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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가 송과 비터 스텝

로하 2016.08.16 14:59 조회 수 : 11



00.



   『여보세요? 아, 응. 고마워. 당신이 만들어준 이 ■■, 완전히 마스터피스야. 에에, 미친놈이라니. 심해~ 상처받는다? 뭐어, 아무튼. 나는 ■■■■■■ 니까, 내 ■■■■■ 상태를 버틸 수 있는 ■■■■■■■■은 그렇게 없단 말이야. 내가 직접 만들거나.. ■■■■■■■■한테 부탁하면 되지 않냐고? 에에이, 내가 놀자고 ■■를 번거롭게 할 수는 없는 걸. 그리고 나..는 솔직히, 이 정도까지는 못 해. 진심이야. 평소에는 올 일이 있다면, ■■ 상태로 돌아다니거나, 당신 말마따라 적당히 내가 조치를 취해보는데. 이번에는 좀, 재밌는 일이 있어서. 그 정도의 상태로는 아마 버틸 수 없어. 악취미? 당신한테만은 듣고 싶지 않다니까, 진짜. 아무튼, 그렇다고 내가 내 ■■■■■■ 같이 그런 방식으로 있을 수는 없는 걸. 아무튼, 자신의 ■■■■■■ 상태 체크를 위해서 친히 전화해 주시다니. 애프터 서비스가 철저하네. 비싼 대가를 받는 만큼 프로페셔널하다, 그건가? ..설마 아니면, ■■■■■■■■■ 께 몰래 부탁이라도 받은 건 아니겠지. 솔직히 말해줘, 금괴만 20 kg 쯤 받은 건 아니지?』 





01.



   웨나엘 R. 알리스테어는 주관적으로나 객관적으로나 남부러울 게 없는 존재였다. 그가 응애 하고 처음 운 그 순간, 아니, 아마도 그 이전부터, 그에겐 넓은 땅, 어지간한 사람들이 보면 눈이 돌아갈 정도의 금전, 그리고 아기인 그가 눈만 돌려도 재빨리 와서 뭐던지간 챙겨줄 사람들이 있었고, 말 그대로 뭐던지간 어렵잖게 해내는, 숨길 수조차 없는 재능, 거기에 백 명이 보면 만 명이 감탄할 만한 용모까지 가지고 있었다. 이쯤 되면 금수저도 아니고 오리하르콘 수저쯤은 될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는 그와 비슷한 부류의 - 아마도 극소수겠지만 - 인간들의 고질병인, 끝없는 나른함과 지루함이라는 적과 싸우고 있었다. 물론 지루해서 미칠 것 같은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기에는, 그웬이라는 소년은 자신의 가족과 (몇 안 되지만) 벗들, 그리고 다른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을 매우 소중히 여기고 행복하게 받아들이고 있었으니까. ("난 어머님이나 ■■■■■■■■■■라던가랑 얘기하는 것만으로도 일주일은 행복하게 지낼 수 있어") 


   그러나, 그것은 반대로 말하자면, 그 특정 부류의 사람들이 함께하지 않을 땐 오히려 더 심한 싫증과 심드렁함을 느낀다, 는 말도 될 것이다. 그리고, 그웨나엘 R. 알리스테어는 지금 정확히 그런 상태였다. 그의 가장 소중한 벗이자 가족과 같아진 소년, 크리스는 저녁 식사에 쓸 퀭한 눈의 생선이나 양파, 국물을 우려낼 비쩍 말라 비틀어진 멸치 따위를 사기 위해 집주인 마님과 함께 나가 있었던 것이다. 이 더운 날에. 덥고 습하고 짜증나는 섬나라의 여름날에.



    그렇다. 심심함과 지루함은 차치하고, 이 빌어먹을 엿같은 날씨 덕분에 그웨나엘 R. 알리스테어는 실시간으로 미쳐가는 중이었다.  






02.



   "습도 멸망해라. 이 날씨에도 살아갈 수 있다니 인간이라는 종의 발전과 환경에의 적응력은 정말 대단해." 



   그웨나엘 R. 알리스테어는 꿍시렁대며 테이블에 엎드렸다. 더워, 더워, 더워. 더워서 죽을 것 같다. 냉동실에 웅크리고 있으면 살만해질까? 그웬, 혹은 아리스 군이라 불리는 소년은 탐스런 은빛 머리칼을 쥐어뜯기 시작했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소리치고 싶은 기분이었다. 


   물론, 날씨는 그와 크리스가 일본에 처음 온 그 날부터 별반 다르지 않았다. 문제는, 한여름의 폭염과 습도로 인한 전력 사용 폭주 때문인지, 아니면 단순히 노후한 설비 탓인지, 에어컨이 고장난 것이다. 그렇다. 에어컨이. AS 센터에 연락해 보았지만, 오늘치 서비스 예약은 끝난지 오래고, 최근 이 근방의 전력난이 심해진 것인지 정전과 고장 사태가 잦다며 최소한 내일 오후까지는 올 수 없다는 답 뿐이었다. 그마저도, 그가 기가 막힌 목소리와 언변으로 담당 직원을 녹아내리듯 살살 구슬린 덕에 가능한 일이었다. 선풍기? 이 정도의 날씨에 선풍기를 틀어봤자 짜증만 날 뿐이다. 애당초, 창고 어딘가에 박혀 있는 걸 꺼내기 위해 먼지를 뒤집어쓰고 들어갈 생각은 나지 않는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이미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마술을 써버릴까, 하는 유혹은 매우 강렬하게 다가왔지만, 소년은 곧 고개를 저었다. 생활의 문제로 - 누군가를 구하기 위한 긴급사태가 아니라면 - 가급적 사용하지 않을 것. 그가 존경하고 경애해 마지않는 모친의 방침이었다. 그걸 어기느니 쇼핑몰 안의 분수에 다이빙하고 경비원에게 끌려가는 쪽이 백만 배 낫다. 



    "아아아아아아!!!!! 진짜 변기통에 머리라도 박아버릴까으아아아아아!"



   푸, 하고 뒤로 나자빠지듯 앉으며 소년은 앓는 소리를 내었다. 그는 본디, 더위에는 사알짝 약한 편이었다. 사알짝. 문제는 습도였다. 그는 다습과는 연이 없는 지역 출신으로, 반평생을 매우 상쾌한 기후의 지역에서 살아왔으므로 섬나라, 그것도 저위도 지역의 습기와는 연이 없었다. 연이 있는 것도 물론 바라지 않았다. 그는 몸이 (좀 미묘한 상태긴 하지만 일단 몸으로 칭하는 게 나을 것이다) 뜨뜻미지근한 물에 푸욱 담궈두었던 스펀지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 불쾌지수 최소 90퍼센트, 장담할 수 있었다. 



   어딜 나갈까, 하고도 생각했지만. 지금 이 날씨에, 햇빛이 정면으로 내리쬐는 밖에선 단 3분도 있기 싫었으므로 그는 망설였다. 아니, 그래. 뭐 온도 자체는 그렇다치더라도, 그는 너무 눈에 띄었다. 길거리에 나서면 장담컨대 시선과 허접스런 헌팅과 속닥거림과 사진 요청이 한가득이란 것을 그는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자신을 몰래 찍은 사진들이 미친듯이 짹짹이나 뭐 그런 곳에 돌 것이었다. 



   그런 귀찮음을 무릅쓰고 나갈 것이냐, 아니면 그냥 여기 드러누워서 녹아내린 스펀지가 될 것이냐. 그는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아무 서번트나 빙결 보구로 여길 얼려버리면 좋겠다...... 아니면 최소한 근해(近海)를 증발시켜줘...."



   그는 진심으로 바랐다. 그렇다면 그는 모친의 방침을 어길 일 없이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고 해피엔딩 해피엔딩. 아무튼, 여기서 이렇게 혼자 뒹굴어봤자 답이 없나.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몸을 일으켰다. 그는 쭈우우욱, 기지개를 폈다. 얼음물을 한 컵 단번에 들이키고. 까치 둥지마냥 되어버린 부스스한 머리칼을 대충 슥슥 문질렀다. 스트레칭을 하듯 팔을 빙빙 돌리며, 그는 푹 한숨을 쉬었다.



   "어디로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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