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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여우

녹시밀리언의 지적에 주춤하며 한 걸음 물러나지만, 이내 결심을 굳힌 듯 당당한 어조로 말합니다.

 

"반대로 숨길 정도로 숭고한 것일까? 모든 소원의 가치는 동등하다. 어떤 소원이 성배를 취하는 데 있어서 가장 적합한가를 따질 생각도 없어. 내가 알고 싶었던 것은 정확히 말하자면 당신의 소원 속에 내포된 인생 그 자체였는데 말야. 뭐, 앞으로 죽일지도 모르는 상대에 대해서 알고자 하는 건 사치일지도 모르지만......"

 

할버드는 잠시 말을 흐린 뒤 문뜩 자신의 손바닥을 쥐었다 폅니다. 마치 그 안에 자신이 원하는 해답이 있기라도 한 것처럼.

 

"내 소원을 물어봤던가? 그렇게 복잡한 건 없어. 나는 마술로부터 결별하고자 한다. 성배의 힘으로 이 몸에 걸린 성가신 저주를 해주한 뒤에 말야. 아까 모든 소원은 동등하다고 했지만, 솔직히 나는 그 중에서도 가장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라고 생각해. 단지 내 선조로부터 이어지는 부모의 선물을 몸에서 떼어놓기 위해서 다른 여섯 명의 인생을 짓밟으려고 하고 있거든. 그러니까 그걸 한 순간도 잊지 않기 위해 다른 이의 소원도 들어두고 싶은 거야. 만약 내 소원이 성취된다면 그것은 다른 누군가의 희생 위에 있다는 것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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