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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 더 월드 오버 더 월드 2장-5

azelight 2008.06.15 20:47 조회 수 : 337

헐...
반성한다고 했는데 여전히 적은 분량;;;
너무 답다 애니, 만화에 정신이 팔리는 듯;
집중도를 키울 방도를 연구해 봐야겠습니다. 
재미와 질을 떠나 최소한 양만큼은 키우고자 했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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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가 그렇게 소사나를 시간이 닿는 한 지켜보겠다고 결심할 무렵 아리키는 상아탑으로 가기 위한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그날 밤을 꼬박 새어 슈가 준 주문서를 허용된 곳까지 읽은 아리키는 오늘 아침 갑자기 찾아온 매커드의 권유를 받아들여 상아탑으로 가기로 한 것이다. 원래라면 상아탑에 들릴 생각이 없었던 아리키는 어제 밤 슈의 일덕에 매커드의 권유를 승낙하고 말았다.

‘어둠의 교단’과의 대결을 위해 떠났을 슈를 돕고 싶었다. 아리키가 걱정할만큼 슈가 약하진 않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녀를 도울 수 있을만큼의 힘을 기르고 싶었다. 슈는 매커드를 믿지 말라고 했지만 강해지기 위해서는 상아탑으로 간다는 선택지를 쉽사리 버릴 수 없었다.

 

“준비는 다 되었느냐?”

 

“네 스승님.”

 

매커드가 방으로 들어오며 묻자 아리키는 대답했다. 간단히 갈아입을 옷들 정도를 챙긴 가방을 어께에 걸며 아리키는 매커드에게로 돌아섰다. 방문이 있는 곳에 매커드가 서 있었다. 뒤로 부모인 위브와 케레일과 이웃인 테드릴.테레사 부부의 모습도 보였다.

 

“아리키. 정말 괜찮겠냐?”

 

케레일은 딸을 혼자 보낸다는 것이 걱정되는 듯 아리키에게 그렇게 물었다. 그러자 위브가 케레일의 허리를 팔꿈치로 치면서 “나도 거기서 자랐다고, 그런데 우리 딸아이가 못할 것 같아?” 라며 핀잔을 주었다. 아리키는 그런 엄마, 아빠를 보며 웃으며 말했다.

 

“걱정마세요. 전 잘할 자신 있으니까요.

 

“그래그래. 우리 딸이 못할 리가 없지.”

 

위브는 다가온 아리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아리키는 조금 부끄러웠지만 얌전히 있었다. 슈가 했었다면 아마 어린애 취급 말라며 화를 냈을 건데.

 

“그럼, 갑시다.”

 

매커드가 앞장서서 움직였다. 상아탑으로 가기 위한 전이문이 매커드의 공방에 존재했다. 아리키도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그녀는 스승인 매커드와 집사인 샤드를 제외하고 그 공방에 들어가 본 유일한 사람이었다.

이미 아리키가 상아탑으로 간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는지 마을 사람들이 모두 나와 아리키를 맞아 주었다. 아리키는 그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눴다. 에쿠드와 인사를 나눌 때는 왠지 감회가 새로웠다. ‘짝사랑’이여 안녕이라는 느낌이었다고 해야 하나. 아마 근 몇 년을 상아탑에서 보낼 테니 이제는 고백할 기회도 없겠지.

아리키는 씁쓸히 웃으며 에쿠드의 손을 놓았다. 몇 몇 친했던 아이들이 울기도 했다. 시루와 민라는 울먹이면서 잘지내라고, 제대로 대단한 마법사가 돼서 돌아오라고 말해 주었다.

마을 어른들은 돌아올 때에는 다시 아름다운 평원의 모습을 되찾아 있을 거라고 말해주었다.

아리키는 마음 속으로 감격했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 못 돌아오는 여행을 떠나는 것도 아니니 깔끔한 모습을 남기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아리키는 마을 사람드르이 배웅을 받으며 매커드의 집으로 들어섰다. 익숙한 마법적 풍미가 물씬 풍기는 자색빛 실내는 문외한에게는 위화감을 주겠지만 마법사에게는 친숙하기 그지없는 공간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집안에 들어오자 샤드가 나타나 일행에게 인사를 했다. 케레일은 샤드의 등장에 깜짝 놀란 듯 했지만 위브는 덤덤했다. 오히려 오랜만에 본다는 듯 반가운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샤드의 모습이 상아탑에 있던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듯 했다.

 

“대단한걸. 상아탑에 있는 것 보다 인공지능도 더 좋은 것 같아.”

 

“공을 들였으니 당연한 걸세.”

 

매커드는 별거 아니란 듯 말하곤 저택으로 통하는 문을 열었다. 이 문은 오직 허가된 자들만이 열 수 있는 문이었기 때문이다. 매커드는 뒤 돌아서서 따라온 모두를 바라보았다.

 

“하인 부부. 배웅은 여기까지네. 아리키, 너도 작별인사를 하도록 해라.”

 

아무래도 저택의 안으로 외부인을 들일 생각은 없는 듯 매커드는 그리 말했다.

“어? 전이문까지 같이 가는 것 아니었나?”

 

케레일이 그리 말하자 위브가 또 눈치없이 군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의 허리를 팔꿈치로 찔렀다.

 

“마법사가 공방에 함부로 사람을 들일 리가 없잖아. 여보.”

 

“그, 그런가.”

 

산전수전 다 겪어본 케레일이지만 마법사들의 생리를 모르니만큼 강하게 나갈 수 없었다. 딸아이를 최후의 최후에 까지 바래다 주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기회가 되지 않을 듯하다.

“하하하. 끝까지 봐주시고 싶은 모양이군요. 매커드. 어차피 우리도 가는데 전이문까지 바래다주게 하는 게 어떻소?”

 

테드릴이 눈치를 보며 끼어들었지만 매커드는 고개를 저었다.

 

“거절하겠네. 그를 목숨을 빚진 자네완 비교할 수 없지 않은가? 그리고 이해해 주게 케레일. 우리의 적은 너무나 강력해서 최소한의 정보도 세어나가게 하고 싶진 않다네. 이해되진 않겠지만 마법의 힘이란 그런 것도 가능하게 한다네.”

 

매커드가 그렇게 말하자 아리키도 위브도 “응. 응.”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케레일로서는 납득할 수 없는 내용이었지만 세 사람이 그렇게 말한다면 납득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예부터 셋이 진실이라고 한다면 거짓이 진실이 된다고 하지 않던가?

 

“아빠, 엄마. 그럼, 다녀올게요.”

 

아리키는 매커드의 저택 내부로 들어가며 위브와 케레일에게 인사를 했다. 걱정스러운 케레일의 표정에 반해 위브는 괜찮다는 듯 활짝 웃으며 말했다.

 

“가서 열심히 수행하렴. 상아탑이 좀 음흉한 곳이긴 하지만 여러 가지로 재미있는 것도 많으니까. 마법사를 목표로 한다면 상아탑에서 견문을 넓히는 게 도움이 될 거다. 그리고 슈가 말한 것처럼 신체 단련도 게을리 하지 말고. 마법에만 의지했다가 삐뚤어진 어른이 된단다.”

 

“여... 여보.”

 

돌발적인 위브의 말에 케레일이 당황해서 말했다. 옆에서 테드릴이 “큭큭.”하고 웃었고 테레사는 ‘역시 재미있는 사람이야.’라는 눈길로 위브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졸지에 삐뚤어진 어른이 된 매커드는 실소를 지어보일 뿐이었다. 아리키도 그것이 스승인 매커드를 가리킨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차마 웃진 못하고 어색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네, 그렇게 할게요.”

 

아리키는 조금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위브의 말대로 하겠노라 그렇게 다짐했다.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한동안 돌아오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쓸쓸해지는 것이었다. 스승님과 테드릴들도 함께 가지만 계속 함께 있을 것도 아니었고, 슈로부터는 스승님을 믿지 말하는 말까지 들은 상태였다.

 

“인사가 끝났으면 가자.”

 

“네, 스승님.”

 

“자 그럼 아리키는 내게 맡겨두게..”

 

“부탁할게요. 매커드.”

 

매커드는 알겠노라고 답한 후 손가락을 ‘딱’하고 맞부딪혔다. 그러지 갑자기 정경이 바뀌며 매커드의 연구실의 모습이 나타났다. 역하다면 역한 약냄새와 어두운 푸른 불빛이 빛나는 어둡고 고독한 방이었다.

 

“아, 왔다. 왔다.”

 

셰리엘이 가장 먼저 연구실에 들어온 4사람을 확인하고 말했다. 그녀의 말에 자신의 무구들을 손질하던 크라드와 안델, 이스마일게 기도를 드리던 윈델이 자신들이 하던 일을 그만 두고 고개를 들었다.

 

“모두 출발한 준비는 되었나?‘

 

연구실에 나타난 매커드가 네 사람에게 물었다.

 

“끝났어.”

 

“저희도 준비가 되었습니다.”

 

크라드가 대답하고 안델이 자신의 일행 둘을 대표해 말했다. 매커드는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는 “좋네. 그럼 문을 열도록 하지.”라고 말한 후 공방의 전이문 장치를 향해 움직였다. 그는 전이문 앞의 청색 구체에 손을 올리고 마법을 발했다.

 

“청한다. 공간을 넘는 문이여. 바라건대 길을 열어다오.”

 

매커드의 진언이 끝남과 동시에 ‘촤앙’하는 소리와 함께 공간의 문이 열렸다. 전이문의 반타원형 틀안의 빈공간에 생긴 푸른빛 영기는 목적지인 상아탑의 내부 정경을 비추며 너울거렸다.

“자, 어서들 들어가게.”

 

매커드가 구체에 손을 얹은 상태로 말하자 크라드부터 차원문을 건너기 시작했다. 아리키는 마지막에 건넜다. 실제로 전이문을 넘는 것은 처음이기에 두근두근 거렸다. 차가울 것 같았던 일렁이는 푸른 장막은 오히려 따뜻한 느낌이었고 전이문 너머의 흐릿한 광경은 문을 넘자마자 확실한 실체를 가지고 아리키에게 다가왔다. 뒤이어 전이문을 유지하던 매커드가 차원문을 건너자 일렁이던 푸른 막이 희미해지며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리고 차원문을 열기 위한 마법문자가 새겨진 틀만이 남았다. 저 틀은 전이문의 형상을 결정하는 출구이자 입구였다.

“오랜만에 오는군.”

 

윈델이 차원문이 있는 방을 둘러보며 말했다. 이 방에는 그들이 통과해온 차원문 말고도 다른 여러개의 차원문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들이 작동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유사시를 위해 여러 개를 준비해둔 것 같았다.

 

“그렇지. 마지막으로 온 것이 재작년이었나?”

 

작년에 상아탑에서부터 의뢰받은 임무를 보고하기 위해서 들렀던 것이 마지막 방문이었다는 것을 떠올리며 안델이 말했다.

아리키는 이들 틈에서 긴장한 상태로 주변을 살폈다. 이제부터 한동안 이 탑에서 지내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 탑은 그녀가 살던 마을인 위브와 비교해서 한결 낯선 곳이었다. 엔딜이나 부르트 같은 인근 도시나 마을에 가보기도 한 그녀지만 이 상아탑은 분명 이질적인 장소였다. 마법의 잔향이 진하게 머무르고 있는 것이 이 탑에서는 한시도 쉬지 않고 마법의 힘이 발현되고 작동하는 것 같았다.

 

‘감각이 이상해.’

 

매커드의 집도 항시 마법적인 힘이 작용하고 있었지만 이 상아탑은 그게 한결 심했다. 과연 마법사들의 탑. 테라단의 모든 마법이 집대성된 곳다웠다.

아리키를 포함한 일행은 매커드의 뒤를 따라 이동실을 빠져나갔다. 이동실 밖에는 체법 넓은 홀이 있었고 그 곳에 자색의 로브를 입은 중년 여성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얼굴은 두건에 가리어 보이지 않는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대가 매커드. 그리고 그 일행분들.”

 

“루피리스. 오랜만이네. 자네는 모두와 구면일테니, 이 아이만 소개하면 되겠군. 아리키.”

 

매커드는 아리키를 불러 곁에 세웠다.

 

“이 아이가 방호계에 소질이 있다는 그 아이일세. 자. 아리키 그녀가 탑의 대가이자 방호계 사범인 루피리스다. 이제부터 너의 스승이 될 자이지.”

 

“안녕하세요. 저는 아리키 하인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매커드의 소개에 아리키는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설마 탑으로 오자마자 바로 새 스승님을 만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거기다 당황한 모습가지 보였다는 점에서 아리키는 얼굴이 빨갛게 되었다.

 

“이 아이가 아리키로군요. 네 이야기는 많이 들었단다. 매우 뛰어난 솜씨를 지니고 있다고 하더구나.”

 

“그... 그렇지 않아요.”

 

아리키는 고개를 푹 숙였다. 매커드와 슈의 경이로운 마법만을 보며 지내온 아리키는 그 자신이 얼마나 보잘 것 없는지 잘 알고 있었다. 당장 슈만해도 아리키 100명은 한손으로 쓸어버릴 것이다.

 

“그렇지 않은지 결정하는 것은 나와 대가 매커드란다. 자. 그럼 전 이 곳에 온 애초의 목적대로 이 아이를 데려가도록 하겠어요. 여러분들은 여러분들의 일을 해주세요. 나를 따라오렴 아리키.”

 

“예.”

 

아리키는 대답하고는 성큼성큼 빠른 걸음을 걷기 시작하는 루피리스의 뒤를 황급히 뒤 따라갔다. 작별인사정돈 할 시간 정도는 줬으면 했기에 원망 섞인 눈으로 멀어지는 루피리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결국 아리키는 포기한 얼굴로 매커드와 일행들에게 고개만 숙여 인사하고 루피리스를 따라잡기 위해 움직였다.

크라드는 사라지는 아리키의 뒷모습을 보다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매커드를 보았다. 매커드는 근 눈빛을 무시하고 지극히 연극적인 태도로 돌아섰다.

 

“자. 이제 우리 일을 하러 가세. 학장실은 이쪽일세.”

 

로브를 휘날리며 매커드는 앞장서서 걸었다.



루피리스를 따라간 아리키는 정신이 없었다. 상아탑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마법사란 극히 드문 존재이지만 테라단의 거의 모든 마법사들이 모여있다는 상아탑에서는 제법 많은 사람들로부터 마법의 잔향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마법사로 보이는 자들은 단색의 있는 로브를 입고 있었는데, 루피리스는 저 단색의 상아탑에서의 위치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했다.

 

“색은 그 위치라고 생각하면 된단다. 대가들은 자색로브를 입지. 신입자이면 갈색 로브를 입고, 수련자라면 회색을 입는 단다. 숙련가로서 인정받으면 진홍색의 로브를 입을 수 있지. 상아탑의 마법사라는 증거인 인장을 새긴 로브를 말이다.”

 

“그렇군요.”

 

뒤따르면서 아리키는 대답했다. 상아탑의 내부는 공간이 왜곡되어 있기라도 한지 넓고도 높았다. 천장에는 영원한 마법의 불빛이 빛나는 거대한 돌이 박혀서 마치 한 낮인 것처럼 내부를 비추고 있었고, 간혹 산들바람이 불고, 곳곳에 서 있는 나무와 덩굴들이 녹음을 흘려냈다. 그야말로 마법적이면서 경이적인 광경이었지만

하지만 아리키는 그런 것에 감탄할 여지가 없었다. 대가 루피리스를 쫓기 바빴기 때문이다. 어찌된 영문인지 루피리스는 느릿하게 걷는데도 마치 속보를 내는 사람처럼 빨랐기에 아리키는 루피리스를 놓치지 않기 위해 전력을 다해야 했다.

 

‘마법장비인가?’

 

간단하게 마법을 사용하면 되겠지만 아리키는 자제하기로 했다. 슈는 마법을 익히는 것처럼 육체도 단련하라고 했다. 마법을 노래하는 것처럼 사용하며 체술을 펼치는 슈와 같이 되라는 말이라기 보단 한계까지 마법을 사용하고도 버틸 수 있는 의지력과 체력을 기르라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이것도 수행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결국 루피리스가 그녀의 전용 사무실에 도착할 때쯤 아리키는 녹초가 되어 버렸다.

 

“헉헉. 나 이렇게 체력이 약했었나.”

 

위브 남서쪽의 숲을 쏘다닐 때가 한참전의 일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체력이 줄어도 어쩔 수 없었다. 최근에는 대부분의 시간을 마법연구에 받쳤던 만큼 체력도 약해졌을 것이다.

 

“들어오려무나.”

 

루피리스가 룬트를 꺼내어 휘둘러 문을 열고는 아리키에게 말했다. 힐을 발한 룬트는 다시 루피리스의 소매 속으로 사라졌고 그녀는 문을 잡고 아리키를 안으로 들어가게 했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안으로 들어간 아리키는 매커드의 저택 보다 훨씬 독특한 그녀의 사무실 내부를 볼 수 있었다. 사무실의 벽은 은색, 흑색, 청색, 적색, 황색으로 끝도 없이 변화했고 그 색들이 섞여 기묘한 무늬를 만들어 냈다. 속에 있는 가구들도 색이 변화하거나 하진 않았지만 상당히 현란하고 다채로운 빛들을 하고 있었다. 거기다가 벽의 질감역시 끊임없이 변화해서 눈이 어지러울 정도였다.

오래 앉아있으면 너무 산만해서 정신이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앉아요. 아리키양.”

 

“네.”

 

긴장한 아리키는 굳은 몸짓으로 루피리스가 권한 자리에 앉았다. 가죽으로 마감한 의자는 푹신푹신하게 아리키의 몸을 받아줬다.

 

“…….”

 

매번 딱딱한 나무 의자에만 앉던 아리키는 어색해서 살짝 몸을 들었다가 다시 앉아 보았다. 역시 푹신푹신한 것이 영 어색하다. 루피리스는 그런 아리키를 살피며 소매에서 서류뭉치를 꺼내 내밀었다.

 

“소파에 앉아 보는 것은 처음인가 보구나. 앉을 일이 많진 않을 거다. 일단 이 서류를 읽어 보도록 하렴. 꼼꼼히 읽어야 한다.”

 

“네.”

 

아리키는 양 손으로 그 서류를 받아들고는 빠르게 읽어 내렸다. 대충 내용은 일종의 각서같은 거였다. 실험 중 개인의 실수로 목숨을 잃을 경우 책임지지 않음. 대가의 지도 아래에서 치명적인 상처를 입을 경우 기타와 같이 처리함. 같은 내용들이었다. 마법이란 것 자체가 워낙 사건사고가 잦다보니 이런 문서가 만들어 진 것 같은데 그 내용들이 참 살벌했다. 특히 조금이라도 개인적인 실수가 있다면 상아탑은 어떤 보상도 해주지 않는다. 일일이 다 책임져 준다면 상아탑이 존립할 수 있을 리가 없기도 하다. 마법이란 돈이 드는 학문이었고 돈만큼 위험이 따르는 학문이었다.

 

“그러면 아리키양. 아리키양은 대가이자 전대표자인 매커드 루라탄의 추천에 의해 장학생으로 이 상아탑에 들어오게 됐단다. 원래 장학생으로 편입하려면 몇 가지 시험을 쳐야한다만 그도 면제되었단다. 그만큼 네게 기대하고 있다. 대가 매커드가 추천한 학생이니까. 자 모두 읽어 보았다면 이 서류에 서명하렴.”

 

아리키가 서류를 다 읽자 루피리스는 금박이 된 화려한 양피지 한 장을 꺼냈다. 아리키는 루피리스가 가리킨 곳에 자신의 이름을 기입했다. 루피리스는 아리키가 서명한 양피지를 다시 만 다음 로브 소매 속에 넣었다.

 

“이걸로 너도 상아탑의 문하다. 이제부터 나를 루피리스 선생님이라고 부르도록 해라. 아리스양!”

 

수정구를 통해 루피리스가 사람을 불렀다. 그러자 곧장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루피리스 선생님.”

 

“이리 올라와서 편입생을 방으로 안내해주렴.”

 

“네. 바로 올라갈게요.”

 

그 말이 있은 후 곧 똑똑 하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들어오렴.”

 

“네, 실례하겠습니다.”

 

작게 문이 열리고 금색 푸른 눈을 가진 소녀가 조심스레 들어왔다. 아리키보다 키도 크고 한결 어른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소녀였다. 하지만 아직 주근깨가 남은 앳된 얼굴은 그녀가 아직 소녀임을 보이고 있었다. 그녀는 아리키를 흘끗 보다 눈이 마주치자 활짝 웃어보였다. 화사한 미소였다.

루피리스는 아리스에게 슈를 소개하며 지시했다.

 

“아리스양. 전번에 예기했던 아리키양 이란다. 그녀를 준비해둔 숙소로 데려가주렴. 그리고 탑에 대한 상세한 것들에 대해서도 알려주렴.”

 

“맡겨주세요.”

 

‘척’하고 경례를 붙인 다음 아리스는 아리키를 보았다.

 

“자. 그럼 저를 따라와 주세요. 아리키양.”

 

그리고 우아하게 앉아있는 아리키에게 손을 내밀었다. 몸에 밴 듯 자연스러운 움직임이었다. 아리키는 당황하며 그녀의 손을 맞잡았다. 아리스는 아리키가 일어나기 편하게 살짝 힘을 줘서 아리키를 당겼고 어리키는 소파에서 일어났다. 자리에서 일어난 아리키의 얼굴은 빨갛게 달아있었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루피리스 선생님.”

 

역시 우아한 태도로 몸을 숙이며 루피리스에게 인사한 아리스를 문을 열고 사무실을 나섰다. 아리키도 “실례하겠습니다.”라고 말한 후 아리스의 뒤를 따라 나왔다. ]

 

“훗.”

 

사무실을 나오자 아리스가 아리키를 보며 웃어보였다 그리고,

 

“나는 아리시엔이라고 해. 아리시엔 레다임 루스루딘이 내 이름이지. 보통은 그냥 아리스라고 불러. 너도 아리스라고 불러도 좋아. 아. 너 나보다 나이 어리지? 나 19세거든. 반말해도 괜찮지?”

 

“아. 괜찮아요. 저는...”

 

“네 이름은 알아. 아리키 하인이지. 8년 전 7인의 영웅중 한명인 매커드의 제자가 들어온다고 해서 우리 교실 애들이 난리가 아니었거든.”

 

아리스는 금세 호기심에 찬 얼굴로 돌변하여 아리키를 바라보았다. 조금 흥분한 건지 볼도 약간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매커드의 제자라는 사실이 여기서는 매우 크게 작용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리키야 지금까지 위브에서 매커드와 1:1로 매일 얼굴을 맞대며 배워왔기에 느끼지 못했지만 아리스의 반응을 보면 여러모로 존경받는 위치에 있는 듯 싶었다

 

“음. 부담되네요. 전 스승님처럼 뛰어나진 못하거든요. 실망시켜 드릴 것 같은데요.”

 

매커드는 커녕 그의 수양딸인 슈와도 하늘과 땅만큼 차이를 가진 아리키는 이들의 기대가 부담스럽기 그지없었다. 슈는 그녀의 마법을 맨몸으로 맞을 정도였고 또한 매커드로부터 그럴듯한 칭찬도 들은 적이 없었다. 그저 소질이 있다는 소리만 몇 번 들었을 뿐.

칭찬이 인색한 매커드로서는 그게 엄청난 찬사였지만 아리키가 그런 것 까지는 알 리가 없었다. 아리키는 자신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후후, 겸손한게 마음에 드는 걸. 자 잘 따라와야 해. 상아탑에서 길을 잃는다면 정말 대책이 없거든.”

 

상쾌하게 말하곤 아리스가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다. 터무니없는 오해를 사고 있는 것 같지만 그래도 아리키는 안심했다. 아직 누구도 그녀의 눈동자를 눈치 채지 못했다. 매커드가 이 눈을 숨기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해서 스스로에게 마법을 걸어 눈 색을 맞춘 것이다. 검은 심연과도 같은 눈동자. 무언가 숨어있을 것처럼 기분 나쁘다는 눈동자는 마법사들에게 필요이상의 흥미를 부를 수 있다고 해서였다.

아리키는 그 생각이 옳다고 생각하고 마법으로 빛을 조작해 그 눈을 자신의 본래 눈 색과 똑같게 맞췄다. 변화계 주문은 익숙하지 못해서 금세 발각될 거라 여겼는데 생각이상으로 잘 된 모양이었다. 부여마법과 역장 형성은 특기중의 특기라도 해도 좋을 만큼 자신이 있으니 이 사소한 위장이 발각될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안심하고 아리키는 아리스를 따라갔다.

 

걸으면서 아리스의 상아탑의 면면에 대해서 설명했다. 몇몇 금지된 장소, 중복된 마법 부여에 의해 특수한 성질을 띠게 된 모퉁이 같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예를 들어 상아탑의 어느 장소에서든 제자리에서 스물 바퀴를 돌면 출구로 나가게 된다던가(실제로 하는 사람은 없지만), 물구나무를 서서 넘어가면 원래 방이 아닌 다른 곳으로 넘어가게 된다는 문 같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들이었다.

상아탑에는 끔찍할 만큼 많은 양들의 마법들이 걸려있으며 이들이 얽히고 얽혀 독특하고 새로운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들은 건립부터 상아탑을 연구하는 많은 마도학자들을 생산해냈지만 아직 이 연계효과에 대한 완전한 원인은 규명되지 않은 모양이란다. 몇몇 효과의 원리를 알아냈지만 상아탑이 아니면 발동하지 않는다고 하니 아마 이 탑이 위치한 땅의 영향일지도 모른다.

“어때? 재밌지? 지내다 보면 알게 되겠지만 이 탑의 요소요소들은 이 정도가 아니야. 특이한 사람들도 잔뜩있고 말야. 기대해도 좋아.”

밝게 말하는 아리스를 보며 매우 쾌활하고 붙임성 있는 사람이라고 아리키는 생각했다. 그리고 적어도 첫인상은 나쁘게 보인 것 같진 않다고 여겼다. 상아탑에 가는 것에 대해 일말의 불안감이 있었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할 수 있는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노력할 것이다.

아리키는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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