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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 더 월드 오버 더 월드 프롤로그-1

azelight 2008.05.31 12:32 조회 수 : 353


 
 이 소설은 세계관 설정용 글입니다.
 그러므로 중간에 몇가지 용어나 내용에 수정이 가해질 수 있습니다.
 그럼 첫글을 올립니다.
 부디 읽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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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는 숲이었던 장소이지만 이제는 단순한 부토만 남아 버린 장소에 두 남자가 서 있다.

한 사람은 젊은 수호자. 붉은 적발과 적안. 검은 가죽갑옷 안에 정교하게 짜진 사슬갑옷을 받쳐 입은 수호자는 화려한 형태의 장검을 상단에 두고 검 끝을 정면으로 겨누고 서 있었다. 원숙한 기사나 전사가 본다하더라도 결코 그를 나무라지 못할 만큼 수호자는 그 자세로 완전무결함을 드러내며 그의 검사로서의 완성도를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또 한명의 남자는 장년의 마법사였다. 낡았지만 마법적 힘이 충만한 금자수가 새겨진 갈색로브를 입은 남자는 마법문자가 빼곡히 새겨진 육척 봉을 손에 쥐고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육척 봉에 새겨진 마법문자들 속에는 빛이 차오르며 찬란한 청광을 발한다.

극도의 긴장감이 두 사람의 곁을 감돌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들이 대적하고 있는 상대는 300년 전 이 땅을 파멸로 몰아넣었던 존재였다. 그저 서있는 것만으로 강렬한 음기를 뿌리고, 부토를 만들어내며, 세상의 모든 원기를 먹어치우는 파멸적인 악마였다. 지금도 강력한 보호 주문으로 그 음적 원기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있다지만 단지 그 뿐, 저 거대한 ‘밤의 군주’에게 있어 이 두 사람은 그저 벌레나 마찬가지이리라.

그리고 그런 두 사람과 대치하고 있는 ‘밤의 군주’는 흉갑이 존재하지 않는 빛의 갑옷을 입은 검은 거인의 모습으로 그들의 눈앞에 서 있었다. 악마의 두개골을 이용해 만든 듯 한 그의 투구속의 퀭한 허무가 자신에게 대적하는 두 사람을 무심히 바라보았다. 대적자인 두 사람과는 상당히 먼 거리이지만 그의 감각은 작은 두 필멸자의 모습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밤의 군주’의 발치에는 ‘밤그림자’라고 불리우는 그림자 악마들의 군대가 도열해 있었다. 그들은 갑주를 걸치지 않았다는 점만을 제외하고는 ‘밤의 군주’와 똑같은 형상을 하고 팔을 늘어뜨린 체 그들의 왕의 명령을 기다렸다.

“그럼 계획대로 합시다.”

 

수호자가 옆에서 마법을 준비하는 마법사에게 말했다. “아아.”하고 마법사가 알았다는 듯 나직한 목소리로 답했고, 수호자는 그 대답과 함께 곧장 앞으로 뛰쳐나간다. 그리고 수호자와 마법사의 움직이임을 지켜보던 ‘밤의 군주’는 수호자가 움직임과 동시에 포진하고 있던 ‘밤그림자’들을 움직였다. 자아가 없는 원기의 존재인 이들은 강대한 ‘밤의 군주’의 의지에 따라 예외도 망설임도 없이 수호자와 마법사에게로 뛰어 들었다.

많은 숫자가 움직임에도 소리도 흔적도 내지 않고 ‘밤그림자’들은 움직였다. 본래대로라면 그들의 움직인 자리에 말라죽은 초목과 부패한 토지가 남아야하지만 이미 초토화되어버린 땅에서는 그들이 흔적을 남길 어떤 요소도 없었다. 더군다나 물질과 비물질에 걸친 그들은 발자국조차 남기지 않는다. 그들은 마치 해일과 같은 기세로 검은 물결이 되어 쏟아져 들었지만 주변은 정적 그 자체였다.

허나들 수호자는 물러서지 않는다. 덮쳐오는 그들에게 일발의 기합을 발하며 검을 내찔러 넣었다.

순간...

‘푸확!’하는 소리와 함께 맹렬한 불꽃이 그의 검에서 뿜어져 나갔다. 불꽃은 ‘밤그림자’들의 물결을 뚫고 그들의 내부 깊숙이까지 뻗어 들어갔다. 수호자는 불길이 가시기 전에 불꽃이 만들어낸 통로로 뛰어들었다. 극도로 차가운 음적 생물인 ‘밤그림자’들은 그들 육체의 냉기로 불길을 죽이며 그들 사이에 난 길목을 메우려고 했지만, 수호자는 틈을 주지 않으려는 듯 다시금 검을 휘둘렀다. 이번에는 가로. 불길은 검의 궤적에 따라 초승달 모양으로 퍼졌다. 그리고 불꽃의 크기만큼의 일시적 공터를 만들어 냈다. 이 공간은 수호자가 힘을 발하기 위해 집중할 시간을 벌기 위해 만들어낸 것이었다. 그렇게 반원 형태의 여유가 생김과 동시에 사방으로 전광이 날렸다. 마법사가 주문을 완성시켜 엄호하기 시작한 것이다. 원래라면 거점방어를 위해 마법사가 개발한 마법이지만 단독으로 방어와 지원, 공격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상급 마법이었다. 그만큼 정신력의 소모가 크지만 마법사역시 ‘폭풍을 부르는 자’ 혹은 ‘뇌제’라는 칭호를 가질 만큼 뛰어난 사람이니 이 정도의 마법사용으로 중간에 쓰러질 염려는 없었다.

사방에 날리는 전광을 확인하곤 수호자는 검에 집중하고 힘을 모았다. 본디 자연의 힘을 다루는 그였지만 이렇게 부패한 땅에서 그런 힘을 기대할 수는 없는 만큼 수호자는 불리한 상태였다. 몸에 지니고 있는 마법무구들과 그의 검술만이 지금 사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이었으니, 그는 전력이 절반밖에 안 되는 상태라고도 할 수 있었다. 그래도 수호자가 제 역할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그의 검 ‘작홍’은 불의 차원계의 문과 연결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용자의 역량에 따라 얼마든지 강력한 힘을 낼 수 있었고 또한 뛰어난 검술 역시 뒷받침해주고 있었다. 수호자는 집중하고 또 집중하여 ‘홍작’으로부터 힘을 이끌어내기 시작했다. 본디 붉은 빛이 도는 눈동자를 가지고 있는 수호자였지만 이제는 그야말로 타오르고 있는 불꽃과도 같은 안광을 뿌리고 있었다. 열기와 불꽃의 안광이 폭사하고 머리카락도 달군 쇠처럼 새빨갛게 타올랐다. 그야말로 불의 화신이 된 듯한 수호자는 그의 육체와 함께 타오르는 검을 쥐고 다시금 닥쳐오는 ‘밤그림자’들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검을 휘두름과 함께 주문을 외운 그는 바람의 힘을 끌어내어 검의 불꽃에 실었다. 불꽃의 바람을 타고 거대한 화염폭풍을 만들며 휘몰아쳤다.

 

“열풍!”

 

수호자는 검에 메인 불꽃의 소용돌이를 휘둘렀다. 압도적인 열기가 ‘밤그림자’들을 덮었다. 앞서 발한 불꽃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거대한 불의 소용돌이 검은 파도를 휩쓸었다. 하지만 여전히 그들의 수는 많았고 수호자는 재차 검을 휘두르며 전진했다. 열기가 들끓고 불꽃의 궤적을 따라 후폭풍이 몰아쳤지만 ‘밤그림자’들의 전진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 고통조차 못 느끼는 그들은 피해를 입음에도 계속해서 수호자를 압박해 들어왔다. 하지만 그런 그들의 움직임을 연이어 떨어지는 전광과 수호자가 휘두르는 불꽃이 방해했다. 수호자는 전광의 원호가 자신의 불꽃의 수호를 받으며 차근차근 밤의 군주에게 전진했다. 그리고 충분히 그 거리가 가까워졌다고 판단하였을 때 그의 전력을 드러냈다.

-푸화학!

 

수호자의 등에서 불꽃의 날개가 뻗어 나왔다. 동시에 검을 곧추세우고 포탄과도 같은 소리를 내며 엄청난 속도로 음의 파도를 향해 돌진했다. 공기를 가르는 소리와 함께 부토와 재를 흩날리면서 수호자는 ‘밤의 군주’의 지척까지 날아갔다. 마치 자신의 몸을 그대로 화살로 삼아 ‘밤의 군주’를 꿰뚫을 듯한 기세였다.

‘밤의 군주’는 수호자가 그의 코앞까지 날아왔을 무렵에야 수호자의 돌진에 반응했다. 불꽃의 화살이 된 그의 몸에 대항해 ‘밤의 군주’는 그 몸에서 음의 원기를 뿜어냈다. 방금 전 ‘밤그림자’들의 돌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음기가 사방을 메워 펴졌다. 수호자는 그 엄청난 음기에 주춤하고 멈추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방향을 꺾어 빠른 속도로 음기의 영향 밖으로 후퇴했다. ‘밤의 군주’가 직접적으로 손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그와의 전번 대결에서는 손도 뻗지 않았었던 만큼 장족의 발전이라고 할 수 있었다.

 

“전력이었다면 관통할 수 있었을 테지만...”

 

아쉽다는 듯 수호자는 중얼 거렸다. 자신의 몸에 할 수 있는 모든 보호마법과 강화마법을 건다면 저 음기를 돌파할 수 있겠지만 지금 이 곳은 이미 ‘밤의 군주’의 영역이란 마찬가지였다. 그의 주문은 세상의 조화와 순리에서 기원하는 것이었기에 뒤틀린 이 공간에서는 그런 강력한 보조마법의 사용이 가능치 못했다. 마법사인 매커드가 있긴 하지만 그는 방호나 강화술보다는 생성과 변질을 기반으로 하는 전격계 공격 마법이 장기인 자여서 보호, 강화계의 마법은 기대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수호자는 굴하지 않는다. 아직 그들에게는 비장의 수가 남아 있었다. 수호자는 충분히 거리를 벌렸다고 생각한 순간 반전하여 ‘밤의 군주’와 대치했다. 그리고 측면으로 비행하며 ‘밤의 군주’의 빈틈을 노리기 위해 움직였다

그 기원이 한 흑마법사에서 비롯되었다는 ‘밤의 군주’는 자신의 육체에 거대한 하위차원의 문을 열어버린 대가로 몸을 매개로 지성을 가진 하위차원의 화신이 되었다. 실제로 하위차원의 힘은 언제나 이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물질계에서도 그와 관련된 많은 것들이 존재했다. 유령이나 불사자들이 대표적이고 특별히 강력한 음의 기운을 가진 장소에서는 그 음의 기운 자체가 하나의 지성을 가진 존재가 되기도 한다. 그것들이 바로 저 ‘밤그림자’들을 포함한 그림자괴물들이었다. ‘밤의 군주’는 그런 그림자괴물들과 같은 존재였지만 그 발현의 규모가 정상을 넘어섰기에 용납도 감당도 되지 않는 괴물이었다. 애초에 하위차원의 화신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상극이라고 할 수 있는 상위차원의 힘으로도 그를 상처입힐 수는 있어도 소멸시킬 수가 없었다. 더구나 그런 상처역시 하위차원과의 연결점 때문에 순식간에 회복해버려 상처를 입히나 마나가 되어버린다. 약점이라고는 존재하지 않는 괴물. 그것이 ‘밤의 군주’였기에 수호자의 얼굴에는 난감한 기색이 떠올랐다.

 

“빈틈이라는 게 없었지. 별 수 없이 정공이다.”

 

말하면서 수호자는 주위에 불꽃의 구체를 수십개 만들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불꽃의 구체를 수호자는 ‘밤의 군주’에게로 발사했다. 아쉽게도 불꽃의 구체들은 ‘밤의 군주’가 두른 음적 원기의 장막에 박히어 그에게 닿지도 못했다. 하지만 수호자는 꾿꾿이 주문을 외웠다. 자연의 힘을 이끌어내기에는 너무도 힘이 부족했지만 그는 약한 한가닥의 지맥의 힘을 잡아 ‘밤의 군주’가 밟고 있는 지반을 변화시켰다. 마치 사구와 늪처럼 변화한 대지는 ‘밤의 군주’의 한쪽 발을 끌어들였고 그는 균형을 잃고 한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무릎을 꿇었다. 수호자는 그 틈을 이용해 ‘밤의 군주’의 곁으로 다가가 불꽃으로 감싼 ‘홍장’을 휘두르려 했다. 하지만 ‘밤의 군주’의 음의 장벽은 조금도 약해져 있지 않아 수호자의 기세를 단숨에 꺾었다. 불길은 힘을 잃고 그는 비행을 유지하지 못해 비틀거렸다. 그대로 ‘밤의 군주’의 몸체를 들이박을 뻔한 그는 간신히 방향을 틀어 음의 장막을 빠져나왔다. 그런 그의 옆을 ‘밤의 군주’의 거대한 손이 스쳐 지나갔다. 불꽃으로 이루어진 쌍날의 날개 중 하나가 그 손에 스치어 소멸하고 수호자는 땅으로 추락했다.

 

“이이이익!”

 

수호자는 이를 악물고 남은 한 쪽의 날개로 균형을 유지하고 지상에 착지했다. 아무래도 이 정도로는 ‘밤의 군주’와 싸울 수 있기는커녕 접근도 못할 것 같았다. 수호자는 불꽃의 날개를 복구 시키며 다시 자세를 잡았다. 동시에 그는 작홍으로부터 보다 강한 힘을 이끌어 내기 시작했다. 불길이 그의 육체 전체를 감싸고 붉게 달아오른 그의 머리카락은 불꽃 그 자체가 되었다. 숨결에서조차 열기가 느껴졌으며 작안의 눈동자는 작은 불길이 되어 타올랐고 공기를 요통치게 했다.

이 극적인 변신은 작홍을 통한 것으로 수호자의 비장의 수였다. 그 원리는 ‘밤의 군주’로 변했던 마법사의 그것과 같은 것으로 그 변화의 급이 한 단계 낮은 것이었다. 단순 계산으로도 거대한 ‘밤의 군주’와 대적하여 승산이 있을 것 같지는 않았지만 수호자는 생각이 다른 듯 했다.

수호자는 한번 홰를 치고는 자신에게 날아드는 ‘밤그림자’들을 피해 솟구쳐 올랐다. 느릿한 것 같지만 은근히 빠르고 기민한 움직임에 수호자는 조금 긴장했다. 공중에서는 발판이 없기 때문에 움직임이 제한될 수밖에 없었고 전투에도 용이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검사로서의 역량밖에 바랄 수 없는 그에게있어 공중에서 몰리는 상황은 가능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중 하나였다. 그나마 바람의 힘을 다룰 수 는 있지만 ‘밤그림자’들에게는 베어낸다는 행위가 그다지 쓸모없다. 물리력에도 영향을 덜 받는데다가 그런 적을 가격할만한 여건조차 지금으로는 부족했다.

수호자는 불의 차륜을 만들어 사방에 내던졌다. 불꽃의 고리가 ‘밤그림자’들을 태우며 갈랐다. 하지만 ‘밤의 군주’는 ‘밤그림자들의 사멸에도 개의치 않고 손을 내밀어 그 열 손가락 끝으로부터 가느다란 가시투성이 줄기을 내뻗었다. 그 줄기들은 그물을 짜며 수호자에게 덮쳐들었다.

“리아나텔이여! 힘을 주소서!” 수호자는 신의 가호를 빌며 그에 맞서 검을 휘둘렀다. 불꽃이 그물들을 갈랐고 원호를 위해 쏟아지는 마법사의 전광이 갈라진 그림자의 그물을 산산조각으로 찢어 갈랐다. 하지만 이 검은 줄기는 끝도 없이 뻗어 나왔다. 수호자는 날개와 검의 불꽃을 사용해 돌파구를 뚫으며 비행했다. 그러면서도 공격을 멈추지 않고 연이어 불의 화살을 쏘고, 화염의 막을 펼치고, 화염구를 모아 던지며 수호자는 ‘밤의 군주’의 곁을 선회했다.

‘밤의 군주’는 그런 수호자에게 모든 힘을 쏟아 붇기로 했는지 ‘밤그림자’의 상위체라고 일컬어지는 ‘밤의 죽음’을 만들어 내어 마법사가 있는 곳으로 보내더니 주변 존재하던 다른 ‘밤그림자’들을 모아 흡수하고 음의 작막조차 거두어 들였다. 모든 의식을 한 곳에 집중한 탓인지 ‘밤의 군주’의 공격은 더욱 정교하고 강력하고 예리해졌다. 그’의 가시덩굴은 하늘을 수놓다 못해 가득 메웠다.

“크으윽.”

 

검을 휘두를 여유조차 없자, 수호자는 별 수 없이 불의 장막을 두르고 그림자로 짜진 그물을 돌파했다. 불꽃의 방어를 가른 그림자의 가시가 수호자의 몸을 스쳤지만 그를 보호하는 강력한 마법보호구는 그의 육체에 손상이 이는 것을 용서치 않았다. 하지만 가시는 단순히 스치는 것만으로도 수호자의 체력의 일부를 빼앗아 갔다. 수호자는 정신력의 일부가 갉아 먹히는 것을 느끼며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해 이를 악 물고 버텼다. 그리고 검을 뒤로 휘둘러 ‘밤의 군주’를 향해 불꽃을 쏘아 보냈다. 수호자의 뒤를 쫒아오던 검은 줄기들이 불길에 휘말려 소멸했다. 내려다보자 ‘밤의 군주’가 뻗은 촉수들을 대기시킨 상태로 조용히 수호자를 올려다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수호자는 약간의 오싹함을 느끼며 급히 선회했다. 곧이어 수호자의 정면에서 음의 기운들이 보이더니 강렬한 음적 원기의 광선이 뿜어져 나왔다. 수호자는 간신히 피한다음 ‘밤의 군주’에게로 돌격하며, 기선을 제압하려는 듯 수십개의 화염구를 만들어 날리고 뒤를 쫓는 돌진했다. 폭염이 그의 몸을 감싸고 마치 새와 같은 형상에 이르렀을 때 수호자는 그가 내던지 화염구들과 함께 ‘밤의 군주’와 *충돌*했다. ‘밤의 군주’가 그 무한함으로 즉시 음의 방벽을 펼쳤지만 수호자의 공격은 그 장막을 꿰뚫고 ‘밤의 군주’의 신체를 관통했다. 불꽃이 ‘밤의 군주’의 음의 신체를 태웠고 하위차원의 원기를 교란시키며 파문처럼 흩어졌다. 그러나 ‘밤의 군주’는 수호자로부터 생겨난 구멍을 빠르게 메우며 천천히 뒤로 돌아 섰다.

-콰앙!

 

돌아서는 ‘밤의 군주’에게 연이어 엄청난 크기의 전광이 내려쳤다. 돌아보진 않았지만 수호자는 어느새 다가온 마법사의 기척을 감지할 수 있었다. 전광의 기운이 짜릿짜릿하게 느껴진다. 비상 주문으로 다가온 마법사는 말했다.

 

“역시 이런 단발적인 공격은 의미가 없군.”

 

“그렇군요.”

 

수호자는 동의했다. 아마 ‘밤의 군주’를 없애기 위해서는 재생의 여지가 없을 만큼의 일격을 주던가, 재생의 근원인 하위차원의 통로를 닫아야할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두 수단 다 지금의 그들로서는 사용할만한 역량이 되지 못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밤의 군주’는 그 존재만으로도 세상에 패악을 끼치는 존재였기에 어떠한 수단이든 강구해내는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그 수단을 위해 오늘 밤을 선택했다. 4개의 달의 영향을 받아 가장 마력이 충만해지는 시기에 봉인의 의식을 수행하기로 한 것이다. 그 마법은 오래전 한 번 ‘밤의 군주’를 봉인한 적이 있는 주문으로 상아탑의 마법사들이 끊임없이 연구하여 개량한 궁극의 덫이었다. 하지만 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수호자와 마법사 외에도 4명의 사람이 더 필요했다. 그 4명을 두 사람의 남은 동료들이 행하기로 했었다.

수호자는 마법사를 붙잡고 날아올랐다. 방금 전까지 두 사람이 있던 자리를 굵직한 흑색의 선이 긁고 지나갔다. 선이 닿은 지점에서 느껴지는 강대한 힘의 압력에 두 사람은 비틀거렸다. 둘은 시간을 끌기 위해서 ‘밤의 군주’에게 맞서고 있었지만 도저히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제길.”

 

수호자의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왔다. 나약함이 분하고 분할 것이었다. 마법사는 그런 수호자를 타일렀다.

 

“침착하게. 일단 조금 물러나지.”

 

밤의 군주로부터 검은 줄기가 뻗어 나와 그물을 펄쳤다. 아까까지 손끝의 부위만을 사용했지만 이번에는 전신으로부터 줄기를 뻗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아까와는 달리 단순히 덮쳐오는 것이 아니라 수호자가 날아가는 궤적을 제어하려는 할 뿐이다.

 

“오겠군.”

 

매달려 있는 마법사가 말했다. 그는 수호자에게 가속의 주문을 걸고 감각을 고양시키고 보다 정교하게 만들었으며 강력한 방호 마법을 한 겹 둘러주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자신의 전격의 마법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미리 준비해 둔 주문을 한 번에 발동시키고 연이어 두 개의 대주문을 사용하는 것이다. 과연 대마법사라 할만한 실력이었다.

 

“나는데 집중하게. 방어는 내가 어떻게든 해보지.”

 

“그러죠.”

 

수호자는 그렇게 말하고는 맹렬한속도로 줄기들을 피해 날았다. 마법사가 걸어준 전광의 방패는 다가오는 줄기들의 일부를 자동으로 요격해주어 한결 쉽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여전히 그것들은 하늘을 빽빽이 메우고 있었다. 수호자는 그 비좁은 틈들을 물이 스며들 듯 빠져나갔다. 묵직하게 들린 마법사에게서는 끊임없이 영창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상당히 거칠게 날고 있는데도 그의 집중은 깨질 줄 몰랐고 계속해서 이어졌다. 상당한 규모의 대주문을 외우고 있는 듯했다.

그렇게 한 순간 비행하는 사이 마법사가 주문의 외우는 소리가 멈췄다. 그와 함께 수호자의 뒤편으로 맹렬한 뇌음을 울리며 전광이 퍼져나갔다. ‘밤의 군주’의 공격에 맞춰 마법사 역시 마법을 완성시킨 것이다. 소리조차 없는 ‘밤의 군주’의 공격은 발광하듯 튀어나온 뇌전에 점차 상쇄되어 갔다. 동시에 수호자도 어둠의 그물에서 간신히 빠져나갔다.

‘밤의 군주’의 포위망에서 벗어난 수호자는 마법사를 데리고 ‘밤의 군주’로부터 떨어져 바닥에 착지했다. 하지만 술자로서 물리력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는 수호자와는 달리 마법사는 그대로 관성을 적용받았기에 마법사를 붙잡고 있던 수호자까지도 함께 바닥을 굴렀다. 다행히 이미 썩은 땅에는 두 사람을 상처를 입힐만 한 것은 없었다.

한참을 나뒹구른 두 사람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수호자가 온몸에 붙은 부토를 털어낼 때 마법사는 기침을 하면 가까스로 일어섰다. 그리고 ‘밤의 군주’의 동태를 살피기 위해 고개를 돌렸을 때...

‘밤의 군주’는 이미 그들의 곁에 와 있었다.

 

“아.”

 

마법사의 입에서 놀람이 단긴 탄성이 흘러나왔다. 그 작은 마력의 유동도 눈치 못했지만 ‘밤의 군주’는 어느새 그들의 곁에 와 있었다. 압도적이다. 너무나도. 수호자는 포기하지 않고 검을 휘둘렀지만 ‘작홍’만의 힘으로는 ‘밤의 군주’의 재생을 억누를 수 없었다. 밤의 군주는 부숴진 만큼 그 신체를 재생하며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러고는 그 시선을 두 사람에게 둔체 그의 오른손으로부터 음의 원기를 물화하여 거대한 기형도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내려쳤다. 수호자는 검격을 피해 황급히 염화의 날개를 뻗어 회피했다. 하지만 곧 그는 자신이 실수한 것을 깨달았다. 마법사를 데리고 피하지 않은 것이다. 황급히 둘러보자 수호자는 곧 근거리 이동으로 회피한 마법사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그런 행동은 치명적인 결과를 야기했다.

곧이어 닥쳐오는 충격에 수호자는 바닥을 나뒹굴어야 했다. ‘밤의 군주’가 비어있는 왼손을 후려친 것이다. 어마어마한 힘의 압력과 충격에 수호자는 허덕이며 일어났다. 사방이 빙글빙글 돌고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화염에 의해 보호 받고 몇가지 방호의 주문이 음의 원기로부터 그를 보호하지만, 이런 직접적인 접촉은 수호자의 생기를 치명적일 만큼 앗아간 것이었다. 고통에 비명을 지르고 싶지만 비명을 지를 힘조차 ‘밤의 군주’의 손길은 모조리 앗아가 버렸다.

 

“곤란하군.”

 

마법사가 근거리 이동으로 접근해왔다. 멀리서 ‘밤의 군주’가 천천히 음의 광선을 발포하기 위해 집중하고 있었다. 상당히 집적된 원기가 느껴지는 것이 이번 것으로 마무리를 할 생각인게 분명했다. 역시 강력나다. 아마도 봉인마법에 대한 것도 꿰뚫고 있겠지. 마법사는 그렇게 생각했다. 원래라면 지금쯤이면 도착해야했을 원군이 오지 않는 것이 좋은 증거다. 어떻게든 발이 묶이고 있을 것이다. 물론 예상하고 있던 바였다. 그들이 온다면 좀 더 일이 수월해질 뿐. 결과는 변화는 것이 없다. 이미 한번 사용한 수단이 두 번 통할거라고는 그도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도 좋은 거다. ‘밤의 군주’가 봉인 마법을 예상하고 있다면 오히려 더 유리했다. 그가 생각하는 것과는 조금 다를 거다.

마법사는 품에서 마법도구를 하나 꺼내어 수호자에게 건내주었다. 안에는 녹황색의 광채가 감도는 작은 수정구였다. 수호자가 그것을 받아 쥐자 녹황색의 빛이 수정구에서 빠져나와 수호자의 몸 속으로 스며들었다. 빛이 스며듬과 함께 수호자의 얼굴에 생기가 돌아왔다.

 

“도와주게. 아끼는 도구였으니 그 정도 값은 해야겠지.”

 

수호자는 말없이 검을 쥐고 일어섰다. 방금 물건은 상당한 체력을 회복하게 해주는 것이었지만 수호자의 체력을 완벽하게 회복시켜주지는 않았다. 예의 바른 그가 대답하지 않는 것은 말할 힘이라도 아끼려는 것이라고 마법사는 짐작하며 ‘밤의 군주’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강렬한 음의 원기가 그의 가슴 쪽에 모이고 있었다. 지금 ‘밤의 군주’가 준비하고 있는 공격은 여태까지 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회피하는 것 정도야 그도 생각하고 있을 것이 분명하니 맞받아치는 수밖에 없을 것이고, 수호자도 상태가 좋지 않아 쓸데없이 낭비할 힘은 존재하지 않았다. 물론 마법사도 마찬가지였다. 봉인 마법을 쓰기 위해서는 여력을 남길 필요가 있었기에 비장의 수를 사용해야 했다.

마법사가 육척봉을 바닥에 꽂았다. 원래 이런 용도로 사용될 것을 예상하고 가져온 것이지만 조금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10여년을 함께해온 물건이고 그의 정성과 수고가 담딘 물건이 바로 이것이었다. 수호자는 그 아쉬움의 감정을 미루고 서서히 육척봉에서 힘을 풀어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그는 실소했다. 아쉬움이라는 것은 그에게 드문 감정이었다.

수호자 역시 극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었다. 거의 화인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그의 모습은 변화했다. 불의 차원계로의 문을 검을 통해 열어 그 힘을 받아들이는 이 변신은 그 한계에 가까워질수록 위험했지만 또한 그 위험만큼의 힘을 보장해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검을 매개로 한다고 해도 자칫 발을 잘못 디디면‘밤의 군주’같은 변화를 격을 수도 있다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서로의 극한까지 힘을 끌어올리던 셋은 그들의 힘이 정점에 다다르자 일제히 힘을 발산했다. ‘밤의 군주’는 음의 원기를, 마법사는 주변의 공간조차 일그러뜨릴 만큼의 뇌음과 함께 폭발적인 전광을, 수호자는 바위와 철을 녹이고 일대의 공기를 모두 태워버리는 불꽃을. 공격을 실행한 시전자조차 무사할 수 없는 3개의 공격이 섬광과 함께 격돌했다. 그리고 섬광과 폭음이 일었다.

“으아아아악”

 

격돌에서 오는 강렬한 충격에 의해 비명을 지르며 두 사람은 쓰러졌다. 서로가 스스로가 준비하는 기술에는 면역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의 방어를 갖추고 있었지만 그로부터 발생하는 충격과 근접한 위치에 있는 덕에 받은 간섭 덕분에 둘 다 너덜너덜해진 상태였다. 수호자와 마법사는 몇 개의 두루마리를 찢고 가져온 마법도구들을 이용해 스스로를 치유하고는 3자의 공격이 격돌한 결과물을 바라보았다. 들끓고 있는 대지와 거대한 화구가 그들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 존재했다. 후폭풍으로 한참을 날려 온 듯 했다. 그리고 그 화구 너머로 건재하게 서 있는 ‘밤의 군주’의 모습이 보였다.

 

“역시 멀쩡하군요.”

 

수호자가 허탈한 듯 말했다. 정진정명 불굴의 길을 걸어온 그이지만 이번만큼은 허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상 상쇄되다시피 했지만 그래도 두 사람은 사용하기만 한 것만으로도 걸레짝이 되었는데 ‘밤의 군주’는 손상조차 없는 것 같았다. 물론 ‘밤의 군주’의 손상은 보통 사람의 눈으로는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지만 원소계에 존재의 반이 걸쳐져있는 그로서는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정도가 되지 않고서야 우리가 이런 짓을 할 필요가 있겠나. 사람들을 모아서 죽어라고 때렸겠지. 놈이 불사신이라는 것 정도가 이제야 증명된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렇지요.”

 

수긍한 듯 수호자는 대답했다. 목소리에는 다시 기력이 돌아오고 눈빛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역전의 용사인 그는 어떤 좌절에서도 쓰러지지 않는다.

 

“자. 아무래도 봉인 마법에 대해서는 ‘밤의 군주’에게 간파 당했다고 봐도 좋을 거 같네. 역시 그냥 하는 수밖에 없겠어.”

 

마법사가 소매에서 흑색의 석장을 꺼내면서 말했다.

 

“어떻게든 후학을 길러서 2차전을 계획하는 수밖에 없겠군.”

 

“뭐. 남은 자들이 해주겠죠. 거기까지는.”

 

각오가 들면 위기상황 속에서도 여유가 생기는 것인지 두 사람은 마주보고는 웃었다. 멀리서 ‘밤의 군주’가 달려오기 시작했다. 하위차원 속을 이동하는 특수 능력을 활용해서 어떤 짐승보다도 민첩하고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자네까지 할 필요는 없네.”

 

“네?”

 

마법사의 말에 수호자가 반문했다.

 

“희생할려는 것이 아냐. 궁금해 졌네. 이것은 내 마법이지. 저자는 그의 마법의 극에 이르러 저것이 되었네. 그렇다면 나는... 나의 모든 지식의 정수가 깃든 마법이 이 것일세. 비록 다른 자의 도움이 있었더라도 그 사실에는 변함이 없지.”

 

광기가 묻어나는 미소가 그의 입에 걸렸다. 오로지 극을 추구해온 마법사. 이미 먼저 극에 달하여 괴물이 된 ‘밤의 군주’에게서 느끼는 것은 무엇인가? 투쟁심인가? 아니면 경쟁심인가? 그는 그의 극을 시험해보고 쉽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것도 단독으로.

 

“하지만 마법은 5명이하가 되면 위험도가 증가하게 되어 있습니다. 혼자서 한다면 당신은 반드시 죽을 겁니다.”

 

‘밤의 군주’가 화구를 건넜다. 수호자는 못 보았지만 느끼고 있었다. 마법사는 그 광경을 똑똑히 두 눈으로 보았다.

 

“시간을 벌어주게. 어차피 다섯 명이 모이지 못한 이상 영창을 위해서는 누군가 시간을 벌 필요가 있어.”

 

“후. 알겠습니다. 하지만 혼자가지 못 하실지도 모르겠군요.”

 

수호자는 다가오는 ‘밤의 군주’를 보며 말했다. 지금까지를 생각하면 ‘밤의 군주’는 결코 전력을 다한 것이 아니니 때에 따라서는 시간을 벌기는커녕 되려 당해버릴 지도 몰랐다.

“그렇겠군. 그렇게 되도 걱정 말게. 결코 혼자가지는 않을 테니.”

 

“기대하겠습니다.”

 

수호자는 그렇게 말하고 불꽃의 날개를 다시금 뻗쳤다. 그리고 맹렬하게 돌진. 화염을 걸치고 비상해 날아가자 ‘밤의 군주’가 사라졌다. 하위차원으로 육체를 옮겨간 것이다. ‘밤의 군주’는 그렇게 수호자의 공격을 회피하고 마법사에게로 달려갔지만 수호자는 그런 ‘밤의 군주’를 놓치지 않았다. 속도는 수호자가 압도적으로 위였기 때문에 따라잡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수호자는 불꽃의 검을 역으로 움켜쥐고 ‘밤의 군주’의 머리 위에 때려 박았다. 피해 받는 것을 결코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에 아까와는 다르게 패도적인 공격이었다.

 

-콰아아악!

 

거체인 ‘밤의 군주’의 육체가 바닥에 처박혔다. 음의 원기와 반대인 양의 속성을 가진 불길은 음차원의 존재에게 강력한 물리력을 발휘했다.

 

“우오오오오!”

 

원기가 빨려나가는 것을 느꼈지만 수호자는 불길을 강하게 둘러 몸을 보호했다. 뒤를 생각하지 않는 자의 강함은 상상을 초월하는 법이었다. 수호자는 그동안 아껴두었던 체력과 정신력을 아낌없이 소모하며 전투를 벌였다. 그의 등에서 불의 거인이 만들어져 ‘밤의 군주’와 난투를 벌이기 시작했다.

마법사는 목숨을 건 투쟁을 벌이는 수호자는 보며 봉인의 주문을 펼치기 시작했다. 매개이자 제물이 될 초마력의 마법기, 한명 분의 생기, 4개의 달에서 비롯되는 이형의 마력, 매개가 될 수호물. 4개의 조건을 홀로 충족시킨 마법사는 자신의 육체에서 생기가 빠져나감을 느꼈지만 굴하지 않고 주문을 읊었다. 초인적인 정신력이 그를 지탱하는 유일한 것이었지만 무엇보다도 강력한 기둥이었다.

한편 수호자는 ‘밤의 군주’와 엎치락뒤치락 하며 싸우고 있었다. 그의 불길은 시간이 갈수록 약해졌지만 ‘밤의 군주’는 전혀 약해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 역시 불의 원소계에서 힘을 얻고 있지만 그 크기의 차이가 너무나도 났다. 무엇보다 애초에 하위차원의 존재 자체인 ‘밤의 군주’는 하위차원과 실차원을 오가며 수호자의 공격을 거의 받지 않고 있었다. 그에 비해 수호자는 일방적으로 얻어맞을 뿐이었다. 체력도 정신력도 갉아 먹히며 수호자는 한계에 다다랐다.

그리고 ‘밤의 군주’가 수호자를 떨쳐냈다. 수호자가 어중간히 강했기 때문에 쉽사리 떨쳐내지 못한 그는 주문이 완성에 다가갈 때까지 마법사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수호자가 힘을 잃자 ‘밤의 군주’는 마법사에게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는 저 주문을 알지 못했지만 그것이 위험한 마법을 완성시킬 것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밤의 군주’는 주문의 완성을 막기 위해 움직였다.

접근은 어렵지 않았다. 수호자와의 전투 중에도 그는 마법사에게로 움직이고 있었기에 이미 거리는 상당히 가까웠다. 간단한 근거리 도약으로 ‘밤의 군주’는 마법사의 코앞에 도착했다. 검은 음기를 풀풀날리며 나타난 그는 손에 쥔 흑의 검을 높이 치켜들고 내려쳤다. 마법사는 그 공격을 피하지 않았다. 도리어 육척봉을 집어 들어 그 공격을 받아냈다. 정상적이라면 결코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마법사는 해냈다. ‘밤의 군주’의 일격은 산을 부술 정도인데 그의 공격을 마법사가 받아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런 행위가 가능하다 함은 주문이 완성되었음을 의미했다.

음기의 칼이 마법사의 육척봉과 다음과 동시에 ‘밤의 군주’는 석장으로부터 강렬한 흡입력을 느꼈다. 봉인의 주문이 발동한 것이다. ‘밤의 군주’의 신체는 육척봉 속으로 빠르게 흡수되어 가기 시작했다.

 

“스샤아아아아아아!”

 

강철을 긁어내는 듯한 끔찍한 비명이 사방에 메아리쳤다. ‘밤의 군주’는 어떻게든 이 흡입력에서 벗어 날려고 발버둥 쳤지만 헛되이 끌려들어갈 뿐이었다. 석장에서는 끊임없이 빛이 새어나왔고 그 뿜어져 나오는 빛만큼 ‘밤의 군주’가 끌려 들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두웅!

 

‘밤의 군주’가 석장으로 완전히 빨려 들어가자 공간이 수축하더니 일순 폭발했다. 마법사의 몸은 허공을 날다 바닥에 떨어졌다. 그리고 역할을 마친 매개와 육척봉은 서서히 소멸하기 시작했다.

마법은 실패했다.

마법사는 생각했다. 그의 생명은 바닥까지 소진되었지만 그는 죽지 못했다. 아직 살아있는 것이다. 주문이 완성되어 성공적인 마법으로 시전 되었다면 그는 생명은 끝이 났어야했다. 혼자서 사용한 것도 봉인을 불완전하게 만드는데 하물며 실패라니. 분통이 터져 올랐지만 그는 절망도 분노도 제대로 내지 못했다. 그이 육체는 극도의 고통과 함께 정신을 아득한 어둠 속으로 삼켜버리려고 하고 있었다.

머지않아 ‘밤의 군주’는 돌아올 것이다. 마법사는 아득해지는 의식 속에서 그렇게 생각했다. 이상하게도 왠지 멀리서 아이의 울음소리 같은 것이 들리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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