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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습작들

2009.01.05 11:27

악마성루갈백작 조회 수:436

 

최근에 쓴 습작 몇 가지를 공개합니다.



언제나 반복되는 일상, 그것이 마음 한구석에 걸린다. 언제나 같은 시각에 같은 행동을 취하며, 같은 생각을 하고 살아간다. 물론 100%는 아니겠지만. 단지 그것뿐인 일상.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고, 아무것도 변하지 않고, 아무것도 끝나지 않는다. 그게 싫었다. 싫은 것보단 오히려 혐오스러울 지경이다.


아무것도 없이 단지 반복될 뿐이라면, 그런 일상 따위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우리는 왜 살아가는 것인가? 아니, 산다는 것조차 그냥 반복되는 나선의 흐름에 묻히는 것인가? 일상은 나에게 있어 하나의 지루함과도 같았다. 어쩌면 나는 일상이라는 ‘지루함’에서 벗어나고 싶은 걸지도 모른다. 어떻게 벗어나야 하는지 방법조차 모르면서….


'아… 이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 '기묘한 이야기-Repetition(반복)' 중 일부.
 

=====


"글쎄요, 저것이 유서일지 어떨지 확인해보시겠습니까?"


겉으로 보기에는 실로 즐거운 듯이 말하는 그였지만, 두 눈은 매우 차갑고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아무래도 좋은 것. 시시한 것. 하찮은 것. 의미 없는 것. 자신이 한 결과를 봐도, 거의 어떤 감상도 가지고 있지 않은 것 같다. 마음의 외관에서 느낀 것을 솔직하게 말하고 있으면서, 내면은 전혀 감화되어 있지 않아 보인다.

(중략)

"…이젠 됐어. 이젠 충분해. 이젠 정말 질렸어. 절망도 실컷 맛보았다.

증오도, 슬픔도, 한탄도, 살의도, 애정도, 광기마저도, 모두… 모두가 허무해."


갈라진 것 같은 음성은 비웃는 것도 화내는 것도 아닌, 지치다 못해 온몸의 기운이 남김없이 빠질 것 같은 말투였다. 그가 보인 얼굴은 마치 이 세상 전부에 싫증이 난 것 같은 표정이었다. 눈빛만은 날카로웠지만, 그의 얼굴은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노인의 분위기가 있었다.


도대체 얼마만큼의 통곡을, 비애를 반복하면 인간이란 것이 이렇게까지 피폐해지는 것일까. 어쩌면 일생 중에서 흘릴 수 있는 눈물의 양을 모두 흘려버릴 정도의 절망과 직면하면, 인간은 이런 표정을 띄울지도 모른다. 단지 추측일 뿐이지만.


- 내가 만난 어떤 소년의 이야기(가제) 중 일부.
 

=====


『결단하는 것이 싫었습니다. 뭔가를 선택하는 것이 싫었습니다. 타인에게 흥미를 가질 수 없었습니다. 자신에게 흥미를 가질 수 없었습니다. 남과 경쟁하는 것이 싫었습니다. 남과 다투는 것이 싫었습니다. 비웃음 당하는 것이 싫었습니다. 웃는 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우는 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즐거워하는 것도, 화내는 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아무것도 손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손에 들어오지 않아서 파괴했습니다. 손에 넣고 싶었지만 파괴했습니다. 원했기 때문에 버렸습니다. 믿고 싶었기 때문에 배반했습니다. 좋아했기 때문에 부정했습니다. 지키고 싶었기 때문에 상처 입혔습니다. 포근했기 때문에 도망쳐 나왔습니다. 사이좋았기 때문에 고독했습니다. 부러웠기 때문에 짓밟았습니다. 필요한 것은 불필요하게 될 때까지. 좋아하는 것은 싫어질 때까지. 차가운 인간인 척했습니다. 달관한 인간인 척했습니다. 깨달음을 얻은 인간인 척했습니다. 현명한 인간인 척했습니다. 광대 같은 인간인 척했습니다. 인간인 척했습니다. 자신 이외의 누군가의 흉내를 냈습니다. 자신 이외의 누군가의 흉내를 낼 수 없었습니다. 자신 이외의 누군가를 동경했습니다. 자신이 싫었습니다. 자신을 좋아하려고 했습니다. 자신 이외의 누군가를 좋아하려고 했습니다. 자신 이외의 누군가를 사랑하려고 했습니다. 자신 이외의 누군가를 사랑할 수 없었습니다. 자신을 사랑할 수 없었습니다. 사랑하는 법도, 사랑받는 법도, 모두 알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도망쳤습니다. 하지만 도망칠 수 없었습니다. 어디로부터도. 누구로부터도. 살아 있는 것이 괴로웠던 것입니다.』

(중략)


나에게 있어서 희망은 절망과 동의어(同意語)가 된 지 오래다. 희망을 품을 바엔 차라리 모든 것을 포기하고 말겠다. 기대를 할 바엔 차라리 내 손으로 기대를 완전히 부숴버리고 말겠다. 내가 바란 건 단 하나도 이루어진 게 없으니까. 희망이라니, 구원이라니, 기적이라니, 그런 건 전부 어린애의 몽상이다.


"말하는 김에 나에 대해서도 알아 줬으면 싶었어. 내가 어느 정도로 망가진 결함제품인지를."

"결함제품이라니…. 자신에 대한 말인데 너무 심한 비하라고 생각해."

"자신에 대한 말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는 거야. 결함제품이 아니면 인간실격인거고.

왜냐하면 나는 타인의 아픔이란 걸 조금도 이해할 수 없으니까."

"……."


"○○은…."


네가 불안한 어조로 말했다.


"어쩐지… 얼마 안 있어 자살할 것처럼 보여."


- 꿈 夢 Dream 중 일부.


=====


아직 어느 하나 완성한 게 없습니다. 어느 걸 먼저 완성시킬 지도 고민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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