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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하


『검색 개시』

『영역 탐색』

『이동 개시』



     폭풍우가 몰아치는 곳이었다. 정정. 알 수 없는 공기와 기분 나쁜 쇳소리가 울려퍼지는 곳. 폭풍우라 생각했거늘, 그렇게 느껴질 정도의 '악의'만이 가득한 곳이었다. 어둠 속에 숨어든 누군가가 탐욕스럽게 찍찍대었다. 더 이상 사람이 사람이 아니게 된 비참한 모습으로, 과거의 동족을 물어뜯은 후 향해진 빛을 피해 숨어든 어둠 속이었다. 아아주 오랫적 아득한 옛날에는, 이러한 어둠이 아니었으나 시간이 흐르고 사람이 변하여, 결국 이 깊고 깊은 밤 속에 묻혀버린 곳이었다. 


     그리고, 그가 남에게 상처를 입히는 것에 목말라 몸일 비틀 때, 투명하고도 투명한. 비누 거품 같은 상자 안에서, 소녀는 가만히 눈을 감고 있었다. 전언은 해 두었다. 걱정할 것은 없다. 머무르던 곳을 떠나 이 거품 속에서, 소녀는 잠시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녀조차도 '항상'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으므로. 허락을 받고, 준비를 하고. 시간을 돌린다. 시간을 맞춘다. 빙글빙글. 



"────A chance to change my world♬"



     소녀는 나즈막히 흥얼거렸다. 기회는, 분명 또 있을 수 있다. '항상' 할 수 있는 일은 아닐지언정, 언제든 마음만 먹고, 조금의 인내심을 가진다면 충분히 몇 번이고 할 수 있고 또 할 수 있었던 일이었다. 하지만, 소녀는 이번이 같다 생각되지 않았다. 어쩐지 모를, 그런 생각이 든 것이었다. 이번이어야 한다고. 이유는 그녀도 알 수 없었다. 그저, 이번이어야만 한다고. 이번이 아니면, 다시는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소녀는, 작게 손을 꼭 쥐었다. 새하얗고 보드라운 손이 작게 옴츠린 모습이었다. 그녀는 깊게, 깊게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There'll be actual real live people♬"



     분명히, 그녀가 보지 못한 수많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악의도, 호의도. 수많은 색의 사람들과 수많은 목소리의 사람들. 그녀는 그들을 볼 수 있을까. 그들을 알 수 있을까. 그녀가 꿈꾸던 그 끝에 닿을 수 있을까. 바라온 길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지금으로서, 지금의 그녀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가만히 일어섰다. 도망치지 않아. 이건 스스로가 고른 것. 스스로 하기로 마음먹은 것. 언젠가는 반드시 해내고 싶다고 생각한 것이라면. 그렇게 믿은 것이라면. 스스로, '그렇게 하기로' '선택'한 것이라면──



"────For the first time in forever♬" 



     소녀는, 작은 몸집을 곧게 일으켰다. 길게 늘어뜨린 달빛 은사가 등을 덮었다. 새하얗고 또 새하얀 아이는, 내려깔았던 눈을, 곧게 떴다. 찬란히 빛나는 햇빛과 같은 금색의 눈동자. 그리고───



"───Nothing's in my way!"



     푸르게 푸르게. 끝도 없이 바닥도 없이 펼쳐진 그 너머 아래로, 소녀는 뛰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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