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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haz

 결계인걸까. 아니면 동굴 속의 습기때문일까. 숨을 들이쉬자 끈적하면서 찬 공기가 폐 속을 가득 채웠다. 고글을 벗고 배낭에서 조명탄을 꺼내 불을 붙였다. 암석으로 된 동굴 내벽이 붉은색 조명으로 물들어갔다. 타들어가는 조명탄을 동굴 안쪽으로 던지자 붉은색 호를 그리며 바닥에 떨어져 굴러갔다.


"여긴...."


 한 손으로 동굴 내벽을 더듬어 그 모양을 살펴보았다. 손이 내벽에 닿자 거친 바위의 느낌이 손가락 끝을 통해 전해져왔다. 반짝이는 조명탄의 빛과 그림자는, 오랜 세월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않은 동굴 내벽을 보여주고 있었다. 곧이어 던진 조명탄이 다 타들어가고 다시 동굴은 칠흙같은 어둠으로 가득 채워졌다. 조그전 조명탄을 던지며 본 동굴의 모양을 기억해 발걸음을 다시 옮겼다.

 조금씩, 조금씩, 나아가는 와중에도 공기중에 섞인 짙은 녀석의 자취는 없어지지않고 오히려 더욱 강해지고 있었다. 이것은 명백한 도발이라고 봐도 되겠지. 어쨌든간에 녀석은 침입자를 살려둘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나 역시 맨손으로 나갈 생각은 없었다. 녀석과 나. 둘 중 하나만이 이 동굴 밖으로 나갈 수 있을것이다.


 어두운 동굴 속, 방향감각이 상실된 채 그저 앞으로 뚫린대로 걸어가기를 수십여분. 갑자기 녀석의 자취가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동시에 나타난 거대한 무언가. 그것의 등장과 함께 녀석은 사라졌다. 어쩌면 소멸. 단 하나 확실한것은 갑자기 나타난 그것은 한 번에 동굴에서 녀석의 자취를 없애버렸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빈자리에는 새로운 그것의 자취..라기보단 존재감. 만약, 그것이 적이라면... 나 또한 소멸을 각오해야한다. 적이 아니기를 비는 수밖에.


"일단, 가봐야겠어."


 걸어가면서 알게된 점으로 새로운 존재는 갑자기 나타난 이후 어떠한 미동도 하지않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 처럼. 새로운 존재는 이동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나를 감시하는 듯 한 느낌도 났다. 이 때부터였다. 미동없이 무언가를 기다리는 그것에 호응해주기로 한 것은.

 발걸음을 빨리 움직여가며 그것의 자취가 느껴지는 곳으로 향했다. 이토록 진한 자취는 처음 겪어보는 일이기에, 그만큼 그것이 있는 장소를 찾는데 오래걸리지 않았다. 

 동굴의 오래된 내벽. 물도, 바람도 없이 정체되어있는 공간은 이미  그것의 자취로 가득 차서, 한 편으로는 지금 수영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고 생각될정도로 짙고 농후한것이 온 몸을 감싸고있었다. 이대로 있으면 늪에 빠져들거나, 그것이 온 몸을 감싸며 서서히 질식해갈 것 같을정도로. 그것또한 자신의 존재감을 숨기지 않고 방출하고 있었다. 아니면, 본인도 주체할 수 없는걸까.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 동굴속의 공간. 마치 방처럼 넓게 펼쳐진 공간이 눈앞에 펼쳐졌다. 마치 돔처럼 이루어진 천장과 자연적으로 생긴 돌기둥들 사이로. 이질적인것이 보였다. 빛이 없는 공간임에 불구하고 마치 빛이 비추는 듯 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한 소녀가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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