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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간섭도 하지 않고 어떠한 도움도 주지 않으며 어떠한 방해도 하지 않는다.


그것이 그들이 헤어질 때의 암묵적인 약속이었을 터이다.


그렇지만 이안이 전쟁에서 어떻게 되는지, 어떠한 전투를 펼치는지 하나도 파악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양 쪽 모두 기대하지 않는 일이었다.


이안은 그 마이페이스 마녀가 자신에게 완전히 관심을 끄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었고, 그녀는








"어리석은 놈..."


그것이 그녀가 이안의 마지막 전투를 지켜본 소감이었다.


분명히 그의 마술은 서번트라는 상정 외의 존재에게도 심각한 데미지를 입힐만한 수준이었다. 그것은 이전의 전투로 상대가 단 한 번의 마술 행사에 피를 토하면서 후퇴하는 것으로 확인이 완료되었다.


그렇지만 그것은 한 순간의 빈 틈을 노렸을 때의 얘기였을 터이다. 서번트를 상대로 당당히 정면에서 마술을 행사하다니, 그런 말도 안 되는 전법을 사용할 줄 그녀는 꿈에도 생각지 못 했었다.



"....역시 더 심하게 굴렸어야 했나."



그렇게 이안이 적 서번트의 보구에 쓰러지는 것을 보면서 그녀는 자신이 태어나고부터의 일들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느꼈던 갈증,

목이 말라. 원해. 피를 원해. 이 갈증을 풀어줄 피를 원해. 원해원해원해원해원한다고─!

그 뒤로 이어진 학살.

살려주세요! 제발 아무나 도와주세요!! 아직 죽고 싶지 않아!

'성배'라는 것의 존재를 알았을 때의 환희.

이것만 있으면 돼.. 이것만 있으면 이 빌어먹을 생활도..

처음으로 가진 자신의 자식.

뭐야, 이게 내가 만든 거라고? 이런 징그러운 것이? 이렇게 불쾌한 것이?

허무한 죽음.

고작 이 정도에 죽는 건가. 정말로 연약하디 연약한..

마모된 감정.

어째서 분노하는 거지? 자신과 가까웠던 사람이 죽는 것은 누구에게나 흔하게 닥쳐오는 일 아닌가? 

아니, 그보다 너도 이제 죽을 거라고?

그렇게 노리게 된 성배.

더 이상.. 이런 삶은 싫어. 이런 생활은 싫어.



그녀는 성배를 원했다. 그 누구보다도 강렬하게 그것을 원했다.


원하는 것은 평범한 인간으로서의 삶. 피를 원하지 않아도 되는 삶.


영생은 좋았다. 흡혈은 싫었다.


둘 중 하나만 선택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렇지만 기적의 원망기라고 불리는 성배라면? 저 둘 중 하나만 택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평범한 인간 사회에 융화되고 싶었다. 더 이상 주변에 이런 미치광이들만 있는 삶을 살고 싶지 않았다. 마모되어 가는 인간으로서의 감정 역시 조금이나마 되찾아보고 싶었다.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그녀는 여러 마을을 학살하면서 자신의 자식을 만들었다.


성배 전쟁에 참여하여 죽는 것은 싫었기 때문에.


두려웠기 때문에.



수많은 마을들을 학살하면서 얻어낸 최고의 자질을 지닌 청년이 이안이었다. 흡혈귀로서의 적성보다는 마술사로서의 적성이 뛰어났다는 것이 유감이었지만.


그렇기에 그에게 마술을 가르쳐주고. 그가 죽지 않을 정도로의 적을 제공해주고. 성배전쟁에 대한 단서를 은근슬쩍 흘리고. 그렇게 그가 성배전쟁으로 향하는 길을 열어주고.


상상 이상으로 마술사로서의 실력이 발전해 자신조차 승리를 자신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한 이안이었지만, 그들이 주종 관계에 놓여있는 한 그가 자신을 이길 수 있을리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최후의 승자가 되기 직전의 순간, 성배를 가로챈다.


그러한 계획이었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그는 오히려 가장 첫번째로 패퇴하고 말았다. 원인은 너무나도 지나친 공격성. 자신의 능력에 대한 과신. 오만.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지."



아쉬웠다. 성배를 놓친 것도 아쉬웠지만, 이제 다시 한동안은 다른 누군가와 감정을 충돌할 수 없다는 것이 더 아쉬웠다.


사도가 된 것을 확인하자마자 수중에 이안을 놓고 다른 사도들처럼 괴물이 되지 않게 했던 나날들.


그러면서 자신 역시 재차 감정을 회복하던 나날들. 그런 날들을 지내려면 다시 한참의 세월이 지나야한다는 것이 슬펐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주저앉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다시 한 번 100년, 아니 그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재차 성배를 노리면 될 일이다. 그렇게 조금씩 요령을 늘려가고 시도 횟수를 늘려가면서


언젠가 성배를 이 손 안에 가져오고 말 것이다.



마스터 - 이안

BAD END


사도 - 앨리스

1회차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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