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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얀 2013.08.16 14:57 조회 수 : 3

side 요시노

 

성배전쟁 4일차 밤 8

 

 

 

? 요코씨?”

 

 

 

휴대폰으로 걸려온 한 통의 전화. 내용은 간단했다. 어차피 서번트 소환도 하지 못했으니 그만 본가로 돌아오라는 내용.

 

 

 

조금 시끄럽긴 했지만, 대강 얼버무려 버린다.

 

 

 

아직은 괜찮아. 적대적인 서번트도 없고, 오히려 지켜줄 서번트가 있다고 하는 편이 옳을 것 같아.”

 

 

 

몇 명 얼굴이 순간 머릿속에 떠올랐지만 곧바로 되돌아오는 말에 생각은 뭉게구름처럼 흩어졌다.

 

 

 

잠깐,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되잖아. 남자에게 홀리다니……. 그리고 레비쨩은 여자아이라구.”

 

 

 

간단하게 말하자면, 상대 남자 서번트에게 홀려서 안 오려는 것 아니냐는 말. 실례가 아닐 수 없다. 아무리 편하게 대하는 요코씨라지만, 메이드가 너무 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피어오른다.

 

 

 

알았어. 그럼 내일 아침에 온다고? 알았어. 부탁한 거 잘 부탁해.”

 

 

 

전화를 끊으며 한 숨을 길게 쉬며 어느새 어두워진 거리를 거닐다 편의점에서 산 빵 한 봉지를 뜯었다.

 

 

 

정말이지, 전기만 좀 어떻게 해달라니까 뭐가 그리 잔소리가 많은 거야?”

 

 

 

혼자 불평불만을 늘어놓으며 빵을 입에 물고 스마트폰을 켰다.

 

 

 

뒷골목에 하나, 거리에 하나. 그리고……. 서번트?

 

 

 

한 번도 오지 않은 곳이라 한 번 둘러보러 왔던 것이 주변에 마술사 두 명과 서번트 한 명을 포착하며 바닥에서 기어오는 어둠처럼 긴장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요시노. 오늘은 위험하니, 집으로 가는 건 어떠냐?

 

 

 

역시 홀몸으로 이렇게 다니는 것은 위험하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며칠 전까지 이야기.

 

 

 

지금은 서번트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지금의 나는 내가 도주에만 전념한다면 그 어떤 서번트도 붙잡을 수 없다. 며칠간 준비한 것은 겨우 형태를 갖추어 이제 본격적인 움직임을 가져도 좋을 시기가 되었다.

 

 

 

됐고, 뒷골목이 조금 수상한 것 같은데…….”

 

 

 

발걸음은 천천히 어둡고 고장 난 가로등을 지나 구석에서 누군가의 주머니를 털고 있는 어떤 여성을 발견했다.

 

 

 

틀림없다. 마술사다. 마스터? 마스터가 남의 주머니를 털고 있다니 이 무슨…….

 

 

 

조금 황당한 상황이지만, 일단 접근하기로 마음먹고 걸음을 다시 옮겼다.

 

 

 

저기……. 안녕……하세요?”

 

 

 

외국인 같아 보였지만 일단은 일본어로 인사를 건네 본다. 만의 하나를 위해 영어로 말할 준비도 했지만, 다행히 그녀는 유창한 일본어 솜씨를 뽐내기 시작했다.

 

 

……무슨 볼 일 이라도?”

 

 

자신에 대한 경계와 일을 방해받은 것에 대한 미묘한 짜증. 두 가지 감정이 담긴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조심스레 질문했다.

 

 

실례가 안 된다면 혹시 뭘 하시는 지 물어봐도 될까요?”

 

 

귀찮으니 빨리 사라지라는 듯이 그녀는 날카로운 눈초리로 나를 쏘아보며 대답했다.

 

 

아르바이트에요. 노동을 하는 것과 동시에 돈을 받는 거죠. 보면 모르나요?”

 

 

. 보면 알아요. 알아서 문제인 겁니다.

 

 

지금 하시는 행위는…… 갈취가 아닌가요? 설마 강도씨?!”

 

 

 

그 말이 듣기 거북했는지, 그녀는 다시 짜증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아? 듣기 나쁜 말 하지 말아주셨으면 하는데요.”

 

 

 

하지만…….”

 

 

 

갈취 당하는 남성과 그녀를 번갈아보며 어딜 봐도 강도로 보이는데요.’라는 말을 끝끝내 꿀꺽 삼킨다.

 

 

 

저는 적당한 노동을 했고, 거기에 걸맞은 대가를 받았을 뿐이에요.”

 

 

 

그러니까 그 노동이 강도잖아! 라고 말하고 싶지만, 역시 이 여자 아무래도 무섭다.

 

 

 

그리고 더 가져갈 것이 없다고 판단했는지 그녀는 손에 들린 돈을 천천히 세기 시작했다.

 

 

 

그건 그렇고, 지금 서번트가 맹렬하게 달려오는 기분이 드는데, 혹시 그쪽 서번트인가요?”

 

 

 

……서번트?”

 

 

 

그 말에 잔뜩 놀라며 그녀는 주변을 다급하게 살피기 시작했다.

 

 

 

역시 마스터인가? 떠보길 잘한 것 같다. 만약 그녀가 일반 마술사라면 분명 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을 유심히 기억하기 시작한다.

 

 

 

그 순간 골목 쪽에서 울려 퍼지는 목소리.

 

 

 

……찾았다.”

 

 

 

히이이익!”

 

 

 

깜짝 놀라며 재빠르게 강도(?) 여성의 뒤로 숨으며 외쳤다.

 

 

 

언니 파이팅!”

 

 

 

, 일단 나 보다 나이 많아 보이고…….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마치 한 번에 알아보기라도 한 듯 그녀의 표정이 한 순간에 구겨졌다.

 

 

 

……진짜 악연인데.”

 

 

미묘하게 떨리는 목소리에서는 두려움이 묻어나왔지만, 그 이상으로 지긋지긋하다는 감정 역시 느껴졌다.

 

기묘하다면 기묘한 반응에, 순간적으로 두려움보다 호기심이 앞선 나는 그녀의 등 뒤에서 고개만을 살짝 내밀어 새롭게 등장한 서번트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벌꿀과 같이 부드러우면서도 아름다운 금발, 인형 같이 오밀조밀한 생김새, 빨려들어갈 것 같은 청록색의 눈동자가, 나의 시선과 마주친다.

 

 

……?

 

순간적으로 사고가 공백이 되어 멍해진 나를 보며, 미묘하게 눈썹을 일그러트린 그녀는 평소와 같이 차분한,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나른함이 느껴지는 어조로 입을 열었다.

 

 

 

가능하다면 다른 서번트쪽을 찾고 싶었지만……. 뭐 이것도 나름대로 수확이네.

 

그런데……. 거기의 두 마술사. 당신들이 각각 '어느 쪽'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스터가 아닌 마술사라면, 딱히 위해를 가할 생각은 없으니 순순히 따라와 줬으면 하는데…….

 

반대로, 마스터라면 빨리 서번트를 불러내는 걸 추천할게.

나는 별로 인내심이 많은 편은 아니라서 말이야.”

 

 

 

그 외모도, 어조도, 간결한 것을 좋아하는 성품까지도, 요시노의 기억속에 분명히 남아있는 것이었다.

 

그 순간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성배전쟁 2일차 밤의 기억.

 

 

 

평범한 종업원이 아니라는 건 알았지만, 순순히 물어난다면 붙잡을 생각은 없었는데 말이야. , 영업방해를 한 이쪽의 잘못이겠지만, 이쪽은 이쪽 나름대로 사정이 있어서 말이야.”

 

낡고 약해보이는, 하지만 강렬한 마력을 품은 창을 나에게 겨누며, 그녀는 말했다.

 

아니면, 실력으로라도 막아보겠어?”

 

 

 

그 기억을 떠올린 순간, 백지와 같이 하얗던 사고는, 단 한가지의 명쾌한 의사로 물들었다.

 

 

--!!!!”

 

 

어째서 그녀가 자신을 처음 보는 것처럼 대하는 것인지, 그 의미나 이유 같은 건 떠오르지도 않았다.

 

그저, 마치 사랑스러운 인형이라도 대하듯이 그녀를 꼬-옥 껴안으며, 뺨을 비벼댄다.

 

 

 

반가워 레비쨩!! , 점원씨는 안 온 거야?”

 

 

 

눈을 반짝이며 쳐다보자, 그녀... 레비는 노골적으로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모르는 척을 해주면 장단 정도는 맞춰줬으면 좋겠는데…….”

 

 

, 처음의 반응은 그런 의미였던 거구나. 하고 너무나도 늦은 깨달음을 얻고 있는 나를 조용히 밀어내며 그녀는 말을 이었다.

 

 

일단 당신에게는 손을 대지 말라는 명령이 있었으니까 휘말리지 않게 뒤로 빠져있어. 자기 몸 정도는 지킬 자신이 있다고 하면 듣지 않아도 상관없지만.”

 

 

그 말에 자신이 표적이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는지, 나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당황한 듯이 얼이 빠져 있던 강도씨(가칭)의 표정이 돌처럼 굳는다.

 

 

, .”

 

 

자신의 몸을 지킬 자신이야 있었지만, 가능하다면 싸움에 휘말리지 않는 편이 바람직한 것 역시 사실이었기에 나는 순순히 그녀의 말을 따라 물러나기로 했다.

 

 

……그래서 그쪽의 대답은? 가능하면 서둘러줬으면 좋겠는데.”

 

 

재촉하는 그녀의 말에 강도씨의 표정이 더더욱 일그러지지만, 나로서는 그보다도 그녀의 반응쪽이 의외였다.

 

이전에 나를 만났었을때의 태도를 생각해본다면 문답무용으로 베어버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무언가 다른 이유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내가 당한걸 생각하면 어쩐지 차별당하는 것 같아서 석연치가 않다.

 

그 순간, 다른 생각에 정신이 팔려 있던 나를 깨운 것은 일발의 총성과, 쇠와 쇠가 부딪히는 듯한 격한 마찰음이었다.

 

순간 무슨일이 일어났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빳빳하게 굳은 고개를 옆으로 돌려보면, 그곳에는 납작하게 찌그러진 채 벽에 박혀있는 탄환이 보였다.

 

다시금 고개를 정면으로 돌려보면, 이번엔 연기가 피어오르는 총구를 나에게로 겨눈 채 실패했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강도씨.

 

 

……그래. 그게 대답인 거네.”

 

 

옆에서 울려퍼지는 레비의 목소리에, 눈앞의 강도씨가 나에게 쏜 총알을 옆에 있던 그녀가 쳐내버렸다는 사실을 나는 간신히 이해했다.

 

자신도 모르게 주저앉아 버린 나를 놔둔 채 강도씨가 도망을 친다.

 

그리고 그것을 당연하다는 듯이 추적하는 레비. 이윽고 두 사람의 모습이 골목의 코너 너머로 사라지고 나서야 나는 정신을 차리고 두사람을 쫒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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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de 네르피스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 하필이면 랜서와 마주칠 줄은 몰랐다. 등과 옆구리에 엄청난 고통이 느껴진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빨리 도망가야 했다. 서번트라는 말을 들었을 때 어째서 곧바로 도주를 선택하지 않았는가에 대한 자신의 책망이 드는 순간 고개를 흔들며 복잡한 골목길로 들어가며 더욱 더 움직임에 박차를 가했다.

 

한 걸음 한 걸음, 등 뒤에서 금방이라도 등덜미를 낚아 챌 것 같은 죽음의 발자국 소리가 가까워지는 것이 들린다.

 

애당초 서번트의 초인적인 각력에, 마술로 강화를 했다고는 해도 한낱 인간에 지나지 않는 자신이 상대가 될 리가 없다. 랜서와 친밀한 것으로 보이던 소녀에게 부상을 입혀 그 치료로 발목을 잡게 하는 작전 역시 실패한 이상 상황은 최악이라고 해도 좋았다.

 

따라잡힌다.

 

앞으로 5. 아니 4보 안에 확실히.

 

그 결과는 바꿀 수 없다. 그러니까…….

 

! 이거나 먹어라!”

 

나는 재빨리 머리에 꽂힌 머리핀을 뽑아 등 뒤로 내던졌다.

 

그 여분의 행동으로 인해 남은 거리가 불과 2보로 좁혀졌지만, 2보가 마저 좁혀지기 직전 등 뒤에서 강렬하기 그지없는 섬광과 폭음이 터져 나왔다.

 

발동과 동시에 강렬한 빛과 소리를 내뿜는, 이른바 마도 섬광탄이라고 불러야할 예장. 그것이 바로, 방금 내가 내던진 머리핀의 정체였다.

 

일반적인 폭발물은, 설령 아무리 그 위력이 높다고 해도 본질적으로 영체인 서번트에게는 아무런 피해도 주지 못한다. 그렇다고 마술적으로 서번트에게 피해를 입힐 정도의 예장을 만들어내는 것 역시, 나의 실력으로는 무리였다.

 

하지만, 단순히 시야와 청각을 교란하는 정도의 예장이라면, 나의 실력으로도 충분히 제작 가능하다. 지나친 지근거리에서의 폭발이었기 때문에, 내 청각 역시 맛이 가버린 상태였지만 시야에는 별 문제가 없다.

 

그러니까, 이제 이 틈에 도주하기만 하면……!

 

 

그런 나의 낙관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등 뒤에서 작열하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베인 것에 대한 고통보다도 먼저, 타는 듯한 뜨거움에 정신이 아득해진다. 하지만, 여기서 붙잡히면 그땐 그야말로 끝장이라는 생각에, 필사적으로 몸을 움직였다.

 

아직 랜서의 감각은 정상적으로 돌아온 것이 아닐 것이다. 그랬다면 자신이 이렇게 움직일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러니까 앞으로 한 수. 단 한 수만 더 있다면.

 

나 자신의 몸도 무사히는 안 넘어가는 방법이라 가능하면 정말로 사용하고 싶지 않았지만, 지금에 와서는 달리 방법도 없다.

 

 

아아, 정말 정당한 노동의 대가로 돈을 좀 챙기려 했을 뿐인데 어째서 이런 악재가 겹치냐고!!

 

 

욕지거리라도 내뱉고 싶은 심정을 억누르며, 나는 뒤에서 다가올 충격에 대비하고는 이를 악물었다.

 

 

---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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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de ???

 

 

허공에 흩날리는, 모래와 폭연.

 

충격으로 인해 깊게 패여 있는 지면과 사방팔방으로 튀어올라 풍경 곳곳을 붉게 물들인 피를 바라보며, 레비는 자조하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한심하네.”

 

 

왜 안 죽인 거야?”

 

 

그런 레비의 모습을 보며, 어느새 따라온 것인지 요시노가 묻는다.

 

순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는 그 모습으로 볼 때, 비꼬려고 한다기보다도 순수하게 의문을 느끼고 있는 것이겠지.

 

 

왜고 뭐고. 단순히 방심했을 뿐이야.”

 

시야를 가리는 예장도, 등 뒤를 베이고도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움직인 기력도, 방해가 되긴 했지만 그저 그것뿐이다. 하지만

 

 

자기 자신을 폭발의 충격으로 날려버리다니 한낱 마술사일 뿐이라고 얕봤었는데, 생각 이상으로 독한 걸.”

 

 

폭발의 위력을 이용해 거리를 벌린다고 하면 듣기야 그럴 듯 하지만, 실제로는 그저 자폭일 뿐이다. 미리 사용자에게로 오는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도록 설계했다고 해도 망설임 없이 그걸 사용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은 아니겠지.

 

그런 레비의 설명에도 요시노는 납득이 가지 않는 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흐응……. 하지만 이상해. 왜냐면 레비쨩. 폭발 속에서도, 아니 그 이전에 최초의 일격 때도 마음만 먹으면 죽일 수 있었잖아?”

 

 

도주한 마스터의 기지도, 담력도, 훌륭한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것뿐인 것이다.

 

눈앞에 있는 서번트가 그런 것을 개의치 않을만한 괴물이라는 건 무엇보다도 이전에 그녀의 손에 목숨을 위협받은 적이 있던 요시노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나를 상대로 할 때는 그렇게나 망설임 없이 죽이려고 했으면서, 그 강도씨를 상대로는 손속을 봐주다니 불공평해!”

 

 

결국, 불만이었던 것은 그것이었다.

 

부루퉁한 요시노의 모습에, 레비는 두세 번 눈을 깜빡였지만, 이내 전말을 이해했는지 조금은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서번트를 상대로 당당히 영업방해니 사라지라고 했던 당신과, 망설임 없이 도주한 그녀를 동렬에 두는 편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데.”

 

 

아앗, 왜곡 금지! 나는 사라지라던가 그런 말 한적 없는걸! 애당초 그땐 레비짱이 먼저... , 그리고 낮의 교회에서도 전혀 아는 척도 안 해주고! -무리 손을 흔들어도 완-전 무시하고!”

 

한번 말을 놓은 것이 계기가 되었는지, 여태까지 쌓여 있던 불만들을 마구 털어놓기 시작하는 요시노 였지만, 레비는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그녀에게 손속을 뒀던 건 가능하면 생포를 노렸기 때문이야. 당신 역시 마스터였다면 같은 대응을 했을 테고.

 

그리고 교회 건은 나하고 알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협력관계에 있다. 라는 걸 다른 마스터나 서번트들이 알게 된다면 당신에게 그리 좋은 일이 벌어질 거 같지는 않은데?”

 

 

반론의 여지가 없는 정론에, , 하고 무심코 말문이 막히는 요시노.

 

 

, 그것도 그렇지만……. , 그건 그렇고 점원씨는 어떻게 지내?”

 

어떻게, 라고 해도……. 궁금하면 직접 찾아가면 되잖아?”

 

필사의 화제전환이 무색할 만큼 냉담한 대답이었다.

 

 

……. 레비쨩 뭔가 쌀쌀맞아!”

 

 

가능하면 조금 더 살갑고 화기애애한 대화를 바랬지만, 이 서번트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난공불락이다. 모처럼 인형처럼 예쁜 외모니까, 저번에 만났던 그 마리라는 서번트처럼 귀엽게 행동한다면 엄청나게 사랑스러울 텐데.

 

어쨌든 간에, 이대로 대화가 끊키는 것만큼은 막아야한다.

그렇게 전전 긍긍하던 요시노의 뇌리에, 문득 어떤 인물에 대한 것이 떠올랐다.

 

 

그래! 오늘 본 주앙이라는 사람 말이야. 그 사람 뭔가 나랑 비슷한 느낌이 났는데, 흡혈귀 아닐까?”

 

 

요시노의 말 어느 부분에 반응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무덤덤하던 레비의 표정이 희미하게 바뀌었다.

 

……, 제대로 본적이 없는 이상 뭐라고도 할 수 없지만. 그런 걸 나에게 밝히는 이유가 뭐지?”

 

, 신부님의 반응도 신경 쓰이고……. 이왕이면 내가 한 번 떠볼까? 탐색! 이라는 것이지!”

 

 

당당하게 말하는 요시노 였지만,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최근 들려오는 불길한 소문들. 그것에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 다고 한다면 틀림없는 거짓말일 것이다.

 

 

 

그리고 협력관계라면, 당연 이 정도는 해줘야지. 싸울 상대 탐색 말이야.”

 

 

 

다행히 이 후유키시에서 여태 만난 서번트들은 특별히 요시노를 경계하지 않았다. 서번트를 가지지 않은 마술사는 그들에게 있어 위협조차 되지 않는 상대임을 알고 있어서였을까? 모두들 적의는 보여도 공격으로 실행하는 이는 없었다. 그리고 이젠 설사 공격당했다 하더라도 반드시 도망칠 능력도 된다.

 

 

요시노의 말에 레비는 요시노의 전신을 살피듯이 바라보았다.

 

 

……, 단순한 허풍이라는 것도 아닌 거 같네. 단신으로 서번트 앞에서 당당히 할 말을 해낼 정도니 자기 몸 간수할 정도의 실력은 가지고 있겠지.”

 

 

물론, 그 어떤 서번트라도 나를 쫓아올 순 없어. 그나마 레비쨩이 잡을 수 있었는데, 이젠 레비쨩도 못 쫓아와!”

 

 

당당하게 가슴을 펴며 요시노는 자신감이 담긴 말을 전했다. 그리고 웃으며 말을 이어간다.

 

 

도망가는 것이 자랑이 될 순 없지만, 나는 점원씨를 응원하니까 노력 해볼게.”

 

 

그런 그녀의 모습을, 조용히 응시하던 레비가, 문득 입을 열었다.

 

 

당신, 카미카를 어떻게 생각하지?”

 

 

그 질문에, 요시노의 표정이 마치 총에라도 맞은 것처럼 당혹과 경악에 물든다. 그런 자신의 변화를 숨기듯이, 그녀는 반사적으로 시선을 회피했다.

 

 

……. , 그냥 상냥한 점원씨? 말은 좀 그렇게 하지만, 속은 상냥한 사람일 거라 생각해.”

 

 

흐응- 단지 그것뿐? 도망칠 자신이 있다고는 해도, 일부로 위험에 뛰어 들어가며 정보를 모아올 정도의 동기는 아닌 거 같은데.”

 

 

그녀의 말은 전혀 틀리지 않았다고, 요시노는 내심 긍정했다. 만약 그 날 카미카를 보지 않았다면 아마 요시노는 이런 사고를 가지지 않았을 것이다. 언제까지나 영령을 증오하며 죽을 날을 기다렸을 것이다. 영령의 존재를 보고 반드시 최후에 남은 영령을 죽이려 했던(살해당하려 했던) 그 염원은 찰나의 밤에 있었던 작은 일에 무너져 내렸다.

 

 

목적은 살아남는 것. 그 어떤 수단을 가리지 않고 살아남는다. 모든 영령에게 호감을 가질 것이다. 그리고 최후의 순간에 찢어진 신뢰에 울부짖을 영령의(자신의) 모습을 보고 싶었다.

 

카미카에게 받은 드림캐쳐를 만지작거리며 요시노는 입을 열었다.

 

 

그러네. 내 소원은 내가 죽을 자리를 위해 쳐놓은 거미줄에서 벗어나고 싶었는데, 훌륭하게 내 목숨을 구해줬잖아? 인과와 시간의 순서를 떠나서 말이야.”

 

 

어쩜 처음에 없었을 지도 모르는 작은 우연. 그리고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을, 그 누구도 그저 모르고 지나가버렸을 그 작은 우연은 이렇듯 열매를 맺는다.

 

 

무서웠어. 레비 짱이 처음 나한테 창을 겨누었을 때, , 이대로는 정말로 죽을지도 모른다고 그렇게 생각하니 온몸이 납처럼 무겁고 숨이 막힐 것만 같았어.

 

그러니까, 그때 점원 씨가 레비짱을 막아주었을 때, 이제 살아났구나 생각했을 때, 표현할 말이 없을 정도로 기뻤어.”

 

 

껍질(가면)아래에 숨겨져 있던 감정이, 분홍빛으로 물든 피부와 함께 미소로서 피어난다.

꽃과 같이 웃으며, 요시노는 거짓 없는 본심을 털어놓았다.

 

 

그러니까- 그가 만약 소원을 빌 것이 있다면 진심으로 응원해주자. 라는 걸까?”

 

 

……단순한 여자네. 뭣보다, 그 악의 원흉 앞에서 당당히 할 만한 이야기가 아니야.”

 

돌아온 대답은 신랄했지만, 그 표정은 말과는 대비되듯이 너무나도 온화하고 상냥했다. 요시노는 알고 있을까, 이 서번트의 이런 표정을 본 것은 이 현세에 있어서 자신이 처음이라는 것을.

 

 

그런 레비의 표정에 잠시 어안이 벙벙한 요시노였지만, 이내 정신을 차린 듯이 헛기침을 하며 입을 열었다.

 

 

, 흠흠. 아무튼, 그러니까- 내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 집에 오지 말아줘. 레비쨩의 적이 될 사람들을 확실하게 보고 올 테니까 말이야.”

 

 

 

자신감 가득한 표정의 요시노에게, 평소와 같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돌아온 레비는 대답했다.

 

 

 

, 기대는 하지 않고 기다릴게. 그리고…….”

 

 

창날이 허공을 향한다, 예리하게 날이 세워진 그것을 자신의 머리카락에 갖다 댄 레비는, 그 중 일부분을 잘라내고는 말했다.

 

 

그 부적, 잠깐만 줘봐.”

 

 

? .”

 

별다른 의심도 없이 요시노가 드림캐처를 건네자, 레비는 부적과 잘라낸 머리카락을 손에 올려놓고 짧게 몇 가지 단어 몇 가지를 외었다.

 

그와 동시에, 스스로 의지를 가진 듯이 부적에 엮여 들어가기 시작하는 머리카락들.

 

이윽고 완성된 부적에 외형적인 변화는 없었지만, 그것이 이전과는 분명히 다른 무언가가 되었다는 것을, 요시노는 느낄 수 있었다.

 

 

별 것 아닌 호신부. 뭐 효과라고 해봐야 하나밖에 없는데.”

 

 

효과?”

 

 

고개를 갸웃하는 요시노에게, 레비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나를 부를 수 있어.”

 

 

끔뻑끔뻑, 금붕어처럼 눈을 껌뻑이던 요시노였지만, 이내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한 듯이 입으로부터 환호성이 오른다.

 

 

-!! 고마워 레비쨩! 레비 쨩도 역시 상냥하구나!”

 

 

인형이라도 끌어안듯이 뺨을 부벼대는 요시노를 조금 성가시다는 듯이 바라보며, 레비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뭘 착각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서번트와 싸워야할 때가 온다면 그 부적의 일부분이라도 좋으니까 불에 태워버려. 협력관계라고 한다면 비상수단 정도는 있는 게 좋겠지.”

 

!”

 

 

이미 텐션이 올라갈 대로 올라갔는지, 그런 레비의 반응은 전혀 개의치 않고 부적을 소중하게 챙기고 목걸이에 거는 요시노.

 

 

그런 요시노의 모습을 바라보던 레비가 이내 등을 돌린다.

 

이제 떠나는 건가, 하고 조금 아쉽다고 생각한 요시노였지만, 그 등 너머로 들려오는 말이 있었다.

 

 

……그리고 한 가지만 더.”

 

당연하지만, 등을 돌리고 있기에 레비의 표정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 목소리만큼은 평소보다도 더욱 진중하고 무거운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당신이 정말로 카미카를 '돕고' 싶다고 한다면…….”

 

 

?”

 

 

그를 믿지 마, 그의 말을 믿지 마, 그 자신을 포함해 그의 주변에 있는 것들 전부를 의심해.”

 

 

그 말을 마지막으로, 요시노가 무언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백록색의 서번트는 모습을 감추었다.

 

 

홀로 남겨진 요시노는, 이젠 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조용히 입을 열었다.

 

 

, 고마워.”

 

 

그녀가 마지막으로 했던 말의 진의가 무엇인지, 완벽하게는 알 수 없었지만, 예측뿐이라면 가능했다. 아니 애당초, 그것은 마술사라면 누구라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마술사라는 것은 본래부터 철저하고도 완벽한 개인주의자.

그렇기에, 마술사는 계산된 관계 외에는 모든 것을 믿지 말아야 한다.

 

 

 

그렇지만, 나는 계산뿐인 마술사는 될 수 없으니까…….”

 

조용한 소녀의 독백이, 아무도 없는 어둠 너머로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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