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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아처&라이더 대화씬

아처라이더 2012.03.02 19:58 조회 수 : 34

후유키시의 어두운 밤, 비록 수많은 사람들이 활발하게 돌아다닐지언정, 도시의 가장 어두운 골목에는 가로등의 불빛만이 깜박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골목을 한 분홍색 자전거를 탄 남자가 자전거에 탄 채 들어왔다.

체크무늬 남방에 츄리닝을 입은 중년 남성, 아처는 자전거를 세우더니 그의 뒤를 돌아보았다.

아처의 뒤에는 라이더 슈츠를 입은 장발의 미녀가 오토바이에 걸터앉은 채 아처를 노려보고 있었다.

아처는 살짝 미소짓더니 숙녀를 대하듯이 라이더에게 말했다.

"Bonsoir(안녕하십니까), 마드모아젤."

"Bonsoir, 무슈…라고 하면 되는 건가?"

그렇게 말한 상대의 장단에 맞춰준 라이더였지만 긴장은 풀지 않았다. 이것은 전쟁, 그것도 마술사 간의 전쟁이었다. 그리고 서번트 간의 싸움이었다. 웃는 얼굴 뒤로 칼을 준비할 수 있는 것이 전쟁이고 이런 경우에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이 몸은 아처의 클래스로 현계한, 정복왕이노라! 그리고 그대는 라이더의 영령이 분명하겠지?"

아처의 태도는 당당했다. 성배전쟁에서 정보라는 건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것이지만 왕의 기품이라는 것은 이런 것이다 하고 온몸으로 표현하는 듯한 데다, 이미 자신의 클래스를 알고 있는 아처의 앞에서 라이더는 정체를 숨길 마음은 들지 않았다.

"그 말이 맞아. 라이더로 현계한 것은 맞지. 하지만, 어떻게 알았지?"
"그 정도는 이미 예상하고 있었노라. 그런 묘기를 부릴 수 있는 자라면, 검사(Saber)나 기병(Rider) 정도겠지. 세이버라면, 어제 이 몸과 한바탕 했으니, 기병이 맞지 않겠는가."

자신이 바로 어제의 전투의 주인공이라고 밝힌 아처의 말에 라이더는 순간 어이가 없다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하? 그렇게 정보를 밝혀도 되는 건가? 그런 마력을 내뿜은 전투라면, 그쪽도 적잖은 피해를 입었을 텐데?"

"왕이란 말이지, 모름지기 어떠한 상황에서도 품위를 잃지 말아야 하느니라. 그리고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그대의 눈엔, 살기는 보이지 않고 있군."

바보같군. 이라고 짧게 감상을 표한 라이더가 입을 열려는 순간, 아처가 갑자기 품속으로 손을 넣었다.

"무슨!?"

라이더가 급히 검을 실체화시키려는 순간, 아처의 손은 그보다 빨랐다.

아처가 빼들은 기다란 단검이 갑자기 라이더를 향해 날아왔고, 라이더가 대응하기 전에, 단검은 빠른 속도로 라이더를 지나쳐 갔다.

검을 뽑은 라이더가 뒤를 돌아보자, 일반인 하나가 목에 단검이 꽂힌 채 쓰러져 있었다.

"무슨 짓이지?"

살짝 분노한 투로 라이더가 묻자, 아처는 대수롭잖다는 듯이 걸어와 시체의 목에 꽂힌 단검을 빼내었다.

그러자 시체는 서서히 검은 재로 사라져 갔고, 잠시 후 그 자리에는 시체가 입고 있던 옷가지만이 남아 있었다.

"Marionette(꼭두각시). 분명 다른 자들의 사역마겠지. 내 짐작으로는...술법사(Caster)일 확률이 높겠군."

아처의 설명에 라이더는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으나, 무장을 풀지는 않고 있었다.

아처는 옷가지를 집어들더니, 골목 한 구석에 내려놓고는 손을 내저었다.

그러자, 갑자기 작은 불꽃이 생기더니 옷가지들을 한줌 재로 만들어서 태워버렸다.

"마술도 쓸 줄 아나?"

라이더의 물음에 아처는 자전거를 향해 가면서 말했다.

"지니를 소환하는 술법이지. 페르시아의 조로아스터교도들에게 배운 간단한 마술일세."

현대에 이르러서 굳이 마술사가 아니라 하더라도 마술을 사용하는 자는 많고, 캐스터가 아닌 서번트는 마술을 쓸 수 없는 것도 아니기에 라이더는 그 점은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으나 페르시아라는 말에는 신경을 쓸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곧 라이더는 아처의 정체에는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아마 진명을 묻는다 해도 아처는 당당하게 대답할 것이기에.

"당당함과 어리석음은 다르지. 이미 이 곳은 캐스터한테 발각당한 것 같으니 자리를 옮기는게 어떠한가."

그 사이 아처는 자전거에 올라 타있었다. 어색함은 없었지만 라이더는 자전거의 색이 신경쓰였다. 아마, 아처가 아닌 중년의 남성이 분홍색 자전거에 타고 있는 것을 본다면 굉장한 웃음거리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성배전쟁에 소환된 후에 이곳을 둘러다 보니 괜찮은 곳이 있더군. 어떤가?"

그녀의 마스터라면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함정이나 매복 등에 대해서 말을 했겠지만 라이더는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다. 아처가 어제 그렇게 싸우지 않았더라도 지금과 별로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자가 함정을 파둔다거나 매복을 준비했다는 생각을 하기엔 어려웠다.

"그러도록 하지."


분홍색 자전거의 중년 남성과 라이딩 슈트의 여성이라는 일견 기묘해보이는 2인조가 들어선 곳은 어떤 주점이었다. 주점 안에는 이미 손님이 몇명 있었지만 조용한 편이었고 그 주점은 어쩐지 편안함마저 느껴졌다. 하지만 라이더에게 있어서 주점이라는 장소는 확실히 예상 밖이었다. 

"음, 혹시 술은 마시지 않는 주의인가?"

약간의 당황이 아처에게도 전해진 모양이었다.

"아, 아니. 그건 아니다. 하지만, 주점이란 장소는 예상 밖이로군."

"생전에 술을 그다지 즐기지 않았나 보군. 뭐, 개인차는 있는 법이니."

느긋한 투로 말하며, 아처는 테이블 하나를 점찍어놓고는 메뉴판을 쳐다보았다.

"여기 보드카 한 병 주시오. 술에 약한 것은 아니겠지, 기병(Rider)이여?"

술을 주문한 뒤, 뒤를 돌아보며 라이더를 향해 말하는 아처의 눈빛은 사냥감을 발견한 매와 같은 눈빛이었다.

"흥, 같은 걸로. 이런 데에서부터 질 수야 없지."

두 사람이 자리에 앉자 보드카가 두 병 나왔다. 아처는 보드카를 잔에 가득 따르더니 호쾌하게 단숨에 마셔버렸다. 이에 질세라 라이더도 잔에 가득 따라 벌컥 마셨지만 무언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번트는 인간이 아니고 술에 취하는 일도 없지만 기본이 되는 건 인간의 몸이다. 라이더는 목이 타들어가는 듯 했다.

"크하하하핫, 무리하는구만."

아처가 한 잔을 더 들이키고 나서야 라이더는 판단능력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녀도 술을 마시지 않는 건 아니지만 애주가는 아니기에 도수가 높은 보드카를 가득 원샷 하는 건 역시 무리였다. 라이더는 앙갚음이라도 하려는 듯이 말을 꺼냈다.

"세이버와 싸웠다고 했나?"

"Ja(그래). 제법 뛰어난 맹장이더군."

혹시나 세이버에 대한 정보를 아처에게서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라이더는 물 한 잔을 들이키고 난 뒤 아처를 쳐다보았다.

"놈의 보구 또한 대단했지. 짐의 보구와 견줄 정도였으니 말이야."

보구에 대한 말이 나오자, 라이더는 더욱 아처의 말에 집중했다.

"αλλά(하지만), 이것까지만 말하지. 놈은 그때 령주를 사용했다. 그러나 짐은 본연의 힘을 절반도 발휘하지 않았지. 그정도만 알면 될 것 같군."

"그런가?"

"뭐, 그 전투밖에 모르는 놈은 아무래도 이러한 풍류는 없는 듯 하지만 말이야. 크하하!"

그 뒤로 둘은 술을 마시며 이런저런 말을 나누었다.

제법 독한 술이 몇 잔 들어가자, 아처는 살짝 벌게진 얼굴을 하고 말했다.

"그럼, 라이더. 본론으로 들어가 보지. 이 전쟁으로써 얻어낼 그대의 소원은 무엇인가?"

아처의 얼굴은 살짝 취해있었으나, 그 눈빛만큼은 날카로웠다. 그 모습을 주시하며 마찬가지로 약간 붉어진 얼굴로 라이더는 입을 열었다.

"없다."

라이더는 간결하게 대답했다. 그것이 아무런 일도 아니고 밥을 먹는 것이나 숨을 쉰다는 것을 설명하는 것처럼 평탄한 어조로 그렇게 말했다.

아처는 두 음절만으로 이루어진 그 말의 의미를 생각해 보았다. 성배전쟁에 소환된 서번트는 모두 소원을 가지고 있다. 아처 자신도 그러했다. 하지만 라이더는 그것을 부정했다. 그렇다는 것은 성배에 원하는 소원을 숨기려는 것이거나 혹은…

"그렇게 볼 것 없다. 감추려는 게 아니니까. 내 소원은 이미 이루었다. 물론 영령이나 인간이었던 자로서 한 가지를 얻으면 열 가지를 원하고, 열 가지를 빼앗으면 백 가지를 원하게 되는 법이지만 최소한의 한 가지는 얻었다고 할 수 있겠지. 그러므로 지금 내가 성배에 원하는 소원은 없다. 다만, 나의 마스터를 위해 그것을 취할 뿐이다."

라이더는 잔을 비우며 다시 말했다.

"몸을 얻어 다시 시작하는 것도 좋지. 하지만 세상은 바뀌었다. 빛나던 영웅들의 시대는 모두 전설이나 신화가 되어버렸다. 생전에 원하던 것도, 못 이룬 것도 많다. 하지만 이미 완성된 걸작에 획을 더하는 어리석은 짓을 나는 하지 않는다."

말을 끝낸 라이더는 초점 흐린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았다. 딱히 어딘가를 바라보는 것이 아닌 과거를 보는 듯한 눈이었다.

멍하니 과거를 회상하는 듯한 라이더의 시선을 돌린 것은 아처였다.

"그럼, 등가교환으로 나도 목표를 밝혀야겠지? 내 목표는..."
아처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보드카를 다시 한잔 들이키고 말을 이었다.

"수육이다."

아처의 말에 라이더는 한치의 놀람도 없이 간단하게 수긍했다. 오늘 마주친 사이지만, 이 대책없는 임금님이라면 분명 그런 소원을 가지려 했기에.

"그럼, 수육해서 어쩔 거지? 좀 전에 자신을 정복왕이라 칭했으니, 못다한 정복을 끝마칠 건가?"

살짝 농담조로 말하는 라이더의 물음에 아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정복은 살아생전에 충분히 했다. 물론, 짐이 함락시키지 못한 도시 또한 제법 되지만, 그것에 미련은 존재하지 않는다."

자신의 말에 도취되기라도 한 듯,  아처는 양 팔을 벌리고 말했다.

"지금 나의 소원은, 이 현세를 즐기는 것이다! 내 소망은 그저, 온전한 몸뚱이 하나로 이 현세에 뿌리내려 살아가는 것이다."

"후후, 왕답지는 않은 소망이로군."

"그러나 왕과 같은 직위에 있는 자라면, 한번쯤은 궁 밖의 생활을 생각해보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요 며칠간 현세를 돌아본 결과, 여기는 충분히 평범한 인간으로써 살 수가 있는 곳이노라. 나는 이 껍데기가 아닌, 피와 살로 이루어진 몸을 가지고 현세에 살고 싶은 것이다!"

마치 연설을 하던 것처럼 말을 마친 아처는 술을 다시금 들이켰다.

"그렇다면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군. 그런 소원은 내가 이뤄줄 수 없으니 언젠가 맞서 싸울 수 밖에 없나."

라이더의 말은 '나는 너를 반드시 이긴다' 같은 것은 아니었다. 성배전쟁에 참여한 이상 승리하지 않으면 다른 길은 없다. 모두의 소원을 이뤄주는 것이 아니기에 친교를 쌓아도, 동맹을 맺어도 언젠가 맞설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라이더의 말 뜻을 이해한 아처는 마지막으로 병을 비우고는 말했다.

"좋다, 라이더. 내가 만났던 여장부의 목록에 그대의 이름을 추가해두지. 후에도 이런 자리를 가질 수 있으면 좋겠군. 그리고, 후회 없는 전투 또한 말이지."

깊게 미소지으며 말하는 아처의 말에 라이더 또한 살짝 입가를 올렸다.

"그럼, 나는 이만 가보도록 하지. 내 마스터가 기다리고 있을 것 같거든."

"아아. 그러도록."

"Addio, Signorina."

아처가 주점을 나선 뒤, 라이더 또한 일어서서 엘리아스에게로 돌아가려 했다. 그때, 그녀를 붙잡는 사람이 있었다.

"저, 손님."

주점의 주인장이 라이더를 붙잡고 말했다. 라이더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주인장은 계산서를 보여주며 말했다.

"좀 전의 신사분께서 손님께서 돈을 내시겠다고 하셨다고 말하셨었습니다만...."

주인장의 말에 라이더는 속으로 이를 갈았다. 그리고 그와 함께, 미세한 핏줄이 그녀의 이마에 튀어나왔다.

빠직-

"■■■■■■!!!!!"

라이더의 괴성이 아처의 귀에도 들린 듯, 귀가하던 아처는 자신도 모르게 자전거의 페달을 좀더 빨리 밟았다.

-

일이 있어서 하루 못왔는데 그 사이에 마무리를 지어주셨군요.

사실 예전부터 아처가 주점에 끌고갔는데 저 사람..은 아니고 영령이지만 여튼 돈은 있나 하고 생각을 했는데 결국 떼어먹는[...]

뭐, 이렇게 하면 될 것 같습니다. 글은 누가 올리는 게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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