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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 [토죠 메이] 01. 내 안에 짐승이 산다.

42 2012.10.27 22:26 조회 수 : 362


 꿈을 꾼다면, 그것은 반드시 악몽이다. 그것은 대략 5살 때부터 정해진 일이었다. 지금으로부터 5년쯤 전부터다.


 꿈에는 많은 것이 있다. 그곳에는 짐승이 있고, 식물이 있고, 벌레가 있고, 인간이 있다. 때때로 인세의 것이 아닌 것도 있다. 그 자신을 포함해서, 그 모든 것이 하나의 고리 위에 얹혀 있다. 지옥아귀축생수라인간천상의 육도를 꿰고 도는 거대한 고리, 그 한가운데에서 충만한 「무언가」가 토죠 메이라는 자아를 준엄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까마득히 아득한 예전부터 살아온 『무언가』.


 이것과 접하면, 무언가 바뀌고 만다. 본능적으로 알게 된다. 필사적으로 뒷걸음질치지만 더 나아갈 데도 없고, 고리 안에서 무언가가 스멀스멀 기어나온다.


 싫어, 바뀌고 싶지 않아. 그냥 이대로 있고 싶어. 간신히 쥐어짜낸 소리는 헐떡이듯 낮다. 기어나온 것들이 얽혀 온다.


「더는 기다려 줄 수 없어.」


「조력자가 오고 있다. 그를 찾아라.」


 싫어, 싫어, 싫어. 끝없이 거부하다 보면, 내면에서 무언가 심지 같은 것이 솟구친다. 결코 변하지 않는, 불변히 유지되는 어떠한 심지다. 스멀거리는 것들은, 파고들지 못하지만 더욱 칭칭 감겨온다.


「거부할 수 없다.」


「지금이야 표면의 기원으로 버티지만, 그것도 언제까지일까.」


「너 또한 우리의 하나. 너는 우리고, 우리는 곧 너야.」


「군체의 행복을 알라.」


「불쌍하게도. 이제 그 고립도 끝나게 될 거예요.」


 다시 이 모든 목소리가 하나 되어, 압도적인 의지로 말한다.


「자, 하나가 되자. 본래의 자신을 찾는 거다.」




"……하악!"


 침대 시트를 찢을 듯이 꽉 쥐며 눈을 한계까지 치뜬다. 숨이 가빠 헉헉 내쉬며, 부들거리는 손으로 머리맡에 놓아둔 잔을 들어 벌컥벌컥 들이킨다. 파하, 하고 간신히 숨을 고른다. 눈에는 눈물마저 맺히고, 얼굴이 뜨겁다.


 점점 꿈 안의 내가 커져 가고, 종잡을 수 없게 된다. 이번에는 그야말로 간신히 벗어날 수 있었다. 어째서? 지난 5년간 괜찮았는데. 요 며칠 사이에 꿈 속의 의사가, 너무 갑작스러울 정도로 비대해졌다. 입술을 짓씹으며 일어서려는데 힘이 들어가지 않고, 현기증이 아득하게 일었다. 어쩔 도리 없이 풀썩 침대 위에 그대로 쓰러지고 생각조차 제대로 가닥을 잡을 수 없다. 침대에 그대로 파묻혀 녹아들 것 같다.


 이대로는 꼼짝도 할 수 없고, 뜨거운 이마 안으로 멍한 이성이 표류한다.


 그리고 이후의 사흘은 기억이 없다. 다만 열이 끝없이 고양하고, 점차 정신이 육체에서 떠나간다. 간신히 생각을 붙잡아도, 이내 드문드문 끊어져 나갈 뿐.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줄은 알았다. 하지만 생각했다. 아직은 괜찮다고. 더 버틸 수 있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난 아직 더 살 수 있어. 나로서 있을 수 있어. 이런 급전개 따위 사양할 거야.'


 쉴 새 없이 중얼거린다.


'아직이다, 아직, 아직, 아직, 아직. 아직 바뀌고 싶지 않아. 이대로 있고 싶어. 이 상황 이대로, 쭉……!'


「우리도 마찬가지다.」


 생각이 뚝, 굳어버린다. 어떻게? 모르는 사이에 잠들어 버렸나?


 온몸이 뜨거운 가운데 유독 등골이 서늘해진다. 관절에 얼음 조각을 찔러넣은 듯하다.


「잠들어 있을 때엔 무의식이 커지니 우리가 나오기 쉬운 건 사실이지.」


「허나 이토록 자아가 약해진 상태에서야 그러한 것도 의미가 없는 것.」


「우리도 너와 마찬가지다.」




「네가 유지해야 할 것은 네 삶이 아냐. 기억해내라. 우리는, 유구한 세월을 이렇게 살아오지 않았더냐.」


 토죠 메이의 자아는, 분명 그것으로 녹아 버린 것이 틀림 없었다.




「자아는 어떻게 함락시켰지만, 표면의 기원이 문제로군.」


「우리는 내면에 잠재된 기원. 이대로는 유지의 기원을 뚫고 직접 움직일 수가 없어. 이번에도 무리하게 나서느라 여력이 부족해.」


「멀리서 무언가 오고 있다. 무언가 정지된 것이 움직이고 있어.」


「정지의 기원을 가진 자가 오고 있다. 혼을 탐구하는 그자라면 우리의 돌출에 도움을 줄 터.」


「아라야 소렌을 찾아라. 우리가 합일하는 데에는 그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하야 어느 겨울날의 아침. 모두의 운명이 시작된 때에, 열병을 앓는 소녀는 홀연히 집을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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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씨 귀찮아. 이제 안 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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