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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패스파인더39

2009.01.02 22:14

azelight 조회 수:377

해돋이 보고 왔습니다만...
해 떠오르는 것을 보고 가슴 벅찬 추억을 지니고 돌아왔다기 보다는 추위밖에 기억안나는 군요.
뭔가 슬픈 듯;;;
전번 편의 맨 뒷부분의 수정이 있었기에 붙여서 올립니다.
그럼 다음 편에서 뵙겠습니다.
*******************************************************************************
 “알고 있습니다.”

 야예이는 조금 심드렁함을 담아 말했다. ‘어라... 이게 아닌가?’하고 키엘리니는 야예이의 반응을 보고 생각했다. 그녀 역시 감정을 읽어낼 뿐 그 진실 된 심중까지 일어내는 것은 아니다 보니 실수를 할 때도 있긴 했다.
 애초에 야예이의 고민은 그런 것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로딘을 걱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는 최근 자신의 일에 대해 더 큰 고민을 안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한 것이었다. 거의 대부분을 혼자 살아왔고 접한 타인들 중 오랜 시간을 같이 보낸 사람은 스승인 에크로반 정도가 전부인 그는 많은 것들이 낯설었다. 지금 이렇게 사람들과 얼굴을 맞대고 좁은 곳에 앉아 있는 것도 이미 몇 일이 지났지만 아직 적응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어디까지나 자신의 문제이고 소심한 그가 자신의 일을 쉽사리 다른 이들에게 꺼낼리도 없었다. 그렇게 완고하게 닫고 있는 문제이니 감정을 느낄 수 있는 키엘리니도 그저 뭔가를 걱정하고 있다는 사실 외에 그 걱정의 방향에 대해서는 전혀 읽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키엘리니는 여전히 그가 걱정하고 있다는 사실만은 알고 있었기에 뭔가를 해주긴 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한 며칠 겪어봤다고 야예이는 키엘리니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어쨌든 별로 자신의 고민에 대해 말할 생각이 없던 야예이는 일단 말을 돌려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야예이가 고민하는 사이에 키엘리니는 조용한 어조로 야예이가 고민을 털어 놓도록 종용했다.
 
 “하지만 뭔가 걱정이 있어 보여요. 털어놓아 보세요. 분명 도움이 될 거예요.”

 야예이는 상냥한 표정으로 말하는 키엘리니에게 뭐라고 말해야 할지 고민했다. 아무래도 자신의 일이니 참견하지 말아달라는 말을 빙 둘러 친절히 할 말솜씨는 그에게 없는 듯 했다. 그렇다고 거짓말은 해봤자 그녀에게 간파 당한다. 이리저리 생각해보던 야예이는 화제를 바꾸는 쪽을 시도해보기로 했다. 아무래도 그쪽이 좋을 거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음... 제가 걱정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니라... 그 때 모리슨에서 대적했던 타크라탄이라는 자에 대해서입니다.”

 “타크라탄? 그는 죽었지 않나요. 물론 강력한 적이긴 했지만 지금 와서...”

 키엘리니의 얼굴이 심각해지자 야예이는 왠지 이야기를 잘못 꺼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키엘리니가 용서해도 하늘이 용서하지 않을 것 같았고 거기에 싱거운 사람으로 찍힐 것이고 그를 넘어 더더욱 이상한 사람 취급 당할 것이 틀림없었다.
 그런 공포스러운 상황을 예측한 야예이는 침을 꿀꺽 삼기며 말을 이었다.

 “타크라탄이 낸시와 대화할 때 저는 그의 곁에 있었습니다. 그때 좀 걸리는 말을 들었습니다. 타크라탄은 ‘우리들’이라는 말을 했었습니다.”

 “‘우리들’이라구요?”

 키엘리니가 상체를 확 내밀며 물어 왔기에 야예이는 움찔 했다. 정말 *물어*버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박력이 키엘리니에게는 있었다. 야예이는 신기하게 생각하면서 키엘리니를 보았다. 그녀는 굳은 기준을 가진 자였다. 그렇기에 선량하고 누군가에게 동정적이면서도 단호하게 결단을 내리고 행동할 수 있는 것일 것이다. 그리고 자기희생을 개의치 않는다. 개의치 않기 보다는 망설이지 않는다고 봐야할 것이다.
 야예이는 그녀의 행동에 기억에 남는 것 두 가지를 떠올렸다. 타크라탄의 언데들을 막아내기 위해 자신을 돌보지 않고 힘을 사용했던 때. 그리고 단지 하프오크였다는 사실로 자신에게 시비를 걸었던 자들에게 단호하게 행동했던 때. 그때 키엘리니는 그들을 경비대에 보내려고 했지만 만약 그들의 죄질이 훨씬 나빴다면 당연히 그들을 죽였을까? 그녀가 신봉하는 질서의 수호자이며 법의 신이자 정의의 수호자인 네달렉스의 법전에서는 감당할 수 없는 죄에 사형을 언도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고 그는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살인과 방화, 강간. 인간의 목숨에 관련된 것은 목숨으로서 처벌하는 것이다. 
 야예이는 갑작스럽게 떠오르는 그런 생각들을 재빨리 음미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은 그 타크라탄이란 사람 혼자가 아니라 그런 사람이 더 있다는 말?”

 야예이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재빨리 고개를 끄덕이지 않는다면 뭔가 큰일을 당할 것 같은 조바심이 들었다. 아마도 키엘리니의 형통과 관련된 영향일거라고 생각되지만 야예이는 일단 거스르지 않기로 했다. 아마 무의식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았다. 평소에도 사람을 끌어들이는 기운을 뿜고 있었으니까. 본성을 감춘 지금도 어느 정도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언제나 냉정하라고 말한 것은 스승인 에크로반이지만 이런 때까지 지켜야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야예이는 특별히 방어적인 정신을 구축하지는 않았다.

 “어, 잠깐. 낸시와 대화를 나누던 것을 들은 것인데 어째서 낸시는 그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은 거죠?”

 “그건 저도 알 수 없습니다만...”

 본인에게 직접 물어 보라고 하기 전에 키엘리니는 낸시에게로 달려갔다. 어째보면 상관없는 일인데도 열성인 것을 보며 야예이는 키엘리니가 성기사라는 사실을 다시 떠올렸다. 신을 섬기는 자로서 신이 만든 세계의 법칙에 거스르려는 자들에게 민감한 것은 당연한 일인 건가? 야예이는 또 다른 사색 거리를 떠안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당연히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면 간단한 일이겠지만 역시 그렇게 생각하기는 힘들었다. 그렇지만 결론도 나오지 않을 고민을 해야 하는 것은 골치 아프다. 차라리 동물이나 괴물들을 이해하는 쪽이 그에게 있어서는 훨씬 편했다. 적어도 그들은 *사람*보다는 오래 보고 지낸 존재들이었다.

 “낸시!”

 키엘리니는 천막을 열고는 낸시의 어께를 붙잡았다. 이미 마부 석에서 다 듣고 있었는지 뒤돌아보고 있던 낸시는 깜짝 놀란 얼굴로 키엘리니를 맞았다.
 키엘리니가 낸시를 추궁하는 듯한 소리가 마차 안까지 들렸지만 야예이는 생각 속에 수몰되어 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야예이는 단절된 환경에서 성장했다. 살았던 마을에서 사람들의 대부분은 그를 미워했고 그의 곁에는 에크로반과 토른 뿐이었다.
 그렇기에 그에게 있어 *사람*들이란 미지의 대상이었다. 그 사실은 이렇게 부대끼며 살게 된 지금도 딱히 달라지지 않은 것 같았다. 아직 함께한지 일주일이 되지 않은 동료들을 야예이는 언제나 유심히 관찰하곤 했다. 하지만 동시에 본인이 가진 부조화를 가장 먼저 인식하곤 했는데 최근들어 꽤나 큰 고민이 되어가고 있었다.
 결국 이런 일은 시행착오와 시간이 해결해 줄 테지만 야예이는 결정적으로 앞으로 발을 내딛을 한 걸음이 부족했다.
 일단은 행동을 보류하긴 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현재 일행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해보고 싶기도 했다. 자신의 가치를 보여주고 싶기도 했고... 상당히 유치한 욕망이라고 야예이는 생각했지만 무시할 수 없는 욕망이기도 했다. 하지만 어릴 적부터 쌓아온 것인 만큼 어쩔 수는 없었다. 어떤 의미에서 그런 욕망은 야예이 자신을 이루고 있는 근간이었다.
 야예이는 한숨을 쉬고는 낸시와 키엘리니가 벌이고 있는 대화로 의식을 돌렸다. 지금으로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고, 그는 불가능한 일에 목메는 성격도 아니었다.

 “협회에 보고하고 나서 말할 생각이었어요. 정확한 것도 아니고, 협회에서 마법사가 여럿이 타락한 사실을 모를 리가 없으니까요. 그 녀석들은 좀 특별한 녀석들이긴 하지만 협회의 정보망도 방대하거든요.”

 낸시가 해명하는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키엘리니는 납득이 안되는 모양이었다. 그런 중요한 이야기를 말하지 않았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점에 관해서 낸시에게 설교를 하고 있었다.
 야예이는 괜히 자신 때문에 갑자기 날벼락을 맡은 낸시에게 미안하긴 했지만 그보다 키엘리니에게 저렇게 과격한 면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더 들었다. 평소에는 조신하게 있는 편이니 더 그랬다고 해야 할까. 물론 저런 과격함은 그녀의 종교적인 신념에 반하는 일이 일어날 때만의 일이겠지만 그럼에도 의외의 면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이었다.
 반대로 상대방이 진지하게 추궁해오자 당황해하는 낸시도 그렇고. 탬퍼씨나 로딘씨 앞에서는 저렇다기 보다는 훨씬 능글맞았었는데 말이다.
 관찰할수록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동료들에 대해 야예이는 반쯤 재미와 흥미를 느꼈다. 그리고 분명 모든 사람들이 저토록 다양한 모습을 자신들 속에 내포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 로딘처럼 단조로운 사람들도 있겠지만.
 야예이는 사냥꾼의 면모로서 짐승의 습성을 알아내듯이 사람의 습성을 알아내려고 하고 있는 것이었다.
 자각하지는 못했지만...
****
 여관에 도착하자 키엘리니에게 계속 시달리던 낸시가 힘없이 마차에서 내렸다. 성직자다운 키엘리니의 끝없는 언어의 폭격에 초토화된 낸시의 뒤를 이어 키엘리니가 마차를 내려왔다. 그리고 마차에서 내린 키엘리니는 의외라는 뜻을 지닌 표정을 지어 보이며 여관입구에서 막 나오는 사람을 쳐다보았다. 물론 키엘리니의 반대편에 선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아, 키엘리니씨.”

 뮬리아는 반가운 표정으로 키엘리니를 불렀고 키엘리니는 전혀 의외의 인물을 만났다는 생각에 동그랗게 눈을 뜨고 대답했다.

 “네, 뮬리아씨. 다시 만났군요.”

 “네, 다시 만났네요. 반가워요.”

 뮬리아가 다가와 악수를 청하듯 손을 내밀었기에 키엘리니는 악수를 받았다. 반면 낸시는 뭔가 위화감 가득한 눈길로 뮬리아를 바라보았지만 곧 표정을 바꿨다. 다행히 그런 표정을 짓는 모습은 다른 누구에도 들키지 않았다.
 뮬리아는 뒤이어 마차 뒤편에서 나타난 야예이에게도 아는 척을 했기에 야예이는 티나지는 않지만 떨떠름한 표정으로 뮬리아의 인사를 받았다. 옆에서 막 내려온 로딘이 팔꿈치로 야예이의 옆구리를 슬쩍 건드리더니 “아는 사이냐?”하고 물어 왔다. 야예이는 자세한 설명을 하진 않고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로딘은 그것만으로 납득한 건지 예리한 눈으로 뮬리아를 한 번 쳐다보더니 관심 없다는 듯이 여관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야예이도 키엘리니와 뮬리아 쪽을 한 번 슬쩍 보고는 여관으로 들어갔다.
 여관의 내부는 소란스러웠다.
 특수한 손님들만 받는 듯한 이노의 여관이나 끔찍한 재앙에 의해 기력을 잃은 모리스 마을의 여관과는 달리 이곳은 활기가 넘치고 있었다. 살아있는 느낌이 든다고 해야 할까. 그가 멀리서 지켜보곤 하던 작은 마을의 활기를 한 곳에 집중시켜 놓은 것 같은 그 모습은 그의 관심을 끌기 충분했다.
 야예이는 사실 그대로 촌동네에서 온 사람처럼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로딘은 그런 야예이를 저지하거나 하지 않았다. 그는 그보다 일단 방을 얻을 생각인지 여관의 카운터로 향했다. 하지만 그 전에 주근깨가 촘촘히 박히 여급 하나가 로딘과 야예이에 다가와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안녕하세요. 저희 나무쉼터 여관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떤 것을 도와드릴까요?”

 살가운 목소리의 여급의 등장에 야예이는 조금 놀랐지만 그보다는 하프오크인 자신이 끼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렇게 친절한 표정을 이으며 말을 걸 수 있다는 사실에 더 놀랐다.
 
 “일단 방을 3개 주시오. 여자 둘에 남자 셋이오.”

 로딘이 말하자 여급은 로딘의 여구를 따라서 한 번 더 말했다.

 “여자 둘에 남자 셋이군요. 방은 3인실이 없어서 4인 실을 하셔야 하는데 괜찮으신가요?”

 “괜찮소.”

 “네, 지급은 선불이고요. 2인실 4인실 해서 하루 숙박비는 은화 21닢입니다. 그럼 따라오세요.”

 여급이 그렇게 말하고 로딘과 야예이는 여급의 뒤를 따랐다. 여급은 장부에 서명을 하게하고 돈을 받았다. 그리고 열쇠를 들고 일행을 방으로 안내해 줬다. 그들이 차지하게 된 방은 3층의 2개의 방으로 마주보도록 되어 있었다. 여급은 문을 열어 방을 보여준 후 열쇠를 맡기고는 편히 쉬라는 말을 남기고 밑으로 내려갔다.
 로딘은 여급을 따라올 때까지는 뻗뻗히 세우고 있던 몸을 구부리며 천천히 걸어가 침대 위에 누웠다. 야예이가 가서 살펴보니 땀이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

 “괜찮네. 조금 쉬면 돼.”

 그렇게 말하는 로딘을 보며 야예이는 이자가 얼마나 약한 면을 보이기 싫어하는지 잘 알 수 있었다. 이유가 어쨌건 간에 그는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전혀 내색하지 않은 것이다.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자가 옆에 있음에도 말이다.
 야예이는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일단 그의 인내심과 자존심을 생각해 더 이상 참견하지 않기로 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나가 보겠습니다.”

 야예이는 그렇게 말하고 4인실의 문을 닫고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아래층에는 탬퍼와 낸시, 키엘리니가 뮬리아와 함께 탁자 하나를 차지하고 앉아 있었다. 야예이는 혼잡함 속에서 타고난 감각으로 그들을 먼저 찾아냈다. 그리고 그들에게 다가가려하는데 낸시가 자신 쪽을 보며 손을 들어 말했다.

 “야예이 여기야.”

 잠시 주춤했던 야예이는 낸시의 부름에 응한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탁자로 다가갔다. 함께 앉아서 빵쪼가리를 쪼개 먹고 있던 키엘리니가 야예이에게 물었다.

 “로딘씨는요?”

 “그는 지금 자고 있습니다. 아직 몸이 안 좋은 것 같더군요.”

 “그렇군요.”

 단지 로딘이 보이지 않아서 물어 보았던 것뿐인 듯 키엘리니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야예이는 옆 탁자에서 의자를 끌어와 앉았다. 야예이는 앉으면서 로딘의 부재에 아쉬워하는 한명의 사람을 볼 수 있었다. 뮬리아였다.

 “아쉽네요. 몸이 안 좋으시다니. 소개받고 싶었는데.”

 진심으로 아쉬운 듯 목소리에서도 힘이 쫙 빠진 뮬리아는 곧 생기가 돌아와 일행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다. 대부분 최근에 겪었을지도 모를 모험에 관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새 꽤 친해진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성격이 맞을 뿐인지 알 수 없지만 낸시가 뮬리아와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었고 탬퍼가 중간중간에 거들었다. 그리고 키엘리니는 낸시의 관점에서 본 여정과 자신의 생각을 비교하는 것이 재미있는지 즐겁게 낸시와 키엘리니의 대화를 경청했다.

 “우와. 타락자라. 드문 일을 겪으셨네요.”

 “흐음. 타락자에 대해 아시는 눈치네요?”

 뮬리아의 감탄에 낸시는 오히려 뮬리아가 타락자에 대해서 어떻게 아는 지가 더 궁금하다는 듯이 물어 보았다. 그에 뮬리아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잉. 낸시씨. 그냥 반말 하도록 하세요. 아무래도 비슷한 나이인 것 같은데.”

 낸시는 뮬리아가 그렇게 권하자 바로 말을 놓았다.

 “그러죠. 아니. 그러지. 뮬리아는 어디서 타락자에 대해서 들은 거야? 일반인들에게는 그다지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일 텐데.”

 “그야 그리 알려져 있지 않을 뿐인 이야기이니까. 이래보여도 이야기 사냥꾼이라고 할까. 여러 가지를 많이 알고 있거든. 남쪽의 최신 소식 같은 것도 알고 있지.”

 “남쪽의 최신 소식?”
 
 이번에는 탬퍼가 입을 열었다. 그는 제국의 남쪽세어 흑암자 다르카신과 제국 사이에서 일어난 전쟁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현재 균형을 이르고 있어 전선이 고착된 상태라고 하는데 그곳에는 탬퍼와 같은 다고스의 신관들도 몇 명이 가있는 곳이었다.

 “흑암자와 제국과의 전쟁에 관한 이야기인데. 최근 흑암자의 군대가 물러났다는 모양이에요. 제가 북쪽으로 올라오기 직전에 들은 아직 따끈따끈한 최신 소식이랍니다.”

 뮬리아의 말에 낸시는 심각한 얼굴로 “흑암자가 물러났다고?”라고 중얼거렸다. 타크라탄은 흑암자의 제자로 협회의 탑에서 몇 번 만나본 적 있는 인물이었다. 아니, 처음부터 흑암자의 제자였던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어둠의 힘 자체를 탐했기에 흑암자에게로 찾아간 자들이었지 처음에는 협회의 일원이었다. 타크라탄, 론델, 소머즈. 이 세 사람은 낸시가 아직 협회에 의무로 봉사하고 있던 시절 함께 있던 이들이며 흑암자에게로 이탈해간 자들의 이들이었다. 유래 없는 숫자였지만 그들이 같은 임무에 종사 중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것이 협회의 생각이었었다. 그 후 그들의 이름은 협회의 명부에서 지워졌다.
 흑암자의 군대가 제국과의 전선에서 물러났다는 것은 타크라탄의 뿐 아니라 다른 흑암자의 제자들 역시 타락했다는 이야기가 된다고 낸시는 생각했다. 분명이 타크라탄은 ‘우리들’이라고 말함으로서 혼자가 아님을 암시했고 흑암자의 군대는 그들의 지휘관이라고 할 수 있는 흑암자의 제자들이 타락하여 사라지거나 사고를 침에 따라 물러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낸시는 그렇게 결론짓고는 뮬리아에게 물었다.

 “혹시 그 남쪽 소식에 대해서 더 들은 것은 없어?”

 물리아는 고개를 저었다.

 “없는데. 나는 그 이후에는 북쪽으로 올라와서. 소문이 나보다 빠르진 못했던 모양이야. 시루트의 가호이려나.”

 소문보다 빨리 북상한 자신의 여정에 신의 가호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농을 하는 뮬리아였지만 아무도 웃어주진 않았다. 농담의 재미의 유무를 떠나서 흑암자와 제국 사이의 전선 변화는 상당히 큰 문제였다. 적어도 타락자의 수가 다수라는 사실에 확신을 실어주는 일이기도 했다.
 낸시를 포함해 남은 탬퍼, 키엘리니, 야예이는 뮬리아가 알려준 소식을 통해 그 사실을 예측할 수 있었기 때문에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 불사자들과 거석병으로 이루어진 흑암자의 군대가 물러날 만큼의 타격을 입었다면 타락자들의 힘이나 위치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적어도 낮은 위치가 아니라는 것 정도는 말이다.

 “어라... 내가 무슨 말을 잘 못했나?”

 오직 그 사실을 알아채지 못한 뮬리아만이 당황한 표정으로 입을 열 뿐이었다.

 “아무래도 협회로 가봐야 겠어요.”

 그리고 낸시가 일어서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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