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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글글

벚꽃여우 2015.04.02 01:19 조회 수 : 2

그 숲은 들어오는 사람을 거부하듯이 고요한 정적 속에 감싸여있었다.

포장되어 있지 않은 길은 울퉁불퉁했고, 주변에서는 야생동물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면 결코 이 길을 고르지 않으리라.

단순히 길을 지나가고 싶을 뿐이라면, 다소 먼 걸음이 되더라도 숲을 피해서 돌아갈 것이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이 숲의 안쪽에는 세상의 진리에 통달한 현자가 살고 있다고 한다.

한 때 현자의 지혜를 얻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숲 속으로 발을 들였다.

그러나 지금껏 현자의 모습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숲은 여전히 사람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견고한 요새처럼 그곳에 있었다.

물론 그것도 그녀가 이 숲을 찾아오기 전까지의 얘기다.


"이곳은 여전하군요. 들어오는 사람은 거부하면서 한 번 발을 들인 사람은 절대로 놓으려 하지 않죠."


숲에 나타난 한 여성은 마치 자기 집 마당이라도 되는 것처럼 걸음에 막힘이 없었다.

오히려 이곳은 그녀에게 있어서 자신의 어린 시절을 보낸 또다른 고향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설령 이곳이 출구 없는 미궁이라 할지라도 그녀의 앞길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여성이야말로 그리스 최대의 영웅, 헤라클레스 본인이었기 때문에.

아직 헤라클레스가 어릴 적, 그녀의 부모는 교양을 심어주기 위해 리라를 가르쳤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연주를 형편없다고 비난한 교사를 헤라클레스는 목을 졸라서 죽여버렸다.

그녀의 어머니는 크게 한탄하며 헤라클레스를 인간이 아닌 숲의 현자에게 맡겼다.

헤라클레스는 숲의 현자, 케이론의 밑에서 다양한 것들을 배우면서 진정한 영웅으로 거듭나게 된다.

현자 케이론이야말로 그녀에게 있어서 제2의 부모라고 할 수 있었다.

어느새 숲은 불청객을 거부하던 견고한 요새에서 노스텔지어를 자극하는 그리운 추억의 장소로 탈바꿈했다.

그렇게 한껏 그리움에 젖어있던 그녀는 평소라면 절대로 하지 않을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하와?!"


갑자기 발 밑의 지반이 붕괴되면서 그녀의 몸은 땅 속으로 푸욱 하고 가라앉았다.

이 전형적인 트랩은 마치 처음부터 침입자가 올 것을 상정하고 만들어진 것 같았다. 

물론 그녀의 스승의 성격으로 미루어볼 때, 이런 유치한 장난을 칠 거라곤 생각하기 힘들었다.


"......당했네요."


헤라클레스는 난처한 얼굴로 품 안에 들고 있던 주머니를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주신 제우스에게서 태어난 헤라클레스의 몸은 똑같은 신성을 가진 자가 아니면 상처 하나 낼 수 없다.

당연히 이런 함정 따위로 어떻게 될 일은 없지만 그녀가 가지고 있는 물건들은 별개다.

모처럼 가지고 온 '그것'이 깨지기라도 한다면 분명 케이론은 크게 낙담하리라.

다행히 '그것'은 무사한 모양이다. 그녀는 조그맣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이제 절 어떻게 할 생각이죠?"


헤라클레스는 고개를 들고 위쪽을 향해 침착한 어조로 말했다.

그곳에는 자신을 함정에 빠트린 범인이 득의양양하게 웃고 있었다.


"글쎄. 적어도 무사히 살아서 돌아갈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일찌감치 버리는 게 좋을 걸?"


앳된 목소리의 주인은 서너살 정도 먹었을 법한 어린 소녀였다.

짙은 밤색 머리카락은 사내아이처럼 짧게 자르고, 절대적인 자신감을 품고 있는 눈동자는 깊은 바다색이었다.

소녀는 팔짱을 낀 채, 자신의 함정에 걸린 먹잇감을 어떻게 요리할 지 고민하고 있는 듯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언제부터 여기는 조그마한 산적들의 아지트가 된 걸까요."

"멋대로 들어온 건 그 쪽이잖아. 이제 와서 목숨을 구걸해도 안 봐줄 테니까."

"전 그냥 여기 사는 현자에게 볼일이 있었을 뿐입니다. 당신에게 위해를 가할 생각도, 당할 생각도 없으니까 그냥 지나가면 안 될까요?"

"농담하지 마. 널 잡은 건 나니까, 살리는 것도, 죽이는 것도 내 맘대로 할 거야."


"나중에 케이론한테 혼나도 모릅니다."


"신성한 켄타우로스의 숲에 함정을 만들다니, 제가 알고있는 케이론이라면 가만 두지 않겠죠. 비겁한 전법 따위 전사의 수치다, 라고 하면서요."


"흥, 함정 같은 거 만든 적 없는 걸. 그냥 네 몸이 너무 무거워서 지반이 버티지 못한 거잖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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