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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성 근방]

태양계에 있는 행성 중 고리가 있는 행성은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이다. 우주에 있는 먼
지나 얼음 알갱이 들이 행성의 인력에 끌려와 그 주변을 도는 것인데 밖으로 벗어나지도, 행
성 쪽으로 끌려가지도 않는다. 인공위성이 지구로 떨어지지 않는 것과 같은 원리. 행성의 인력
과 고리의 입자들이 행성 주변을 도는 속도의 균형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져 그 주변을 계속적
으로 돌고 있는 것이다.

그 중에서 토성의 고리는 가장 선명하다. 물론 가까이서 보면 암석. 먼지, 얼음 등이지만 지구
에서 볼 고리로 보일 뿐이니까. 안쪽에서부터 D, C, B, A, F, G, E 등으로 분류되는 그 고리
의 가운데. B 고리와 A 고리의 사이에 보통은 볼 수 없는 무언가가 떠 있었다.

붉게 달아오른 암석 덩어리 같은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인간형. 붉은 색의 기체. 움직이기
귀찮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토성의 고리 안에서 함께 토성의 주위를 돌며 멍 하니 조종석 안에
앉아 있을 뿐이었다.

“하암.”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일까? 자꾸만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우주의 저 편을 바라보고 있다. 그
리고 다시 한 번 커다란 하품. 얼마나 하품을 크게 했는지 눈물이 날 정도였다. 눈을 비비며
눈물을 닦고 좁은 콕핏 안에서 팔을 쭉 뻗는다. 아무래도 기다리기 너무 지루한 모양이었
다. 누가 뭐래도 사람을 무작정 기다리는 것은 지루한 일이니까. 특히나 그 것이 언제쯤 오는
지도 모르고 ‘대충 이때 쯤 되면 올 것이다.’ 라는 생각 아래 기다리는 것은 더욱 막막
한 일이었다.

머리를 긁적이며 다시 한 번 바깥을 바라보는 그. 그의 이름은 미니였다. 어찌 보면 꽤나 괜
찮은 듯한 생김새를 지닌 소년. 숱이 별로 없는 머리칼은 눈을 가릴 듯 말 듯 한 길이로 자
라 있었는데 슬슬 눈을 찌를 것 같아 그는 이번에 돌아가면 자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고
있었다. 가느다란 눈썹과 닥터 옐로 같은 사람이라면 눈에 불을 켜게 만들 긴 속눈썹. 눈은
조금 큰 것 같았는데 반쯤 감긴 것을 보니 아무래도 조금 있다가 잠들 모양이었다.

붉은 입술과 긴 목 아래에는 우주복을 입고 있기에 별 특별한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이 기체
의 기밀성을 믿는데다가 우주복에 딸린 모자 (미니는 이렇게 부른다)는 너무 거추장스럽다
는 이유로 벗어 놓고 있었다. 슬슬 잠이 들 모양. 거의 눈이 감겨 있는 지금, 그는 잠을 쫓아
내기라도 하 듯이 크게 소리 질렀다.

“귀찮아 죽겠네. 치카미 녀석! 왜 안 오는 거야!”

아마도 그가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치카미라는 이름을 지닌 사람인 것 같다. 유추해 보건데 아
무래도 여자. 그리고 나이는 미니보다 어림.

“벌써 3일째 밤샘이라니. 하암.......”

토성의 고리 안에서 둥둥 떠다닌 것이 3일째. 그 동안 잠 한숨 자지 않고 계속 떠다닌 그의
인내심에 경의를 표하자. 그저 검은 우주를 바라보며 가끔 전파를 날려주며 최소한의 에너지
로 기체를 기동시키고 있는 그였다.

“대체 언제 쯤 올 생각이야?”

그렇게 투덜대며 다시 한 번 바깥을 바라본 그의 눈에 무언가가 잡혔다. 저 멀리 타이탄 쪽에
서 날아오는 어떤 것. 토성의 위성 중 가장 큰 것이 타이탄이다. 그 쪽에서 날아오는 무언가
를 보고 그는 몸을 일으켜 기체를 움직였다.

“하아. 이제야 온 건가?”

귀신처럼 붉은 눈을 가진 기체. 아르나시아의 눈이 빛난다. 전신으로 에너지가 흘러들어가고
기동이 시작되었다. 천천히 토성의 고리에서 빠져나오는 아르나시아. 그런 그의 눈에 이상한
것이 잡혔다.

“치카미가 아니야?”

순간 미니는 이를 물며 재빨리 아르나시아를 움직였다. 앞에 서 있는 것은 그리 자주 본 기체
는 아니었다. 무언가 익숙해 보이면서도 위화감이 느껴지는 기체. 하지만 그에게 그 기체의 정
체를 추리할 만한 시간은 주어지지 않았다.

그 기체의 뒤쪽에 달려 있던 6개의 구체가 날아든다. 특별히 연결된 케이블 같은 것 없이 날아
드는 모습을 보아서는 염동력으로 움직이는 구체. 소년은 그 것을 보고 더 이상 볼 것도 없다
는 듯이 아르나시아를 움직였다. 날아드는 첫 번째 구체는 위로 급하게 솟아오르며 피해냈
다. 두 번째 것은 그대로 왼쪽으로 움직이며 피했고, 아래에서 솟아오른 세 번째 구체는 뒤로
물러나며 피해냈다.

6개의 구체를 모두 피해낸 미니는 더 이상 볼 것도 없이 바로 아르나시아를 상대에게 접근시
켰다. 하지만 느낌이 다르다. 역시 아르나시아가 제 힘을 낼 수 있는 곳은 지상이었던 것이
다. 아무래도 이런 우주에서는 그 힘을 제대로 내기 힘들다.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
는 노릇. 적어도 녀석의 공격을 피하는 것은 가능해 보인다. 그렇다면.

“적어도 네 녀석에게 당할 일은 없어!”

미니는 그렇게 외치며 자신을 공격한 기체를 향해 다가갔다. 양 팔에 장비된 손톱 비슷한 모양
의 병기로 상대를 찢어내기 위해 그에게 다가간다. 빠르게 다가감과 동시에 팔을 휘둘렀다. 전
함의 두터운 장갑도 일격에 찢어낼 수 있는 강도의 무기다. 초합금도 대번에 잘라내는 재질이
다. 그렇기에 단번에 저 기체가 두동강이 나리라는 것은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공격을 받은 것은 미니였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 염동력으로 움직이는 6개의 구
체는 완전히 피해낸 것이 아니다. 얼마든지 방향을 틀어 다시 공격이 가능했던 그 것. 아르나
시아의 장갑을 부수며 그대로 뒤에서 앞으로 튀어나온다. 왼쪽 어깨 부분에 커다란 구멍을 뚫
으면 왼팔과 몸을 분리시키고, 머리를 날리고, 오른쪽 다리의 무릎 부분을 절단해 버린다. 왼
쪽 허리에서 오른쪽 허리를 관통해 튀어나오며 두 다리를 잘라내고 콕핏이 있는 부분을 그대
로 관통해 버린다. 말 그대로 산산 조각.

“식스 슬레이브를 피할 수 있다고 본거냐? 우습군.”

‘이런 건방진 녀석!’ 이라고 하는 듯한 뉘앙스의 말. 그는 자신에게 돌아온 6개의 구체를
회수한 뒤 뒤쪽으로 기체를 빼내었다. 곧 이어 이어지는 커다란 폭발. 그는 이 폭발을 좋아한
다. 왠지 모를 쾌감. 화려한 음량과 효과에 이어지는 정적. 거기에서 느껴지는 무언가를 매
우 좋아했다. 진공의 우주에서는 아쉽게도 그 폭음을 듣지는 못하지만 말이다.

얼마 뒤 사그러드는 불길. 우주에서의 폭발. 그 불길이 꺼지는 원리가 과연 탈 물질이 없어
서인지, 공기가 없어서인지, 차가운 우주의 온도에 식어서 그러는 것인지 라는 것은 예전부
터 가지고 있던 의문이지만 굳이 그 것에 대해 고민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는 완전히 그 불길
이 사그라드는 것을 본 뒤 기분 좋게 웃으며 기체를 돌렸다.

“!”

그러다가 순간 다시 방향을 틀었다.

“뭐야? 저 녀석은?”

완전히 부수어 버린 것 같았는데 멀쩡히 서 있는 저 녀석은 대체 뭐라는 것인지. 그 느낌 때
문일까? 녀석의 붉은 색 아이 카메라가 더욱 붉게 빛나는 것 같았다.

“하아. 하아.”

미니는 거친 호흡을 내뱉으며 상대를 노려보았다. 이성이라고는 98% 사라진 생태. 미치기까지
는 2% 부족한 상황이다. 어째서 이렇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저 녀석을 살려두었다가는 내
머릿속이 터져버릴 것이다.

그렇기에 죽인다.

“하앗!”

순간 아르나시아가 앞으로 쏘아져 나아간다. 방금 전 까지와는 비교가 안 되는 속도. 그는
‘뭐 저런 녀석이 다 있어.’ 라고 투덜거리며 자신의 기체를 위로 솟구치게 했다. 아래로 빠
르게 자신을 베며 지나가는 아르나시아가 보인다. 그 속도를 줄이지 못해 상당히 먼 거리까
지 나아간 아르나시아를 보며 그는 바로 식스 슬레이브를 다시 발동 시켰다.

뒤쪽에 있던 6개의 구체가 다시 한 번 아르나시아를 노리며 날아간다. 하지만 미니는 피하지
않았다. 아르나시아의 손가락에서 빛이 솟구친다. 손톱 형태의 광선검이라고 할까. 양 손을
휘두르며 식스 슬레이브를 베어버린다.

오른손을 아래에서 위로 올리며 4개의 손가락에 나 있는 광선검으로 한 개의 구체를 5등분
하며 머리를 축으로 회전한다. 공중제비를 넘는 듯한 자세로 이제는 5조각이 나 버린 구체
를 피해낸다. 그리고 다시 날아드는 녀석을 왼손과 오른손을 교차해 베면서 25등분. 하지만
그 역시 맞으면 위험하니 다시 회피.

이런식으로 순식간에 6개의 구체를 모조리 박살내 버린 아르나시아는 그대로 자신을 공격했던
상대의 기체를 향해 날아갔다. 녀석은 아르나시아를 피하기 위해 뒤로 물러나는 것 같았지만
소용없다. 아르나시아에서 쏘아진 추적 장치는 그에게 붙어 있으며 거기에서 발산되는 파동은
아르나시아만이 잡아내고 아르나시아를 끌어들인다. 즉.

“어디로 도망치더라도 네 녀석이 죽기 전에는 벗어나지 못해!”

방금 전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미니의 외침. 미니는 식스 슬레이브라는 무기를
봉인한 손톱을 들어 그의 기체를 압박해 들어갔다. 상대에게는 근접전을 위한 무기가 없는 것
일까? 아니면 식스 슬레이브를 제외한 무기가 없는 것일까? 전혀 반격하지 못한 채 계속 피해
내는 그를 보고 미니는 ‘이겼다’라는 확신과 함께 상대의 콕핏 부분을 찔러 들어갔다. 흔들
림이 전혀 없는 깨끗한 찌르기. 상체를 비틀며 오른팔로 찔러 들어간다.

하지만. 그런 그를 반겨준 것은 상당히 유명한 무기였다. 지금까지의 움직임과는 다르게 빠르
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아르나시아의 속도가 위였으나 지금 녀석의 속도는 아르나시아와 같
았다. 아르나시아와 그 기체의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다. 벌어지지도 않은 채 그 녀석은 휴케
바인의 블랙홀 캐논을 꺼내들었다.

“큭!”

이 곳이 지상이었다면. 공기가 있는 곳이었다면. 단 한번의 도약으로 녀석을 꿰 뚫어 버릴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 연료로 점화시키는 것이 아닌, 공기를 저장해 단 한번에 쏘아
내며 앞으로 튀어나가는 원리의 아르나시아. 그 도약을 사용하지 못하는 우주에서의 전투는
아르나시아의 전투력을 8할 이상 줄여 놓는다. 누가 뭐라고 해도 그 것이 아르나시아의 최대
의 특징이자 최고의 공격이니까.

“잘 가라.”

그의 마지막 말은 이것뿐이었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약속 장소인 토성. 평소처럼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미니를 찾아 토성 주위를 빙빙 돌다가 발
견한 것은 한 기체의 잔해였다. 완벽히 박살난 기체. 그 기체의 잔해에 조명을 비추는 순간
그 잔해들을 이루는 금속의 재질을 알아챈 치카미는 경악하며 그 주변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없다.

미니의 존재는 없다. 그도 그럴 것이 그라면 보나마나 우주에서 기밀성을 유지시키는 우주복
을 입어도 헬멧은 벗어놓는다. 이렇게 기체가 터져 바깥으로 나올 경우 인체 내부의 기압과
진공 상태의 우주의 만남은 말 그대로 사람을 완전히 터뜨려 버린다. 그래. 풍선이 터지는 것
처럼.

“말도 안돼.......”

치카미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완전히 힘이 빠져버린 채 조종간에 얼굴을 묻었다.


\\\\\\\\\\\\\\\\\\\\\

우주편 프롤로그야 예전부터 구상해 놓은 것이니까...
역시 올해 안에 지구편을 끝내자! 라는 것은 조금 어리석은 판단이었을지도.
쓴소리만 무지하게 듣는군요 [웃음]

하지만 아크 - 제이더 -> 킹제이더로... 라는 구상은 꽤나 오래전부터 한 것이라...
음. 대충 에피소드 3인가? 그 때쯤 컨셉이 잡힌거죠. [하아...]
데스 엠퍼러의 특징이 제이 아크와 비슷하고, 아크의 특징은 제이더와 비슷해서
그렇게 만든 겁니다만... [아크 같은 경우 신청자 분이 아예 잠적해 버린... 데스는 슈안이지만...]
뭐. 어쨌든 그 것이 꽤나 마음에 안 들었던 모양입니다. 전 꽤나 괜찮은 생각이라고 쓴 건데...

뭐. 어쨌든 말 그대로 만회를 위해 일단 프롤로그는 써 놓습니다.
본편 나오려면 멀었습니다. 이번에는 설정을 완벽히 정리하고 해야지요.
DG 첫 화 나왔을 때 츠바사씨가 한 말이 맞았다는 것을 쓰면서 느꼈습니다.

'너무 이르다'

쓰면서 설정을 완성한다는 것은 결국 엉성한 마무리를 하게 만드는군요.
이래저래...
어쨌든 DG - Fly to the Universe - 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서.
음음... 중요한 것을 잊었었어. 초심...

언제 나올지는 모르지만 기대해 주시길.
다시 한 번 DG가 소설록을 지배할 그 날을 만들어 버릴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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