에서 그대로 떨어지며 무릎으로 쓰러져 있는 윙제로를 찍어
버렸다.  

"이... 이게 뭐야!"

에바는 당황한 듯이 소리쳤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의 새 집이 그대로
날아감과 동시에 방금 휴케바인이 밟아버린 차는 아직 할부금도 다 내
지 않은 새 차였던 것이다. 5m 정도의 차이로 휴케바인의 발에 밟혀버
릴 뻔했다는 것은 그녀의 관심 밖이었다. 두 기체의 싸움 따위도 이미 다
른 세상 이야기였다. 단지 정체 모를 두 기체의 싸움에 날아가 버린 자신
의 집과 차 외의 어떤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

그녀는 그대로 품속에서 권총 한 정을 꺼냈다. 호신용으로 쓰기에는 무
식하다고 밖에 표현 못할 '데져트 이글'이다. 지금은 구형 기종이지만 그
녀의 불법적인 개조는 그 위력은 몇 배로 올려놓아 현재 나돌고 있는
그 어떤 총 보다도 위력이 세며, 거기에 너무나 무식한 위력 때문에 생산
이 중단 된 ' .50 AE ' 탄환이 암흑의 루트에서 생산된다는 것을 알고 비밀
리에 입수해 사용하고 있었다. 상당히 무거운데다 장전할 수 있는 탄환
수가 적어 실전에는 별 쓸모가 없을 것 같지만 그녀의 손에 있을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올림픽에 나갔으면 세계 신기록이야 매 회마다 갈아
치우며 항상 우승했을 그녀의 사격 실력이다. 게다가 탄환이 다 떨어지
더라도 그녀의 손에서는 진압봉 정도의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별 다른 조준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탄환은 휴케바인의 이어지는 공
격을 피하고 몸을 일으키려는 윙제로의 메인 모니터 카메라를 정확히
맞추며 부수어 버렸다. 그 덕택에 제로는 다시 한 번 휴케바인의 주먹에
쓰러져야만 했다. 정작 제로를 날려 버린 것은 휴케바인이지만 그녀의
머릿속에서 자신의 소중한 보금자리를 부순 녀석은 제로였을 뿐이다. 그
녀는 모니터 카메라를 부순 것으로는 화를 풀지 못했는지 크게 소리 질
렀다.

"이 나쁜 녀석아! 관심 있으면 있다고 말로 해! 아무리 내가 예뻐도 그렇지!"

순간 두 기체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휴케바인이 쓰러진 제로를 강하게
밟아버린 이후로 두 기체는 움직이지 않고있다. 완전히 침묵한 듯이. 이
말이 들려서 멈춘 것인지는 확인할 수 없었지만 윙건담 제로의 경우는
그 말이 아니었더라도 더 이상의 기동은 불가능한 상태로 보였다. 장갑
판의 대부분은 부서져 내부 프레임이 보일 정도며 군데군데 흰 연기가
피어오르는 곳이 많았다. 잠시간의 침묵이 지나가고 휴케바인은 발을 들
더니 몸을 돌려 저 멀리 사라졌다. 아무래도 그 말이 들린 것은 아니었나
보다.





"졌군..."

히이로는 저 멀리 사라지는 휴케바인의 뒷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이
게 저 녀석의 진짜 실력이다. 평소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지만 자신과 싸
울 때만은 그의 진정한 실력이 나온다. 제로 시스템의 힘을 이용할 경우
드림 하트호 기체들의 집중 포화도 피해낼 수 있는 자신이지만 그의 진
짜 실력 앞에서는 제로 시스템은 명함도 못 내민다. 양산형 휴케바인
MK - 2를 타고 있을 때도, 근 하루 가까이 싸운 뒤에야 그의 기체를 부
술 수 있을 정도였다. 물론 그 때는 제로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지는 않았
었지만...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닌 것 같다. 더 이상 이 녀석은 사
용이 불가능 할 것 같았다. 완전히 망가져 버렸다. 시스템이 더 이상 작
동하지 않았다. 프레임 자체가 부서져 버린 부분도 있으며, 제너레이터
는 폭파하지 않은 것이 실로 기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 엄청난 위력
의 버스터 라이플도 블랙홀 캐논 앞에서는 무력했다. 제로 시스템을 사
용했지만 그 차이 역시 그리 크지 않았다. 왠지 모르게 허탈했다.

심란한 자신의 마음을 진정시키고 싶었다. 제로 시스템의 후유증으로
부서질 것 같은 머리를 식히고 싶었다. 히이로는 한숨을 쉬고는 찬바람
을 쐬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콕핏은 수동으로 열어야만 했다. 콕핏을
열 때 히이로는 다시 한 번 확인해야만 했다. 제로는 죽었다. 완전히... 지
친 몸을 이끌고 밖으로 나오려는 도중 두 번이나 다리가 풀려 쓰러질 뻔
했다. 겨우 몸을 추스르고 일어나 밖으로 나섰다. 찬바람이 얼굴에 닿자
겨우 진정이 되는 듯 했다. 고개를 몇 번 저어주고는 그 자리에 앉았다.
어두운 밤하늘. 그리고 떠 있는 별, 차가운 바람. 또한 자신의 앞에 서 있
는 누군가...

히이로는 재빨리 몸을 일으켰다. 쓰러져 있는 메카닉의 위에 서 있는 사
람의 운동 신경 같은 것이 놀라워서가 아니다. 자신의 제로가 입힌 피해
때문에 미안해서도 아니다. 더군다나 제로와 휴케바인의 싸움 속에 휘말
리지 않고 살아남은 것이 놀라워서도 아니다. 단지 자신의 앞에서 자신
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짓는 한 소녀가 누구인지 알고 놀란 것이다.

".... 에바씨?"

"히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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