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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글글2

벚꽃여우 2015.04.05 00:48 조회 수 : 2

"괜찮아? 당신, 얼굴이 창백한데."

"아니...... 기분이 좀...... 금방 익숙해질 테니까 신경쓰지 마."


얼마 지나지 않아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에 익숙해진 마르코에게 새로운 문제가 닥쳤다.

발이 땅에 붙어있지 않다는 기묘한 감각에 몸이 적응하지 못하고, 두뇌가 오류를 일으킨 것이다.


─────단적으로 말해서 멀미다.


가뜩이나 라이더의 비행은 고대 인도에 전해져 오는 하늘을 나는 배를 연상케 할 정도로 빨랐다.

게다가 궤도를 읽을 수 없을 정도로 자유로운 움직임이 현실과의 괴리감을 벌리는 데 격차를 가했다.

마르코는 술을 잔뜩 마신 다음날 같은 머리를 짓누르며 정신을 집중하고, 체내의 마술회로를 기동시켰다.


"(마르코의 영창이 들어갑니다.)"


뇌의 활성화. 시각정보와 평형감각의 수정, 보완.

그 외, 불필요한 기능의 차단.

조류의 사역마와 시각을 공유할 때의 동조 기록, 재생.


......마르코는 점점 머리가 맑아지는 것을 느꼈다.

현실과의 위화감이 완화된 덕분에 좀 더 객관적인 시점에서 사물을 판단할 수 있게 되었다.

그걸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라이더가 혀를 찼다.

안경에 김이 잔뜩 서린 마르코에게 라이더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지금 그녀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상상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뭐야, 한심하게. 여전히 인간의 육체는 융통성이 없다니까! 조금 산책한 정도로 오버하지 마."


라이더의 말에 마르코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녀에게 있어서 비행이란 길을 걷는 것과 조금도 다를 것 없다는 듯 하다.


"그야 이 시대의 인간은 하늘을 날지 않으니까. 적응할 때까지 시간이 걸리는 건 당연해."

"응? 내가 살던 시대에도 비행은 일부의 특권이었어. 왜냐면 하늘은 신들의 영역인걸."

"......잠깐. 그럼 뭐지? 그 때나 지금이나 인간의 강도는 그렇게 차이가 없었다는 거 아닌가?"

"그렇지 않을까? 다시 생각해보니 나랑 같이 하늘을 달린 녀석들은 전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서 벌벌 겁에 질려있었지."


아하하, 하고 라이더는 옛날 일을 떠올린 듯 유쾌하게 웃었다.

......그리고 마르코는 그 시대의 사람들에게 깊이 동정했다.


"하지만 이제 신은 없어. 그들의 시대는 벌써 옛날에 끝장났지. 그리고 지금은 사람들의, 인간의 시대가 온 거구나."


먼 곳을 바라보며 중얼거리는 그녀의 얼굴은 어딘가 쓸쓸해보였다.

그녀에게 생전의 기억들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마르코한테는 알 수 없었지만.

마치 두 번 다시 볼 수 없는 사람에게 이별을 고하는 것처럼, 그것(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였다.

......문뜩 마르코는 가슴 한구석이 아련해지는 것을 느꼈다.


마르코은 그녀처럼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것이 자연의 섭리라고 해도, 발버둥치고, 뒤바꾸고 싶었다.

그를 위해 자신은 이곳에 온 거니까.


"설령 신이 없어졌더라도, 인간은 여전히 신의 기적에 손을 뻗으려 하고 있어. 한때 그들이 누렸던 권능을 갈구하고 있어."

"......그랬었지. 그게 우리들이 이 시대에 소환된 이유일 테니까."


라이더는 마르코의 말에 수긍하면서 점점 속도를 늦췄다.

이윽고 완전히 움직임을 정지했다.


"......?"


라이더가 가볍게 발을 허공으로 치자 그녀가 신고있던 샌들은 그 모습을 바꾸었다.

어느새 마르코와 라이더는 세 필의 말이 이끄는 삼두 전차에 몸을 의지하고 있었다.

그게 본래의 모습인 듯, 말들은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간 것에 기뻐하며 힘차게 울어댔다.


"그 신발의 정체가 이거였던 건가?"

"맞아. 전차는 느리니까 내 취미가 아니지만, 이 정도의 스피드라면 따라올 수 있지?"


마르코는 뇌의 활성화를 정지했다. 확실히 방금 전에 비하면 지금의 상태가 안정적으로 느껴졌다.

그녀가 자신을 배려해줬다는 것을 깨닫고 문뜩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후후, 감사하게 생각하라고. 이 전차에 누군가를 태운 건 당신이 처음이니까."

"아, 아아. .....미안하군. 나 때문에. 감사한다."


그렇게 솔직한 마음을 입에 담자 라이더는 뜻밖이였던 모양인지 자신의 마스터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곧이어 라이더는 눈썹을 찡그리고, 입술을 삐죽거리면서 마르코로부터 고개를 휙 돌렸다.


"......별로. 하늘을 날 때마다 일일히 육체를 조정한다던가, 마력의 낭비일 뿐이고? 여차할 때 곤란하잖아. 그것 뿐이야. 그것 뿐."

"?"


마르코는 의아해했다.


(중략)


"하지만 기억해둬."

"응?"

"기적은 어딘가에서 부조리를 낳아. 희망을 원한다면 그것과 똑같은 절망이 자기 자신에게 닥치게 될 거라는 사실을. 소원을 이룬다는 건 그런 거야."

"......"


(중략)


"그래도."


그래도, 나는 바꾸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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