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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회차 전투신

Reiarine 2012.04.14 21:23 조회 수 : 13


역 앞은 조용하다. 막차가 끊긴지 오래인 시간에 가도등이 텅빈 거리를 비추고 있을뿐이었다. 늦은 시간이라고 하더라도 술취한 취객 하나 둘쯤은 있어도 이상할리 없는 시간대였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없었다.

사방이 고요하고 인적이란 없다.
역 앞 전체를 아우르는 마술진 가운데에서, 카를은 하늘하늘 떨어져 내리는 눈송이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나는 배우기를. 마술이란 무의식의 부조화... 라고 배웠지. 그렇기 때문인가? 가끔식 이런 광경을 볼 때마다 나는 참을 수 없을만큼 마술이란 무엇인지를 깨닫게 돼."

"…………"


말을 토해내고 있는 입에서 연신 입김이 흘러나온다.
영하의 날씨. 후유키시에 있어 매우 드문 추위에도 카를은 한 발자국도 그 자리에서 움직이려 들지 않았다. 마술이란 본디 그런 것. 정한 위치에 정한 법칙에 따라 정한 현상이 발현된다. 카를은 자신만이 느낄수 있는 희미한 마술진의 구동을 느끼며 재차 말을 이었다.


"본래라면 의식차단과 마력적 미끼 그리고 탐색효과만이 아니라 다른 기능도 추가했겠지만..."

"카오카오."

".......그래. 이번엔 너를 믿고 맡기도록 하지. 버서커."

 

자신을 붙잡고 고개를 절래절래 젓는 버서커를 보며 카를은 희미하게 웃음을 지었다.
'...한심해.' 버서커의 행동에 약간 긴장이 풀렸던 탓일까.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현기증이 몰려오는 것을 느끼며, 카를은 자신의 인중을 손으로 꾸욱꾸욱 눌렀다.

단지 이틀 밤을 새웠을 뿐이다.
시계탑에 재직할 당시에 열흘이상 자지않는 생활을 한것이 한두번도 아님에도 이토록 휴식을 간절히 요구하는 자신의 몸에 카를은 혀를 찼다. 이유는 자신도 알고 있다. 부족해도 한참은 부족한 자신의 마력탓이다. 첫날. 버서커의 소환. 그리고 둘째날 버서커가 요구한 마도구'들'의 작성.

평범한 마술사에게도 약간은 무리였을 강행군이었지만 '낙제생'인 자신에게 있어서는 피를 토할만큼의 강행군에, 무리수라 할만한 마술 행사였기 때문이었다.


'그러기에 이번 마술진 개설에 100% 영맥의 힘을 빌렀지만... 간의적 마술로는 역시 한계가 있나. 벌써부터 끝자락부터 붕괴하려고 하고 있어.'


기본적으로 완벽주의자에 가까운 카를의 성격상 지금의 상황은 굴욕에 가까운 상황이었다. 그가 할수 있는 가장 베스트는 근거지로 삼은 공방에 틀어박혀 만전에 가까운 상태에서 전쟁에 임하는 것이었지만 그에게는 별로 그런 여유가 없었다. 영국에 방치하다시피 하고 있는 클레오와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뒤를 밟을 것이 뻔한 시계탑의 집행자들. 단적으로 말해 그에게 있어 타임리미트는 전쟁 발발 이후 1주일정도 뿐이었고 그이후는 결코 장담할수 없는 아슬아슬한 낭떠러지에 걸쳐져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다고 해서 카를이 자포자기하고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에게도 승산은 있다. 그의 서번트. 버서커라는 존재가.


'이번 승부… 버서커는 굉장히 자신있어 했지. 설마 이성을 잃은 광전사가 저리도 풍부하게 감정 표현할 거라고는 생각 못했는데..."


기본적으로 무표정인 베이스에 정상적인 언어를 못한다는 것은 같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감정표현이 불가능한 것은 전혀 아니었다. 이를테면 카오카오라던가 카오카오라던가… 머리를 쓰다듬는거라던가 살짝 고개를 떨구는 듯히 갸훗갸훗한다던가. 이를테면 오늘아침의 네───.

각하다. 있을리 없는 환상을 내가 보았을뿐이다. 그래. 그렇다. 버서커가 일부로 그런 행동을 취할리 없잖아!!!

카를은 자신의 빰이 붉어지는 것을 느끼며 자신의 코트사이로 고개를 푹 숙였고 버서커는 그런 자신의 마스터를 보며 "카오……"하고 고개를 갸훗거릴때.

 

"───왔다."


자신의 머리속에서 무언가 부서지는 듯한 감각을 느끼고 카를은 그 감각이 느껴지는 북서쪽을 향해 한발자국 앞으로 나섰다. 그와 함께 술식의 중심을 잃은 마술진은 급격히 사멸해 가기 시작했지만 버서커도 카를도 그것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어차피 전투를 벌임에서 불안정한 술식따위는 오히려 방해된다. 그러기에 처음부터 그러한 안전장치를 달았었기 때문이었다.


─────전쟁은 지금부터. 지금 이자리에 버서커의 전투가 벌어진다.

 

juncture out

 

 

달리던 바이크가 끼이익 하는 불쾌한 소리를 내며 멈췄다. 익숙하지 않은 엘리아스는 거의 떨어질 뻔 했을 정도로 거친 동작이었다. 엘리아스는 불만스러운 눈빛으로 라이더를 쏘아보았으나 그녀의 시선은 라이더의 뒷모습에 꽂힐 뿐이었다. 평소라면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라도 했을 테지만 지금 라이더의 관심은 다른 쪽에 쏠려있었다.

 
"저 자들을 본적이 있나?"

 
라이더가 가리킨 곳에는 두 남녀가 서 있었다. 역 앞 광장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한 모습, 준비되어 있는 듯한 전장. 분명 마스터와 서번트였다.

 
"본 적 없는 자들이군요. 그렇다면 세이버 혹은 버서커겠죠."
"그건 싸워 보면 알 테지."
 

서번트인것 같아 보이는 검은 코트의 금발의 여성은 먼 거리에서도 라이더를 노려보고 있었다. 싸울 의지로 가득한 그 눈동자에 라이더는 자신도 피가 끓어오르는 듯 했다.

 
"보구라도 쓸 생각인가요?"


엘리아스도 라이더에게서 넘쳐 흐르는 투기를 느끼고선 그렇게 말했다.

 
"말했지 않은가. 그대에게 승리를 안겨주겠다고. 내가 품어야 할 것이 아니라면, 하나도 남김없이 짓밟아 없앨 뿐이다."

 
싸움, 그리고 전장. 그녀의 생애 그 자체였던 것들에서 익숙한 편안함마저 느끼는 라이더였다.


juncture out

 

 

Combine Zoom In


날카로운 엔진 소음이 도심을 뒤흔든다.
앞으로 다가올 전투를 알리는 버서커와 카를은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기념해야할만한 서로간의 첫 개전이다. 바이크를 몰고 역앞 광장에 들어서는 라이더의 질주에는 몇차례정도 공격할만한 틈이 있었지만 버서커는 그것을 무심히 넘겼다.


마스터의 명조차 없었음에도 버서커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호오…."

그런 버서커의 모습에 살짝 감탄했는지 라이더는 바이크에 내리면서 살짝 휘파람을 불었다. 멀리서 기척을 느끼고 이곳까지 왔을때 그녀가 감지했던 기색은 혼탁하고 정립되지 않는 광전사의 기색이었다. 그랬기에 멋대로이긴 하지만 상대가 버서커일 것이라고 판단했지만… 나의 판단이 틀린 것일까 하며 고민하기를 수초.


"만나서 반갑습니다. 서번트 버서커. 그리고 그의 마스터."

<안녕. 만나서 반가워!>


그런 라이더의 고민을 엘리아스는 간단하게 덜어내었다. 마스터의 특권. 그것은 서번트에 대한 능력을 패러미터화 하여 볼수있는 능력 덕분이었다. 본래라면 특별한 조치가 없는 이상 스테이터스와 클래스는 볼수 있도록 되어있는 마스터만이 가지는 특권의 힘이었다.

'하지만 역시 클래스밖에 보이지않아. 무언가 룰이 변경된건가….'
오전의 다른 세 명의 서번트와 조우했을때도 마찬가지였다. 누가 어떠한 클래스인지는 확연할정도로 보였다. 하지만 진명을 공개한 아쳐이외에는 보려고 해도 전혀 그 이상의 정보를 알수 없었던 것이었다.

기존의 정보와는 다르다는 점에서 엘리아스는 고민에 빠졌다. 명확한 정보가 없이는 싸워서는 안된다.  하지만 이 이상현상이 자신에게만 그러한 것인지 아니면 모든 마스터에게도 동일한 것인지 갈피를 잡을수 없는 탓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의 상념은 그리 길게 이어지지 않고 끊겼다.


"아뇨. 저도 반갑습니다. 라이더의 마스터. 아니 엘리아스 D. 벤트리클라라고 불러드릴까요, 레이디."

"───당신, 어떻게 그 이름을……"


오늘 처음보았을 것이 분명한 다른 마스터에게 자신의 이름이 불려졌다는 생소한 경험에 엘리아스의 머리는 차갑게 식었다. 마술사에게 있어 이름이란 매우 중요한 것중 하나다. 고대에는 이름을 알린다는 것은 자신의 운명을 남에게 알려준다는 것과 동일시 했기 때문에 가명으로 불리우는 것이 흔했고 누군가의 아들, 혹은 어딘가의 누구라는 식으로 두리뭉실하게 자신을 표현하는게 일상적인 모습이었다.

현대에 들어서는 그 편리함때문에 스스럼없이 자신의 이름을 기재하고 밝히는 것을 꺼려하지 않지만 엘리아스는 마술사다. 이름에 담긴 마술적인 의미와 그 중요성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자였기 때문이었다.


"저도 설마 이런곳에서 제법 아는 사람을 만날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시계탑에서는 '그녀석'만이 참전한다고 들어서 말이죠."


추궁하는듯한 어조로써 자신을 바라보는 엘리아스를 보며 카를은 자신도 전혀 예상치 못했다며 차갑게 웃었다. 설마 딱한번 '그녀석'의 재촉에 마지못해 참석했던 연회에서 들었던 소문의 마술사를 이런곳에서 만날거라고는 그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탓이었다.


"그 누구에게도 얼굴을 비추지도 않고 숨어지낸다는 벤트리클라 가문 분가의 마술사. 제법 관심이 생겨서 여기저기 알아본 것이지만요."

"호오. 서로 아는 사이였나. 그런것 치고는 꽤나 쌀쌀맞은 상대인것 같은데."

"……당신에 대해서라면 들은 것이 있군요."


굉장히 의외라는듯 말을 꺼내는 라이더의 질문을 대답하듯이 엘리아스는 입을 열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별로 기억나지도 않았다. 하지만 자신을 시계탑의 마술사라 말하는 눈앞의 남자에 대해 들은 적은 있었다.


"카를 블레이즈. '낙제생'이면서 젊은 나이에 시계탑의 조교수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는 몰락가계의 후계──."


그녀의 대답이 정답이라는 듯이 크게 미소짓는 카를을 보며 엘리아스는 깨달았다.
저 자는 우리의 적이다. 아군이 되어줄지도 모르고 타협의 여지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 이자리, 그리고 최종적으로 이 전쟁의 끝에서는 둘 중 하나는 탈락해야하는 '마술사'간의 적관계라고.

 

"───라이더."

"알았다, 마스터. 서로 '그런' 관계였군. 그렇다면 봐줄 이유같은건 없겠지?"

<해치워버려! 해치워버려!>

"응원해줘서 고맙군."


살짝 엘리아스의 품에 안겨있는 인형에게 고개를 숙인 라이더는 앞으로 나서 크게 자신의 검을 휘둘렀다. 라이더의 의지에 의해 실체화한 그 검은 1m나 되는 장검으로써 검신과 같은 검붉은색의 불길한 마력을 품어내며 범상치않는 검임을 자랑하고 있었다.


"자. 그럼 각오는 되어있겠지. 버서커."

"……."


호쾌하기까지한 라이더의 도발에도 버서커는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단지 라이더와 자신의 마스터를 가로막듯이 걸어와 서더니 손에 들고 있는 가방을 발치에 내려놓았을 뿐이었다. 그리고──


"───호오."


가방을 열지 않고 쓸어내리듯이 가방을 문지른 버서커의 손에 두가지의 무기가 양손에 잡혀있었다. 오른손에 들고 있는 검은 중국식의 태도太刀 그리고 왼손에 들고 있는 무기는 일본의 카타나.


"이도류의 영령인가. 재미있군. 허나, 그 무기는 생전에 쓰던 것이 아닐텐데. 설마 익숙하지도 않는 무기로 나와 대적할 생각인거냐. 버서커."

"......"


약간의 분노를 담아 으르렁 거리는 라이더의 패기앞에서도 버서커는 미동조차 하지않는다. 그런 버서커의 태도에 라이더의 분노가 점점더 커져갈쯤에 카를은 깨달았다. 어째서 버서커가 움직이지 않는가. 눈앞의 상대의 분노에도 묵묵부답인 의미를.


"버서커──."

그렇기에 말없이 계속 자신에게 묻고 있던 버서커의 질문에 대답해준다. 지금까지 잊고 있었지만 나는 버서커의 마스터이자. 동료이기에 해줄 수있는 대답을.


"나는 너를 믿겠어. 전력을 다해, 라이더를 쓰러트려."


"──KAA...."


단 한마디. 믿겠다는 그 한마디과 함께 버서커의 분위기가 반전했다. 혼란스러웠으나 조용했던 기색은 피부를 찌를정도로 광폭하고 사납게. 잔잔하기 그지없던 마력은 불길하리만큼 찬란하고 검붉은 색으로...

 

"──바보같은, 스스로 광화를 억제하고 있었다고!?"

"KAAAAAAAAAAAAAAAAAAAAAAAAAAA──■■■■■■■■■■■■!!!!!!!!!!!"

 

그것은 마력의 폭발이라는 말로밖에 설명할수 없는 현상이었다.
단 한발자국. 그 한번의 디딤으로 버서커는 순식간에 라이더와의 거리를 좁혔고 오른손에 들고 있는 태도를 강하게 횡으로 베어들어갔다.

라 이더는 그 공격을 검을 세워서 막아내었으나 그 일격은 범상한 정도의 수준의 힘이 아니었다. 엄청난 굉음과 함께 라이더의 검은 구부러지듯 휘어졌으며 라이더는 그 여파로 인해 자세를 흐트릴수밖에 없을정도였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이 끝이 아니다.

 

"■■■■■──!!!"

"생긴것과는 다르게 굉장한 힘이구나 버서커──!!!"


머리를 향해 떨어져 내리는 검격을 간발의 차이로 피해내며, 라이더는 그대로 반바퀴 몸을 뒤틀어 검을 횡으로 베어들어갔다. 그리고 그 일격은 제3격으로 라이더의 어깨를 베어오는 버서커의 태도와 겹쳐지면서 충돌했다. 그리고 다시금 굉음.

 

 

 

 

엄청난 충격파로 인해 폭음에 가까운 소리가 연달아 역전에 울려퍼진다. 그로인해 카를과 엘리아스는 서로 귀를 막을 수 밖에 없었다. 이미 일반인이 견딜수 있는 수준의 검격이 아니다. 만에 하나 자신이 저 검극사이에 들어가게 된다면 1초도 되지않아 다진 고기가 되어버리겠지. 리얼하게 상상할수 있는 모습에 얼굴을 굳힌 엘리아스는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마음을 굳혔다면 행동은 빠르게, 곧바로 그녀의 품에 안겨있는 인형으로부터 조용히 노래가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그런 광경을 지켜본 카를 또한 그 전세를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방금전의 일격으로 버서커의 오른손에 들고 있는 검이 산산히 부서져가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에게 있어 버서커가 패배한다는 생각은 가져본 적 없었다. 그래.'1:1 이라면.'


"이 노랫소리… 세이렌의 특성을 이용한 주가영창呪歌影唱인가."

점점 더 가열되어가는 버서커와 라이더간의 사투 반대편에서 마술을 영창중인 엘리아스를 보면서 카를은 분한듯 신음소리를 내었다.  노래의 어조는 숨가쁘게 벌어지고 있는 전투로 인해 지워져서 전혀 들리지 않지만 오랜기간 이어져 가는 노래를 보아할때 절대로 단순한 2, 3소절의 마술이 아닌 것이 분명했다.

그대로 영창을 보아넘길수는 없다.
하지만 수중의 마력은 버서커를 지원하는 것만으로도 빠뜻할 정도로 위태로운 수준이다.


"....그런다고 멋대로 포기할 생각은 없지만."


마력이 없다면 만들면 된다.
카를은 품안을 뒤져 오랜기간 고이 간직해두었던 보석을 하나 꺼내들었다. 그 보석의 재질은 에메랄드. 커팅된 모습은 마술적인 의미로 숲을 상징하는 사각의 형태를 갖춘 보석.


"자. 그럼 여기서 아껴둘 필요는 없겠지. 시작해볼까. Wach auf, die Geister des Waldes(일어나라. 숲의 정령.)..."

 

 

 

버서커의 검이 부서지는 순간 라이더는 자신의 승리를 확신했다.
분명 버서커의 몸놀림과 그 힘은 자신을 상회할만큼 강하다. 허나 그 육신에서 나오는 강대한 일격을 버텨줄 무기가 없는 이상 버서커와 자신의 싸움은 이미 정해진 것이나 진배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랬기에 라이더는 피하지 못했다.
태도太刀가 부서짐과 동시에 중단을 향해 찔러 오는 카타나를 검의 옆면으로 끊어버린 그 찰나. 제 5연격으로써 라이더의 옆구리를 휘어지듯 베어가는 '오른손'의 세이버(Sabre)를.


'꺼내지도… 않았는데?'


라이더가 긴장을 푼 점도 있었지만, 그런 공격을 전혀 예상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허나 라이더는 버서커가 무기를 다시 꺼내드는 것을 전혀 보지 못했다. 순간적인 반응으로 대처해 큰 상처는 피할수 있엇지만 옆구리에 손을 대어 보니 피가 약간 흐르고 있었다. 조금만 반응이 늦었더라면 예상 밖의 공격으로 큰 상처를 입을 뻔 했던 아찔한 일격이었던 것이었다.


'처음은 태도太刀와 카타나. 그다음은 세이버Sabre. 이번에는 언월도偃月刀인가!'


상세를 확인하기 위해 베이는 순간 뒤로 점프하듯이 버서커와의 거리를 벌렀던 라이더는 이번에는 자신의 머리를 향해 휘둘러지는 언월도偃月刀를 확인하고 황급히 피해냈다. 한차례 구르듯이 일격을 피해낸 라이더는 자리를 잡고 맹렬하게 퍼부어지는 연격을 간신히 막아내기 시작했다.


'처음은 이도류. 두번째는 일도류. 세번째는 창술. 그렇다면 이번엔─!'


휘몰아치듯 퍼부어지는 언월도를 막아내던 라이더는 이대로는 불리하다고 판단하고 언월도를 쳐냄과 동시에 빈틈을 찾아. 한발자국 경계 안쪽으로 들어섰다. 그순간 라이더는 보았다. 쳐내어져 위로 떠오른 언월도가 그대로 허공에 치솟고 그와 동시에 버서커의 양손에 허공에서 솟아난듯 나타난 클레이모어를 다잡아 쥐는 광경을.

 

"그런거였나! 너의 그 마술은──!!!"


그리고 라이더를 양단할 기세인듯한 일섬.
검을 들어올려 그 일격을 흘려보냈지만 라이더는 굉음과 함께 저릿하게 팔에 울려퍼지는 통증에 혀를 찼다. 아마도 끊임없이 무기를 바꿔나가는 버서커의 전투방식은 싸우기 직전 내려놓은 가방에 걸려있는 공간마술의 수혜일 것이다. 이것은 버서커의 마스터가 서포트해준다고 해서 가능한 수준의 곡예가 아니다. 일일히 버서커가 원하는 타이밍에 버서커가 바래서야만이 가능한 수준에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진실이라면 정말로 내가 싸우는 상대는 버서커가 맞는것일까?

 

라이더는 서늘한 한기를 느끼며 자신의 어리석음에 혀를 찼다.
아니. 지금 내 눈 앞에서 싸우고 있는 상대는 틀림없는 버서커임이 틀림없다. 이 강맹한 일격. 그리고 당장이라도 자신을 살해할듯한 살의는 버서커가 아닌이상 힘든 수준의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유는 한기지일뿐이다. 눈앞의 상대는 그러한 상식(룰)조차 어찌할수 없는 강대한 적이라는 뜻.

 

"좋다. 버서커. 너를 지금까지 만나왔던 어떠한 강자보다 강하다고 인정하지. 그렇다면 여기에서 보여봐라!. 너의 무武를!!!"


라이더의 검격이 한층더 가열차진다. 승부는 한순간. 이제 이 전투의 끝도 얼마 남지 않았다.

 

 <───I'm chasing a wolf. Help. Help. (늑대가 저를 쫓아오고 있어요.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흥얼흥얼 인형이 부르는 노래에 허밍을 맞추어 부르던 엘리아스는 버서커가 언월도를 쥐기 시작한 부분에서 손에 힘이 들어갔다.

저 방법은 엘리아스에게 있어서는 전혀 생각치도 못한 방식이었던 탓이었다. 무릇 검을 쥐기 위해서는 최소 한달. 검을 다루기 위해서는 못해도 1년. 달인이라고 불리우기 위해서는 10년 이상의 세월이 필요하다. 허나 지금 버서커는 보여주고 있는 광경은 그러한 상식을 비웃기라도 하는듯한 엄청난 광경이었다. 그 무기간의 리치. 그 무게. 다루는 방법. 그 모든 것이 다름에도 버서커는 평생을 그 무기만 다루어왔다는듯 완숙되고 빈틈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하나의 예술과도 같은 장면을 펼쳐보이고 있었다.


"이대로는…"

이대로는 라이더는 힘들다. 짧지않는 사투동안 라이더는 버서커와 힘으로는 뒤지고 빠름으로는 비등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남은 것은 무의 실력 차이겠지만 한 가지 무기를 사용했다면 모르겠지만 자유자재로 수많은 무기를 꺼내 싸우고 있는 버서커의 무위를 능가할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앗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보구의 차이다.

역 앞까지 타고온 바이크를 힐끗 쳐다본 엘리아스는 머리속으로 정리를 마쳤다. 하지만 계기가 필요하다.
저 거세게 몰아치고 있는 버서커의 연격을 멈추게 하고 라이더가 보구를 쓸수있을정도의 틈이...


"──Also der Angreifer getötet wurde. Es ist alles dank dir.(따라서 침입자는 격퇴되었노라. 모든것이 그대의 공일지니!)"


순간. 연달아 울려퍼지는 검격의 소음을 뚫고 울려퍼지는 카를의 목소리가 엘리아스의 상념을 끊었다.
그 영창이 마무리됨과 동시에 콰드득─하는 소리와 함께 콘크리트바닥이 갈라지기 시작한다. 순간적으로 방금 들려온 영창의 의미가 무엇인지 깨달은 엘리아스는 재빨리 균열이 일어나는 방향의 반대편으로 뛰어가기 시작했고 그런 그녀를 추격하듯 균열은 빠른 속도로 퍼지기 시작했다. 아마도. 카를이 발동시킨 마술은 인위적인 키메라를 탄생시키는 비술이겠지. 강고한 콘크리트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부숴나가는 나무뿌리는 분명 연약한 인간의 몸따위를 구멍내버리는 데에 1초도 걸리지 않을 것이었다.


허나 엘리아스도 그렇게 녹록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마술사다.


"Snow Queen Snow Queen.(눈의 여왕님 눈의 여왕님.)"

"I am afraid of the wolf's teeth. I am afraid of the wolf's claws.Help Help.(늑대들의 이빨이 무서워요. 늑대의 발톱이 무서워요.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바로 발뒤에까지 균열이 쫓아와있는 상황이지만 엘리아스는 어디까지나 침착했다. 그녀의 인형에서 부터 흘러나오는 노래소리는 약해져있지만 끊임없이 계속 지속되고 있었고 그녀의 영창은 정확하며 군더더기 마저 존재하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상태였다. 하지만...


"윽──"

너무 많은 곳을 신경써야햇던것이 원인이었던 것이었을까. 엘리아스는 바로 앞에 있던 돌부리에 부딪쳐 자리에서 쓰려졌다. 절호의 찬스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균열에서 튀어나오는 나무뿌리들을 보고도 엘리아스는 포기하지 않고 외쳤다.

"Do not worry. Boy. Wolves are not going to make it on to you.(걱정마라 아이야. 늑대들은 너에게 접근하지 못할것이다!)"


우웅─하는 소리와 함께 급격하게 엘리아스와 나무뿌리간의 사이의 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딱딱딱─ 하는 소리와 함께 급속도록 얼어붙기 시작하는 나무 뿌리들은 어떻게든 본래의 임무를 마치겠다는 듯이 그 상황에서도 천천히 엘리아스를 향해 돌진해 나가기 시작햇다.

30cm
20cm
12cm
5cm
3cm
1cm


"윽──."

앞으로 다가올 고통에 대비하듯 엘리아스는 눈을 꾹감았고 바삭-바삭-하는 소리와 함께 나무뿌리가 엘리아스에게 닿을 찰나─,

 

"....................?"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않는 고통에 의아함을 느낀 엘리아스는 살며시 눈을 떴다. 그러자 거의 5mm정도의 간격을 두고 자신을 얼싸앉은체 얼어붙은 나무 뿌리를 발견할수 있었다. 아마도. 1초만 더 영창이 늦었어도 엘리아스의 몸은 구멍투성이가 되었겠지. 뚜렷하게 자신의 미래가 될뻔했던 상상에 몸서리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쉴 찰나에 세찬 경고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마스터! 마음 놓지 마라──!!!"


위협적으로 날라오는 단검을 쳐내머 슬쩍 카를쪽을 살핀 라이더는 혀를 찼다. 저 술식은 본적이 있다. 신비가 약화되어있는 현대에 있어 그리 강력한 마술은 아닐터이지만 어떠한 준비도 되어있지 않는 엘리아스에게 있어 저것을 막아낸다는 것은 무리에 가까운 주문일터였다.


"──Du warst in meinen Händen geboren, auch. Lassen Sie meine Feinde Unterjochung seines Flamme.(너는 나의 손에서 태어났노라. 너의 불꽃으로써 나의 적을 토벌할지니!)"


영창의 끝마무리와 함께 카를의 손으로부터 보석이 하나 투척되었다. 그 보석은 루비. 커팅되어있는 모양은 육망성을 상직하는 육각형.

투척됨과 동시에 루비는 변화를 가지기 시작했다. 뿌드딕 뿌드딕 하는 소리와함께 날개가 펼쳐지고 머리가 생겨나며 서서히 그 몸에 생명이 깃들기 시작했다.

루비의 의미는 불꽃. 육망성이 상징하는 것은 소환진.
불의 생명을 가진 새라고 한다면 연상할수 있는건 한가지뿐.


"──피닉스(phoenix)"


이미 버서커와 싸울때가 아니다라는 판단이 선 라이더는 그자리에서 버서커의 커틀라스를 강하게 걷어차고 뒤를 향해 점프했다.


"──마스터!!"

"준비는 마쳤어요. 라이더. 보구를!!!"

<<──So Snow queen hath shut appear to be here! (그리하여 눈의 여왕께서 이자리에 나타나셨도다!)>>


그것은 한순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뒤로 물러서는 라이더를 향해 뒤쫓듯 치솟은 버서커에게 하얀 눈의 결정으로 이루어진 여왕이 모습을 들어낸것도. 라이더가 투척한 검에 의해 서서히 몸을 갖추고 있던 피닉스의 화신이 폭발해버린것도, 그리고 나타난 눈의 여왕의 냉기로 인해 얼어붙은것 같던 버서커가 후려치듯 여왕과 충돌하여 술식을 파괴한 것도.

하지만 한순간의 틈이 생겼다.
전투가 벌어진 이후. 찰나라고 할수 있는 약간의 시간이.

 

"버서커───!!!"

하지만 라이더에게 있어서는 충분하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잘 보아라. 이것이 내가 살아온 증거. 내가 내딛은 발걸음. 나의 질주다!"


바이크에 올라타있는 라이더로부터 엄청나게 불길한 마력이 퍼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눈에는 보였으나 형체는 없었다. 사람의 형상을 취했으나 사람은 아니었다. 불길한 검은 구름처럼 일렁이는 그 모습은 기괴하고도 공포스러운 것이었다. 사람들의 공포가 만들어낸 그 모습들은 저마다 도끼와 창, 검과 방패를 들고 있었고 날개가 달린 자도, 눈이 하나밖에 없는 자도, 키가 보통의 두배가 넘는 자도, 팔이 네개나 달린 자도 있었다. 그들이 내뿜는 검게 타오르는 불꽃의 열기와 파괴본능이 가져온 흥분으로 가득찬 괴성이 울려퍼졌다.


"■■■■■■■■■■■■■■■■■■■■■──!!!!!!"


영웅의 발자취는 이야기가 되고 노래가 되어 전해진다. 때로는 그 모습이 바뀌어 강대한 적의 모습으로, 악마와 마귀의 모습으로 전해지기도 한다. 그 생애가 진실로 어떠했건 사람들의 이야기는 퍼져나가 전승이 되고 전설이 된다. 그 질주로 실로 적지 않은 것을 이루어 사람들의 공포를 산 자. 악마와 지옥의 군세를 이끄는 자.


"「신의 형벌」."

 

그것이 라이더의 보구의 이름이었다. 신의 이름을 빌려 심판을 내리는 공포의 군대의 선봉에 선 라이더는 달려나갔다. 검은 기운을 두르고 불을 내뿜으며 달리는 그녀와 그녀를 따르는 자들이 남기는 것은 자비를 버린 힘, 잔혹한 파괴의 증거 뿐이었다.


엄청난 위력과 함께 발동된 라이더의 보구는 그야말로 '신의 형벌'이라는 이름에 걸맞을만큼 엄청난 것이었다. 엄청난 소음과 빛으로 인해 거의 정신을 잃었던 카를은 한참이 지나서야 정신을 차릴수가 있었다.

 

"버──서...커?"

"굉장하군. 그 일격을 맞고도 살아남았나. 버서커."


타닥타닥 하는 대지가 불타는 소리와 함께 섞여 들려오는 라이더의 목소리에 정신이 든 카를이 고개를 들고 본 광장은 지옥. 이라고 밖에 할수 없는 광경이었다. 단지  충격파만으로 광장에 남아있는 타일이 존재하지 않았고 직접적으로 직격을 당한 장소는 거대한 무언가로 인해 온통 파헤쳐져 있는듯한 상태였으며 드문드문 타오르기까지 한 그 광경을 지옥이라는 말 이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고 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살아있다. 버서커는─.
온몸이 화상을 입었고 자랑이라고 할만한 그녀의 머리를 전부 타버렸지만 그럼에도 전혀. 그 투지만을 잃지 않은체.


"오늘은 이만 돌아가지."

"……."


보구로 인해 큰 피해를 입은 버서커를 확실히 제압해 두는 것이 좋다고 엘리아스는 생각했다.


"이번 한 번만 이겨서 될 것이 아니다. 이 이상은 소모가 크다."


엘리아스에게 이렇게 고한 라이더는 다시금 눈을 돌려 버서커를 쳐다보았다. 그렇다. '이번 한번만은 이겨서 될일은 아니다.' 이대로 연전을 계속해 지금의 버서커의 목을 취하는 것은 쉽다. 하지만 그게 과연 쉽기만 한 일일까?


오랜 세월 전장에서 살아왔던 그녀는 궁지에 몰린 적은 쉽게 건들지 않는게 좋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쪽은 보구를 썼고 저쪽은 쓰지않았다는 것은 아직 버서커에게는 비장의 패가 존재하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괜한 벌집을 건드릴필요없다. 라는 함축적인 의미를 엘리아스는 긍정했다


"알겠습니다. 괜한 벌집을 건드릴필요는 없겠지요. 이쯤에서 마무리 짓지요."

"누구── 맘대로!"

"Mr. 카를."


거의 일방적이다시피한 엘리아스의 말에 어느정도 기운을 차린 카를이 제기하는 이의를 엘리아스는 냉정하게 잘라나었다.


"그렇다면 지금의 전세를 뒤집을 방도가 당신에게 있습니까?"

"───읏."

"패배한 것은 인정하도록 하시지요. 그렇지 않으면 외지인 이곳에서 단지 한줌의 흙으로 돌아갈뿐이라는 것을. 당신은 시계탑에서 배우지 못했습니까?"


질타에 가까운 엘리아스의 말에 카를은 한마디의 대답조차 하지 못했다. 모두가 그녀의 말대로다. 현재의 버서커의 상태로는 연전은 거의 불가능. 그렇다고 카를 혼자서 저 라이더를 상대할수는 없다.


"이번에는 살려 보내드리도록 하지요. 하지만 다음번에 만났을때는 그렇지 않을 겁니다."


더이상 볼일이 없다는 듯 엘리아스의 말을 끝으로 라이더는 바이크를 몰아 역앞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그런 엘리아스를 바라보며 카를은 분함으로 인해 절규했다.

하지만 그의 절규는 공허하다.
승리는 라이더의 것. 이번의 전투는 버서커의 패배였기에──

 
「서번트──라이더.」

단 하나. 버서커의 읊조림만이 남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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