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냅킨을 집는 것이다

흡혈귀씨 2013.08.19 23:21 조회 수 : 31

노을빛이 넘실거리는 미온강의 물결.

 

그 위에 사람의 손으로 세워진 거대한 철골은 자연을 거스르는 행위지만 그래도 덕분에 꽤 아름다운 광경을 볼 수 있게 해준다. 거기에....

 

 

~, ~.”

 


그녀가 저렇게 즐거워하는 모습을 곁들이면 더 할 나위없는 명작으로 남을 수 있겠지.

아아, 담아두도록 하자. 이 광경을.

 

그렇게 생각하고서 조용히 인식장해가 달린 수정구를 흘려보내며 

앞서서 춤추듯이 사뿐사뿐 걷고 있는 마르그릿트의 즐거워 보이는 모습을 지켜보며 따라 걷는다.

 

 


───이전 잠에서 깨었을 때, 자신의 고백을 받은 마르그릿트는 매우 부끄러운 듯이 잠시 얼굴을 붉히고서 

어찌할 바를 몰랐으나, 이내 약간 고심하는 표정으로 이쪽의 고백을 받아들여 주었다.


 

그것을 받아들여주는 표정은 완전히 납득하지는 못한 것 같았다.

그리고, 자신의 행위에 무언가 의미가 있을 것이라 판단한 것처럼 그 흔들림 없는 늠름한 시선을 마주하고서 자신이 너무 성급하게 고백을 꺼낸 것이 

아닌지 잠시 고민이 되었다. 일방통행적인 사랑도, 사랑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인가? 아니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사랑인가?

 

그리고는 마술과 명예, 오로기 기지감을 타파하고 미지를 추구하였던 자신이 이렇게 이상하게 바뀌었다는 것을 확인하고 속으로 쓴 웃음을 흘린다

여전히 자신의 뇌리를 관통하는 기지는 잔재하지만, 그래도 그녀에게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이야기한 덕분인지, 아니면 그녀가 표면적이나마

자신을 받아들인 것으로 약간의 불쾌감은 해소되는 것 같다.

 

 

 

 

~, ~.”

 

  




────아니면, 자신.......아니, ‘칼 로렌츠 크래프트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의미일지도 모르지.

 


 



...생각에 잠기었다가, 마리의 콧노래 소리에 이내 정신을 차리고 어느새 약간 거리가 벌려진 것을 확인 후 발걸음을 옮긴다.

 


.......뭐어, 그런 의미에서 고백한 것에 딱히 후회 같은 감정은 생기지 않는다.

자신으로서 후회라는 것은 이 짧은 삶에서 그리 깊게 생각해 본적이 없으니까.

 

아무튼 오늘은 고백한 김에 마르그릿트가 좋아할 만한 여러 장소를 돌아다니며 도시 순회를 주로 하였다. 자신으로선 크게 흥미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녀와 함께 거리를 걷는 동안은 기지감이 잠시 동안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에 더할 나위 없이 유익한 시간이었고, 무엇보다 그녀가

좋아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꽤 여럿 획득할 수 있었으니. 후후......

 


그렇게 작게 웃음을 흘리며 따라 걷고 있던 도중,

어느 새 멈춰 선 것인지 뒤돌아서 자신을 쳐다보는 마르그릿트를 확인하고서 살짝 놀란다.

이런이런, 아무래도 오늘의 사귐으로 인해 나도 조금 헤이해진 것 같군.

 

 


“......?”

 


? 왜 그러지, 나의 사랑스러운 마르그릿트?”

 

 


그런 생각을 머릿속으로 흘리며 조심스럽게 물어보자 어째선지 자신으로선 이해가 가지 않는 표정으로 이쪽을 지긋이 응시한다

그 시선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오늘 그녀와 함께 거닐었던 거리에서 느꼈던 것과 같은 기쁨, 놀람, 만족 등의 긍정적인 것뿐만이 아니라 

어째서인지 혼란, 그리고....불안함?

 


 

, 그대가 내가 모르는 어떤 사정을 가지고 있는 것은 짐작이 간다.

......하지만, 왜 그런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 같은 사람처럼 웃는 것인가?”

 

  

“..........”

 

 


잠시 약간의 놀라움을 느끼고서 그녀를 직시한다.

자신의 고백이 있은 후 이쪽의 이상성을 설마하니 이렇게 빠르게 눈치 챌 줄이야, 이건 반성해야겠군

자신이 확실히 해이해졌다는 것을 속으로 가볍게 자책하면서 그녀에게 대답해준다.

 

 

이런, 본의 아니게 심려를 끼친 것 같군. 혹여 그대의 마음이 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네, 아름다운 꽃이여.

하지만 이번만큼은 그대가 궁금해 하는 듯하니, 그대를 위해 그 고민을 친히 해소하도록 하지.”

 

 

그리고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는 걸음을 옮겨 그녀의 옆자리에 서서 말한다.

 

 

“....일단, 그대에게는 조금 지루할지도 모르지만 약간 긴 이야기이기 때문에 걸으면서 이야기하도록 하지

그대의 하늘과 같은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주기를 부탁하네.”

 

. 그렇지 않다, 칼이여. 그대는 나를 소환한 자이자, 내가 신뢰하는 동료이자, 소중한 전우.”

 

마르그릿트, 그대가 그렇게 여겨준다니 이 보잘 것 없는 자로선 고마움을 감추지 못하겠군. 후후......”

 



 그녀의 말에 웃음을 흘리고선 멀고먼 수평선, 그 끝을 향해 점점 사라져가는 태양을 텅 빈 항구의 부둣가에서 말없이 지켜본다.

나의 이야기를 들은 마르그릿트, 그녀는 이야기를 시작하고 끝날 때 까지 어떤 말도 꺼내지 않고 묵묵히 경청한 후 이 자리에서 가만히 

바닷가를 지켜보고 있다. 아마 그녀로서는 심정이 복잡할 것이라 느낀다.


그리고 무언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차릴 것이다.


그것은 자신이 이야기한 사실에서 몇 가지를 이야기 하지 않았기 때문이지만.

 

 




────에이비히카히트 (Ewigkeit)

 

 




마법의 영역에 가까운 대마술을 그녀를 만나기 위해 최초의 자신이 그것을 행동에 옮기었고

그것을 위해 과거 평행세계의 수많은 자신칼 로렌츠 크래프트는 그것을 실행에 옮기던 도중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

 


그리고 그로 인해 자신이라는 존재 개체가 버틸 수 있는 한계점이 얼마 남지 않았고,

에이비히카히트 술식을 당장이라도 파기하지 않으면 자신과 더불어 근원의 틈을 통해에 연결되어있는 

모든 칼 로렌츠 크래프트가 전부 소멸된다는 사실.

 

 

......이 두 가지를 그녀가 알게 되면 마르그릿트, 그녀는 분명히 슬퍼할 것이다.


자신의 어리석은 고행에 슬퍼하면서도, 자신이 뺏은 것이나 마찬가지인 수많은 칼 로렌츠 크래프트의 목숨에 자신을 비난하겠지

그렇기 때문에 이 사실은 일부러 숨긴 것이다. 이 성배 전쟁이 끝날 때까지 만은 이 비화(秘話)를 감추고

에이비히카히트 술식을 제거하기 위해 혼과 연결된 마술각인을 완전히 제거한다.

그 후에는 극동에 숨어있다고 알려져 있는 마법사를 배출하는 가문의 뛰어난 인형술사에게 각인을 대가로 거래를 할 생각이지만

그 부분은 자신이 거기까지 마르그릿트와 생존과 승리를 쟁취한 후에 생각할 일.


 


숨긴 사실에 대해선 그 후 확실하게 그녀에게 털어놓을 생각이다.



그녀가 원한다면 어떠한 대가라도 치르도록 하자.

설령 이 목숨을 또 다시 잃는다고 해도, 그녀가 살아서 행복을 누린다면 나는 무엇이라도......

 

 

언젠가는 그녀에게 말해 줄 비밀을 머릿속으로 떠올리던 중 갑작스럽게 난간 위를 뛰어넘는 마르그릿트의 행동에 사색에서 빠져나온다.

갑작스레 움직인 그녀는 깊게 숨을 쉬고서 무언가 확실히 정한 듯이 처음 만났을 때와 같은 곧은 시선을 이쪽에 향했다.



"칼."  



그리고, 순간 바람이 조금 강하게 몰아치며 자신을 등지고 바다를 쳐다보는 그녀의 머릿결이 이리저리 흔들린다.

그리고, 그 모습에 아주 오래 전의 기억이 떠오른다.







───이 짦은 생을 통틀어, 그리고 이 세상의 그 어떠한 것보다도 고귀하고 소중하다고 여겼던 그녀.



어색하지만 나쁘지 않은 간격으로 최후의 순간을 맞이하기 전에 그녀와 함께 거닐었던 해질녘의 거리.



백금과도 같았던 그녀의 모습.



무엇보다 고왔던 그녀의 목소리.





....언젠가, 황혼의 거리에서 보았던 진심으로 행복해보였던 미소.







───아아, 어찌하여 잊고 있던 것인가. 

어째서 지금에서야 간신히 떠올릴 수 있었던 것인가.


가장 고귀하고, 유일한 것이라 여겼으면서도 자신은 어리석게도 그것을 잊어버리고 있었다.



"나는 좋아하는 사람들이, 정말로 많다."



그녀의 말을 귀에 담으며 생각한다.

마르그릿트, 그녀는 너무나도 상냥한 자이지. 자신이 정확히 알지 못하는 그녀의 과거에는 분명 그녀가 소중하게 여겼던 이들이 있었을 것이다.

자신보다 먼저 그녀를 발견하여 따른 자들이라면, 그녀의 사랑과 관심을 받아도 어쩔 수 없다. 하지만 현세에서 만큼은 절대로 그녀를 넘길 수 없다.



"에리는 말은 다르게 할지언정, 분명히 좋은 사람이다. 목소리가 굉장히 예쁘고, 검을 우아하게 쓴다.

소우지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집이고, 고집일지는 모르나 이 광기의 무대에서 만난 자들에게 그녀를 더럽힐 수는 없다.

순수한 호의로 마리를 접하려하는 자들도 아주 극소수 있을지 모르나, 불순한 의도를 가진 광대가 더 많다면 어쩔 수 없는 일.



"......역전 카페의 여주인도, 공원에서 매일 나와 고양이들과 놀아주고 내 인사를 받아주던 노인도, 번화가 고서점의 주인도,

저번에 보았던 신부도, 전부 다 좋아한다. 마치 기적과 같은 일이 아닌가. 만났다는 것 자체가. 하지만 그 중에서도...."



그녀가 아무리 다른 이들을 좋게 말하려고 해도, 그 부분에 관해선 이쪽이 허용할 수 있는 범위는 정해져 있기에 가만히 그녀의 말을 듣고 있자,



"가장 좋아하는 건 역시, 칼, 그대다."



그 말에, 순간 사고가 멈추었다.

자세를 바로하고 가녀린 어깨를 피며 대답한 그 말에 잠시 자신답지 않게 사고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느끼고 있자, 

이 심정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 그녀는 여전히 이쪽으로 시선을 돌리지 않고서 이어 대답했다.



".......그러니까, 내가 그대의 부름에 응한 이유는, 아직은 비밀이다."



그녀가 자신의 소환에 응한 이유, 그 말에 약간 혼란스러운 시선으로 이쪽을 등지고 선 그녀를 쳐다본다.

분명 자신이 그녀를 소환해 낸 것은 촉매를 통해 소환해낸 기적과도 같은 우연, 이라고 여지껏 판단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의 발언은 마치 자신이 그녀를 찾았기에, 그녀가 자신을 찾아왔다는 소리가 아닌가?



"............"



잠시 눈을 감으며 혼란스러운 머릿속을 가다듬고 있자 작게 키득거리는 웃음소리에 다시 눈을 뜬다.


수평선 너머로 천천히 가라앉아가는 태양 속에서 뻗어지는 가녀린 손길.

그 붉은 노을이 수면 위를 금빛으로 물들이는 모습을 배경으로 자신을 향해 손을 내밀며 미소를 흘리는 마르그릿트.







───아아, 자신은 역시 반론할 수 없을 정도로 확실하게 그녀에게 반해있구나.






그런 생각을 머릿속으로 흘리며 내밀어진 그 작은 손을 조심스래 마주 잡는다.

다시는 이 손을 놓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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