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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로역정~☆ 막간 - 메로메로 마고 (5)



"마고, 지금 거기 있죠?"

푸흡하고 먹고 있던 걸 다 뱉어버릴 뻔 했다.
학교 식당에서 뭔가에 대한 갈증으로 밥을 꾸역꾸역 밀어넣고 있던 나는, 뒤에서 갑자기 들려온 녹아내릴 것 같은 목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뒤돌아보니, 물컵을 손에 든 100점 만점짜리 미소의 태려씨가 있었다.

"자 물이요."

"가, 감사합니다."

태려씨는 방긋 방긋 웃으며 내 앞자리에 앉아서 한손으로 턱을 괴었다.
옆머리가 챠르르 손을 타고 내려가는 모습은 비수처럼 파고드는 아름다움의 원형이었다.

"비 맞고 가출 했는데, 어떻게 됐어요? 감기약은 제대로 준거죠?"

"물론이죠, 간호도 확실하게 했고..."

"좋은 것도 했어요?"

"아, 아니에요!"

엉겁결에 소리가 높아지는 바람에 순간적으로 주변의 이목을 끌어버렸다. 물론 태려씨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목을 끌고 있었지만.

난 식기를 노려보고는 극도로 낮아진 목소리로 말했다.

"마, 마고씨에게 그런 짓을 할 수 있을리가 없잖아요?"

"왜요? 마고, 귀엽잖아요. 나중에 매운 거 한번 먹여봐요, 허둥지둥 하는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데."

그렇게 말하면서 손을 파닥파닥 거리는 태려씨가 더 귀여운 것 같아요. 라고는 차마 말하지 못하고, 나는 고개를 푹 숙였다.

"됐어요, 마고씨는 그런 여자아이가 아니잖아요. 좀 더 강하고, 좀 더 고결하고..."

"흐음...?"

갑자기 태려씨의 얼굴에서 미소가 가셨다.

"설마, 따듯하게 안아주지 않은 건 아니겠죠?"

"그, 그건..."

"거부 했다거나, 무서워서 피했다거나. 그런 건 아니겠죠?"

"아니에요, 그런 건..."

태려씨는 후우, 하고 한숨을 쉬더니 나를 똑바로 노려보았다.

"만약 그런 짓을 했다면 용서하지 않겠어요."

도대체 왜 태려씨가 화를 내는 걸까. 나는 처음 보는 태려씨의 진지한 모습에 당황하여 밥먹던 것도 잊어버리고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태려씨는 자기가 가져온 물컵을 휙 들이키더니, 자기 앞에 내려놓았다.

"마고는, 그렇게 보여도 무척 외로움쟁이에요..."

조금 풀어진 태도로, 태려씨는 속삭이듯 말했다.

"상처 받아요, 마고는. 그런 사소한 것 만으로도 크게 상처 받고, 슬프게도 그걸 견딜 수 있도록 납득하는 재주를 가지고 있죠. 그렇게나 외로운 주제에 다른 사람에게는 짖궂은 모습으로밖에 다가갈 수 없는게 마고에요, 스스로가 그런 무서운 마녀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그래야만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인식될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거에요."

"..."

"당신도 몰랐나보네요. 그저 천부적인 친절함으로, 상냥함으로 마고씨를 붙들어줬다면, 그것만으로 감사해야 할 일이겠죠."

태려씨는 다시 방긋 웃었다.

"미안해요, 화내서... 마고의 일이라면 감정이 먼저 앞서게 돼서... 미안해요."

"아, 아니에요..."

태려씨가 내 손을 붙잡았다.

"마고는 당신에게 찾아갔어요. 분명 저 말고는 의지할 사람이 당신 밖에 없는거에요. 무척 슬픈 일이지만, 마고는 그런 아이에요. 당신이라면 자신에게 애정을 줄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찾아간 거에요. 제가 마고에게 했던 것 처럼..."

"어, 어째서 저를...?"

"마고가 당신의 이야기를 할 때는 항상 재미있다는 표정이었어요. 당신의 당황하는 모습, 자신을 어떻게 대해야 할 지 모르겠다는 듯한 아등바등거리는 태도가 너무 재미있었데요. 아마 그 안에서, 당신이 가진 당신만의 친절함을 본 거겠죠."

"저, 저 만의 친절함?"

"당신은 마고를 무서워하면서도, 마고에게서 도망가려 하지 않았잖아요?"

태려씨는 마침표를 찍듯 이야기를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고를 잘 부탁해요, 당분간만... 그 애에게 다른 사람을 가르쳐 주고 싶으니까요."

태려씨가 작별인사를 하는 그 짧은 시간, 나는 갑자기 든 의문을 입에 담았다.

"어, 저기... 그런데 마고씨에게 뭐라고 하셨길래 마고씨가 가출 한 거죠?"

"에...? 정말 말해도 되나요?"

태려씨의 미소는 어딘가 위험해 보였다. 나는 고개를 맹렬하게 저음으로써 목숨을 위협할지도 모르는 진실에 접근하기를 거부했다.
두 사람의 관계는, 도대체 어디까지 닿아 있는 걸까.

그리고, 지금 내 침대에서 곤히 잠들어있는 마고씨는...

"아차."

마고씨의 점심을 잊었다.





식당에 부탁해서 죽을 만들어 아지랑이 나래로 달려가는 시간 동안, 나는 태려씨가 내게 해준 이야기를 계속해서 생각하고 있었다.

"마고씨는 외로움쟁이, 인가."

행동이 맞아 떨어지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모르겠다.
내가 이때까지 봐 온 마고씨는,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고, 피곤하게 만들었다.

처음보는 반응, 태도, 그런 많은 조각들이 나를 어지럽게 만들어서, 나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이리 저리 휩쓸려 다녔다.

"에잇, 생각은 나중에 하자."

모든 것을 미래로 전가하고 기숙사 방문을 열었을 때, 나는 안에 펼쳐진 광경에 아연하고 말았다.

마고씨는 침대 위에 앉아서 내가 어제 저녁으로 먹다 남긴 과자를 먹고 있었다. 이불을 돌돌 말고, 마치 애벌레처럼 되어서는 입가에 과자 조각을 덕지 덕지 붙이고, 내가 들어오자 화들짝 놀라서 나를 바라보는 마고씨의 당황한 눈과 마주쳤다.

"노, 노크 정도는 해. 멍청아!"

여긴 제 방인데요, 애벌레 공주님.

"저, 점심으로 죽을 가져왔는데, 드실래요?"

둘 다 당황해서 대화가 헛돈다. 논지를 애써 회피하고 자신의 겉면 만들기에만 힘쓰는 두 사람의 모습은, 누가봐도 한심 그 자체다.

어떻게든 상황을 진전시켜야 했기에, 숟가락과 조그마한 죽 그릇을 침대 위에 내려놓자 마고씨는 새침한 표정으로 숟가락으로 죽 표면을 살짝 긁어내서 후우 후우 하고 한참을 식힌 다음, 온갖 조심성을 다해서 입에 가져다 댔다.

"후아..."

어째서 안심한 듯한 한숨을 쉬는 겁니까.

그것 보다, 입가에 붙은 과자는 어쩔거에요.

나는 조용히 한숨을 쉬고는, 교복 뒷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서 마고씨의 입가를 털어내듯 닦아줬다. 침대에 과자조각이 조금 떨어졌지만, 저 정도는 상관 없겠지.

"아..."

자신이 상당히 귀여운 입장에 처해있다는 사실을 안 건지, 마고씨는 눈가를 실룩거리며 뭔가 화를 내려는 듯 하다가, 놀랍게도 이내 고분고분해졌다.

"그... 그게..."

"네?"

속삭이듯 말하는 마고씨에게 귀를 가져다 대자, 마고씨는 달콤한 숨결을 귀에 불어넣듯 말했다.

"...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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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캐릭터를 야하게 만드는 건 쉽지만, 사랑스럽게 만드는 건 참 힘들구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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