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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흑역사....

2007.06.13 21:06

울프맨 조회 수:647

물론 지금도 잘 쓰고 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완성형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입장으로서는
걸음마는 떼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지금까지 써온게 약 9년. 그리고 그 이상을 같이 동고동락한 친구와 함께 집에서 소주를 까면서 여러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득 소설에 관한 소재가 튀어나오고 말았지요.

9년간 든든한 조력자이기도 했고, 애독자이기도 하며, 경쟁자이기도 한 친구와 죽 얘기를 나누다 보니 초창기에 썼던 소설이야기가 튀어나오고 말았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썼던 처녀작이라 할 수 있는 'Fire Cosmos'에 관한 이야기 였죠.

물론 그 이전에도 여러 글을 쓰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세계관과 설정을 정립하고 장편을 기획하고 쓰기 시작한 최초의 이야기였기 때문에 여러가지로 저에게는 큰 의의를 지닌 작품이고 기회가 되면 언젠가 다시 쓰고자 하는 의도도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초회 연재노트를 분실하고 현재 남아있는 분량은 첫 연재로부터 한참 후의 것이라서 생각날때마다 (그나마 발전한) 나중의 것만 보아온 저에게 그 소설에 대한 막연한 환상만 품고 있었던 것이었죠.(그래도 제법 괜찮은 물건이었구나..하고)

하지만, 그런 환상은 친구와 함께 술을 마시며 이야기하자 단번에 깨어지고 말았습니다.

FireCosmos란 소설은 이름 그대로 우주를 배경으로한 SF 전쟁물이었죠.
당시, 중3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제가 은하영웅전설을 독파하고 필받아서 세계관을 그대로 배껴 쓴 소설이었던 것입니다.

어쨌든 태생부터 불온한 이 소설은 묘사도 없는 극본 같은 문체였을 뿐더러, 여러 설정에도 문제가 많았는데................ 예를 들어 지구연합군 소속의 전함에는 외계인 하이시크인의 전함과는 달리 일격필살의 비장의 에너지 충격탄이 있었습니다.

이름하여 '볼트건(Volt Gun)'...일단 이 소재가 당시 흥행하던 스타크래프트의 배틀쿠르저의 야마X캐논을 그대로 차용한 것이기에 설정의 변화를 주어 이 무기를 사용하면 전함의 모든 동력을 한번에 소모한다. 라고 정해놓았지요.(덕분에 무기 충전하는 공격대기시간 동안엔 산소 공급장치도 차단되어 승무원들이 숨을 참고 그랬던 기억이 납니다.)

어쨌든 그땐 그랬지 하면서 얘기를 나누는데 친구가 충격적인 한마디를 던졌던 겁니다.
바로 볼트건 얘기가 나오고 또 동력차단 설정얘기를 하고 웃는데...................

"그때 기억나? 함장이 그거 쏘고 한 대사?"
'?'
당연히 기억이 날리가 없었죠. 첫권은 소실되어 없어져서 아련한 기억이었으니까...
그런데 친구가 그 기억을 헤집어 꺼낸것입니다.

"여러분, 볼트건 어때요? 멋있죠?"
'.....................................'

그 말을 듣고 기억이 나버렸습니다.
중후한 노인네 함장이 적 전함을 볼트건으로 격파하고 나서 승무원들에게 방송으로 한다는 소리가 '볼트건 멋있죠...?'라니... 게다가 승무원들은 그걸 듣고 하하하 하고 웃었답니다.

정말 내가 이런걸 썼었구나 하고 귓볼까지 빨개지더군요.
그런데 거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고아인 주인공(함장) 은 출생의 비밀을 지니고 있었는데, 놀랍게도 아버지는 외계인 하이시크인이었고 그것도 지구연합군의 철천지 원수인 '존나 잘싸우는 적 함대 사령관'이었죠.
게다가 더 놀라운건... 그래서 둘은 한판의 승부를 피할 수 없었는데 지구인을 무시하는 주인공 아버지가 왜 지구인 여자와 결혼해서 주인공을 나았는가............

지금은 까먹은 그 설정을 친구가 얘기해 주었습니다.

설정은 간단했습니다.
주인공 엄마가 살던 행성을 주인공 아빠가 점령하고 통치하는데 주인공 엄마는 다른 지구인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어서 푹 빠져서 같이 지내다가 서로 결혼하게 되었다는 것이었죠.
그런데 결혼할때 엄마의 대사가..................

"정말 아름다워요....."(바로 행성 탈환하려던 지구 연합 함대가 외계인 함대에 개박살 나면서 행성 대기권에 불꽃놀이 비스무리하게 폭발섬광이 터진 것인데......... 그걸 보고 한 말이었답니다.)

그 외에도 작명센스 대박의 레인보우 캐논....... 브라이토부함장(건담 브라이트 노아..)
그제야 왜 사촌형이 옛날 그 공책을 보여주었을때..............'너 이런거 왜쓰냐?'
라고 했던 말이 이해가 되더군요.

'나도 이런걸 썼었었구나......' 창피하기도 했지만 뭐 어떻습니까?

그래도 과거 첫작품으로 의의를 두고 자세한 것은 모두 잊은 채, 아련한 기억만 가지며 살던 저에게 과거에 이런 우스운 물건도 내가 만들었었다 하고 알게된 즐거운 날이었습니다.

여러분들은 흑역사가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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