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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E.D.

벚꽃여우 2014.11.10 14:03 조회 수 : 2

───한 남자의 이야기를 시작하지.

가슴 속에 자리잡은 한줄기 빛을 품기 위해,

영겁이라는 이름의 미로 속에 갇혀버린 슬픈 운명(Rondo)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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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을 타고 격한 고통(노이즈)이 전신을 달렸다.

뇌는 끊임없이 외친다. 아직 늦지 않았어. 지금 당장 이 멍청한 짓을 그만두라고.

통증을 호소하고 있던 목은 이미 갈라질 대로 갈라져서 쉰소리만이 벽을 타고 흩어졌다.

아무리 실존하지 않는 의사 신경이라고 해도. 몸 안에 침투한 이물질이라고 해도.

그것을 뜯어내는 행위는 자기 자신의 몸을 산채로 찢는 고문에 가까웠다.


마술각인───

대대로 전해내려오는 가문의 역사를 자기 손으로 끊으려고 하다니.


하지만 얼굴도 모르는 선조가 부여한 아이덴티티 따위, 이제는 아무래도 좋았다.

그것보다 지금 자신이 우선시해야 되는 것은,


이 끔찍한 기지감으로부터의 해방, 단지 그것 뿐이였다.


지금까지 마술사로써 살아왔던 자신의 인생에 대한 전부정.

그걸로 이 기지감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설령 악마(세계)와 계약하더라도 상관없었다.


거기서 남자의 의식은 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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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는 머리가 아찔해졌다.

정신없이 변해가는 주변의 풍경은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의 기억을 재구성한 것이다.

마치 영화의 스크린 속에 헤매어 들어간 듯한 기묘한 느낌이었다.

꿈 속에서 또다른 꿈을 꾸고있는 감각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자신은 이곳을 '현실'이라고 착각해버리는 것일까.

그건 지금 하루키의 가슴 안에 흘러들어오는 이름 모를 감정 때문이였다.


"......칼?"


누군가가 뒤에서 '그'를 부른다. 여성의 목소리다.

하루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는 몸을 돌려서 부드러운 시선을 보냈다.


그리고 목소리의 주인을 본 순간, 하루키는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황혼에 물드는 노을빛을 받아 환하게 찰랑거리는 밝은 금발.

산호를 녹인 눈동자 속에는 잔잔한 물결이 일렁이며 보는 이의 마음을 평온하게 만든다.

이 여성을 본 사람이라면 머릿속이 하얘져서 방금 전까지 무슨 생각을 했는지 떠올리지 못할 것이다.

그녀를 본 순간 사소한 것들은 아무래도 좋아져서 1분 1초만이라도 그 존재를 각인시키고 싶어질 것이다.

마치 바다같은 사람이다, 라고 하루키는 생각했다.


"음? 왜 그러지, 나의 사랑스러운 마르그리트?"


아니 이게 대체 뭐야?


지금 자신이 마르그리트라는 여성의 이름을 입에 올린 순간 하루키의 정신은 세계(꿈)에서 쫒겨날 정도로 강한 충격(테러)을 받았다.

범인이 감당할 수 없는 강한 집착, 호의, 애정, 구애욕구 등등이 한데 어울려 기상천외한 하모니를 연주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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