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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어새신&미하일 회의실임다~

어새신2팀 2012.02.20 16:58 조회 수 : 58

  미하일 카마로프는 계단에 주저앉았다. 후유키시 신토 뒷골목의 한 허름한 건물 앞이었다. 지쳤다. 여기까지 오는데 너무 먼 길을 돌아서 왔다.

  미하일은 셔츠 앞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라이터를 꺼내 불을 당겨 붙이고, 한 모금 마신 다음 내뱉었다. 담배 연기가 긴 한숨처럼 늘어진다.

  그의 뒤로 누군가가 소리도 없이 다가왔다.

  “오, 이거 미하일 나으리 아니십니까요. 여기에는 또 언제 오셨습니까?”

  미하일은 고개만 돌려서 그를 봤다. 등이 굽은 꼽추 늙은이였다. 조직의 커넥으로 알게 된 브로커였다.

  “방금 전에. 건강한 것 같아 다행이야.”
  “예이. 저야 건강 빼면 시체지요.”

  그 꼽추 늙은이는 누런 이빨을 씩 벌리면서 웃었다. 미하일은 곁눈으로 슬쩍 늙은이를 보고서 담배연기를 내뱉으며 말했다.

  “은신처를 하나 사고 싶은데.”
  “은신처 말씀이십니까요? 헌데, 그렇다면 그쪽 이야기입니까?”

  미하일은 말없이 끄덕인 다음 담배를 털어서 껐다. 다 꺼진 담배를 손가락 사이로 튕기자 담배꽁초가 쓰레기통 안으로 들어갔다.

  “마침 좋은 물건이 하나 있습죠. 나으리 맘에 딱 들겁니다. 다만 가격이 좀.”
  “노옹이 언제 싼값에 자리를 내준 적이 있던가? 그냥 믿고 사는 거지.”
  “어허허, 또 그런 섭한 말씀을.”

  미하일은 엉덩이를 털고 일어섰다.

  “가면서 이야기 하지. 시간도 없으니까 말야.”
  “예이.”

  노옹이 미하일을 안내한 곳은 폐쇄된 볼링장이었다. 이곳은 예전 불량배들의 아지트로 쓰였다가, 연쇄살인이 벌어져 지금은 완전히 인적이 끊겼다고 한다.

  “참고로 묻는 거지만, 그 연쇄살인의 범인은 어떻게 됐지?”
  “글쎄요. 듣기로는 교도소에 갇혀 무기징역이라던가. 혹은 사형이라던가. 혹은 피해자들의 저주를 받아 죽었다던가. 탈옥하여 지금도 거리를 방황한다던가. 여러 가지 말들이 있습니다만, 어느 것도 믿을만하진 않지요.”
  “그러고보니 노옹은 정보상도 했었지?”
  “드릴깝쇼? 지금이라면 싸게 해드리겠습니다.”
  “아냐. 됐어. 자금은 풍족하게 받았지만, 겨우 호기심 때문에 쓸수 있을 정도인 건 아니니까.”
  “예이. 허면.”
  “아아, 여기로 하지. 돈은 예의 계좌로 넣면 되겠지?”
  “예이. 매번 감사합니다. 에헤헤.”

  미하일은 건물 안으로 들어가 짐을 풀었다. 노옹이 관리했는지 겉모습과는 달리 안은 멀쩡했다. 이틀 뒤에는 전기도, 수도도 들어올 것이다.

  방 중간에 위치한 소파에 가방과 점퍼를 던지고 자신도 소파에 몸을 눕혔다. 당장이라도 누워서 자버리고 싶지만, 사실 그럴 수도 없다. 미하일은 자신의 손등을 봤다. 세 개의 회오리치는 칼날 같은 문양. 아마 이것을 령주라고 했던 것 같다.

  성배전쟁. 미하일은 방황의 바다의 한 조직에서 근원으로 통하는 많은 실험, 시도, 사건 등등을 조사하는 첩보원으로 육성되었다. 후유키시에 미리 배치되어 있던 조직원이 아니라 자신에게 이 령주가 떠오른 것은 약 한 달 전. 조직은 크게 당황하며 미하일을 급히 후유키시로 보냈다. 영향력도 자금력도 없는 약체조직으로선 밀입국, 밀항이 최선이었지만.

  미하일은 천장을 보며 한숨을 내쉬고 가방에서 마법서를 꺼냈다. 성배전쟁 최강의 패, 서번트를 소환하기 위한 마법진과 주문이 적힌 마법서다. 본래 이 성배전쟁에 참가하기로 되어 있던 조직원의 소지품이다.

  미하일은 가방에서 쇳가루가 들어있는 가죽 주머니를 꺼냈다. 그리고 그것을 바닥에 뿌렸다. 뿌려진 쇳가루 끝에 손을 대고 미하일은 내면의 스위치를 올렸다.

  미하일의 마술 속성은 전(電). 그래서인지 미하일은 자신의 마술회로를 연결할 때마다 전기회로를 다루는 기분을 느낀다. 마력이 자기장을 띄며, 쇳가루를 이용하여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한다.

  미하일은 왜 자신에게 령주가 나타났는가, 왜 성배전쟁에 참가하게 됐는가 의문이었다. 령주는 성배가 선택한 자들에게 나타난다고 한다. 강한 소원이 있는 자들. 성배를 필요로 하는 자들. 만능의 망원기인 성배를 바라는 자들. 그런데 왜 하필이면 나에게 령주가? 나는 성배를 바라지 않는다. 성배에 빌 만한 소원은 없다. 성배에 빌어야 할 소원은 없다.

  아주 오래전의 기억. 칼로 길게 찢은 듯한 미소를 짓는 사내. 절규, 폭행, 한동안의 평화와 끝없는 절망. 오랜 훈련과 개조를 통해 단련된 한 자루의 칼.

  미하일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머릿속에 잠시 동안 노이즈가 끼었다. 마술을 행할 때에는 항상 머리를 명확하게. 마술사는 마술을 행할 때 마술을 행하는 기계에 불과하다. 기계는 생각하지 않는다. 기계는 오로지 주어진(in put) 과제를 자신이라는 과정을 거쳐 뽑아낼(out put) 뿐이다.

  주문을 외운다. 바라는 서번트는 단 하나.

  “채워라, 채워라, 채워라, 채워라, 채워라.
  비워라, 비워라, 비워라, 비워라, 비워라.
  순환하며 오행. 채워지는 순간 깨트리니.”

  주문을 외울 때마다 마음은 침전하고 영혼은 맑아진다. 각 마술회로에 불이 들어오고, 자신의 몸은 마술을 행하기 위해서만 존재한다.

  “향하는 바람이 벽을 칠 때, 사방의 문을 닫으라.
  왕국으로 걸음을 옮기며, 왕좌로 향하는 세 발이 돌아오리니.”

  불로 달군 철봉을 손톱 아래로 쑤셔 넣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극심한 고통과 함께 카타르시스와도 비슷한 감각이 몸을 부유하게 한다.

  “……고하리니.
  그대의 몸은 나와 함께,
  나의 운명은 그대의 검과 함께,
  성배의 인도에 따라,
  이 길, 이 이치에 따른다면 답하라.”

  마법진에 불이 들어오며 패스가 연결된 것을 느낀다. 되었다. 이제 나머지 주문을 외우고 서번트를 소환하기만 하면 된다.

  “여기에 맹세하리니.
  나는 상세 선이 될 자.
  나는 상세 악이 두려워할 자.
  그대, 삼대 언령을 두른 칠천이여.
  억지의 윤회에서 이 부름을 따르라.”

  그리고 여기에, 한 구절을 더 집어 넣는다.

  “달빛 아래에 빛나는 가면,
  예리한 칼날을 비추는 죽음의 집행자.
  ……천칭의 수호자여!“

  됐다. 미하일은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생각했다. 서번트 어새신. 성배전쟁에서 최약의 서번트라 불리는 클래스. 하지만 미하일은 굳이 어새신을 소환하고자 했다. 미하일은 마술사지만, 마술사가 아니라 첩보원으로서 교육받았다. 다른 어떤 서번트보다 어새신과의 궁합은 가장 좋을 터.

  그렇기에 촉매 없는 소환을 굳이 행한 것이기도 하다. 촉매를 쓰면 그 촉매에 가까운 영령이 소환된다. 촉매를 쓰지 않는다면 소환자를 촉매로 하여 소환된다. 미하일은 자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서번트가 소환되리라 장담했다.

  ……하지만 그것이 설마 이런.

  어새신? 이게?

  키는 미하일, 자신보다 머리 하나 정도 작을까. 왜소한 체격에 어깨에는 작은 망토를 하고 있다. 허리에는 보구로 보이는 칼까지 차고 있는 예쁘장한 소녀다.

  "서번트 어새신, 마스터의 부름에 응하여 소환되었다."

  ……어디를 어떻게 봐서 어새신?

  "……농담은 외견만으로 끝냈으면 좋겠군. 네 어디를 봐서 어새신이라는 거지?"
  "나는 어새신으로 소환되었기에 어새신이라고 칭한 것뿐이다."

  미하일은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렸다. 틀림없다. 자신은 최고로 이상한 패를 뽑았다. 최약의 패라도 좋다. 최약의 패는 최약의 패 나름대로의 싸움 방식이 있는 법이니까. 하지만 이건 어떤가? 미하일은 두통이 이는 걸 느꼈다.

  "그래. 본인이 그렇다니까 일단 어새신이라고 하지. 그럼 진명은 뭐지?"
  "이름을 물을 때는 먼저 자신의 이름부터 말하는 게 예의 아니던가?"
  "아아, 미안하군. 내 이름은 미하일 카마로프다."
  "미하일 카마로프라 좋은 이름이군, 앞으로는 마스터 미하일이라고 부르도록하지"
  "호칭에 관해서는 나중으로 미뤄도 돼. 그래서. 너의 진명은?" 
  "나의 진명은 ■■■■■■■■이다, 잘부탁한다 마스터 미하일"
  "아아..."

  백보 양보해서 어새신이라고 해보자. 그런데 진명을 들어보니 산상노인은커녕 어째서 어새신으로 소환된 건지 알 수 없는 영령이다. 게다가 촉매없이? 자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서번트? 나는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건가?

  ……차라리 누가 꿈이라고 좀 말해줘.

...

ps: 어새신 등장 이후의 이야기는 어새신이 무슨 말투나 성격인지를 잘 모르니 적지 않겠습니다. 가능하면 디스프로님이 이후를 채워주셨으면 합니다. 미하일은 위의 전개에서 크게 벗어나지만 않게 묘사해주시면 됩니다.

ps: 너무 잘쓰셔서 제가 더 채우니까 이상해진듯 허허허허허허...몇줄 채우지도 않았는데 허허허허허허

ps: 대충 눈에 띄는 부분만 수정했습니다. 너무 짧게 쓰시려고 해서 더 이상해진듯. 여기에서 더 추가하거나 수정할 것 없으면 그대로 올려도 될듯요.

ps: 근데 왠지 이거 "난 키리츠구처럼 되지 않을거야! 처음부터 상성 만빵인 어새신과 즐거운 성배전쟁 라이프를 즐길거라고! 햣하! 아니! 안되잖아! 어새신이 ■■■■■■라니! 내 어새신은 이렇지 않다능! 아, 안돼! 안돼!"인 것 같은 기분이 듭.........

ps: 처음부터 글을 너무 잘쓰셔서 제가 손댈곳이 없었습니다...그냥 그상태에서 올리셨어도 괜찮았을듯...도대체 뭐를 먹어야 이런 글을 쓸수 있는건가요...뭐든 해야 실력이 좋아진다지만...

ps:상성이야...후...근성으로 어떻게든 합니다(!?)

...

  미하일 카마로프. 러시아인. 남성. 27세. 방랑의 바다 출신. 서번트 어새신을 소환한 마스터. 설명할 말은 많겠지만, 단순한 정보의 나열은 보는 사람도 재미없겠지.

  미하일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유감스러운 남자다. 태생은 마토우 카리야와 닮았고, 삶의 과정이나 목적은 에미야 키리츠구와 닮았지만, 그 본질은 토오사카 토키오미다. 간단히 말해서 태생은 불행했고, 삶의 과정이나 목적도 불행했으나, 본질은 유감스러웠다. 음, 유감스러운 남자다.

  물론 그는 훌륭한 마술사다. 마술사로서 적절한 수준의 전투력도 갖추고 있다. 경력도 있다. 방랑의 바다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으리라 생각하고 보낸 것이다. 마술사 수준에선 평가받을만한 인간이다. 본래 한 톨만큼의 재능에서 출발하여 노력과 수행과 개조로 이 정도 수준까지 오른 것이니, 장하다고 할 수 있겠지.

  또한 27세에, 겉모습도 준수하다고 할 수 있다. 러시아 특유의 길고 높은 코, 새하얀 피부, 난잡하지만 와일드하다고도 주장할 수 있는 갈색 머리, 푸른 눈동자, 코트가 어울리는 적당히 큰 키, 지나치게 우락부락하지도 않고 살찌지도 않은 적당한 체격.

  인간성에도 마술사치곤 크게 문제될 일은 없겠지. 그에겐 재미 삼아 살해한다는 변태성도 없고, 근원에 대한 광기어린 추구도 없으며, 자신의 마술에 도취하여 쉽게 방심하는 일도 없다. 스스로의 분수에 대해서도 잘 자각하고 있는 편이다.

  그러나 그는 시야가 좁고, 마음이 좁고, 그릇이 작은, 어쩔 수 없는 소인배다. 스스로 그것을 알고 있기에 어새신을 소환하려 한 것일지도 모른다. 자신에겐 정당한 영령을 따르게 할 자신은 없다. 결국 틀어져 버림받을 뿐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처음부터 어새신을 소환하자. 그렇게 생각하고 행한 소환.

  하지만 본질이 토키오미답게. 아니면 우주의 인력인지 소환한 어새신은 도저히 어새신으로 어울리지 않는 영령이었다. 차라리 3기사, 혹은 라이더, 아무리 못해도 버서커겠지. 아무리 생각해도 어새신으로 소환되기엔 격이 맞지 않는 영령이다.

  그렇다고 미하일이 이런 갑작스러운 사고에 대처할 수 있냐고 한다면. 음, 유감스러운 남자다. 만일 미하일이 아니라 다른 마스터가 이 어새신을 뽑았다면 분명 더 잘 사용했을 거다. 그러나 이미 절반쯤 마음이 꺾인 이 소인배는 그저 두통에 머리를 잡을 뿐이다.

  “……머리가 아파오는군.”

  촉매 없는 소환은 도박이다. 어떤 영령이 소환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영령이 아니라 그저 망령, 혹은 지명도도 인지도도 없는 잡스러운 영령이 소환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새신이라면, 그렇게 큰 도박은 아니다. 어새신은 기본적으로 ‘산상노인(사바흐 핫산)’이 소환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영령은 이레귤러 중의 이레귤러라고 할 수 있겠지.

  가능성을 생각해보자면 성배의 오류. 운영 측에서 이번 성배전쟁에 있어 공지 없이 시스템을 개찬. 본래 시스템을 뛰어넘어 소환될 요소가 그녀와 자신 사이에 있음. 등등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중에서 두 번째가 가장 가능성이 높겠지. 현존하는 최고위 의식마술 중 하나인 성배전쟁에 그렇게 쉽게 오류가 생길 것 같진 않다. 게다가 어차피 운영진도 참가자도 모두 마술사다. 일일이 개찬(패치)된 사실을 알려줄 의리 좋은 놈들은 별로 없다.

  “마스터 미하일. 일단 앞으로의 방침에 대해서 의논하고 싶은데.”
  “응? 아아……. 미안하군. 일단 좀 앉지.”

  미하일은 어새신과 함께 식탁에 둘러앉았다. 물론 이제 막 도착한 은신처에 다과 같은 것이 있을 리는 없다. 그 대신 미하일은 버릇처럼 셔츠 앞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호오, 그건 담배인가?”
  “옛날 영령인 주제에 잘 아는군.”
  “성배가 현대 지식을 제공해주니까 말이지. 소환술식에 포함되어 있어. 아니, 그것보다 나도 한 대 주지 않겠나?”

  그리고 어새신은 서슴없이 손을 내밀없다.

  “……네가 연초를 좋아한다는 전승은 듣지 못했는데.”
  “물론. 보는 것도 처음이니까.”

  어새신은 손을 내밀고서 눈을 반짝거리고 있다. 두근두근하는 것이 눈에 보일 듯하다. 거기에 왠지 더 두통이 일어서 잠시 어새신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음? 설마 아까워서 주지 못하는 건가? 쪼잔하다. 마스터 미하일. 나의 담배에 대한 호기심을 잠재우려면 령주를 사용해라!”
  “담배 아낄려고 령주 사용하는 바보가 어디있냐!”

  거의 0.1초 차이의 딴지와 함께 미하일은 어새신을 향해 물고 있던 담배를 던졌다. 어새신은 그것을 솜씨 좋게 받아 손가락 사이에 끼웠다.

  “음. 좋아좋아. 역시 마스터 미하일은 말이 통하는 좋은 마스터다. 앞으로의 전과를 기대하도록.”
  “…….”

  그러면서 어새신은 희희낙락하며 담배를 입에 물었다. 미하일은 소환에 의한 마력 소모 외에도 피로감이 덮치는 것을 느꼈다. 손바닥으로 얼굴을 덮고 있는데 어새신이 옆으로 다가와 미하일의 어깨를 두드렸다.

  “……?”
  “마스터 미하일. 불이 없다.”
  “……자.”

  미하일은 주머니에서 지포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여줬다. 어새신은 담배를 물고 한 모금 들이마신다. 그리고 미하일도 주머니에서 새 담배를 꺼냈다. 그리고 그걸 입에 무는 순간.

  “콜록! 콜록콜록!”

  역시 처음 담배라 그런지 어새신은 쉽게 기침을 했고, 미하일은 서번트도 첫 담배는 기침인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자기 담배에 불을 붙이기 위해 지포라이터를 켰다.

  바로 그 순간,

  “마스터 미하일! 안 된다!”

  그야말로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였다. 어새신은 허리춤의 칼을 뽑아 단 한 수만에 미하일이 물고 있던 담배를 잘라버렸다. 미하일 발  아래에 담배가 툭하고 떨어지고, 그 위에 미하일의 머리카락 몇 가닥이 떨어졌다.

  “무, 무슨 짓이냐아아아아! 이 망할 서번트가!”

  어새신의 이유를 알 수 없는 행동보다도 그 반응할 수도 없었던 검격에 미하일의 등줄기에 오한이 일었다. 영령이란 인간의 인지를 뛰어넘은 자들. 인간이 부릴 수 있는, 아니 원래라면 부릴 수조차 없는 최상위 사역마라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이정도의 검기를 가진 어새신은, 분명 세이버에 대한 적성도 가지고 있다. 그보다 왜 어새신으로 소환 된 거냐. 이 서번트는.

  “마스터 미하일! 이 담배라는 것은 독이다! 그것도 한 번에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내장을 썩게 만들어 죽이는 악질적인 맹독이다! 이런 걸 상습적으로 피우다니 제정신이 아니야! 마스터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앞으로 담배는 금지다!”
  “담배는 독이 아니라 기호품이다! 아무리 서번트라고 해서 내 자유를 침범할 권리는 없어!”
  “무슨 소리인가! 마스터 미하일. 나는 서번트! 마스터의 안전과 건강을 생각하는 것이 무슨 잘못인가! 그리고 저딴 걸 상습적으로 피웠다간 키가 안 클 것이다!”
  “난 이미 186센티미터에 성장기도 지났어! 27살이다! 성인이야! 게다가 담배를 달라고 한 건 너잖아!”
  “호기심이 죄라고 하는 것인가! 그리고 논점은 그게 아닐 것이다! 마스터 미하일. 담배는 금지다! 담배를 피우고 싶다면 령주를 써라!”
  “겨우 담배 피우려고 령주 쓰는 바보가 세상에 어디 있냐!”

  미하일은 외침과 동시에 셔츠 주머니에서 담배갑을 꺼내 쓰레기통을 향해 던졌다.

  “음. 역시 마스터 미하일은 말이 통하는 좋은 마스터다.”

  헉……헉……헉……하면서 심호흡을 하는 미하일의 눈가에는 눈물이 살짝 맺혀 있었다.

  혹시 기가 세거나 서번트와의 상하관계를 중요시하거나 령주 하나나 둘쯤은 아깝지 않다는 자신감이 있는 마스터라면 이런 일에 간단하게 령주를 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새신에게 다행인지 아닌지 미하일은 소인배였다.

  “아……. 뭔가 진심으로 피곤해졌어. 어새신. 이제부터 진지한 이야기다. 제대로 들어주기 바라.”
  “음. 이거 의외로군. 마스터 미하일. 난 항상 진지하다.”

  ……그쪽이 오히려 더 문제야…….

  “……일단 어새신은 클래스가 어새신이지만. 은신이나 정보수집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음. 확실히. 나는 생애를 전투로 보냈고, 전투가 매우 좋다. 특히 ■■■와 싸우는 것을 최고의 낙으로 삼고 있지.”
  “……그런 걸 낙으로 삼아버리면 천하의 ■■■들이 너무 불쌍하지만. 아무튼 좋아. 아쉽게도 내 전투력은 마술사들 중에서도 중간에서 아래 정도다. 단독행동은 지극히 위험하겠지. 앞으로 이동하거나 탐색할 때에는 기본적으로 공동행동을 기본으로 한다.”
  “알겠다. 아, 정보수집이라고 하니까 생각났다. 내게는 ■■■■■■■이라는 스킬이 있지.”
  “응? 능력은?”
  “■■■를 ■■■■해서 ■■■하는 스킬이다.”
  “흠……. 그건 확실히 쓸 수 있을 것 같군. 그럼 내일 바로 실험해보도록 하지.”
  “좋아.”

  어새신은 진지한 얼굴로 끄덕인다. 확실히 이렇게 가만히 보면 생김새도 귀엽고, 그 정체가 ■■■■■■■■라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가련한 몸이다. 몸에 딱 맞는 갑옷도 방어구라기보다는 예술품에 가깝다.

  “그리고 전쟁의 기본은 정보전이다. 성배전쟁 같은 영웅들의 싸움은 더더욱 그렇지. 영웅의 정체가 곧 약점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일단 이 은신처는 안전해. 그러니 밖에 나갈 때는 영체화를 하던가 은신처 안에만 있도록.”
  “음……. 그건 좀 불만이지만. 확실히 난 관광으로 온 것이 아니다. 성배를 얻기 위하여. 그 정도 불편은 감수하지.”
  “……그리고……. 아, 뭔가 더 이상은 머리가 무거워서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군. 일단 그 갑옷은 너무 화려하고 눈에 띠니 내일 옷을 사러가지. 영체화를 쓸 수 있으니 별로 필요 없겠지만, 네 성격상 영체화는 별로 좋아할 것 같지 않으니.”
  “역시 마스터 미하일. 내 마음을 족집게처럼 아는군.”

  어새신은 마음에 흡족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미하일은 눈가에 피곤이 가득한 표정으로 약간 왼쪽으로 기울어져 턱을 기대고 있었다. 멍하니 생각한다. 왠지 서번트와 마스터와 관계, 역전되지 않았어?

  그리고 미하일과 어새신은 한두 마디 말을 더 나눈 후, 미하일은 소파에 몸을 눕혀 잠에 들었다.

...

 "어새신?"
 "여기있다 마스터 미하일 무슨일로 부르는거지?"
 "밖에 나갈 때는 다른 마스터와 서번트의 눈에 띄지 않게 영체화를 하고 나가던가 은신처 안에서만 있으라고 하지않았던가?"
 "이미 들켰으니 상관없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에 나와있었다"
 "...뭐?"
 "심심해서 옷을 갈아입고 돌아다니다가 괜찮아보이는 빵집이 보여서 빵이 나오는 시간이길래 막 만든 빵을 샀을 때 한번 그리고 빵을 산 후 돌아올때 한번 그리고 지붕위에 있었는데 누군지는 몰라도 멀리서 지켜보는듯한 느낌이 들었으므로 총 세번들켰다고 생각된다."

 지금 영령이 심심해서 돌아다니다가 먹을 것을 사오다가 서번트에게 걸렸기에 영체화를 안하고 숨어있지 않는다고 한다. 영령으로서의 자각이 있는지가 궁굼해진다. 그래, 이건 꿈이다.

 "물론 지붕 위에서 정보수집도 하고있었다."
 "어떤 정보를 얻었는지부터 말해봐"
 "알았다, 잠시 눈높이 좀 맞춰주면 고맙겠다, 마스터 미하일"
 "아아"

 그래도 최고로 이상한 패라고 하더라도 기본은 할 줄 아는것 같다. 이미 다른 참가자들에게 걸린것 빼고말이다.

쿵!

 정정한다 이건 최고로 이상한 패이다.

 "..."
 "마스터 미하일 괜찮나?"
 "너가 머리를 박아놓고 괜찮냐고 물어보는거냐?"
 "슈○에서는 잘만쓰던걸로 기억하고있다."
 "○렉에서 그런게 언제 나오는데!"
 "아, 마스터 미하일 미안하다."
 "슈○에서는 벽을 부실 때 썻던거 같다."
 "내 머리를 부실생각이었냐"
 "아니였다, 미안하다."
 "아아..."
 "생각해보니, 닥○후에서 나온거였다."
 "○터후는 언제본거냐!"
 "심심해서?"
 "하아...어떤 정보를 얻었는지 말해주면 고맙겠는데"
 "알았다, 마스터 미하일 어디 앉아서 이야기하는게 좋을것같다."
 "아아..."
 "일단은 여성 두명이서 상점가을 걸어다니다가 마스터처럼 보이는 여자가 라이더라고 한말을 들었다."
 "그리고?"
 "끝이다."
 "...뭐"
 "끝이다."
 "그게 정보인가?"
 "정보다."
 "..."

 정보를 얻긴 얻었으나 정보라고 하기도 애매한 상황이다.

 "그런데 마스터 미하일"
 "뭐냐, 어새신"
 "파르페라는건 맛있나?"
 "..."
 
 제발 꿈이라고 해줘...

 "마스터 미하일, 예상하지 못한일이 일어났다."
 "왜그러지 어새신?"
 "빵을 다먹어버렸다. 돌아오는 길에 맛있어보이는 케이크를 파는 곳을 본거같다. 그러므로 돈을 좀 주면 고맙겠다."
 "..."
 "장난이었다. 아무래도 한명이 온거같군, 싸울생각인듯하다."
 
 어새신이 보고있는 쪽을 보자 고스로리 옷을 입고 롤러를 타며 다가오는 소녀가 있었다.
 
 "흠... 어떤 서번트인지는 몰라도 내가 케이크를 살려던 곳에서 산듯하군 싸우는 김에 강탈해보겠다."

 동류인듯하다. 왠지모르게 저 서번트의 마스터와는 말이 잘통할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

  아침에 눈을 뜬 미하일은 숙취와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두통에 시달렸다. 소파에서 몸을 일으킨 다음, 버릇처럼 셔츠 앞주머니를 더듬는다. 아, 그러고 보니 어제 담배 전부 버렸던가. 또 다른 의미의 두통에 시달린다.

  미하일은 눈을 돌려 주변을 둘러봤다. ……어새신이 안 보인다. 어디를 갔지? 뭐, 폐 볼링장은 넓고, 어새신은 호기심이 많으니 어딘가 둘러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고 폐 볼링장 안을 둘러봤지만, 어새신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연결되어있는 라인으로 어새신을 찾아보자, ……어새신은 상점가에 있었다. 그것도 영체화 하지 않은 상태로.

  미하일은 이건 대체 무슨 상황일까하며 새로운 두통거리에 손바닥으로 얼굴을 덮었다. 그리고 건물 출구로 나가보니 상점가 쪽 도로에서 어새신이 다가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어새신은 어디선가 많이 본 옷을 입고 있었다. 자신의 예비용 코트 아래에 와이셔츠를 키톤이나 원피스처럼 둘러서 입고 자신의 예비용 신발을 신고 있다. 어딘가 이색적이지만, 화려하거나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다. 여전히 솜씨가 좋은 서번트다.

  “어새신?”
  “여기 있다. 마스터 미하일. 왜 그러지?”
  “……밖에 나갈 때는 영체화를 하던가, 은신처 안에만 있으라고 안했던가?”
  “들었지. 하지만 이미 들켰으니 상관없다고 생각했기에 나왔다.”
  “……뭐?”
  “밤중에 누군지는 몰라도 멀리서 지켜보는 자가 있었다. 이미 누군가에게 들킨 이상 이곳도 안전하지 않을 터. 심심해서……가 아니라, 그렇다면 정보탐색이 우선이라 생각하여 영체화를 풀고 밖으로 나왔다.”

  지금 은근슬쩍 본심을 말했지? 이 자식…….

  “……자고 있는 내가 위험할거란 생각은 안했나?”
  “만일 이 은신처를 지켜본 자도 마술사라면, 다른 마술사의 공방(영역)에서 싸우는 것이 어리석은 일이란 것 정도는 알겠지. 그렇다면 이쪽이 나서서 유인할 뿐이다. ……그런 기분으로 밖으로 나선거지만, 재미없을 정도로 걸려들지 않더군. 오히려 다른 자들에게 들켰다.”
  “다른 자들?”

  어새신은 대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 보이는 빵집이 보여서 들어갔더니 빵이 막 나오는 시간이더군. 그래서 빵을 샀는데. 빵을 샀을 때 한 번, 그리고 빵을 사고 돌아올 때 한 번 들켰다.”
  “…….”
  “총 세 번이군.”

  ……역시 이건 꿈이다. 아니, 적어도 이 녀석은 어새신이 아니다. 시작하자마자 세 번이나 다른 영령에게 모습을 들키다니. 은신은! 기척차단은! 대체 어디로 간 거냐!

  “훗, 그렇게 노려보지 마라. 마스터 미하일. 물론 정보수집도 했다.”
  “그럼 어떤 정보를 얻었는지 들어볼까?”
  “알았다. 잠시 눈높이를 맞춰주면 좋겠는데.”
  “아아.”

  그래도 정보를 뺏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얻기라도 했다면 다행…….

  쿵!

  ……정정한다. 전혀 다행이 아니다.

  미하일은 어새신이 박은 머리를 부여잡고 주저앉았다. 분명 만화체라면 머리에서 쉬이익하면서 연기가 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
  “마스터 미하일. 괜찮나?”
  “네가 박아놓고 괜찮냐고 물어보는 거냣!”
  “슈○에서는 잘만 쓰던 걸로 알고 있다.”
  “○렉에서 그런 걸 왜 쓰는데!”
  “아, 마스터 미하일. 미안하다. 슈○에서는 벽을 부술 때 썼던 것 같다.”
  “넌 내 머리를 부술 생각이었냐!”
  “아니. 미안하다. 생각해보니 닥○후에서 나온 거였다.”
  “○터후는 또 언제 본거냐!”
  “심심해서?”
  “넌 심심하면 TV도 컴퓨터도 인터넷도 없는 상황에서 영화든 드라마든 볼 수 있는 거냐! 어디의 영령이냐 너는!”
  “알았다. 일단 진정해라. 마스터 미하일.”

  미하일은 현기증과 머릿속에서의 두통과 머리 밖에서의 두통이 동시에 온다는 희귀한 체험을 했다.

  “하아……. 그럼 우선 어떤 정보를 얻었는지 말해주면 좋겠는데.”
  “알았다. 마스터 미하일. 일단 어디 앉아서 이야기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미하일은 그제야 자기가 자신도 모르게 휘청거리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아아. 일단 안으로 들어가지.”
  “부축하지.”

  어새신은 자연스럽게 미하일 옆으로 서서 겨드랑이 사이에 팔을 넣고 미하일을 지지했다. 겉모습은 가녀린 소녀인데, 미하일은 굳센 장정이 부축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도 어새신의 몸은 부드러웠다. 묘하게 팔에 닿는 것도 있었다. 하지만 영령이 지닌 마력이 미하일의 신경을 쿡쿡하고 쑤시니……. 부축은 든든하고 고마웠지만, 미하일은 순간 이걸 감사해야할지 괴롭힘이라고 생각해야할지 고민했다. 의도가 순수하다는 것이 유일한 위안일까?

  두 사람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식탁을 사이에 두고 앉았다. 미하일은 또 버릇처럼 셔츠 앞주머니를 더듬으려 했지만, 손을 올리기 전에 멈췄다. 그리고 이 서번트를 소환하고 몇 번째인지 모를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럼 들어볼까?”
  “여성 두 명, 상점가를 걸어 다니는 걸 발견했다. 마스터로 보이는 여자가 상대방을 라이더라고 호칭하더군.”
  “……그리고?”
  “끝이다.”
  “……뭐? 잠깐…….”
  “끝이다.”
  “……그것도 정보인가?”
  “정보다.”
  “…….”

  분명 정보라면 정보다.

  “얼굴은. 확인할 수 있었나?”
  “일단 보면 알 수 있을 정도는.”
  “그럼 일단 됐어. 어차피 너에게서 다른 진영이 가져갈 수 있었던 정보도 그쯤이 전부였을테니.”

  그렇게 말하며 미하일은 손바닥으로 얼굴을 짚었다. 턱이 조금 까슬까슬하다.

  “그런데 마스터 미하일.”
  “뭐지?”
  “파르페라는 건 맛있나?”
  “…….”

  파르페는 또 어디서……. 아니, 이젠 그냥 이 서번트에 대해서 탐색하는 건 무의미해 보인다. 분명 말투는 조신하다. 어딘지 모르게 품위나 기품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성격은 사람의 말을 듣지 않거나 신경 쓰지 않는 건 아니지만,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건 그게 아무리 상식에 어긋나도 밀고 넘어가는 파천황. 이젠 머리를 뛰어넘어 위가 쓰려오려고 한다.

  “마스터 미하일.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또 뭐지? 어새신.”
  “빵을 다 먹어버렸다. 돌아오는 길에 맛있어 보이는 케이크집이 있더군. 그러므로 돈을 좀 주면 고맙겠다.”
  “……그보다 빵은 무슨 돈으로 산거야?”
  “물론 마스터 미하일의 돈이다.”
  “도둑질이잖아! 그보다 그러면 굳이 말하지 않고 그냥 가져가면 되잖아!”
  “무슨 소린가. 그건 마스터 미하일이 자고 있었기에 어쩔 수 없이 빌린 것이다. 지금 이렇게 마스터 미하일이 깨어있으니 정정당당하게 요구할 것이다. 난 케이크가 먹고 싶다. 돈을 달라.”
  “…….”

  오늘은 약국에서 두통약과 위장약을 사야겠다.

  “장난이었다. 아무래도 한 명 이쪽으로 오는 것 같군. 싸울 생각인 듯 하다.”

  어새신이 보고있는 쪽으로 눈을 돌리자 고스로리 옷을 입고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다가오는 소녀가 있었다. 외형은, 그냥 평범한 소녀다. 지금 자신의 옆에 있는 소녀처럼. 그러나 미하일은 저기 다가오는 소녀에게도 오싹할 정도의 존재감, 마력을 느꼈다.

  ……그 손에 케이크 상자만 들고 있지 않았다면.

  “흠, 어떤 서번트인지는 몰라도 내가 사려던 케이크를 가지고 있는 듯 하군. 싸우는 김에 강탈하겠다.”

  어새신은 대담무쌍한 미소를 지으며 손에 검을 쥐었다. ……아무래도 동류인 것 같다. 잘은 모르겠지만, 저 서번트의 마스터와는 말이 통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

ps. 하도 심심해서 써봤습니다 세명한테나 걸려서 망했지만 /먼산
마음에 안드시면 그냥 전부 다시쓰셔도 됩니다
멘붕이 오네요 허허허...

ps. 점점 케릭터성이 안드로메다로 가는듯한 어새신입니다 /먼산

ps. 중간 추가 해봤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초반부분이 조금 어색해보여서. 수정해보고 싶은데. 음, 조금 고민해봐야겠군요.

ps. 디스프로님이 적으신 것을 기반으로하여 새로 구성해봤습니다. 문제 없으면 전투씬 들어가기 전에 팀게에 올려볼 생각입니다.

...

  미하일에게 있어서 늑골이 부러진 정도의 부상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부상치료를 위한 마술도구도 가져왔고, 과거에 이것보다 더 심한 부상을 입은 적도 있었기 때문이다. 적은 상대방이 부상을 입었다고 봐주지 않는다. 오히려 숨통을 끊기 위해 늑대처럼 달려들 뿐이다.

  미하일은 별실에서 치료를 끝낸 뒤 거실로 향했다. 이제 이 은신처도 쓰지 못하게 됐다. 적에게 알려진 거점을 맘 놓고 쓰다니, 미하일에게 있어선 도저히 못할 짓이다. 할 일이 순식간에 많아졌다. 새로운 은신처 확보, 행동방침에 대한 의논, 적 서번트의 정체에 대하여, 그런 고민을 하면서 미하일은 거실 문을 열었다.

  ……거기에는 어새신이 엎드리고 있었다.

  “……허?”

  지, 지금 당장 눈앞에 벌어진 일을 객관적이고 이성적으로 서술해보자. 치료를 끝내고 거실로 나왔더니 어새신이 엎드리고 있다. 문을 향하고 있다는 점, 자세나 위치를 봤을 때, 착각이 아니라면 분명 엎드려 빌고 있는……. 아니, 그럴 리 없지. 아무리 상식에서 벗어난 서번트라도 영령. 그냥 한낮 인간에게 엎드려 빈다는 선택지는…….

  “미안하다. 마스터 미하일.”

  있는 거냐!

  “이번 싸움, 본의가 아니었다고는 하나, 보구를 헛되이 쓴 점, 마스터를 지키지 못한 점, 적의 정체를 밝히지 못한 점, 적에게 쉽게 정보를 내준 점.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으나, 나 또한 왕자(王者)의 전승을 가진 자. 스스로의 책임에서 도망쳐서야 영웅이라 할 수 없기에 이렇게 용서를 빈다.”

  그렇게 더더욱 고개를 숙이는 어새신을 미하일은 묵묵히 내려 봤다. 마음은 당황 천만이고 당장이라도 패닉에 빠질 것 같은 기분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머리가 차가워지는 것을 느꼈다. 오래전 자신에게 전투기술을 가르쳤던 스승의 말이 생각난다. ‘전쟁이란 당황하는 녀석부터 죽는 거다.’ 자신은 아직도 전쟁 중이다.

  “하아……. 어새신. 일단 일어나라.”
  “…….”

  묵묵 무답인가. 미하일은 내심 한숨을 내쉬면서 소파에 앉았다. 충실하게도, 아니 이것도 계산의 일환일지. 어새신은 살짝 자세만 바꾸는 것으로 소파 앞에 엎드렸다. 미하일은 등허리가 간질거리는 것을 느끼며 어떻게 말을 꺼내야할지 망설였다.

  “어새신. 분명 우리는 방금 전투에서 졌다. 아무리 좋게 봐도 승리했다고, 혹은 비겼다고 보기는 힘들겠지.”
  “…….”

  어새신은 미동도 하지 않고 미하일의 앞에 엎드려 있다. 말을 듣고 있는 건지 듣지 않는 건지 모를 정도로. 하지만 미하일은 어새신이 자신의 말을 듣고 있다는 일종의 확신이 있었다.

  “하지만 전쟁에서 이기고 지는 것은 병가지상사야. 우리는 분명 졌다. 그러나 전투에서 진거지, 전쟁에서 진 것은 아냐. 네가 만일 이번 싸움에서 이길 수 없다고 느끼고, 전쟁을 포기한다면 그 사과도 이해할 수 있어. 그러나 지금 이 상황에서 네 사과는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일어서. 그래서야 대화하기도 힘들잖아.”

  미하일의 말이 끝나자 어새신은 살짝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그건 바닥에 붙이고 있던 이마를 떼어놓은 정도라서, 미하일은 어새신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한 가지 질문이 있다. 마스터 미하일.”
  “뭐지?”
  “너는 내가, 이 전쟁에서 이겨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나? 세이버도 아닌 어새신으로 소환된 이 어중간한 자에게. 첫 번째 전투에서 이렇듯 실수를 연발한 자에게?”

  미하일은 지금 이것이 어새신과 자신의 관계에서 분수령 중 하나라는 것을 직감했다. 미하일은 자세를 바로하고 가능하면 어새신에게 진중한 태도로 대했다.

  “착각하지마. 어새신. 전쟁에서 이겨나가는 건 너가 아니라 우리다. 서번트는 사역마다. 그렇게 생각하고 서번트를 무기나 병기로 생각하는 녀석도 있겠지. 아니면 오히려 반대로 서번트가 마스터를 마력창고로 생각하는 녀석도 있을 거다. 그러나 난, 전쟁이 무섭다. 전쟁에선 인간이 쉽게 죽어나가. 혼자선 이기기는커녕, 살아남을 수도 없어. 그게 전쟁이다. 그렇기에 내게 있어서 넌 병기도 아니고 지휘해야 할 병사도 아냐. 말하자면, 전우다.”
  “…….”

  거기까지 말하고 미하일은 호흡을 가다듬었다.

  “너 혼자 이겨나가라고는 아무도 말하지 않았어. 분명 이번 싸움에서 난 도움도 되지 못했고, 부상까지 입었지. 날 보호하기 위해서 네 운신이 힘들었다는 것도 알아. 하지만 그것도 이번뿐이다. 한번 싸운 이상, 공략법은 얼마든지 있어. 다음에 저 서번트를 만났을 때 이기는 건 우리다. 그리고 이건 너 혼자서도, 나 혼자서도 할 수 없는 일이야. 우리는 함께 이 전쟁에서 이겨나간다.”

  미하일은 한숨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니 일어나라 어새신. 넌 지금 나를 이정도의 일로 전우의 사과를 받아야 할 사람으로, 널 이정도의 일로 사과해야 할 사람으로 만들고 있어. 이건 쌍방에 대한 모욕이다.”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미하일이 뭔가 더 말해야 하나하고 고민하고 있는데, 어새신이 눈에도 보이지 않을 속도로 달려들어 머리를 박았다. 머리가 핑 돌 것 같은 아픔에 미하일은 이마를 잡고 어새신을 노려봤다.

  “뭣……. 너!”
  “훌륭하다! 미하일. 역시 그대는 좋은 마스터다. 내 평생에 이렇게나 충성을 바치기에 적합한 전우를 만난 건 처음이다.”

  낯간지러워질 정도로 최고의 찬사에 미하일은 다시 안팎으로 머리가 아파오는 걸 느꼈다. 그리고 품에 안겨있는 어새신의 표정을 보고 뭔가가 뇌리를 스쳤다.

  “너……. 날 시험했구나!”

  그렇다. 애초에 서번트가 마스터에게 이런 일로 무릎을 꿇는다는 것 자체가 이상한 것이다. 승패가 병가지상사라면, 영령의 자리에 오른 영웅들이야말로 병가라 칭하기에 어울리는 자들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런 영웅들이 과연 지금 미하일이 말했던 것을 모를까? 그 정도로 어리석을까? 그런 의문이 들자 미하일에겐 한 가지 대답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어새신이 자신을, 굳이 말하자면 전우로서, 함께 싸울 자로서 적합할지 시험했다는 것.

  “음? 시험이라니. 듣기에 거북하군. 싸움에 진 건 사실이고, 나의 실수가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부상을 입은 그대에게 사과하고 싶었다는 것도 진심이고. 자, 어디가 거짓이란 건가?”
  “……난 시험했다고 했지 거짓말이라곤 안했다.”
  “그런가? 그럼 아무런 문제도 없잖은가!”

  그럴 리가 없잖아! 그렇게 소리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 미하일이었지만, 순간 찾아온 현기증 때문에 소리칠 수 없었다.

  “봐라 미하일. 나는 마음의 짐을 덜 수 있었고, 미하일의 마음도 확인했으며, 더욱 더 미하일이 좋아졌다! 여기에 나쁜 일이라곤 있는가? 대성공이란 말도 부족할 정도다!”

  ……그 대신 내 위벽에 구멍이 뚫릴 것 같지만 말이지. 미하일은 손가락으로 눈가를 누르면서 생각했다. 하루 만에 다크서클이 생길 것 같다. 그리고 미하일은 지금에서야 어새신과 자신의 자세를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어새신은 자신의 무릎 위에 앉아 가슴에 기대고 있었다. 어느새 갈아입었는지 모를 원피스 너머로 부드러운 어새신의 몸과 달콤한 냄새가 느껴졌다. 미하일은 자신의 머리를 부여잡으며 아까부터 꺄꺄 소란피우는 어새신에게 말했다.

  “그보다도 어새신. 일단 좀 떨어져주지 않겠나? 이런 자세여선 조금 말하기 힘든데.”
  “음? 무슨 소리인가. 미하일. 대화라는 건 가까이 있으면 있을수록 편한 법이다. 작은 목소리로도 상대방에게 충분히 전할 수 있지. 왜 잠자리에서의 대화가 역사를 좌지우지하는지 아는가? 그것이 바로 밀접한 대화의 형태이기 때문이지!”

  ……안되겠다. 이 녀석 어떻게 하지 않으면. 하지만 인간의 힘으로 서번트를 떼어놓는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어새신의 성격을 보자면 ‘나를 떼어놓고 싶으면 령주를 써라!’라고 할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이 순간 미하일은 한 가지 착각을 했다. 만일 미하일이 진심으로 어새신에게 떨어지라고 말했다면 어새신은 두말없이 물러났을 것이다. 아무리 파천황이라도 어새신은 꽃도 부끄러워할 소녀였기에.

  “하아……. 내가 말하는 건 대화가 아니라……. 뭐, 됐어. 아무튼 앞으로의 방침에 대해서 말인데.”
  “그보다도 미하일. 가슴의 상처는 괜찮나? 늑골이 부러졌을테지?”
  “아아……. 그거라면 마술로 고쳤다. 이래뵈도 마술 실력엔 일가견이 있어. 한두 번 겪은 일도 아니고.”
  “그래? 그건 다행이군. 하지만 다음부터는 서번트의 전투에서 일정거리 이상 들어오지 말도록. 내게 방해가 될 뿐만이 아니라 그대의 신변에 위해가 갈 가능성이 있어.”
  “이번처럼 말이지?”
  “이번처럼 말이다.”

  미하일은 고개를 끄덕이고 소파에 몸을 눕혔다. 등받이가 부드럽게 미하일의 몸을 받쳐줬다. 아까 그 자세는 아무래도 방금 회복한 사람에겐 무리가 갔기 때문이다. 어새신은 거기서 빠져나올 생각도 하지 않고 미하일의 품을 더 파고들었다. 미하일은 어이어이…….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제지하지 않았다.

  “아무튼 행동방침이라……. 역시 이후로도 공동행동은 변함없는가?”
  “그렇겠지. 이번 서번트끼리의 전투를 보고 깨달았다. 나 혼자서 서번트를 만난다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거야. 단독으로 행동하는 적 마스터를 만난다면, 잘해야 비기고 도망치는 정도겠지. 십중팔구 널 령주로 소환하게 될 거다. 그럴 바에는 너와 공동행동을 하며 마력회복과 안전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노리는 게 좋아.”
  “음. 나도 불만은 없다. 오히려 미하일과 함께 있을 수 있으니 더 좋지.”

  그럼 머리를 박는 건 좀 봐달라고……. 그렇게 생각하며 미하일은 천장을 보며 내심 한숨을 쉬었다.

  “그건 그렇고. 아침에 싸웠던 적. 정체가 뭐라고 생각하나?”
  “글쎄……, 일단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그 서번트의 영역조차 뛰어넘은 민첩이겠지. 분명 A 랭크 이상의 민첩을 가지고 있어. 그리고 서번트 중에서 민첩 A 이상을 가질 서번트는 한정되어 있다. 그 중에 하나가 어새신.”
  “음. 내 민첩은 A가 아닌데?”
  “넌 이레귤러 같은 거니까 예외로 치자고.”
  “음. 그리고?”
  “또 하나는 최속의 영령이라 불리는 랜서겠지. 그리고 랜서는 생존에 특화된 스킬을 가지는 걸로도 유명하다 들었다. 그러면 그 무지막지한 회피술도 이해가 가.”
  “흐음. 랜서인가. 그럼 그 부적술은?”
  “창은 고대에 유명한 주술용구이기도 하지. 그래서인지 랜서 중에는 주술이나 마술에 일가견이 있는 자들이 많아. 이번 랜서는 그 중에서도 특히 주술의 냄새가 강하지만.”

  미하일은 대화를 하면서 무심코 어새신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미하일은 움찔하고 손을 멈췄다. 어새신은 미하일을 올려다보고 비시시하고 웃었다.

  “미하일의 손은 커서 기분이 좋군. 더 쓰다듬도록 해라. 내가 허락하지.”
  “……그거 고맙군. 아무튼 이야기를 다시 돌리자면.”

  미하일은 작게 한숨을 내쉬고 다시 머리카락을 쓰다듬기 시작했다.

  “이번 랜서와의 싸움에서 랜서가 자신의 보구를 쓰지 않은 것. 물론 진명개방은 함부로 할 일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구를 꺼내지도 않았던 건 이상한 일이야. 여러 가지 가정을 둘 수 있겠지. 어떤 이유가 있어서 보구를 쓸 수 없다던가. 즉, 1회용 보구라던가. 아니면 마스터에게서 받는 마력이 충분치 않다던가.
  “난 그냥 케이크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생각하는데.”
  “……그럼 마지막에 그 무지막지한 육탄전을 해명할 수 없잖아.”
  “보구까지 썼는데 반응이 전혀 없으면 이쪽도 아쉽지.”
  “그런거냐?”
  “그런거다.”

  미하일은 피식 웃었다. 확실히, 그 랜서는 이 서번트와 다른 의미로 분위기가 비슷했다. 다시 한 번 만난다면 어떻게 될지.

  “그러고 보니 공략법이 있다고 했지? 그게 뭔가.”
  “아아. 단순한 거다. 내가 봤을 때 랜서는 마스터와 함께 행동하지 않더군.”
  “음.”
  “그리고 네 보구를 랜서는 막는 것이 아니라 피했다. 그건 다시 말해서 어쨌든 맞는다면 효과가 있다는 소리겠지.”
  “그렇다면?”
  “네가 보구를 쓸 때 타이밍을 맞춰 령주를 쓴다. ‘보구를 반드시 맞춰라.’라고. 이걸 위한 비장의 패겠지.”
  “호오, 과연.”
  “다음에 만났을 땐 쉽게지지 않을거야. 너도 그럴 생각으로 임하도록.”
  “으음. 알았다. 미하일. 과연. 그래서 혼자서는 안 된다는 것인가.”
  “그래. 성배전쟁은 마스터와 서번트, 2인 1조로 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미하일은 거기까지 말하고 몸을 일으켰다. 어새신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미하일을 바라봤다.

  “그리고 어새신. 새삼스럽지만 할 말이 있다.”
  “음. 뭐지?”
  “나는 이제부터 널 어새신이라고 보지 않겠어. 어새신에게 가능한 첩보, 탐색, 은신, 기습, 사보타주, 파괴공작에 대한 선택지를 머릿속에서 지워버릴 거다. 너에게 기대할 어새신으로서의 기능은 너가 클래스에서 받은 최소한의 스킬로 한정한다. 그 외에는 3기사. 아니, 3기사의 하위 클래스로 여기고 작전을 짤거다. 괜찮겠지?”
  “음. 마스터의 기대에 응하도록 최선을 다하지.”
  “좋아. ……일단 거처를 옮기지. 그리고 주변을 탐색한다.”

  그리고 미하일은 소파에서 일어났다. ……아니, 일어나려고 했다. 어새신이 그대로 미하일의 목에 매달리지만 않았다면.

  “……어새신. 아무리 그래도 이제 슬슬…….”
  “미하일.”
  “……?”
  “난 배고프다.”
  “아니, 그러니까. 그보다도.”
  “일단 밥을 요구한다.”
  “……그게 밥을 요구하는 자의 올바른 태도인가?”
  “물론이지.”
  “……케이크면 되나?”
  “아니. 케이크는 승리의 이름. 랜서에게 이겼을 때야말로 내가 케이크를 입에 넣을 때다.”
  “……그럼 뭘…….”
  “일단 상점가로 가지.”
  “상점가?”

  어새신은 미하일의 품 안에서 솜씨좋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다음 싸움터는 상점가다.”

...

ps: 전투가 끝난 뒤라는 느낌으로 써봤습니다. 문제 없으면 팀게에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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