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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뿌뽕

로하 2014.03.07 04:57 조회 수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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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셰라. 지난 주 저녁에 보았던 그 레스토랑에서 회장과 디너를 해야겠어. 그리고 저번에 보았던 그 앤티크한 램프를 사다 놓도록 해. 그리고 쌍둥이들이 어제 인터넷에서 보았다는 그 스커트를 사다 놔. 아, 내 스카프도 잊지 말도록. 지난 번에 본 그 전시회의 사진을 집에 걸어놔야겠어. 이상(That's all)."





01/





     "다녀왔어요. 에밀리, 아직 미란다는 안 왔죠?"


".... 너, 그 일을 벌써 다 했다고?"



뉴욕 맨해튼 5번가. 패션 하우스들의 부티크와 가게들이 연달아 있는 그 끝에 서 있는 거대한 빌딩. 엘리아스 클라크의 27층에서 신경질적인 표정으로 맥을 노려보며 타자를 치던 에밀리는 고개를 홱 들어 방금 들어온 목소리를 바라보았다. 성장기가 지난 백인 여성치고는 상당히 자그마한 체구였지만 오히려 걸어다니는 인형마냥 아름답게 생긴, '소녀'에 가까운 용모의 소유자는 태연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옥구슬 쟁반에 굴러갈 법한 맑고 고운 소리였지만, 에밀리는 그녀가 한 말의 내용에 이제 놀라다못해 지겹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네. 르 베르나덴 ( Le Bernardin ) 에 오늘 오후 6시 정각으로 미란다 프리슬리 이름으로 예약했고, 소호의 스토어에서 오크와 마호가니, 거기에 크림색 벨벳으로 만든 클래식 램프도 확인해서 구입해 두었구요. 캐롤라인과 캐시디가 말했다는 스커트는 버버리 키즈 제품이어서, 엘로디 씨에게 전화를 걸어 M사이즈의 베이직 버전으로 주문했어요. 바로 한 시간 내에 로비로 가져다 주겠대요. 엘로디 씨는 미란다에 대해서 아니 시간에 대해서는 정확히 지켜주실 테니까요. 그리고 매디슨의 에르메스에 연락해서 기본 라인의 스카프 17장을 챙겨 왔어요. 마지막으로 LIFE 사진전에 나왔던 그 1930년대의 런던 사진은 담당자에게 전화해서 결제까지 끝냈고 두 시간 안에 미란다의 펜트하우스로 배달될 거에요. 저는 잠깐 내려가서 빨리 요깃거리만 하나 집고 올게요. 뭔가 필요한 게 있으면 내려간 김에 사다 드릴까요?"


".... 다이어트 체리 코크 한 병하고 브뤼 치즈 한 팩 좀 사다 줘. 없으면 캘리포니아 아몬드 믹스."


"네, 알겠어요. 그럼 지금 바로 다녀올게요!"



종종걸음으로 사라지는 은발을 보며 에밀리는 다시 한숨을 푹 내쉬고는 "나는 내 일을 좋아한다, 좋아한다, 좋아한다..."라고 되뇌이며 맥 모니터를 쳐다보았다. 물론, 최근 들어서는 상당히 할 만 해진 일이었지만 - 어디까지나 과거에 비해 - 여전히 미란다 프리슬리가 요구하는 업무량과 업무 난이도는 악마에게 영혼을 팔고 싶을 정도였으니까. 뭐, 그것도 방금 사라진 미란다의 세컨드 어시스턴트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는 것 같았지만.



"에밀리. 뭐해? 미란다가 또 뭔가 말도 안 되는 일을 시켰어?"


"아니, 그냥 평소랑 같은 일."


"뭐야, 그런데 뭘 그렇게 또 머릴 쥐어뜯고 있어?"


"방금 나간 걘 도대체 뭘 하면 그렇게 죄다 쉽게 끝내버리는지 알 수가 없어서."


"하루 이틀 일도 아니잖아, 시에라가 그러는 건."


"하긴, 그래도 그거 매일 눈 앞에서 보면 느낌이 다르다고, 세리나."


"흐응, 그러려나? 뭐랄까, 그 전에 난 쟤가 왜 이런 데서 일하는 건지 모르겠어. 혹시 은근히 매저키스트라던가 그런 것 아냐? 물론 귀엽고 착해서 맘에 들지만 그래서 더."



세리나의 말이 맞았다. 시에라 셀레스타인은 뉴욕 롱아일랜드의 저택에서, 제 2의 그레이스 켈리라는 찬사를 들은 전(前) 여배우와 모 대기업의 젊은 창립자 사이에 태어나 자란 그야말로 금수저 물고 태어난 레드 카펫 인생이었다. 하물며 월반을 반복하고 하버드 대학을 이중 학위로 조기 졸업한 인재라면 말할 것도 없을 것이었다. 대미를 장식하는, 누구나가 고개를 돌려 바라볼 외모까지 합하면 그야말로 불공평하다고 신에게 하소연을 해도 시원찮을 정도의 인간. 그런데 그런 귀하게 귀하게 곱게 자란 아가씨가 어째서 이런 SM 마니아들의 집합소 같은 런웨이에서 에르메스 스카프나 날아다 바치고 있는 것인지 에밀리나 세리나로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영문 모를 일이었다. 



"뭐, 부잣집 나름의 자식 교육법인가보지. 그런 걸 우리가 어떻게 알겠어."


"그런가..? 그럴지도. 그래도 요즘은...."



세리나가 키득거리며 입을 열었고, 잔뜩 찌푸린 표정으로 전화에 남은 메시지를 기록하던 에밀리도 곧 표정이 풀어지며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아아, 당연한 일이었다. 최근 들어, 게이나 여성 비율이 많은 뷰티 팀을 필두로 온 런웨이 및 뉴욕 패션계 관계자들의 화제였으니까. 물론 나이젤이나 모 패션 하우스의 치프 디자이너 같은 자기들의 인형 같은 아이를 더 자주 볼 수 없다고 투덜대는 몇 명을 제외하고. 그건 역시────





02/





     연어를 듬뿍 넣은 샐러드를 뒤적이며 카프레제 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물던 시에라는 작게 울린 휴대폰에 재빨리 물을 연거푸 들이켰다. 미란다인가? 가족 휴대폰은 아니니 아마도 회사일 관계의 사람일 것이었다. 반사적으로 휴대폰 신호가 세 번을 넘기기 전 약간이지만 긴장한 얼굴로 핸드폰을 켠 시에라의 표정이, 본인도 모르는 새 무심코 조금 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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