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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하



   고요함에, 평화로운 빛에 안긴 채, 소녀는 서서히 고개를 돌렸다. 새벽녘 고아한 햇빛과 같은 황금의 눈동자가, 마치 길 잃은 여행자를 기다리던 것처럼 곧게 들어온 이를 마주보았다. 아. 소녀는 짤막하게, 속으로 숨을 들이쉬었다. 검은 머리칼, 검은 눈동자. 단정한 외모는 선인의 그것. 허나, 맞물리지 않은 톱니가 있다. 저 눈 속 깊은 곳 어딘가에. 삐걱이는 그러한 것이 있어.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윽고 그녀는 희미하게 고개를 저었다. 고민거리조차 되지 않는 문제였다. 그녀는 언제나 그러했듯, 그녀가 살아온 대로 행동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나붓이 한 발자국. 발걸음을 내밀었다. 따스한 어머니의 손길처럼, 소녀를 감싸던 빛이 순간 눈조차 뜰 수 없을 정도로, 아니, 눈이 멀어버릴 정도로 강하게 휘몰아쳤다. 그야말로 빛의 폭풍. 그리고는, 서서히, 잔잔히 사그라든다. 아까와 같은 눈부신 빛 대신, 이제 남은 건, 소녀가 주위에 두른 희미한 잔향과 같은 빛 한 줌. 그럼에도 이 어둠 속에서, 홀로 존재하는 '특이점'. 그녀는 천천히, 완전히 몸을 돌려 객을 향해 섰다.



『그대는 무엇을 바라느냐?』



소녀는 물었다. 네가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고. 그 어떤 것도 더럽히지 못했던 듯, 찬연히, 오롯이 빛나는 금빛 눈동자가 한 점 흔들림 없이 청년을 향하고 있었다. 네가 바라는 것을 말하거라, 가엾은 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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