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로하《이브》

일단 트와이스는 이브가 설령 대단한, 제2법을 체득한 마법사에 가까운 존재라고 할 망정 그 자체에 대해서는 놀라지 않을 거에요.

 

그가 존재하는 이유 (마술사인 동시에 트와이스 H. 피스맨이라는 마술 그 자체) 는 어디까지나 현재 트와이스가 존재하는 세계의 구원인데, 이건 이미 멸망하는 것으로 정해져있는 사안입니다. 슈뢰딩거의 고양이를 예로 들면 상자를 열기 전에는 고양이가 살아있는 확률과 죽어있을 확률이 나란히 공존하고 있지만, 상자를 열고 나면 그건 이미 하나의 결과값 (죽었든지, 살았든지) 만이 존재하고 더 이상 바뀔 수 없죠. 그와 마찬가지로 이 세계는 왈라키아나 트와이스가 멸망을 관측한 시점에서 (=뚜껑을 열었을 때) 더 이상 변경 불가능한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설령 제6법을 얻는다 하더라도 멸망을 피할 수는 없는 거죠. 그래서 트와이스(오리지널) 은 돌아버렸고, 최소한 [인류가 행복하게, 만족하면서 멸망을 맞게 한다] 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즉 트와이스가 제6법을 추구하건, 성배의 힘을 추구하건 그건 전부 인류를 멸망시키기 위해서 하는 짓으로, 모순의 극에 달하게 된 거죠. 계열을 따져보면 왈라키아의 밤보다도 오시리스의 모래 쪽에 더 가까울지도 몰라요.



아마 이브가 수많은 차원을 넘나들며 많은 사람을 봤다지만 트와이스처럼 모순에 가득찬, 복잡한 인간상은 본 적이 없었을 겁니다. 객관적 기억으로만 수십 명의 기억을 가지고 있고, 자아는 없이 '타인' 을 연기하며, 실패한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구원을 위해 멸망을 추구하는 또라이잖아요. (이브와 만났을 때의 트와이스는 어린아이에게 전이된 만큼, 자아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기에 그나마 오리지널에 가장 가까운 개체였을 겁니다) 그러한 면에서 이브는 꽤나 심후한 인상을 받았겠고, 복잡미묘한 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 테고, 연민도 어느 정도 들고, 이런 녀석이 크면 나중엔 어떻게 될까─ 하고 생각하게 되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겠죠.



여하간 아무리 강대한 힘을 가지고 있는 마법사라도 이 세계를 구원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트와이스는 이브의 '힘' 에 대한 흥미는 그다지 없습니다. 그러니까 다른 방면에서 영향을 받게 될 거에요. 가장 중요한 점이라면 이브가 트와이스를 긍정해 준, '이해자' 였다는 것. 예를 들어... 아주 간단히, "넌 틀리지 않았다" 라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기만 해도 트와이스는 이브를 영원히 기억하게 되겠죠. 문제는 거기까지 대화가 진행되는 과정인데, 사실 이브가 트와이스의 말에 맞추려고 할 필요는 없습니다. 단지 초기의 반응, "─너는 마술사냐?" 라는 말을 이끌어낸 때부터 이브는 평소의 그녀다운 행실, 언동을 이어나가면 됩니다. 트와이스는 여기서 이브의 말에 휘둘리는 입장이면 되요. 어차피 이해가 되건 안 되건 트와이스는 그 모두를 경청하고 알아서 판단하고 마음대로 이브에게 영향받을 테니까요. 물론, 그 답게 결코 내색은 하지 않겠지만.

 

참고로 트와이스는 항상 그렇듯이 다른 누군가에게 개인적인 호의를 보내지는 못하지만, 이브를 '다른 그 무엇과도 맞바꿀 수 없는 특별한 개체' 로 인식하게 됩니다. ٩(๛ ˘ ³˘)۶♥

Powered by Xpress Engine / Designed by Sketchbook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