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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다이빙

옐로우 2015.04.02 01:12 조회 수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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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륵…스르륵…….

 

조용히 책을 넘기는 소리가 퍼지며 내려앉은 기계음이 규칙적으로 울렸다.
그가 보고 있는 책은 '신비로운 아틀란티스, 후쿠이 현'이란 제목의 단순한 관광안내책자였다.

 

아무래도 관광도시로 유명하기 때문인지 간단한 약도나 숙소로 쓸만한 건물 등이 소개되어있어서 주의 깊게 봤지만
실질적으로 이용하기엔 미묘한 것들 뿐이었다. 자신이 그곳에서 하고자 하는 것은 관광이 아니라 전쟁이었으니까.

 


"흐음."

 


탁, 하고 신경질적으로 책자를 접고 시간을 확인했다. 5시 반……. 아직 계획을 실행하기 이른 시간이다.
분명 기억이 맞는다면 이 비행기의 도착시각은 5시 40분.

 

도착하기까지 10분 정도 남았지만 순항 중인 비행기의 속도로 10분이면 몹시 먼 거리다.
자칫하면 시작도 못 하고 성배전쟁에서 탈락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몸을 사리면 이 작전의 의미가 없다.
그래, 그냥 지금 시작하자.

 

마르코는 가볍게 결심하고 주머니에서 새끼손톱만 한 보석들을 바닥에 굴렸다.

하나, 둘, 셋…….

 

마력을 머금은 보석들은 이리저리 뒹굴기 시작했다.
날고있는 비행기 내부에서 일어나는 폭발을 얼마나 견딜 수 있을까?

곧바로 추락할꺼라 생각하진 않는다.
대충 예상해보길 아슬아슬하게 움직이다가 5시 40분쯤에 추락하지 않을까.

 

일부러 마력을 차단하는 차단막까지 사용하며 보석의 마력을 감추고 시동키는 스마트 폰의 앱으로 대신해서까지 들고왔다.
추락해주지 않으면 이쪽도 곤란하다.

 

뭐, 다른 마술사는 더 훌륭한 방법을 사용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걸로 충분하다.

 

성배전쟁의 시작일을 계산했을 때, 지금 이 비행기가 가장 '마술사'가 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 추락하지 않으면 그걸로 좋다. 자신의 목숨을 걸고 도박할 필요 없이 안전하게 도착하면 된다.

 

반대로 추락한다면 그때야말로 자신의 위협을 걸고 도박을 해야 한다.
도박은 좋아하지 않지만 자신 쪽에 승률이 기울었다면 못 할 것도 없다.

 

잠들기 전 그녀가 말했었다. 모든 일은 차근차근 진행해야 한다고. 이번 일은 분명 착실하게 행하고있다.
도박이라고 표현했을 뿐이지 스스로 훌륭한 전략이라 생각한다. 싸우기 전에 이기라는 말도 있다.

 

전쟁이 시작하기 전에 다른 마스터를 제거할 수 있다면 그거야말로 최상책이 아닌가.

 

그렇게 차근차근 '가능성'을 지워간다.
조금씩 성배에 다가가면 된다. 아무리 번거롭고 힘들어도 성배만 갖고 돌아오면 그녀는 깨어난다. 그건 불변의 사실이다.

 

지금 여기서 단 한 명의 마스터가 존재한다면 엄청난 수확이다.
만약 여기 타고 있는 모든 승객이 일반인이라고 하면 그저 그것뿐이다.

 

리스크와 리턴을 생각해봤을 때, 이 비행기는 폭파해야 마땅했다.
이건 그런 전쟁이니까.

 

가장 이상적인 상황은 후쿠이현 상공에서 폭파되고 체공 중에 서번트를 소환, 안전하게 착지하는 것으로 마무리
떨어지는 곳은 이왕이면 사람이 드문 곳이 좋겠지

 

그러나 그렇게까지 좋은 상황이 만들어지리 없다.


항상 최악을 가정하고 움직인다. 그게 그녀의 가르침이었다.

마르코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앉은 좌석에서 웅크리고 앱을 실행시켰다.
삑, 하고 울리는 버튼음. 그리고 보석은 폭발했다.


──────콰아앙, 예상외로 커다란 충격과 함께 마르코는 의식을 잃었다.

 

 

 

 

 

'크, 아아'
머리가 지끈거린다.

 

어렴풋이 정신이 들자마자 이성이 채찍질했다.
그래, 폭발. 비행기를 폭파시켰다.

 

재빨리 주위를 둘러보고 파악해야한다.
어서 다음 단계를 시작해야한다.

 

그런 강박관념이 머리를 깨웠다.


그래, 분명 나는 비행기를 폭파시켰다. 지금 상황은?

다급히 주위를 둘러보니 이미 자신은 하늘에 있었다.

 

 

"쯧."

 

 

마르코는 혀를 찼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있다.
아마 예상외로 강했던 폭발로 인해 비행기 몸체에 구멍이 뚫리고 기압차로 빨려 나온 것 같다.

아직 추락하기에 이른 시간이다. 후쿠이현까지 제대로 도착할 수 있을까.

 

허나 그런 고민도 제대로 서번트를 소환했을 때 이야기다. 사치스러운 고민이다.

잠깐 헛웃음이 나왔다. 너무 희망적으로 움직였나. 조금 후회했다.

 

본격적으로 성배전쟁을 시작할 시간이 왔다.

서번트의 소환, 이것이 실패하면 모든 게 끝이다.

 

이런 상황에서 소환하기 위해 진은 미리 몸에 그려두었다.
해야 하는 건 주문의 외우는 것. 두 눈을 감고 간절하게 빌었다.

 

제발 닿아달라고, 기도하며 입술을 열었다.

 

"고한다! 너의 몸은 나의 밑으로, 나의 운명은 너의 검으로. 성배의 인도에 따라 이 의지, 이 이치에 따른다면 답하라!
맹세를 여기에. 나는 영원히 모든 선을 이루는 자. 나는 영원히 모든 악을 베푸는 자. 너는 삼대의 언령을 휘감은 칠천.
억지의 굴레에서 오너라, 천칭의 수호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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