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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패스파인더40

2009.01.03 21:43

azelight 조회 수:342

최근 좀 게을렀던 것 같습니다만...
그래서 새해를 맞은 김에 다시 열심히 연재하기로 했습니다.
음... 하지만 저저번 주에도 같은 결심을 했었는데 말이죠.
일주일 주기로 막 상태가 변하는 그런 느낌이로군요.
작심 칠일?
******************************************************************************
 잠들어 있던 로딘에게 수면 마법을 덧입힌 낸시는 야예이에게 로딘을 업게 하고는 협회를 향해 출발했다. 키엘리니는 따라가겠다고 했지만 낸시는 사양했다. 딱히 이유를 말하진 않았지만 낸시의 태도가 워낙 단호했기 때문에 키엘리니는 별 항의 없이 동행하기를 포기했다.
 낸시는 서두르는 분위기였고 일행에게 뭔가 말을 꺼낼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고 행동했다. 곧 야예이는 어리둥절하면서도 낸시의 뒤를 따라 로딘을 업고 거리로 나왔다.
 협회까지 낸시는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하지만 평범하게 길을 찾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마치 미로를 오가듯이 몇 번이나 길을 둘러갔다. 대로는 이미 지나갔던 곳을 지나치고는 했다. 야예이는 그녀의 행동에 뭔가 의미가 있나 싶어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당장 그것만으로는 법칙을 알아낼 수 없었다. 그렇다고 길을 못찾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야예이는 낸시를 제지하거나 하지 않았다. 낸시는 확신을 가지고 길을 걷고 있는 듯 거침없이 움직였다.
 얼마 후 낸시가 멈춰 섰을 때 야예이는 뭔가가 변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방금 전까지 있지도 않았던 골목이 건물들의 틈새에 존재했다. 야예이는 그 골목을 보며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한 블록의 길이는 전혀 변하지 안았는 데다가, 골목이 생기고도 건물들의 크기에 변화가 생겨있지 않은 것이다.
 야예이는 그 사실을 기이하게 여겼지만 그에 대해 생각해볼 여력이 없었다. 낸시는 곧장 골목으로 들어가 버렸기 때문이다. 야예이는 혹시나 낸시가 들어간 후 골목이 사라져버리기라도 할까봐 낸시의 뒤를 따라 황급히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골목으로 들어가자 야예이는 곧 내부가 변화한 것을 깨달았다. 어느새 골목은 숲 속에 난 오솔길이 되어 있었다. 놀라서 뒤 돌아보니 낸시와 야예이가 들어온 입구는 나무로 막혀 막다른 곳이 되어 있었다.
 입구가 사라졌음을 깨닫고 당황해하는 야예이를 향해 낸시가 차분히 뒤로 돌아서더니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 이곳이 협회로 가는 진짜 길이야. 알케스트에도 협회의 건물이 있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대외적인 모습이지. 진짜는 이 길로 가야해. 따라와. 아, 그리고 될 수 있으면 바짝 붙어. 만약 길을 잃으면 마법사용자가 아니면 빠져나올 수가 없거든.”

 낸시는 말을 마치고 몸을 휙 돌려 다시 걷기 시작했다. 야예이는 낸시가 시킨대로 그녀의 뒤에 최대한 바짝 붙었지만 주변 경관의 변화에 눈을 때지 못했다.
 처음 시작했던 숲은 어느새 덤불 미로로 바뀌어있었다. 어느 틈엔가 부터 하얗게 눈이 쌓이기 시작하더니 곧 덤불 미로는 설원이 되었고 보랏빛 물감을 하얀 눈 세상에 뿌린 듯 색채가 번지더니 어느 순간 공허한 밤의 공간이 되었다.
 야예이는 고작 한 사람이 지나갈 수 있는 다리를 걸으며 낸시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야예이는 이 변천하는 세계가 가짜임을 인지하면서도 그 현란함에 현혹되지 않을 수 없었다. 중간 중간 위화감을 느낄 수 있었지만 서도 그 자신이 거기서 얼마나 많은 것들을 놓쳤을지 알 수 없었다. 낸시는 때론 허공을 밟기도 하고 하늘을 걸어 올라가기도 하는 등의 모습을 보이며 눈에 보이는 모든 모습이 가짜라는 것을 증명해 주고 있었다. 하지만 가짜라는 사실을 안다고 해도 진짜 길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는 사실은 여전했다.
 우뚝하고 낸시가 다시 멈춰 섰다. 높은 절벽의 끄트머리. 파도 소리가 들리우며 바다내음이 풍기는 바람이 불지만 이 역시 가짜임에 틀림없다고 야예이는 생각했다. 그리고 절벽으로부터 조금 떨어진 위치에 있는 문을 바라보았다.
 청동으로 만든 문의 중심에는 눈을 감고 있는 사자의 부조가 붙어 있었다. 낸시가 문으로 다가가자 사자가 눈을 뜨더니 말했다.

 “협회의 마법사이십니까?”

 “응.”

 낸시는 그렇게 대답하고 손을 들어 허공에 도식을 그렸다. 뒤에 서 있는 야예이는 볼 수 없는 위치였다.

 “협회원임이 증명되셨습니다. 들어가셔도 좋습니다.”

 사자가 말을 마치고 눈을 감자 낸시는 손을 뻗어 사자 입에 물린 문고리를 잡았다. 그리고 문고리를 잡아당기자 문이 열리며 그 속에서부터 빛이 쏟아져 나왔다.

 “우윽.”

 빛에 괴로워하며 야예이는 고개를 돌렸다. 곧 빛이 사라지고 야예이가 눈을 뜨자 그는 곧 자신이 평범한 목조 방 안에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낸시는 방금 전에 열었던 청동문이 아닌 평범한 목재 문의 고리를 쥐고 있었다.

 “여기가 협회의 알케스트 지부야. 따라와.”

 낸시는 어리둥절해 하는 야예이와 함께 문을 열고 방을 나왔다. 그리고 대기실이라고 생각되는 장소에 도착했다. 넓은 목재 홀의 벽면에는 바닥에 고정되어 있는 것 같은 나무 의자들이 나열되어 있었고 낸시와 야예이가 들어온 입구의 반대편에는 또 다른 문 하나와 접수원으로 보이는 남자가 벽 너머에 앉아 있었다.

 “오, 낸시로군. 그래, 무슨 일인가?”

 남자는 이미 두어번 알케스트 지부에 들린 적인 있는 낸시의 얼굴을 알고 있었기에 반가이 맞이했다. 낸시는 남자가 앉아 있는 창구의 곁으로 다가가 손가락 두 개를 펼쳐 보이며 말했다.

 “용건은 3개에요. 마법적인 물품에 대한 상당, 음차원의 원기의 해제, 타락자 타크라탄에 대한 정보.”

 세 번째 말에서 마법사는 두 눈을 크게 떴다. 타락자 타크라탄에 대한 정보는 현재 협회의 최중요 상황과 관련된 정보였다.

 “들어가게. 일단 먼저 음적 원기에 대한 치유에 관해서 드위머님이 자네를 맞을 거네.”

 낸시는 남자에게 고개를 살짝 숙여 보이고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처음에 워낙 장황한 광경을 봤기 때문인지 이번에도 뭔가 그럴 듯한 시설이 나올까 했던 야예이는 이번에도 역시 평범한 방이 나오자 조금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마법사의 거점이라는 기대감이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든 것이겠지만 그걸 떠나서 협회까지 들어오는 길은 사람에게 그런 기대감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마법사적인 악취미일지도.’

 낸시는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의자에 앉았다. 방에는 앞으로 들어올 사람 수 만큼 정확하게 의자가 배치되어 있었다. 낸시는 하나의 의자에 로딘을 내려놓게 하고 마치 야예이의 덩치에 맞춰놓기라도 한 듯한 커다란 의자에 야예이를 안게 했다. 그리고 이제 어디서 나타날지 알 수 없는 드위머를 기다렸다. 물론 혹시 드위머의 등장에 놀랄까봐 야예이에게 미리 경고해 두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야예이는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지만 전조도 없이 남자 한 명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자 결국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고 말았다. 반면 경고했었던 낸시는 태연하게 자리에 앉아 있었다.

 “크으.”

 천장에서 떨어졌던 남자는 신음을 흘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좀 작달막해 보이는 키에 유약해 보이는 인상을 가진 그는 낸시 쪽을 보더니 건들건들한 동작으로 손을 들어 인사했다.

 “오랜만이군. 나이샤르. 잘 지냈냐?”

 “네, 전문가 드위머. 그리고 지금 저는 낸시에요.”

 “그랬나? 오래되서 말이지. 좀 헷갈리는 구나. 아 그렇지. 음차원적인 원기의 중독을 치유하고 싶다고 했던가?”

 드위머의 말에 낸시는 “네. 전문가 드위머.”라고 말한 후 로딘을 가리켰다.

 “목숨을 건지긴 했지만 용태가 여전히 좋지 않아요.”

 그래? 흐음.“
 
 낸시를 말을 듣고 드위머는 로딘에게로 다가갔다.
 그는 로딘의 누꺼풀을 벌려 안구를 살펴보기도 하고 안색을 살피기도 했으며 심지어 손등을 핥아 맛을 보기도 했다. 야예이는 그런 광경들이 왠지 거북스러웠지만 드위머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로딘을 이리저리 살피더니 손을 탁탁 털고는 말했다.

 “전형적인 중독 증상이군. 고비는 넘긴 것 같은데 중독 자체가 심해서 완전히 회복되는 일에 시간이 걸릴 것 같구나. 그런데 누가 조치를 한 거니? 평범한 술자가 아닌 듯 한데.”

 드위머의 질문에 낸시는 대답했다.

 “네달렉스의 수호자 키엘리니 세스타니엘이에요.”

 “호. 네달렉스의 검이구나. 개인적인 용무로 교단을 떠났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너희들과 함께 다니고 있었다니. 음, 이런 식으로 건너건너로 연결돼 있는 것을 보면 세상은 참 좁아.”

 “유명한가 보죠?”

 “유명한 정도가 아니지. 누가 뭐래도 네달렉스의 심판하는 검. 일반적인 어중이떠중이 들과는 질적으로 다르다고 할까. 말하자면 그녀의 위치는 협회에서 색의 16인의 위치가 비슷한 곳에 있지.”

 대충 대단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낸시는 놀라지는 않았다. 딱히 키엘리니가 자신의 위치를 말하지 않았지만 수백에 달하는 것처럼 보였던 불사자들을 단번에 태웠던 빛. 그것은 그녀의 스승이라고 할지라도 가능할지 알 수 없는 것이었다. 쥐고 있는 홀리어벤져도 그렇고 그 정도의 권능을 보이는 자가 단순한 말단일리는 없었다. 아니, 애초에 그런 것도 눈치 못 챈다면 그 사람은 눈이 먼 사람일 것이다.

 “어쨌든 바로 완치시키려면 좀 걸리겠는데. 하루 정도 입원 시키는 것이 어떠냐?”

 “입원요?”

 “그래, 음기를 흩어버리는 의식원 속에 하루 정도 넣어 두었다가 회복시키는 것이 나을 것 같구나.”

 “그거 비싸죠?”

 “아? 얼마 안 해. 넌 특별히 원가에 해주마. 대충 금화 400닢 쯤 되겠구나.”

 “비싸네요.”

 낸시가 손을 흔들며 말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비싼 재료들을 물처럼 쓰는 마법사들에게 있어 물가관념이란 4차원의 세계에 있는 그것과도 같은 것이었다. 특히 밖과의 소통을 거의 하지 않는 학자형 마법사는 더한 면이 있었다. 지금 드위머가 그런 학자형 마법사였다.

 “비싼 건가?”

 드위머가 뒷머리를 근질이며 생각하다가 상쾌한 표정으로 가격을 정정했다.

 “그럼 300닢으로 하지. 내 특별 서비스다.”

 아무리 그렇다고해도 100닢이나 깎는 것은 문제 있어 보이지만 낸시는 받아 들였다. 그녀로서는 싸게 해주는 편이 좋았고 특별히 양심에 가책을 받지고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선량한 야예이는 뭔가 마음에 와 닿지 않은 엄청난 금액이 가볍게 오르내리는 것에 기가 죽어 있었다.

 “감사합니다. 전문가 드위머. 그렇다면 지불방식은 어떻게 할까요?”

 “현금이 좋긴 하지만 현물도 나쁘진 않지. 네가 정하도록 해.”

 “그럼 현금과 현물을 섞어서 지불하도록 할게요. 괜찮겠죠?”

 “좋아. 그럼 나는 이자를 데리고 가지.”

 드위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로딘이 앉아 있는 의자를 잡았다.

 “어이~. 돌. 내 연구실로 다시 옮겨줘. 이 환자도 같이 말이야.”
 
 드위머의 말이 끝나자 드위머와 로딘이 사라졌다. 흔히 공간이동이라고 부르는 것이었지만 상당한 난이도를 자랑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었다.

 “공간이동이라는 거지? 영창도 없이 쓰다니 굉장한데.”

 야예이가 감탄하자 낸시는 웃으며 말했다.

 “이 건물 내에서만 가능한 거야. 말하지 않았었나? 준비된 곳에서 마법사는 몇 배나 강한 힘을 발한다고 말이야. 지금의 경우가 그런 경우지. 이 장소가 아니면 저렇게 하는 것은 불가능해.”

 “그렇다면 너도 가능한가?”

 “나는 무리.”

 낸시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뭐라 해도 공간이동 전문 술사 정도나 되야 가능하겠지. 나는 분야가 분야라서 힘들어.”

 분야라는 말을 들었지만 야예이는 낸시의 분야라고 하면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분야?”

 “그래. 내 분야는 이거야.”

 낸시는 양 손을 펼쳐 보였다. 동시에 “파악!”하는 소리와 함게 불길이 세차게 한번 타올랐다 사라졌다.

 “내 종속령을 보았겠지. 불의 원소령 말이야. 좀 흔한 계통이지. 원소계라는 점에서 말이야.”
 
 낸시가 말을 끝내는 순간 또 사이 우당탕쿵탕하고 뭔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이번에는 야예이도 일어서거나 하지 않았다. 그저 재빨리 떨어진 사람에게 시선을 보냈을 뿐이었다.

 “아이고...”

 아까의 드위머와는 달리 자욱한 연기를 뿌리며 늙은 인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푸른색의 화려한 로브를 입고 있는 자였고 그에 어울리지 않게 옹색하고 고집스러운 인상을 지니고 있기도 했다.

 “이런! 돌! 제대로 좀 하란 말이다. 왜 매번 사람을 추락시키는 거냐!”

 마법사의 분노한 외침이 터져 나왔지만 대답을 돌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아까 드위머를 옮긴 것으로 봐선 들리기야 할 테니 마법사의 분노는 충분히 전달되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소리를 꽥꽥 지른 마법사는 신경질적인 태도로 로브를 털고 야예이와 낸시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 순간 낸시가 외쳤다.

 “탈틴님!”

 옆에 서 있던 야예이는 낸시가 낸 큰소리에 놀라 낸시를 바라보았다. 낸시는 그야말로 깜짝 놀란 듯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나타난 사람은 낸시가 아는 한 협회에서 가장 높은 16명의 사람들 중 한 명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바로 청의 탈틴이었다.

 “시끄럽다. 나이샤르. 난 아직 귀 안 먹었어.”

 “아, 죄송합니다. 하지만 의외라서요.”

 낸시가 자리에서 발딱 일어나 사과하고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야예이는 이렇게 각득한 낸시의 모습은 엘리엔의 저택 이후 처음 보기 때문에 그것으로 저 탈틴이라는 마법사가 범상한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뭐, 됐다. 그보다 타락자 타크라탄의 소식을 가지고 왔다며?”

 아마도 협회는 마법사들의 타락을 알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하며 낸시는 대답했다.

 “네, 저희는 저 아래 모리슨 마을에서 타크라탄과 조우했었습니다. 그는 광산을 점거하고 안개로 결계를 펴서 거점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여기 있습니다.”

 소매에서 꺼낸 두루마리를 낸시는 건넸다. 타크라탄은 두루마리를 받더니 잠시 주문을 읊었다. 그리고는 두루마리를 자신의 로브 소매 속으로 넣고는 흥미롭다는 듯이 말했다.

 “호오... 그렇군. 우리란 말이지. 좋아. 그가 아니라 그들이라는 것도 알고 있군.”

 탈틴은 뭔가 더 말하려다가 낸시를 한 번보고 그 다음 야예이 쪽을 한 번 보았다. 그러자 낸시가 재빨리 입을 열었다.

 “그는 여섯탑의 피보호자입니다. 그에 관해서는 스승님이 보장할거예요.”

 “여섯탑의 피보호자라고?”

 “네, 그렇습니다.”

 “호오.”하고 감탄사와 함께 탈틴은 턱수염을 훑었다. 그는 별일이라는 듯한 표정과 함께 기묘한 웃음을 짓더니 야예이에게로 손을 내밀었다.

 “젊은이. 미안하네만 손 좀 잡아 주겠나?”

 야예이는 탈틴의 요구에 어떻게 할지 생각하다가 낸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낸시가 고개를 그덕이는 것을 보고는 탈틴이 내민 손을 잡았다. 그와 함께 찌릿한 감각이 손을 타고 흘러들어왔다. 야예이는 그 정체불명의 감각을 느끼자마자 재빨리 탈틴의 손을 놓았다.
 손을 놓은 야예이가 탈틴을 경계의 눈빛으로 보자 탈틴은 “허허.”하고 웃으며 마음에 드는 듯 말했다.

 “대단한 순발력이군, 젊은이. 그래, 자네는 입이 무거운 것 같아 보이니 좋네. 원래 마법사들끼리의 일을 외부에 보이는 법이 아니지만 자넨 듣도록 하게. 어차피 엘리엔의 피보호자라면 마법을 배우지 않더라도 이쪽으로 반보는 담근 셈이니 말이네.”

 탈틴은 다시 수염을 쓰다듬은 후 말을 이었다.

 “낸시, 얼마 전에 흑암자가 코번을 소집했었네. 그리고 그가 말했지. 타크라탄, 론델, 카자크, 퀄케란, 기라무스. 이렇게 그의 제자 다섯이 동시에 타락했다고 말이네. 그리고 제국 남부를 치고 있던 군세를 물려 버렸지.”

 낸시와 야예이는 남부의 군세가 물러났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 일이 타크라탄을 포함한 타락자들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 점에서는 별로 놀랄 일은 없었다. 하지만 낸시는 많아봐야 둘 정도일거라고 생각했던 타락자들이 사실은 다섯이라는 사실에 경악했다. 사실이라고 해도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탈틴은 그런 낸시의 생각을 읽은 듯 했다. 그는 손 위에 세 개의 잔을 불러내고 주전자까지 불러내 잔에다가 차를 따르며 말했다.

 “허허허. 들면서 듣게나. 우리도 사실 이 일이 흑암자의 흉계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네. 하지만 그러기에는 좀 이상한 점이 많았지. 무엇보다 그의 방식은 이런 것이 아니네. 그는 뛰어난 마법사였지만 이상하게도 정면 승부 같은 단순한 대결을 즐겼으니 말일세. 그리고 독자적인 조사 끝에 타락자의 소행이라고 보이는 몇몇 사건에 대한 단서를 얻었네. 물론 그 과정에서 희생이 없지도 있었지. 우리는 그들이 타락자에 손에 당한 것이 아닌가하고 생각하네.”

 낸시는 다섯이나 되는 타락자가 생겼다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 당황했지만 곧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무엇보다 청의 탈린이라면 협회의 색의 16인 중 한명이다. 허튼 소리를 할 위인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 조차도 순순히 믿기보다는 의문스러운 점을 지니고 있는 것 같았다.

 “다섯이나 되는 타락자가 흑암자의 진영에서 모두 생겨났다는 것은 부자연스러운 일이네. 물론 흑암자가 어떤 실험을 하다가 실패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일도 아닐 거라고 나는 생각하네. 흑암자 정도나 되는 자가 비록 실험 중이라고 하더라도 타락의 전조를 눈치 채지 못할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네. 아무리 악한 자라고 해도 그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장 강력한 마법사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으니 말이야. 그리고 그들 다섯은 흑암자의 이목을 속일 정도의 실력인 것도 아니네. 게다가 마법사인 만큼 타락에 대한 경계심은 결코 적다고 하지 못할 거네.”

 길게 이야기하던 탈틴은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그런 자들이 동시에 다섯이나?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지. 분명 뭔가 배후가 있는 것이 틀림없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이 타락자들을 쫓는 일만해도 급급하지. 다행히 네 일행들이 타크라탄을 잡아줬군. 이제 넷인가.”

 탈틴은 다시 차를 한 모금 마시고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꿔다 논 보릿자루마냥 앉아있는 야예이와는 달리 낸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하지만 또 이해가 안 되는 일이 있습니다만... 흑암자가 코번을 소집했다니... 그 역시 그의 성향에 맞지 않는 일일 텐데요. 굳이 그런 사실을 알려준다는 것은 도움을 청하는 것과 다를 바 없지 않나요?”

 탈틴은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 점 때문에 우리가 걱정하고 있는 것이네. 나이샤르. 그래서인데. 다시 협회로 돌아올 생각은 없는지 알고 싶은데 말이네. 이번 사냥에 자네가 끼어준다면 분명 도움이 될 거야.”

 탈틴의 요구에 낸시는 한쪽 눈은 치켜뜨고 다른 한 쪽 눈은 우그러뜨린 기묘한 비대칭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야예이는 그러고보니 저 표정을 한 번 본적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바로 타크라탄과 대적할 때의 일이었다.

 “죄송합니다. 탈틴님. 저는 더 이상 나이샤르이기를 거부했습니다. 지금 저는 낸시입니다.”

 “그런가? 그거 안타깝군. 하지만 강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타크라탄에 대한 일은 감사하게 생각하네. 내 보상을 하도록 하지. 가진 것들 중에 자네에게 줄만한 것이 있을 거야. 잠시 기다려 보게.”

 그렇게 말하고 탈틴이 일어나려고 했을 때 낸시가 탈틴을 불렀다. 보상에 관해 다른 방식으로 해결했으면 했기 때문이었다.

 “음?”

 탈틴이 다시 자리에 앉자 낸시는 야예이에게 잠시 나가달라고 했다. 야예이는 낸시가 무슨 생각인지 궁금했지만 그냥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래도 자신이 부적합한 자리에 있다는 생각을 피할 수가 없었고 또한 낸시의 비밀주의에 끼어들 생각이 없었다. 어차피 마법사의 보상에 가장 적절한 대상은 마법사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던 것이다.
 그래서 야예이는 탈틴에게 인사를 하고는 방 밖으로 나갔다.

 “강인해 보이는 청년이군. 하지만 성격이 약해. 좀 더 결의가 있고 의지가 강했으면 좋았으련만...”

 탈틴은 야예이가 나간 문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렇지요.”

 낸시는 그 말에 동의했다. 만약 그가 조금만 더 자신감이 있고 사람을 대할 때 확신이 있었다면 이 일행의 지도자로서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아직 소심하고 사람을 대할 때 너무 조심스러웠다. 거기에 덤으로 외모에 대한 피해망상도 상당했다. 정확하게는 자신이 하프오크라는 사실에 대한 피해망상이고 그가 과거에 그 덕에 학대에 가까운 배척을 받았다고 하니 이해는 가지만 그럼에도 그 덕에 그가 가진 능력을 적절히 끌어내지 못한다는 것이 아깝긴 아까웠다. 
 하지만 그건 낸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낸시는 그에 관한 생각을 지우고 탈틴을 바라보았다.

 “그럼 보상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도록 해요.”

 낸시는 소매에서 작은 조각상을 꺼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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