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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패스파인더41

2009.01.04 20:42

azelight 조회 수:349

50화까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길게 써본 것은 처음이네요. 그리고 덤으로 아직 갈길이 아주 멀다는 사실;;;
조급해 하지 않고 써낼려고 노력하지만 쉽지 않은 느낌입니다.
그리고 될 수 있다면 이렇게 매일 연참을 지속할 수 있으면 좋을텐데... 과연 얼마나 지속될가요;;; 이거...
******************************************************************************
 밖에서 기다린 지 몇 시간이 지나자 낸시가 방에서 나왔다. 뭔가 일이 잘되었는지 표정이 싱글벙글하다. 야예이는 낸시가 나오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야~. 기분 좋아 보이는데 잘 풀린 건가?”

 창구에 있는 남자가 묻자 낸시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만족스러울 만큼 요.”

 “그래? 다행이군. 그럼 다음에도 들리도록 해. 손님은 언제나 환영이니까. 여기는 좀 지겹거든.”

 “물건을 찾아야하니까 내일 또 올 거예요. 그럼 내일 또 봬요.”
 
 “그러지.”

 낸시는 창구의 남자에게 손을 흔들고는 야예이에게 돌아가자고 손짓했다. 야예이는 창구와 면담실을 슬쩍 보고는 낸시의 뒤를 따라갔다. 야예이와 낸시는 그들이 걸어왔던 길을 그대로 역행해서 걷진 않았다. 돌아가는 길에 환상은 또 다른 광경을 보여주었다. 넓은 해변가, 깊은 동굴, 어두운 흉가, 방치된 성. 야예이는 눈이 돌아버릴 만큼 현란하고 혼란스러운 그 광경 속으로 시선을 뺏기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오직 거슬릴 것 없다는 듯이 벽을 뚫고 나가고 바다 위를 걸어 나가는 낸시의 등만 쳐다보면서.
 그리고 처음 들어왔던 골목을 빠져나왔을 때야 야예이는 길게 안도의 숨을 내쉴 수 있었다. 돌아보니 이번에도 그들이 나온 출구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신기해?”

 낸시는 뚫어져라 그들이 나왔던 골목의 틈만을 쳐다보는 야예이에게 물었다. 야예이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했다. 낸시는 키득키득 웃고는 여관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이미 해가 져 저녁이 되어 있었다. 협회에서 몇 시간이나 보냈으니... 그 동안 야예이는 혼자서 멍청하게 앉아 있었던 샘이었지만 그리 불평할 생각은 없었다. 어차피 그는 혼자 있는 일에 익숙했고, 마법사인 낸시가 생각 없는 인물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물론 그렇게 보이는 행동을 자주 하기는 했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도 이해하고 있었다.
 그녀가 가끔씩 보여주는 날카로움, 강인함, 힘. 마치 엘리엔처럼 나타나는 인격의 격변. 불안정해 보이지만 야예이는 그것이 낸시의 진짜 힘이며 모습이라고 여겼다. 엘리엔이 수많은 가면을 쓴 것처럼 행동하면서도 여섯 탑의 주인이라 불리는 금색의 이름을 가진 위대한 마법사이듯 낸시의 변모 역시 그녀의 완성도를 나타내는 무언가일 것이라고 야예이는 여기고 있었다.
 실제로 야예이의 추측의 반은 사실이었다. 적어도 야예이가 낸시에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면 부정하지는 않았으리라. 하지만 야예이에게 있어서 이것은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다. 그렇기에 낸시의 무례함의 근거로 치기에는 부족했지만 야예이는 그 정도 근거로 낸시의 행동을 납득해 주고 있었다.
 어디까지나 그가 가진 어쩔 수 없는 소심함과 에크로반이 키워준 선량함으로...
 다행히 낸시는 그렇게 배려가 부족한 사람은 아니었다.
 

 “많이 기다렸었지?”

 낸시가 그렇게 물었을 때 야예이는 그렇지 않았다고 부정했다.

 “익숙한 일이니까 괜찮아. 그보다 일은 잘 됐어?”

 “응, 잘 됐어. 그런데 야예이는 화내지 않는 구나. 보통 이유도 설명해 주지 않고 방에서 내쫓고 몇 시간이나 기다리게 한다면 화를 낼 텐데 말야.”

 아마도 그것이 정상적인 반응이리라. 야예이는 그렇게 생각했다.

 “뭐, 네 사정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 뿐이야.”

 “그래? 그렇게 예기해주니 고마운데. 탬퍼였으면 노발대발 했을 거야. 키엘리니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널 데려오는 것이 맞았던 것 같아.”

 앞서 걷던 낸시는 야예이의 오른편에 나란히 섰다. 대화하기 좋은 자리를 잡은 듯 했다.

 “몇 가지 이야기를 듣고 왔어. 마법 물품에 대한 상담도 좀 하고. 그리고 우리가 싸웠던 적에 대한 정보도 조금 더 듣고 왔지.”

 “적? 타크라탄 말인가?”

 “응, 타크라탄이야 우리가 해치웠으니 됐고. 그 외에 4명 말이야.”

 “론델, 퀄케란, 기리즈무...”

 야예이 역시 옆에서 그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그들의 이름을 읊었다. 하지만 마지막 이름이 제대로 기억나지 않아 머뭇거리자 낸시가 끼어들 듯 알려줬다.

 “카자크.”

 “그래, 그들에 대해서?”

 낸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가진 마법의 성향이라던가 실력에 관해서 듣고 왔어. 다시 안 부딪칠지도 모르지만 또 다시 싸우게 될지도 모르니 말야. 아직 그들의 소재지가 완전히 밝혀진 것은 아니라던데. 타크라탄도 만났는데 다른 이들도 만나지 못하라는 법도 없으니 말이야. 자세한 이야기는 로딘이 회복되고 복귀하면  알려줄게. 두 번 설명하려면 역시 귀찮으니 말야.”

 “좋아. 그런데 좀 물어볼게 있는데. 괜찮을까?”

 야예이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응? 물어봐.”

 “그, 나이샤르라는 호칭은 대체 뭐지? 전번에 타크라탄 역시 널 그렇게 불렀고. 협회 사람들은 다 그렇게 부르는 것 같던데?”

 “그건 협회에서 부르는 이름. 딱히 큰 의미는 없어. 너도 스승님이 날 낸시라고 부르는 것 봤지?”

 낸시는 별거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했지만 야예이는 그렇게 생각되지 않았다. 나이샤르라고 불릴 때 마다 낸시는 과도하게 변모한다는 사실을 그는 단 몇 번의 관찰로 알고 있었다. 타크라탄 앞에서도 그랬고 탈틴의 앞에서도 그랬다. 드위머 앞에서는 곧장 정정했기 때문에 알 수 없지만 계속해서 그 이름을 불렀다면 그녀에게 뭔가 변화가 생겼을 거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굳이 알리고 싶어하지 않는다면... 야예이는 더 추궁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낸시의 말에 긍정하듯 고개를 끄덕여 주는 것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그리고 마법사로서 비장의 한 수를 가지고 싶어 하는 낸시의 성향과 결부짓고는 간단히 납득했다. 그렇다면 만약 필요한 때가 된 수가 낸시가 스스로 알려줄 것이다. 전 번에도 그랬다고 들었고.

 “오오. 여관 보인다. 배고픈데 어서 가자.”

 낸시는 그렇게 말하고는 걸음을 빨리했다.
 아까 워낙 돌아서 찾아갔기 때문인지 한참 멀게 생각되던 여관이 곧장 오니 이렇게 가깝다니. 협회라는 곳도 참 번거로운 방식을 선호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야예이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실제로 사용자에게 편익을 주기 위한 마법인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불편함을 주는 마법적 보안수단을 고집한다는 것도 그렇고.
 그것이 마법사적인 사고방식일지도 라는 생각을 하며 야예이는 낸시의 뒤를 따라 걸었다.
 여관의 방으로 돌아오니 키엘리니는 여관에 없었고 탬퍼만이 알케스트의 소식지를 읽으며 방에 있었다. 탬퍼는 키엘리니의 소재를 물어오는 낸시와 야예이에게 그녀가 알케스트에 있는 네달렉스의 신전을 찾아 갔다고 알려줬다. 타락자들에게 대한 이야기를 알리러 갔을 것이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네달렉스 교단에 있어 타락자들은 결코 좌시할 수 있는 존재들이 아니었다. 그 이전에 타락자들이란 세계의 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자들이었다. 그들은 세상의 법칙에 벗어났고, 보다 더 큰 힘을 바라면 현세계를 그들에게 어울리는 세상을 만들려고 하는 자들이기 때문이다.

 “식사 하셨었어요?”

 낸시가 묻자 탬퍼는 고개를 끄덕였다.

 “헤, 그럼 저희는 식사하고 올게요.”

 낸시가 말하자 탬퍼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소식지로 눈을 돌렸다.

 “밥 먹으로 가자.”

 야예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동의했다.
 둘은 1층에서 혼자 식사하고 있는 뮬리아를 곧 만날 수 있었고 수다스러운 두 사람은 야예이는 저편에 내던져두고 사이좋게 이야기를 나눴다. 야예이는 의자의 등받이에 등을 기대고는 수다를 떠는 둘의 모습을 보고 피식 웃었다.
 그걸로 그 날 하루는 별 무리 없이 마무리 되었다.
****
 야예이는 여전히 이른 새벽에 일어났다.
 여행으로 일상이 불규칙해졌지만 야예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정해놓은 규칙들을 잘 지키고 있었다. 일어난 직후 하던 훈련은 명상으로 대체 하기는 했다는 것만 빼고 나면 야예이의 일상은 거의 똑 같았다. 그 외에 여유가 있다면 조각을 하거나 아니면 탬퍼나 로딘과 대련을 하거나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다.
 탬퍼, 로딘은 순수하게 전사적 역량은 야예이만 못해도 둘 다 상당한 수준의 실력자이며 독특한 개성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많은 공부가 되고 있었다.
 탬퍼는 야예이처럼 힘을 중시한 전투를 펼쳤지만 사용하는 무기인 마울의 특성 때문인지 초근접전투에서 무기를 사용하는 일에도 탁월한 역량을 보였다. 대검이나 양손도끼를 사용하는 야예이로서는 그런 초접근전투에서는 쓸 수 있는 수단이 적었기 때문에 접근을 허용하면 상당히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 촌타에 해당하는 수법으로 연달와 자루와 마울의 머리로 들어오는 타격도 결코 만만치 않았다.
 반면 로딘은 발놀림을 중시했다. 그리고 마치 잽과 같이 빠른 검격과 공방일체를 놀리는 듯한 애매한 궤적의 공격으로 빈틈을 찌른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정상적인 인간보다 훨씬 탄력적인 신체가 필요했지만 로딘은 그 점을 메우고 있었다. 로딘은 검을 대검을 휘두르고 생기는 빈틈을 노리기보다는 결정적인 허점을 노출한 후 검을 찌르는 순간과 회수하는 순간을 노렸다. 둘 다 엄청난 집중력과 민첩함, 정교함이 필요한 기술이었지만 로딘은 익숙하다는 듯이 태연히 해내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런 두 사람과의 대련은 대인전의 경험이 적은 야예이의 경험 부족을 채워주고 익숙치 못한 대검에 대한 숙련도와 적응도를 올리는 일에도 도움이 되었다.
 야예이는 머릿속으로 두 사람의 모습을 그리며 둘과의 대결을 상상했다. 두 사람은 상상 속의 적이 되었음에도 결코 만만치 않았다. 야예이는 상상속의 전투에서 위기에 처할 때마다 손이 나가려는 듯 움찔 거리며 얼마 동안을 그런 식으로 보냈다. 그리고 아직 태양이 완전히 떠오르기 전에 상상속의 전투를 마치고 일어났다.
 야예이는 아직 자고 있는 탬퍼를 내버려두고 방을 나섰다. 어제 외출했던 키엘리니가 돌아왔는지 궁금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여자들 방으로 가지는 않았다. 새벽부터 찾아가는 것은 실례이기도 했고 왜인지 모르지만 쑥스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계단을 내려가 1층에 도착하니 이제 영업 준비를 시작하고 있는 종업원들과 여관주인의 모습이 보였다. 열심히 바닥을 닦고 있는 모습을 보니 1층 바닥에 발을 디디기가 미안해진 야예이는 머쓱한 모습으로 청소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그는 계단에 앉아 종업원들이 청소를 하며 영업 준비를 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어, 손님. 일찍 일어나셨군요.”

 여관주인이 계단에 앉아 있는 야예이를 발견하고는 입을 열었다.

 “내려오시지 않고 왜 그러고 계신 겁니까?”

 “방해가 될 것 같아서...”

 야예이는 말끝을 흐리며 여관 주인에게 목례를 했다. 여관주인은 그런 야예이를 향해 영업용 미소를 짓고는,

 “괜찮습니다. 물론 이렇게 이른 시간에 식당으로 내려오는 손님은 드물지만요. 일단 저쪽에 앉으시지요. 아, 식사는 하시겠습니까?”
 
 여관 주인의 물음에 야예이는 스튜와 빵을 주문하고는 여관 주인이 권한 자리에 앉았다. 자리에 앉자 여급이 꺼리는 태도로 물을 내왔기에 야예이는 그 물을 마셨다. 동시에 야예이는 시선을 느끼고 돌아보았다.
 돌아보자 바로 뒷자리에 뮬리아가 턱을 괴고 야예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야예이가 자신을 바라보자 쾌활하게 인사했다.

 “잘 주무셨나요?”

 그 인사에 야예이는 물 잔을 내려놓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보다 야예이는 뮬리아가 어떻게 뒷자리에서 나타났는지 궁금했다. 분명 그가 이곳으로 올 때는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넌지시 물어보니 뮬리아는 간단하게 답해주었다.

 “아까 내려오시는 것을 봤거든요. 그래서 여기 숨어 있었어요.”

 엄청나게 간단한 속임수였지만 야예이는 뮬리아의 황당한 행위에 더 당황했다. 왜 자신이 내려 오는 데 숨은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다행히 이번에는 야예이가 묻기 전에 뮬리아가 대답해 주었다.

 “깜짝 놀래켜 주려고 했는데 말이에요. 그런데 감이 좋으시네요. 그냥 쳐다봤을 뿐인데 바로 알아채고 말이에요.”

 “그... 레인져로서의 감입니다. 감.”

 야예이는 뮬리아의 칭찬에 부끄러운 듯이 말했다. 거구의 하프오크가 부끄러워하는 모습은 참 보기 그런 것이었지만 뮬리아는 재미있는지 박장대소했다.

 “하하하. 아... 정말 야예이씨는 성격이 특이하군요. 이렇게 소심한 하프오크는 처음 봐요. 몸이나 얼굴을 봐서는 전혀 안 그런데 말이죠.”

 직설적인 지적이었지만 뮬리아는 그런 것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지 말을 이었다. 야예이는 그런 뮬리아의 말투가 어쩐지 낸시랑 비슷해 보인다고 느꼈다.

 “아아... 미안해요. 야예이씨는 이런 소리는 지겨울 정도로 들었을 텐데. 기록에 제가 한 명 추가되었네요.”

 말은 그렇게 하지만 전혀 미안해하는 표정은 아니었다.

 “음, 사과하는 뜻으로 아침은 제가 살게요. 뭐 주문하셨어요?”

 “으음, 괜찮습니다.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그쪽이야 말로 아침은 드신 겁니까?”

 “아뇨. 전 아침은 언제나 점심 겸으로 먹거든요. 우아하고 여유 있게요.”

 아침을 점심을 겸해서 먹는 것이 뭐가  아우하고 여유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뮬리아는 그렇게 말하고는 긴 머리카락을 찰랑이며 상큼하게 말했다. 반면 야예이는... 그냥 할 말이 없었다.

 아침을 겸해 점심을 먹는다던 뮬리아는 야예이가 식사를 하는 것을 보자 자신도 배가 고팠는지 같은 음식을 주문해 먹었다. 그리고 식사를 마칠 무렵 키엘리니가 식당으로 내려왔다. 키엘리니는 듬성듬성 차있는 손님들 사이에서 눈에 띄는 거구인 야예이를 금세 찾아내고는 다가왔다.

 “잘 잤었나요? 야예이씨, 뮬리아씨.”

 “네~. 키엘리니씨도 좋은 꿈 꾸셨나요?”

 뮬리아는 상쾌하게 키엘리니의 인사를 받았고 야예이는 가벼운 목례로 답인사를 대신했다. 키엘리니는 자리에 앉고는 곧장 야예이에게 어제 탑에 갔던 일을 질문했다.
 야예이는 그에 대해 자신이 들은 것들만 일단 설명해줬다. 키엘리니는 고개를 들으며 경청했고 뮬리아는 흥미로운 이야기라는 듯이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듣고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 점쟁이겸 음유시인이며 이야기꾼이라고 했으니 모험가 관련된 이야기에 흥미를 보이는 것이 당연한 듯 했지만 야예이에게는 부담스러운 눈빛이었다.
 
 “그와 같은 자가 4명이나...”

 키엘리니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성격상으로도 신념상으로도 직업상으로도 그들을 용인할 수 없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자신의 기억을 찾기 위한 여정을 하고 있었고 그를 돕기 위한 일행들도 이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교단을 위한 그녀만의 성전을 하러 함부로 나설 수 없었다. 그리고 그 갈등은 키엘리니를 상당히 괴롭게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뭐, 어때요.”

 뮬리아가 히죽 웃으며 키엘리니에게 말했다. 키엘리니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뮬리아를 바라보았다.

 “중대한 문제에요. 어쩌면 세계가 뒤바뀔지도 모를 일이니까요.”

 “그럴지도 모르지만 아닐지도 모르죠. 실제로 그들 중 하나는 여러분들에게 걸려서 쓰러졌다면서요. 무엇보다 여러분은 지금 단순한 모험가라기보다는 목적 있는 여행자잖아요. 그렇다면 아직 불확실한 일에 목메는 것 보다는 현재 목표를 향해 충실하게 움직이는 것이 좋을 거예요. 그 타락자라는 것이 얼마나 엄청난 존재인지야 제가 겪어보지 않아 모르지만 뒤에 해야 할 일을 남겨놓고 싸울 수 있을 만큼 쉬운 상대인간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러니 좀 편하게 생각하도록 해요.”
 
 키엘리니는 뮬리아의 말을 듣고는 생각에 빠졌다. 뮬리아의 말이 논리적이거나 한 것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설득력은 있게 느껴졌다. 아직 어디 있는 지도 모르는 자들을 상대로 고작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별 거 없었다. 어차피 교단이 나선다고 해도 그녀는 실제적인 최강의 수로서 그들의 위치가 밝혀질 때까지 수색에 나서거나 할 일은 없을 것이다.
 즉 혼자 조급해 해봤자 별 수 없는 것이다.
 키엘리니는 자신이 조급해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평소라면 금방 깨달을 수 있는 문제였지만 키엘리니는 그렇지 못했다는 사실이 충격이었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될 일인데... 하지만 그러면서도 자신이 조급해 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은 어느 정도 깨닫고 있었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죄책감이 존재했다.
 사적인 이유로 네달렉스의 의지를 거역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죄책감. 그녀가 기억을 되찾는 일을 네달렉스가 원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분명 네달렉스는 그녀에게 기억을 찾지 말라고 말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의 상태가 죄의 대가이며 기억을 되찾는다는 것은 곧 시련과도 같은 일이라고 했으니 분명 좋게 볼 수 있는 행위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키엘리니는 이 사적인 일을 하는 것에 대한 죄책감을 지워버릴 수 있을 만큼의 봉사를 위해 교단을 하고 싶어 하고 있었다. 타락자들을 베어 질서를 역행하는 자들을 쓰러뜨리고 교단의 위세를 드높이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이 가능할 리가 없다. 기억을 되찾는 일과 타락자들을 찾는 탐색은 동시에 양립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뮬리아가 그녀의 이런 속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닐테니 그저 조급해하지 말하고 말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의외로 자신이 가진 초조함을 드러낸 것인지도 모르니 말이다. 어쩌면 꿈보다 해몽이 좋은 것인지도 모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래도 조금 마음이 편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잘 생각하셨어요. 서둘러 봤자 의미는 없으니까요. 그 보다 제 쪽에서 제안하고 싶은 것이 하나 있는 데 말이에요.”

 뮬리아는 뜸을 들이며 야예이와 낸시를 바라보았다. 둘은 어떤 제의인지 궁금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고 뮬리아는 싱긋 웃었다. 그리고,

 “저를 여러분의 여정에 끼어 주셨으면 해요.”

 라고 말하며 한쪽 눈을 찡긋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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